관훈토론회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후보 초청 관훈토론회

초청자 :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후보
개최일 :
2007-11-29
조회수 :
7,081
첨부파일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후보 초청 관훈토론회

 

일시 : 2007년 11월 29일 오전 10시~12시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사회 : 이재호 관훈클럽 총무(동아일보 논설위원실장)

토론: 허승호 동아일보 논설위원

      최영범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목희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종혁 중앙일보 사회부문 부에디터

박상수 KBS 해설위원

 

 

 

  이재호(사회):여러분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관훈클럽 총무를 맡고 있는 동아일보 이재호입니다.

   오늘은 무소속 이회창 대통령후보를 모시고 관훈클럽 대통령후보 초청 토론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이 올 대선에서 세 번째 후보초청 토론회가 되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초청에 응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 다른 많은 후보들로부터도 ‘나는 왜 초청해 주지 않느냐’는 항의와 간청을 받았지만 저희들이 임원회의를 하고 또 여러 선배님들의 의견을 종합 검토한 결과 지지율과 모든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 다른 후보들은 초청을 유보한 상태입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임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987년도 대선 때 처음 시작한 이래 대선 때마다 이런 토론회를 가져왔습니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함으로써 유권자인 국민의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이며, 저희 토론회가 민주주의와 정치발전 그리고 토론문화 성숙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역대 대선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신 분이 항상 꿈을 이루었습니다. 오늘 이회창 후보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토론회 관례상 후보를 간단히 소개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 후보께서는 너무나 많이 알려지셨고 저희 토론회만 오늘로서 네 번째 출연하였습니다. 97년 대선, 2002년 대선, 그리고 2000년 한나라당 총재 때 참석하신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후보 약력은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회창 후보의 기조연설부터 듣겠습니다. 많은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수)

 

 

 기조연설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후보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성공했다니까 2002년도에는 결국 좋은 평가를 못 받았던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오늘 귀한 자리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제1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한 달은 저의 평생에 가장 처절한 시간이었습니다.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피를 말리는 고민을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을 바꾸고 또 바꾸었습니다.

   출마 선언한 후 그야말로 폭풍 같은 비난과 질책이 쏟아졌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온갖 욕설과 모욕이 빗발쳤습니다. 계란 세례도 받았습니다. 살해하겠다는 위협도 있었습니다.

   출마 선언 후 5년만에 처음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오랜만에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여러 가정을 방문하였고, 손도 잡아보고, 국밥도 함께 먹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빠듯한지 피부로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5년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의 잘못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제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었습니다. 매일 터져나오는 부패, 비리, 불법, 탈법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소리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을 교체해야 합니다. 나라의 기본을 바로 세우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청와대 주인만 바뀌는 정권교체는 안됩니다. 나라의 기초를 세우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되어야 합니다. 정권교체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은 환상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 어떤 나라를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우리 국민을 만나면 만날수록, 어려운 사정을 들으면 들을수록, 고통스러운 삶을 보면 볼수록 정권교체는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대로 가서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선택한 이 가시밭길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지난 5년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나라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경제는 동력을 잃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공교육은 붕괴되었습니다. 큰소리와 떼쓰기가 활개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바보짓이 되었으며, 거짓과 인기영합이 유능한 것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대통령은 끊임없이 국민을 편 가르고 갈등을 부추겼습니다. 언론의 자유도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원칙 없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은 핵보유국 행세를 하고, 한․미간 신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혼란과 절망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을 교체해야 합니다. 나라의 기본을 바로 세우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청와대 주인만 바뀌는 정권교체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기초를 세우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되어야 합니다. 정권교체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은 환상입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서 어떤 나라를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라집니다.

 

   정말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진 지도자여야 합니다. 그런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런 지도자만이 흔들린 나라의 기초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정직하게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거짓말을 또다른 거짓말로 덮으려 하고,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돈만 벌면 된다는 사고에 빠진 사람은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도, 나라를 바로 세울 수도 없습니다.

   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언론인 여러분, 저는 제 인생의 대부분을 법관으로 지냈습니다. 30년에 걸친 법관 생활을 통해 제가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개인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이었습니다. 정치권력의 횡포로부터 인권을 지키고, 사회의 차별로부터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법관의 임무라고 믿고 고독한 길을 걸었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것도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정부가 국민에게 지시하고 간섭하는 나라가 아니라, 개개인이 존중되고 국민이 우선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이 꿈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도전에 나섭니다. 대통령이 된다면 정말 국민 개개인이 존중받는 새로운 시대를 열 것입니다. 국민에게 ‘선택의 자유’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이 나라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바로 그 지름길입니다.

   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언론인 여러분, 저는 지난 두 번의 대선을 제1정당의 후보로 기호 1번을 달고 치렀습니다. 거대한 조직을 업고 기라성 같은 세력을 거느리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이번은 모든 것이 다릅니다. 제게는 조직도, 세력도, 돈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호도 맨 끝인 12번이고, 어딜 가나 마지막 끝자리에 앉습니다.

   그러나 제일 높은 자리에서 보지 못했던 것을 제일 낮은 이 자리에서 봅니다. 제일 앞에서는 듣지 못했던 것을 제일 끝자리에서 듣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삶이고 국민의 소리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정치에 입문했을 때의 초심을 되찾았습니다.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평안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과 용기가 솟아납니다.

   나라를 살리는 것은 조직도, 세력도, 돈도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의 위대한 힘입니다. 제게 아무것도 없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국민이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민과 함께 이 구국의 장정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 이제 곧 경천동지할 대변화가 올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힘을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올바른 선택을 해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이 이제 저를 중심으로 총결집할 것입니다. 이회창이 앞장서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낼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평범한 서민들의 일거리와 복지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려 합니다. 평범한 서민이 행복한 나라, 땀 흘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워 꿈과 희망을 꼭 되찾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 회:이 후보님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시간관계상 곧바로 토론자들과 일문일답식 토론에 들어가겠습니다.

  토론자를 소개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맨 오른쪽이 김종혁 중앙일보 사회담당 부에디터입니다. 워싱턴특파원을 지냈고 매주 수요일마다 ‘시시각각’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그 옆이 최영범 문화일보 논설위원입니다. 사회부장과 정치부장을 지냈고 정치전문기자로 오랫동안 생활했습니다. 다시 여러분이 보시기에 맨 왼쪽이 박상수 KBS 해설위원입니다. 정치부 차장과 통일부장, 정책주간을 지냈습니다. 그 다음이 이목희 서울신문 논설위원입니다. 20여년 가까이 정치부 기자만 한 정치부장 출신입니다. 그 다음이 허승호 동아일보 논설위원입니다. 경제부장, 사회부 차장을 지냈습니다.

  관례대로 토론회 방식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질문은 1분 이내로 짧게 해주시고 답변도 3분 이내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가질문과 보충질문은 1회씩 할 수 있습니다만 역시 1분 내로 제한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질문과 답변 시간을 엄수해 주시기 바라고, 플로어에 계신 분들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관훈클럽 토론회는 박수나 연호를 안 하는 게 전통적 관례로 되어 있습니다. 앞서 두 분의 대선후보께서도 토론을 하셨지만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외에는 한 번도 박수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플로어에 계신 분도 하고 싶은 말씀이나 질문을 메모로 적어서 제출해 주시면 제가 모아서 말미에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면 맨 먼저 이목희 논설위원부터 시작해 주시죠.

 

  이목희:네, 서울신문 이목희 논설위원입니다. 현안에 대한 질문부터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후보단일화와 연대 문제를 질문하겠습니다. 이회창 후보께서는 여러 번 ‘정권교체의 소망을 좌절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셨고 살신성인을 거론하신 적도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도 이 후보에 대해 ‘앞으로 정권교체를 위해 같이 노력할 상대’라고 하셨는데 누가 지지율에서 앞서가든지 이명박 후보와 뚜렷하게 지지율 차이가 난다든가 어떤 계기가 있는 시점에 후보단일화를 적극 시도하시거나 공식 제안하실 생각은 없는지 밝혀주시고, 그럴 생각이 있으면 그 시점은 언제쯤이 적당하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이명박 후보와 국정운영 역할분담 이런 것으로 타협할 여지는 없는지 밝혀 주십시오.

 

  이회창:제가 탈당을 하고 대선출마 현실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현재의 지지율 상황이나 이런 것을 보고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그것을 보았다면 감히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50%대의 높은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것을 보고 지지율을 의식하고 들어왔다면 어떻게 보면 미친 짓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이대로 가서 되는가. 과연 이렇게 해서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가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결단한 것입니다. 정말 정권교체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저는 선택이 2가지밖에 없었습니다. 제 명예를 지키고 개인의 손바닥 자존심이라도 지키고 그대로 구경하고 물러앉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나가서 정말 이 나라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과 또 제 삶과 운명을 걸 것인가 이런 2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지지율 변화가 어떻게 될지 그런 것을 가지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행동의 중심으로 삼지 않습니다. 저는 여전히 처음 선언하고 나왔을 때와 같은 심정으로 저의 목숨과 또 운명을 건 신념으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목희:그러면 간단히 보충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일반 언론이나 신문을 보면 12월 5일쯤 검찰이 BBK 수사발표를 하고 12월 12일이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시점인데, 그런 것이 연대나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전혀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봐야 하나요? 연대나 후보단일화를 시점이나 지지율과 상관없이 하실 의향이 없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지 다시 여쭙습니다.

 

  이회창:저는 BBK 같은 문제로 상황이 바뀌면 나가고 안 바뀌면 그만두고 그런 생각으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아까 말씀대로 제가 가진 신념대로 나온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으로 바뀔지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고 다만 저는 왜 정권교체다운 교체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을 국민에게 진솔하게 말씀드린다면 국민은 틀림없이 이것을 이해하고 그야말로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리 역사상 과거의 정치역사에 비춰 유례없는 정치상황이 또 한번 역사에 유례없는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을 해서 앞으로 어떻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앞으로의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놓고 뭐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상수:최근 이 후보께서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계십니다. 이념 좌표나 정권교체를 떠나서 이명박 후보 자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특히 도덕적 측면이라든가 정치지도자로서 이명박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회창:사실 저는 상대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씀드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동안에도 저는 그런 부분은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니가 왜 나왔냐, 무엇 때문에 나와서 지금 정치상황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느냐’ 이런 질문이 나올 때 어쩔 수 없이 제가 나오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다 보면 이 후보를 여러 가지 면에서 평가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자질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을 많이 가진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권교체다운 교체라는 면에서 제가 동의할 수 없을 뿐이다. 그분의 개인적 자질에 관해서는 언급을 안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상수:지금 현재 판세를 보면 이명박 후보와 지지율 격차도 크고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오늘 아침 일부 조간에서는 이 후보님께서 3위로 처지기도 하셨는데 그래도 끝까지 완주하실 것인지, 후보단일화나 연대 의향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현재대로라면 세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상황에 따라 정동영 후보의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완주하실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회창:지지율은 어떤 신문에는 굉장히 높게 나왔습니다. 밤새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지지율 격차를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느냐 이것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것은 적절치 않다.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부터 바꾸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확신하건대 틀림없이 대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왜냐하면 제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이고 국민의 마음을 읽고 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점은 이 정도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영범:이 후보님께서 기조연설에서도 말씀하셨는데 경천동지할 대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현재 대선구도는 대충 언론들이 평가하는 것은 ‘1강2중’이라고 합니다. 이회창 후보께서 선전해서 당선되신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전망은 30%대 중․후반의 지지율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87년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결국 3당 합당을 한 바 있습니다. 낮은 지지율의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지, 무소속인데 무소속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는지…. 그래서 나오는 말이 결국 당선되시더라도 한나라당으로 복당하실 거라는 말이 있고요,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나라당은 내가 만들었고 마음의 고향이다, 한나라당은 같이 갈 내 식구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선되시면 복당하실 것인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회창:저는 지금 무소속으로 갑니다만 저 혼자서 앞으로의 국가운영을 맡고 국가운명을 저 혼자 독점해서 맡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지금은 무소속으로 가지만 국가의 운명과 또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세력, 그것을 비좌파세력 또는 자유세력으로 표현해도 좋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가치를 신봉하는 많은 세력이 모두 연합해서 가는 그러한 길이 될 것입니다.

  저는 확실하게 믿습니다. 정권교체를 왜 해야 되는가 하는 것을 많은 국민과 또한 퍼져 있는 정치세력이 정확히 인식한다면 정말 정권교체다운 교체를 해서 우리에게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연합된 의사의 합치, 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정권교체를 바라는 많은 세력, 그 가운데는 한나라당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저를 중심으로 결집해서 새 시대를 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고 물으신다면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아래서부터 출발해서 위로 향하는 중입니다. 몇 가지, BBK다, 지지율 이런 것 가지고 판단할 자료는 되지 못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허승호:이 후보께서 당선되면 좋겠지만 냉정히 말해서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께서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상당한 지지도와 영향력을 확인한다면 이명박 후보와의 다른 대북관 등을 구현하기 위해 정치에 적극적으로 또는 능동적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복당 정도가 아니고 당내 별도 계파 구성이나 나아가서는 창당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가정을 전제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겠지만 유권자의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구상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회창:전장에 나온 장수에게 가장 말하지 않아야 할 문제가 ‘너 졌을 때 어디로 도망갈래?’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이기려고 나왔고 또 이긴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질 경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만 답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종혁:이 후보님이 말씀하신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 진짜 정권교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다시 이야기하면 이명박 후보가 되는 것은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진짜 정권교체가 아니고 국민이 바라는,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것을 함축하신 것 같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내가 되어도 정권교체’라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굉장히 강하니까 후보들께서 다 그렇게 정권교체를 얘기하고 심지어 여당 후보가 되어도 그것도 정권교체라고 하고, 무소속 후보가 되면 그게 진짜 정권교체라고 말씀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배우기에 정권교체라는 것은 정당 책임정치라는 입장에서 보면 여당이나 야당이 잘못하면 그 반대 당이 거기에 대해 공격하고 그래서 바꾸는 것을 정권교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보님께서 말씀하시는 ‘제대로 된 정권교체, 진짜 정권교체’의 개념이 무엇인지 혼란스럽습니다.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회창:우선 지난 정권 동안 우리나라, 우리 시대가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기초가 완전히 무너지고 모든 면에서 나라가 후퇴하였습니다. 더더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을 통합하고 화합해 나갈 가장 중요한 책무를 지고 있는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대립을 조장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정말 철학과 원칙이 없는 대북정책으로 북핵사태를 거의 방치하는 상황으로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앞으로 정권교체라는 것은 ‘이 시대를 끝내는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씀하신 대로 정당정치는 ‘정당끼리의 정권교체’를 우선 의미합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가 정당정치다 뭐다 하는 문제를 떠나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정권교체를 이 정당에서 이 정당으로 바꿨는데 그 후에 하는 것을 보니 전 정권에서 해온 것과 별반 차이 없이 기초가 제대로 서지 않고 또 남북관계에서도 원칙과 분명한 철학 없이 계속 같은 상태로 간다면 무엇 때문에 정권교체를 했느냐 이것입니다. 그래서 ‘정권교체다운 정권교체’는 일단은 정당에서 정당으로 가는 것이 될지 모르지만, 이 시대에서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다음 5년이 얼마나 중요한가, 다음 시대에서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또 새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그러한 개혁과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정권이 어떤 정권이 들어와야 하는가, 다음 지도자가 어떤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을 반드시 판단하고 또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까 여당 정동영 후보도 정권교체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는데 왜 우리가 정권교체가 필요한가. 이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지금 이 시대에 책임이 있는 정당의 후보가 정권교체를 말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정권교체와 비교해서 제가 말하는 정권교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영범:보충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조금 전 한나라당 복당에 관한 질문을 드렸는데 답변이 ‘독점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포함한 연합세력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새로운 정치세력의 창출을 의미하시는 겁니까?

 

  이회창:구체적으로 정당 같은 조직체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만 모두가 뜻을 같이하는 세력이 연대하고 한 방향으로 그 뜻을 모은다면 그 자체가 커다란 일종의 세력연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목희:간단한 보충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간단히 답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이명박 후보로 정권교체되는 것도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아닌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회창:그렇습니다.

 

  박상수:이어서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 후보께서는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와 관련해서 ‘당시 검찰에서 다 해결되었다’ 이렇게 최근에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수사했던 검찰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 후보께서 자진출두해서 모른다, 내가 지시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셔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당시 후보가 현직 대통령이 되면서 사법적 판단이 유보되고 또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도 형평성 원칙에 따라 수사가 제대로 진척이 안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대선 불법자금 수사와 관련해서 수사가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하시는지, 책임을 다 지셨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회창:네, 이 부분이 요즘 주간지에도 나오고 또 공당이 이것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시 검찰이 중수부 전담부에서 아주 철저히 수사했습니다. 제 기억에는 당시 기업들, 현대, 삼성 등의 기업에 대해 직접 압수수사를 하면서 아주 철저한 수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선자금과 잔금에 관한 부분은 당시에 모두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검찰 수사기록에 모두 나와 있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기자회견을 하고 제가 후보로서 또 당을 이끌던 사람으로서 쉽게 말해서 ‘대장으로서 제가 알든 모르든 모든 책임을 지고 내가 지시한 책임은 지겠다. 대장은 모든 일에 대해 누가 했든 그것은 지시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검찰에 자진출두해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제 기억에 역대 정당의 대표나 후보가 정치자금에 관해 직접 검찰에 가서 자신이 책임 있다고 말한 사람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검찰에서 조사받고 했는데 ‘모른다고 했다, 뭐 했다’ 하는 부분은 저는 의외네요. 어쨌든 그 부분은 그렇게 해서 당시 조사를 받을 만큼 받았고, 그에 따라서 직접 관여했던 분들이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무거운 법적 책임을 졌습니다.

 

   박상수:최근 삼성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예상과 달리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특검이 도입되었습니다. 2002년 대선자금에 대해 수사가 다시 전개될 조짐도 있습니다. 자신 있으신지, 그리고 혹시라도 대선 잔금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궁금해하는 국민도 있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이회창:대선잔금이 남아 있으면 이번에 이렇게 고생 안 합니다. 방송차 하나 제대로 못 빼서 출정식도 두어 시간 늦어지고, 시작부터 곤욕을 치렀습니다. 삼성비자금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정말 부패와 연결된 비리 차원이라면 당연히 밝혀져야 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법과 원칙이 바로 선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 걱정스러운 것은 이것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면보다도 자칫 정략적으로 정쟁으로 이용하는 부분으로 간다면 그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영범:추가질문드리겠습니다. 최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는데 ‘이회창 후보의 2002년 당시 대선자금 횡령혐의가 있고, 당에서 이런 정보를 가진 분들이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회창 후보와 관련된 의혹이 여러 건 있는데 그 내용이 밝혀지면 대선후보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파멸할 것’이라는 심한 말을 했는데 이런 말이 왜 나온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회창:사실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가슴이 아파요. 그분들이 예전에 제 밑에서 일했던 분들인데 상황과 사정이 바뀌니까 이렇게까지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역시 그 자리에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라는 생각도 하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문제는 이미 밝혀질 대로 다 밝혀진 내용이고, 이제 이걸 가지고 정말 새롭게 꾸며서 뭘 한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이러한 바람직스럽지 못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왜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저는 한나라당이 제가 창당했던 당이고 고향과 같은 당이기 때문에, 지금은 떠났지만 사실 가슴이 좀 아픕니다. 또 언젠가는 모두 다 진실을 이해하고 서로가 좋은 마음으로 화합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목희:삼성특검법 수사대상에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후보께서는 세 번째 출마하는 노련한 정치인으로서 노대통령은 ‘그런 거 없다’고 했는데 본인이나 측근이 우리 정치풍토에서 과연 그런 데서 자유롭다고 보시는지, 노대통령의 당선축하금 부분에 대한 생각과 그것을 어떻게 규명해야 되는지 생각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이회창:나는 그분이 당선축하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사실 모릅니다. 특검이 된다면 특검에서 어느 정도 그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최영범:간단히 다시 여쭙겠습니다. 삼성특검법에 대해서는 ‘진실보다는 정략적 정쟁의 소지가 크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삼성특검법에 대해서는 명백히 반대한다는 입장이신가요?

 

  이회창:아니, 그것은 조금 정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실보다는 정쟁의 소지가 더 크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비리나 부정부패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시대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다만 이것이 그런 쪽으로 안 가고 정쟁의 소지 또는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부분으로 간다면 걱정이 되니까 그런 쪽으로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허승호:현재 수입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계은퇴를 선언한 후 변호사 활동도 안하신 것 같은데 무소속의 경우는 앞으로도 후원회를 결성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자금 모금이 불가능합니다. 100% 개인 돈으로 모든 경비를 해결해야 합니다. 선거활동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대선후보 등록비용 5억원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회창:사실 그 점이 제일 어렵습니다. 저는 ‘고비용 정치, 고비용 정치’ 했는데 이번에 막상 나와서 무소속으로 해보니까 제도 자체가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무소속은 도대체 후원금도 못 받게 되어 있고, 국고보조는 물론이고요. 그래서 결국은 말씀하신 대로 개인 돈이나 차입금인데 결국 저는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선거가 끝났을 때 15% 이상 득표하면 환급받는다니까 15% 이상 득표할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환급을 담보로 해서 빌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자금조달을 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등록비도 빌렸습니다.

 

  사 회:보충질문해 주시고 다음으로 바로 넘어가시죠.

 

  최영범:BBK 의혹과 관련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관훈토론회에 나와서 ‘자신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는 대통령 당선 이후라도 책임을 지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께서도 삼성특검과 관련해서, 내년 1월부터 특검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사실이나 불법이 드러나면 그 부분에 대해 책임지실 의향이 있습니까?

 

  이회창: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검찰에서 다 조사하고 그 내용에 다 나와 있습니다. 대선자금이 어떻게 처리되고 그것이 어떤 경로로 되었는지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이것이 유죄가 될 경우를 가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은 저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직하게 제가 한 일에 대해 국민께 말씀드렸고 또 국민께서 판단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김종혁:이 후보께서는 지난 2002년도에 노무현 현 대통령과 격돌하셨고 지난 5년간 회한 속에서 보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고요, 노 대통령이 지난 5년의 통치기간 동안 가장 잘못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 중에서 내가 받아들이고 발전·계승하고 싶은 것은 전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회창: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것은 아까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우선 국가지도자로서, 전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국민을 통합하고 또 화해하게 해서 국력을 결집하는 것을 못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편향된 이념이나 또는 아주 편향된 자신의 관념을 가지고 편 가르고 대립, 갈등을 조장해서 우리 사회가 결집해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을 전혀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저력 있는 국민입니까? 사실 제대로 힘만 모으면 얼마든지 세계 속에서 뛸 수 있는 잠재력과 능력 있는 국가인데 전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원칙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잘못이다. 대통령으로서 어떤 정책이나 국책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평가보다는 저는 이것이 가장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잘한 것이 뭐가 있느냐. 잘한 것이 제가 볼 때 하나 있습니다. 제가 총리 하면서 대통령과 총리와의 관계에 대해 굉장히 고민한 일이 있습니다. 대통령제에서 총리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고, 역대 대통령들이 대통령중심제에서의 대통령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이해 못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조금 비속한 이야기지만 저도 김영삼 대통령과 한바탕 싸우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보니까 지난번 총리 역할에 대해 역할분담론을 이야기하면서 총리에게 일정 역할을 분담시키는 것을 보고 그 점은 총리 역할을 제대로 보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그 당시 맡은 분이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점은 있지만 어쨌든 노대통령이 총리와 대통령과의 관계에 있어 총리에게 역할분담의 위치를 준 점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별로 시원찮게 됐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종혁:간단한 보충질문드리겠습니다. ‘통합의 리더십이 아니라 분열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후보님이 아까 ‘이 시대를 끝내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면서 그런데 ‘과연 어떤 한 시대가 경험할 수 있는 있지만 그것이 그렇게 끝날 수 있는지, 역사를 단절해서 바로 세우든 뒤집든 그것이 그렇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혹은 현 정권도 과거에 흘러온 역사를 자기들이 다시 세우겠다고 해서 무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 후보님이 말씀하신 ‘이 시대를 끝내는 정권교체’라는 것은 조금 아까 ‘통합의 리더십이 부족했다’고 얘기하시면서 대통령이 되시면 그 시대를 끝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과연 통합을 이룰 것인지 그 부분이 우려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회창:‘시대를 끝낸다’는 것은 ‘시대를 부정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왔던 시대를 바꿔서 새 시대로 들어가자는 것입니다. 시대를 끝낸다는 말이 반드시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라면 새 시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제가 ‘이 시대를 끝낸다’는 것은 이 시대를 잘라내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는 이 시대대로 역사에 그대로 남을 것입니다. 평가는 역사의 몫이 될 것입니다. 정말 새로운 시대로, 국민을 좌절과 실망에 빠뜨리는 이 시대가 이제 12월 19일을 기해서 바뀌어서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주는 시대로 바꿔가자는 뜻에서 시대를 끝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곁들여 말씀드리지만 이 정권이 가장 잘못한 것 중 하나는 과거부정입니다. 과거를 부정하고 과거 시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과거의 족쇄에 빠져 미래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저는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보지 못하는 그러한 정치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시대를 끝낸다는 의미는 새 시대를 열어가자는 의미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상수:방금 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한바탕 싸웠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대선을 맞아서 전직 대통령들의 선거와 관련된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정세력이나 특정정당,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도 있고 비난도 있습니다. 얼마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후보님에 대해 ‘먼저 인간이 되라’고 하셨는데 저는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현재 보수세력이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서 다시 일어서야 된다. 지금 잘못하면 심지어 전쟁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어느 특강에서 이야기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전직 대통령들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회창:저는 전직 대통령들은 나름대로 우리 정치역정에서 공헌을 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점잖게 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법 위반이냐 아니냐는 부분은 이게 후보 입장에서 보면 다 선거법 위반으로 보입니다. 저에 대해 나쁜 말 하고 욕하면 세상에 후보로 당선되겠다고 뛰는데 발목 잡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고요, 이런 것들을 매사 선거법이라는 잣대로 재서 하려고 하면 아마 한이 없을 겁니다. 선거법 위반이 되느냐 안되느냐, 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더 이상 말씀 안 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승호:지난 7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헌법개정을 포함한 과감한 정치개혁과 권력구조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밝혀 주십시오. 그리고 연관된 질문도 하나 드리겠습니다. 민주화 이후 각 대통령은 자기 정부를 함축하는 별명을 하나씩 붙였습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만약 집권하신다면 아까 드린 질문과 연관시켜서 이 후보의 정부를 어떻게 부르시겠습니까? 생각하신 것 있으십니까?

 

  이회창:저는 1987년 이후 오늘까지 20년이 민주화 시대라고 한다면 이제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국가 개조와 정치이념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앞으로 적어도 50년을 내다본 국가의 미래를 그리고 국민에게 그것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가지 면을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 면에서는 지금까지 해온 우리 국가의 권력구조나 또는 앞으로의 국가운영 시스템이나 방식 이 모든 것을 헌법에서 내각책임제냐 대통령제냐, 임기를 맞춰야 되느냐, 이런 차원이 아니라 크게 국가개조라는 의미에서 50년을 내다보는 구상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저는 헌법개정을 포함해서 권력구조나 기타 새로운 평가와 또 발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의 하나로 적어도 우리는 이제 강소국연방제 같은 국가 대개조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씀드리면 강소국인 싱가포르나 핀란드가 한 5개 정도 뭉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런 식의 미래를 그려 보자는 것입니다. 강소국들, 작은 나라들은 인구가 400만~500만의 손으로 쥘 수 있는 인구이기 때문에 그만큼 정치운영이 쉽고 경제운영이나 사회의 부패 부분에 있어서도 훨씬 운영이 간단하고 쉬운 면이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평가한 상위 13위까지 모두 이런 강소국들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우리의 자질과 능력과 또 의지로 한다면 우리나라를 5, 6군데의 권역으로 나눠 각자가 강소국으로서 뛰게 만든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것이 우리가 그려야 할 미래의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연방제’ 이야기하면 ‘이 사람이 혹시 고려연방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이 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김정일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하는 연방제가 아니고 ‘우리 스스로가 강소국을 몇 개 포함하는 식의 연방제 국가 대개조를 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50년의 개혁과제 중에는 정치와 이념면에서 생각할 부분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입니다. 87년 이후의 20년을 ‘87년 체제’라고 한다면 민주주의는 많이 발전했습니다. 정부를 바꾸고 일정한 목소리를 대변하게 하고…. 그러나 실제로 자유주의는 그 자리에 있었거나 퇴보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자유주의가 과연 제대로 되었는가. 교육, 기타 모든 면에서 오히려 개인의 발전과 성취와 창달을 막고 하향 평등주의로 모두가 같이 가야 한다는 주의로 끌어내렸습니다. 이제는 이런 것을 바꾸어야 합니다. 약한 자는 강하게, 강한 자는 더욱 강하게,  약한 자에게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또 가난한 사람은 부자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여건을 보장해주는 것이 자유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자유주의가 앞으로 우리 국가 발전과 약동력의 근거가 돼야 한다는 면에서 정치 그리고 이념면에서도 앞으로 50년을 내다본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승호:그렇다면 지방자치 강화 수준을 벗어나서 중앙정부의 권력을 적극적으로 분할시키고 지방을 독립시키는 형태로까지 국가를 개조할 생각이십니까?

 

  이회창:그렇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그림입니다. 이제 우리가 이 그림을 그리려면 지금까지 진행해온 지역균형발전에 따른 지방발전계획 이런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오히려 앞으로 더 완전한 지방분권화로 연방제에 준하는 단위로 만들 때 그 기초로 만들면 됩니다. 사실 이것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대통령후보로서 저 개인의 어떠한 팀을 짜서 만들 수 있는 그런 문제를 넘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지방, 지역 균형발전정책에 따라 해온 정책과 조화를 시키면서 또 속도도 조화시키면서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은 국가개조위원회 같은 기구 아래 국가개조기획단이라는 실무팀을 두어 이러한 소위 실시단계의 단계적인 안을 짜고 이것을 지역별로 또 국민을 설득하면서 해나가는 참으로 막중한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이목희:지역감정 타파는 정치권의 오래된 숙제입니다. 그런데 이 후보께서 나오셔서 제 느낌으로는 지역감정이 더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보면 충청권에서 예전보다 조금 더 ‘충청권이 연고’라는 느낌을 주시는 선거운동을 하고 계시고, 영남 내에서도 소지역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후보께서 의지가 있으시고 나라를 위해서 나왔다고 하지만 남들 보기에 지역구도가 후보께서 출마하심으로써 더 심화되었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그런 책임을 느끼시는 것이 있는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이회창:결론부터 말해서 저는 지역감정을 유발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 3김시대에 각각 세 분이 단단한 지역기반을 기초로 해서 이른바 3김 정치시대가 한동안 풍미했습니다. 저는 그 당시 그분들 같은 지역기반이 전혀 없이 3김시대 지역정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었습니다. 한나라당에 3김정치종식위원회를 두어서 그런 점을 주장했습니다. 지금 제가 충청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충청지역이 호기심을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모든 정치인이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어떤 면에서 충청권은 이번을 계기로 해서 지역주의에 의한 정치틀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나온 것이 지역감정이나 지역주의를 심화시켰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오히려 이번에 대선을 거침으로써 제 뜻이 이루어진다면 이 나라에서 지역주의라는 망령은 반드시 사라질 것입니다.

 

  최영범:이 후보 개인의 신상문제에 대해 여쭤 보겠습니다. 이 후보께서는 종로구 옥인동에 2005년까지 사셨습니다. 그 이후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아파트로 옮기셨는데 이 과정에서 풍수를 잘 아는 모 대학교수가 옥인동 집이 지세가 맞지 않는다고 권유해서 옮겼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후 가족분들 건강도 좋아졌고 집안에 활기가 돌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도하 각 신문들이 일제히 썼습니다만 이 후보 조상묘가 이장된, 9개 선대 묘를 모두 이장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풍수지리에 의존하시는지요?

 

  이회창:집 옮긴 것이 그렇게 소상히 보도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풍수가 좋아서 옮긴 것은 아니고요, 옥인동 집에 있다가 대선에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죠. 또 12월 19일 그날 거기 앉아서 처참한 기분으로 그런 결과를 보고 있었는데 그런 기억이 나는 집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서 옮겼습니다. 그리고 건강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글쎄요, 옥인동에 있을 때도 건강은 좋았는데… 특별히 옮겨서 큰 차이가 나게 좋은 것은 없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건강은 좋습니다.

  조상묘는 옮겼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풍수나 명당을 보고 옮긴 것이 아니라 원래 선산이 바로 예산시내에 있습니다. 주변이 아파트지구가 되어서 바로 붙어 있습니다. 한번 와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그래서 그쪽에 계획도로가 나서 군에서 공사를 착수하고 절개하면서 일부가 약간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예산군에서 그동안은 제가 야당 총재, 후보로 있으니까 사정을 봐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공문을 보내 왔습니다. ‘절개도 하니까 군 개발을 위해 협조해 달라’, 다시 말씀드리면 ‘한가운데서 옮겨 줬으면 좋겠다’는 공문이 왔습니다. 그래서 집안에 생존하신 어른이 계시는데 그분의 결단으로 ‘그러면 옮기자’. 처음에는 예산에 시민공원 같은 용도로 작지만 쓸 수 있게 기증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옮기려니까 돈이 들고 다른 데서 돈을 낼 데는 없고 해서 ‘일단 군이 저렇게 하니까 옮기자’ 해서 옮긴 겁니다. 옮긴 결과 명당자리라면 저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종혁:이 후보님은 굉장히 명석하신 분으로 평가받고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 두 차례에 걸쳐 대선후보를 하셨을 만큼 우리 사회 지도층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두 자녀가 군대를 가지 않아서 대통령이 되지 못하셨습니다. 병역면제가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지도층으로서의 헌신성, 공헌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그런 비판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후보님께서는 그동안 ‘제가 대통령이 되면 평범한 서민들의 일자리와 복지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려 합니다’ 하고 서민들 점퍼를 입고 다니면서 서민들을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으신 분인데 대통령에 떨어지신 이후 사회를 위해 어떤 공헌, 예를 들면 작지만 정기적으로 기부하신 것이 있는지요? 외국의 대선후보를 보면 부시 대통령이나 존 케리 후보나 대부분 기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국세청에서 발표도 하는데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신 것이 있습니까?

 

  이회창:있습니다. 좀 부끄럽지만 금액이 아주 작습니다.

 

  김종혁:금액은 상관없습니다.

 

  이회창:어디어디 한 것을 물으시는 겁니까?

 

  김종혁:아무 단체나.

 

  이회창:대한복지회, 한국복지회, 이 두 단체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유니세프, 또 종교단체로는 성요셉병원, 노틀담수녀원 합해서 부끄럽지만 10만원 내외입니다. 수입이 버젓하게 있으면 좋지만… 제 입지에서는 어렵더라도 더 내야 하는데 액수가 적어서 부끄럽습니다.

 

  김종혁:정기적으로 하시는 것입니까?

 

  이회창:네, 정기적으로 합니다.

 

  사 회:속도를 조금 내주셔야 되겠습니다.

 

  허승호: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아까 스스로 말씀하신 대로 출마 무임승차에 대해 비난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세 번씩이나 출마하여 가장 준비된 후보라고 말씀할 수 있겠습니다. 집권할 경우 정동영, 이명박 후보 등과는 어떤 다른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지, 기조연설에서 언급하실 때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라고 말씀하셨는데 그에 담긴 뜻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꿈을 밝혀 주십시오.

 

  이회창:첫째로 우리나라의 정신적 기반인 가치를 우선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주 정상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성공만 하면 된다, 뭐든지 잘못 갔어도 이루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것들이 우리나라를 아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흔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간판주의가 성행하고 간판을 얻기 위해 우리가 불쾌하게 기억하는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 그리고 정직하고 성실한 리더십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이제 앞으로 시대의 변화는 대통령이나 지도자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선 우리 사회의 정신적 가치, 기반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 그러한 기반으로 안정된 기초 위에서 우리는 나아가야 됩니다. 나아가기 위해서 첫째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50년을 내다본 국가 대개조의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국가비전을 앞에 두고 우리가 당면해서 할 일은 동맹외교와 개방입니다. 한미동맹을 가장 1차적인 중심 원으로 해서 아주 잘못되어 가고 있는 한미동맹을 복원․활성화해야 됩니다. 그리고 우리 외교는 한미동맹을 중심 원으로 해서 우리의 최대교역국이고 최대수출국이기도 한 중국과 보다 활성화된 교류관계를 이루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밖의 원으로는 동아시아에서의 지역협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아세안과 동아시아 국가가 우리와 떨어진 나라가 아니고 가까운 나라로 가야 됩니다. 조금 옆길로 샙니다만, 2002년 싱가포르 갔을 때 당시 이광요 수상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세안, 동아시아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너무 미미하다. 와서 말로는 협력관계를 증진한다고 하는데 협력관계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와서 투자도 하고 소위 안보에 관한 걱정과 대화도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저 말로, 립서비스로 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동아시아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 3가지, 즉 한미동맹 활성화, 중국과의 활성화, 동아시아 지역에 관한 지역협력 활성화를 저는 ‘3중 울타리 정책’이라고 말합니다. 3개의 원이 합친 3중 울타리 외교정책으로, 앞으로 동맹과 외교 정책은, 3중 울타리 정책은 나라 밖에서 울타리를 치는 것입니다. 이러한 울타리를 치고 세계 속으로 뛰어가야 됩니다. 이것이 개방입니다. 우리나라는 제3의 개방 시기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1의 개방이 100년 전 구한말의 강요된 개방이었다면 제2개방은 1990년대 초에 이른바 세계화․국제화 바람이 불면서 일어난 개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열어야 할, 앞으로 50년을 두고 열어야 할 것은 제3의 개방입니다. 이 개방은 우리가 앉아서 문을 열고 바깥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 속으로 뛰어가야 한다, 우리가 세계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개방으로 다음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죄송합니다. 시간이 많이 초과되었기 때문에 국내정치 분야는 이목희 위원 질문을 끝으로 남북관계로 넘어가야 될 것 같습니다.

 

  이목희:급히 캠프를 꾸리시다 보니까 함께하는 분들이 약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동참하신 분들이 연령층이 높고 상대적으로 구태의연한 느낌을 줍니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분들이 모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인지,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후보 개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혀 주시고요, 앞으로 당선되시면 여러 가지 정치결합체를 구상하고 계신다고 했는데 당장 이런 인력풀로 인수위 단계나 다음 국정 초기에 국정을 잘 운영하실 자신이 있는지 인재영입 구상을 밝혀 주십시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까 곽성문 의원이 탈당하고 이 후보 진영에 합류한다는데 쌍수를 들어 환영하실 것인지, 또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추가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분이 있는지 물밑에서 움직임이 있으면 밝혀 주십시오.

 

  이회창:‘제 주변에 나이든 분들만 있다’고 하셨는데 나이든 분들 있습니다. 또한 정말로 팔팔한 청장년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 온 분들은 구국의 대장정에 아무것도 바랄 것도 없고 확실한 것도 보이지 않는 이 어려운 때 저에게 동참했습니다. 이분들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이 나라를 지키자, 이 나라를 세우자는 저의 신념에 동조해서 오신 분들입니다. 정말 자신들의 열정과 발만 가지고 뛸 수 있는 분들입니다. 저에게는 이분들이 한없이 소중합니다. 저에게는 이분들이 일당백입니다. 흔히 그런 말을 합니다. ‘거기에 어떤 인물들이 있느냐? 기라성 같은 인물이 있느냐?’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과거 국회의원, 장관, 기업 회장 그런 한자리했던 분들이 모여야만 그림이 좋습니까? 저는 이런 생각이 우리에게 간판을 내세우게 만들고 그래서 신정아 같은 사건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모인 사람들은 나라를 구한다는 일념만으로 모인 정말 소중한 분들입니다. 앞으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저는 전국의 인재를 다 씁니다. 저는 지역을 가르고, 출신을 가르고 이러지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저에게는 제가 빚질 그룹이 있지 않습니다. 저는 학교출신이 어디든, 지역출신이 어디든 정말 이 나라를 위해 뛸 수 있는 인재라면 모두 모아서 새 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곽성문 의원건은 사실 제가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밤에 이야기 들었는데 제가 알기로는 우리 쪽에서도 곽성문 의원과 그 후에 접촉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히 논평하기는 적절치 않습니다만 저는 누구든 제 뜻과 제 신념에 동조하는 분이나 세력은 같이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김종혁:이 후보님께서는 12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광주항쟁의 정신을 깊이 새기고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광주민주화운동을 ‘항쟁’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후보님 지지자들의 성향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 판단을 내리시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호남표를 의식해서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하나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막혔던 한반도에 대화의 물꼬를 튼 의미가 있고, 이를 평가해야 한다’고 치켜세우셨습니다. 그런데 이 후보님께서는 그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강력히 비판해 오셨고 ‘한나라당의 대북관도 너무 유화적’이라고 하셨고, 출마하신 이유 중 하나도 안보 보수주의를 내세운 것으로 아는데 그런 기조와 ‘김대중 대통령이 한반도 대화의 물꼬를 튼 의미’ 혹은 ‘광주항쟁’은 정체성 부분과는 안 맞는 것 같은데 왜 이러신 것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이회창:제가 5․18묘지를 다녀온 뒤 광주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시지 않은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민간, 군인 할 것 없이 여러 사람이 다치고 희생되었습니다. 이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 민주주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그 뜻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그동안 어떤 기회가 없이 막혀 있던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대화의 물꼬를 튼 점을 인정합니다. 저는 한나라당 총재로 있을 때 2000년 6월 15일 정상회담이 있었을 때도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제대로 지켜라. 상호주의 지키고 투명하게 해라. 국민 속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에 가기 전에 만났고, 돌아온 후에 만났습니다. 가기 전에 여야 영수회담 형식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상호주의 원칙과 투명성을 원칙을 지켜야 한다, 국민의 동의를 받는 대북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돌아온 뒤에도 만나서 정상회담에서 문제되었던 조목들, 연방제를 향한 통일 지향을 한다든가 그런 부분, 그리고 기타 당시 정상회담 합의에 관해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정면으로 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저는 광주연설에서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더 이상 가서 안된다. 폐기해야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햇볕정책 때문에 지난 10년간 주면 변한다는 식으로 줬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핵폭탄밖에 없다. 북의 변화라는 것은 우리가 외관적으로 보는 교류협력이 증진되는 변화보다는 북 체제의 개혁개방에 있는 것인데 그 부분이 이루어진 게 뭐가 있느냐. 그래서 앞으로의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이 아니라 북핵 폐기를 확실히 한 다음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식의 대북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특히 야당 정치인조차도 광주에 가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폐기를 주장한 정치인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광주에 갔으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그쪽 사람들 입맛에 맞는 말을 했다고 보시는 것은 제 뜻과는 다르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영범:간단하게 보충질문 하나만 하고 가겠습니다. 엄격하고 강경한 대북관을 갖고 계시는데 그렇다면 이 후보께서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보십니까?

 

   이회창: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낍니다. 제가 ‘엄격하고 아주 강경한 대북관이다’. 남북간에 있어 제가 주장하는 것은 핵폐기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공존의 동반자가 되려면 북한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체제가 조금 더 자유화되고 인권을 존중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어떻게 ‘엄격하고 강경하다’는 표현이 들어가는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은 저와 시각차가 있는 것이고, 제 입장에서 볼 때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보는데 제 주장에 대해 ‘강경이다, 보수다’라고 한다면, 북한핵 폐기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강경이라면 핵폐기를 그만두자는 것이 온건입니까? 저는 이 표현에서 항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는 소위 이중성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총체적으로 약 170만 가까운 군사력과 무기가 대치하고 있고, 더더구나 북한이 핵까지 가졌습니다. 이런 군사적 대결구조 속에서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부분은 적대관계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군사적 대결구조가 해소되어 평화체제로 간다면 그 상태가 바뀔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가 이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서로가 대화하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남북문제를, 한반도 문제를 대결과 봉쇄와 전쟁으로 풀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도 필요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평가를 모색해 나가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유엔에도 같이 가입했고, 또 남북정상회담도 기대하는 것입니다. 뭔가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솔직하게 이중성 구조의 모순된 점을 인정해야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성 구조에서 평화문제를 생각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왜 너 북한에 대해서 강경하게 굴고 또 북한을 주적처럼 대하느냐’고 한다면 이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이 부분은 명확하게 따져서 우리 체제를 위협하거나 우리 안전을 위협하는 측면에서의 관계는 분명히 우리 체제를 지키고 우리 안전을 지키는 것이 되어야지 평화를 생각해서 이 부분을 소홀히 한다면 그것이 바로 크게 잘못된 남북관계의 관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상수:방금 전에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만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서 열린 남북총리회담에서 많은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다음 정권에 큰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치 운영하기로 해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군사적 보장 문제가 가장 큰 현안입니다. 평양에서는 오늘까지 사흘째 국방장관회담이 열리고 있습니다만 여기에서 ‘공동어로구역 설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NLL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 아침까지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측에서는 ‘NLL을 기준으로 등거리, 등면적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자’는 데 반해 북한은 ‘NLL 우리측 지역에다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자’고 주장하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NLL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NLL은 엄연히 영토개념이다’, 통일부 쪽에서는 ‘영토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견해가 갈라져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요, NLL 문제에 대해 입장이 어떠신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회창:NLL은 일종의 영토선 개념으로 보아야 합니다. 법적으로 영토라는 것이 개념이냐 뭐냐를 떠나서 우리와 북한 사이의 영토의 한계를 물 위까지 연장한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서해평화지대에 관한 합의를 했는데 김영희 대기자께서도 여기 계시지만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것들은 남북기본합의서 당시부터 이미 제기되었던 것이고 이번에 새로 나온 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시 단골메뉴로 나왔는데, 중요한 것은 평화라는 이름을 붙인 이런 것들이 자칫 특히 서해안평화지대안 같은 것은 NLL을 사실상 김을 빼고 형해화할 수 있는 우려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어로수역을 어디로 정하든 그것은 NLL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후에 남북총리회담을 하면서 대못을 박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 정부도 어쩔 수 없게 그대로 진행하려 합니다만, 저는 대못을 박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그대로 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대못을 빼서 이런 문제들을 다시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허승호:말씀하셨지만 남북관계에서 핵심이슈는 역시 ‘북핵’입니다. 지금 현재 한국 정부의 대화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법에 찬성하십니까? 혹은 대화 또는 회담 외에 다른 해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이회창:6자회담으로 다자간 대화기구에서 현재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자 대화기구 안에서 최대한 효율성 있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화기구 안에서마저 처리되지 않는다면 북핵 해결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이 안에서라도 철저하게 제대로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혁: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 물어보겠습니다. 세습체제에 대한 정당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을 수십 년 동안 지배해 오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독재자 피그미’라는 표현을 했고요, 남쪽에서는 ‘통큰 지도자’라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이 후보님께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통령이 되시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는지요?

 

  이회창:대답드리기 전에 아까 질문하신 것에 대해 보충설명을 해야 하는데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6자회담의 대화만 가지고 아주 완전히 그 효력을 기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야 합니다. 이 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핵불능화를 연내 한다고 하는데 과연 핵불능화가 어떤 의미냐 하는 점에 대해 합의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봅니다. 완전한 핵불능화, 회복 불가능한 핵불능화… 제가 알기로는 미국측은 그렇게 기대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기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북측은 2년만 걸리면 다시 회복할 정도의 핵불능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해결해야 하고 핵시설, 프로그램이나 신고에 있어 과연 정직하게 할 것인가, 농축우라늄 핵시설 관계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많은 관심이 제기되고 있는데 영변 핵시설에 관한 부분만 나와 있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이 성실하게 정직하게 6자회담 합의대로 이행되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핵불능화가 됐다 하더라도 그 후 기존 시설이나 핵물질에 대한 핵폐기가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구체적인 합의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그 부분을 해나가야 되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되겠는가 하는 것도 큰 숙제입니다.

  이러한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그것이 제대로 되는가 감시하고 또 그것을 재촉하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정상적인 관계가 절대 필요하다, 저는 지난번 남북회담 때 그렇게 주장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목표가 노대통령 말대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면 평화의 첫째 조건인 비핵화, 핵폐기에 관해서 분명히 이야기하고 와야 한다. 그런데 여러분 보시는 대로 그 말은 제대로 논의도 못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북정상회담이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처음의 명분에 비춘다면 실패한 회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남북간의 지원, 교류협력 확대가 6자회담에서 정한 당근과 채찍에 맞게 가야만 6자회담에서 정한 핵폐기 절차 과정에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연관성에 대해 보충설명을 드립니다.

  지금 우리가 꽉 막혀 있는 것이 북한의 그야말로 봉건왕조식 수령독재체제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지도자에 대해서 뭐라고 평가해야 되겠습니까? 사람이 어떻다고 평가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봉건왕조의 수령독재체제를 가지고 선군정치로, 또 아주 강력한 대남정책 노선으로 때때로 핵전쟁 위협을 하고 있는 체제의 지도자에 대해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것은 단계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은 필요하면 해야 합니다. 정말 가서 북핵 폐기하는 데 결단을 촉구하고 또 거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그런 것이고 또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이제 수구에서 변화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대북정책이 ‘주면 변한다’는 것으로 했는데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핵까지 가져왔다면 이제는 변화시켜야 합니다. 햇볕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을 일각에서는 ‘수구’라고 합니다. 이것은 완전히 관념이 바뀐 것입니다. 지금까지 효과 없는 정책을 바꿔서 효과 있는 정책으로 바꾸자는 것이니까 저는 오히려 이것이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 줘서 변하게 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이 가능하겠느냐?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으로 첫 단추를 낀 이후 계속해 왔는데 우선 북한이 말을 듣겠느냐, 또 그것 때문에 남북관계가 어려워지고 전쟁도 일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지만… 그렇게 되면 오히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더 불안해질 텐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가 어떤 일에 진전을 이루고 개혁을 하려면 짧지만 당분간의 아픔은 우리가 참아야 합니다.    남북관계도 그저 주면 좋죠. 주고 수모를 당하더라도 주면 어쨌든 좋은 것처럼 대하고 핵전쟁 위협도 잠시 접고… 그것이 평화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무지개 그림입니다. 진정한 평화, 남북간에 마음놓고 오가고 이산가족들 맘놓고 가서 만나고… 이런 평화를 이루려면 첫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합니다. 북한에게 ‘이제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 그게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바뀌어서 너희도 대답해라’ 그렇게 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처음에는 뭔가 반박하고 위협도 하고 그러겠죠. 그 기간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 남북관계는 무지개, 장밋빛 그림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다, 그러나 짧다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구를 믿고 삽니까?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남습니까? 북한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쪽에서 너무 그걸 해왔으니까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것은 역사에서 ‘사후인식의 편견’이라고 봅니다. 뒤에 일어나는 일을 보고 ‘아, 이게 진리야.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어’ 하는 게 편견이라고 봅니다. 병목의 고통처럼 아프지만 짧은 동안 병목을 통과하면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 5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주장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청와대 얼굴을 바꾸는 것이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역사와 이 시대에 책임이 없는 사람들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우리나라의 시대와 역사에 책임을 가지고 정말 새로운 시대를 열고 국민에게 안정된 미래를 제시하려면 지도자는 모든 아픔을 참고 가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원칙과 철학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 가서 이 말 하고, 저기 가서 저 말 하고, 필요할 때 말 바꿔서야 어떻게 새 시대를 연다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사 회: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바로 경제분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허승호 위원 시작해 주시죠.

 

  허승호:현 정부에서 공무원 숫자가 6만명 가령 늘어났습니다. 이 후보께서는 공약집을 통해서 OECD국가 중 가장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씀하시면서도 공무원 숫자 줄이겠다는 말은 없습니다. 대신 교사 10만명 늘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공무원 숫자 줄일 생각 없습니까?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 관련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까?

 

  이회창:우선 저는 작은 정부, 효율적인 정부를 제시하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작은 정부, 효율적인 정부’는 기능으로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입니다. 민간이 가져야 할 기능을 틀어잡고 있으면서 주저앉고 규제하는 정부, 이것은 공무원 숫자가 적더라도 작은 정부가 아닙니다. 효율적인 정부라면 일시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공무원 수가 늘더라도 그것은 작은 정부입니다. 제가 교사 10만명 증원을 이야기한 것은 아까 질문자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우리의 경우 OECD의 평균인 초등학교 교실당 17명 대 1명의 교사비율과 고등학교 13 대 1의 교사비율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이것을 채우기 위해서도 교사 10만명 정도는 증원해야 됩니다. 그러나 앞으로 그 과정에서 자연히 공무원 증감이 일어나겠지만 교사 10만명 늘리기 때문에 큰 정부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10만명 늘린다니까 교육제도에서 그저 수만, 수십만 명 늘려서 공교육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혹시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는데 저는 이제는 학교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세계 속에 들어가서 뛰는 국가가 되려면 학교의 경쟁력, 그래서 학교경쟁력을 높이는 주체는 교사가 되어야 하고 교사, 교원 자신이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이것을 교사 10만명 증원과 맞물려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기업 민영화는 저도 큰 방향으로 잡고 있습니다. 제가 한나라당 총재로 있을 때 한전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기업 민영화는 큰 방향에서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영범:이회창 후보께서 발표하신 공약집 ‘국민과의 약속’을 보면 ‘예산을 10% 절감하겠다’고 했습니다. 국가예산이 260조 정도 되니까 10% 절감하면 26조를 절감하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세금은 10조원입니다. 과세 경감하고 지출절약 규모면에서 16조 차이가 납니다. 어디서 덜 걷고, 어디서 절감하는지 정교한 디테일이 안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회창:‘감세로 10조를 돌려드린다’ 그것은 분명히 빠져나가는 돈입니다. 또 우리가 복지, 기타 여러 부문에서 많은 약속을 하고 있습니다. 그 총비용을 대체로 20조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면 약 30조가 정부가 써야 할 돈이고 또는 돌려드려야 할 돈입니다. 그러면 어떤 돈으로 그것을 채울 것인가. 저는 당에 있으면서 매년 정부예산을 심의하는데 매년 심의하다 보면 10% 정도는 깎아도 좋을 돈이 항상 묻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깎지를 못합니다. 첫째는 정부가 굉장히 강력로비를 하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 지역구 선심사업에 말로는 예산절감 하다가 마지막 판에는 끼어들어서 제대로 깎지를 못하고 맙니다. 예산절감 10%는 아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금년 예산이 257조, 대체로 260조니까 그 부분에서 25조 가량 나옵니다. 그러면 얼마 동안 5조 가량이 비는데 그것은 경제성장에서 충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경제성장수치를 6%로 잡았습니다. 다른 후보들은 7~8% 잡는데 저는 가장 확실하고 국민에게 약속할 수 있는 수치가 6%라고 봅니다. 지금 대개 성장잠재율이나 성장치가 4~5%대입니다. 그러면 1.1~1.5% 내지 크게는 2% 가량 성장을 잡고 있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수치를 따지면 30조를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원이 비지 않느냐는 말씀은 전체적인 계산을 해보면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첫째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을 따질 때 한꺼번에 10조, 30조를 쏟아붓고 한꺼번에 어디서 30조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연차사업으로 들어가고 또 연차적으로 놓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에 돈이 들어가고 일시에 비는 것이 아니니까 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목희:시간이 없어서 못 여쭤볼까 봐, 뒤에 있었는데 앞으로 당기겠습니다. 우리가 명색이 언론인인데 언론을 안 물어보면 욕먹을 것 같아서요. 출마선언 직후 이 후보를 비판하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이 후보 스스로도 원칙과 법을 강조했는데 출마가 좀 그런 면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데 캠프에서 이런 비판에 대해 후보자 비방죄라고 선관위와 언론중재위에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하다가 보류한 적이 있는데 이게 정말 법적으로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한다고 보시는지,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가지 언론정책 해서 비판을 많이 받는데 그것을 되돌리겠다고 하셨는데 과연 후보께서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는 언론관을 가지고 계시는지 의구심을 가진 분들이 있어서 다시 여쭤 봅니다.

 

  이회창:사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프더라고요. 언론이 막 저를 비판하는데 사실 그동안 정치하면서 그런 비판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저 개인으로서 ‘너 도대체 뭐 하다가 갑자기 노역을 부리고 나왔냐’는 식으로 비판하니까 사실 굉장히 아팠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언론 상대로 뭐 한다 이런 생각은 한 적이 없고요, 다만 캠프에서는 예비 후보등록 후에 계속되니까 이러다가는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차원에서 걱정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방순회 중이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제가 돌아오기 전에 적절치 않다고 사무실 자체에서 안 하기로 했다는 것을 돌아와서 보고를 들었습니다.

 

  박상수:군사정권 때는 물론이고 역대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에 대해서 강한 정책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전두환 정권 때 언론통폐합이 있었고, 최근에 기자실 통폐합이… 이상하게 정권말기에 단행되었습니다. 집권하시면 언론자율 보장을 위해 어떻게 하실 것인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회창:언론통폐합이나 기자실 통폐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기자실 통폐합이 기자실을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취재원과의 접촉 자체를 제한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어서 저는 이것을 철폐할 것입니다. 이것도 역시 대못을 박았다고 했는데 이런 대못은 빼기가 쉽습니다. 바로 철폐하고자 합니다.

 

  김종혁:대한민국이 교육 때문에 발전했는데 요새는 교육 때문에 나라 망하겠다는 얘기까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후보님께서는 학교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평준화 체제를 유지하면서 붕어빵 교육을 시켜서는 세계 조류에도 맞지 않고 발전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첫 번째 질문은 평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평준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비대한 교육부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시․도 교육청이 있음에도 교육부가 부총리급으로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면서 평준화를 어기는 학교들에 대해 간섭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대학입시문제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가 하면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을 너희에게 주겠다 안 주겠다 하면서 대학을 옥죄고 있습니다. 이 3가지가 함께 물려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물론 평준화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깰 수는 없지만 평준화 시스템을 보완할 것인지, 전세계 유례 없이 공기업처럼 비대해진 교육부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세 번째 그래서 대학에 선발자율권을 돌려줄 생각이 있는지, 같이 연결된 질문입니다.

 

  이회창:평준화는 지금 문제가 평준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준화는 현실을 보고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평준화해서 모두 끌어내리고 똑같이 만들어 버리니까 공교육, 쉽게 말해서 학교의 경쟁력이 없어진 것입니다. 학생들이 거기서 공부해서는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교육 쪽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전형적인 하향평준화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갑자기 평준화를 없애자, 이건 더 큰 혼란이 온다고 봅니다. 우리는 제도의 모습이나 깨끗한 그림보다도 학부모와 학생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평준화가 알맹이 있는 평준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평준화가 실제로 학교가 경쟁력을 갖고 학생들에게 사교육 쪽에 눈돌릴 필요가 없는 학교를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자율권을 주어서 그만큼 절약되는 국가 보조를 다른 데 쓸 수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평준화가 자연스럽게 그 골격을 가져가면서 새로 개선되는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일부터라도 평준화 없애겠다 하면 뭔가 쌈박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니까 그렇게 할 것은 아니고 평준화가 문제된 점을 직시하고 그 부분을 고쳐 나가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에 교육부 폐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은 교육부 자체를 완전히 없앤다는 것보다 교육부 기능을 보다 합리화시켜야 합니다. 교육부가 논술시험 출제 방식까지 일일이 간섭해서 대학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교육부의 권한행사 기능을 대폭 조정하고 줄여야 합니다. 장차 교육부는 아마도 존립의 가치가 없어질 것입니다. 국가 대개조로 지방연방정부에 준하는 지방분권화 방향으로 간다면 교육도 각 지방 각 지역에 맡겨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앙에 교육부라는 큰 조직이 남아서 왈가왈부할 여지가 전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선발권은 당연히 대학에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본고사가 부활하는 거냐고 말하는 분이 있는데 가령 학교에 선발권을 줘서 ‘너희들이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학생을 뽑으라’고 한다면 옛날로 돌아가서 본고사 부활이 가능합니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학생선발권을 주면 각 대학들이 어떤 형태로든 합리적인 전형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수능 논술 내신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기존 방식을 쓰는 곳도 있을 것이고, 학생의 우열차를 가리는 전형, 고사방법을 생각해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전형의 권한, 학생선발권을 주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흔히 반론으로 옛날 본고사로 가느냐고 말합니다. 노대통령도 그런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아는데 대학 중 10개 대학이면 10개 다 물어보십시오. 옛날처럼 하는 본고사를 부활할 거냐. 그렇게 하겠다는 대학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학생선발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하는 것도 대학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고맙습니다. 시간이 다 됐습니다. 제가 플로어에서 올라온 질문 중 두 분의 질문만 읽어드리겠습니다.       

  먼저 박진서 선배님께서 이런 질문을 주셨습니다. 지금 세계경제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우리 경제에도 치명적 위협을 가져올 몇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말씀해 주십시오.

  두 번째 질문은 김영희 선배님께서 주셨습니다. 부시­후쿠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부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시설 프로그램을 ① 성실히 불능화하고 ② 프로그램을 성실히 신고하고 ③ 비확산을 성실히 약속하면 미국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의 이름을 빼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중단하겠다.’ 이건 결국 100% 비핵화는 아니더라도 핵문제 해결로 간주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부시정책에 동의할 수 있는지, 부시의 이런 정책에 반대한다면 앞으로  정부와 미국 간에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제가 좀 부연설명을 드리자면 핵프로그램을 신고하는데 과거의 핵문제까지 엄격히 따지지 않고 미국 기준으로 성실히 신고하고 핵불능화를 하면 100%는 아니더라도 일단 비핵화로 보겠다는 것이 부시정부의 입장인데 거기에 동의하시는지요?

 

  이회창:우선 위기설은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금 세계경제에 굉장히 위기로 가고 있다는 관측이 부쩍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에게도 다시 한번 유동성 위기가 오지 않을까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가중되는 악조건의 하나는 유가입니다. 유가가 100달러 가까이 되는데 우리가 계속 유가압력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이런 것들이 우리 경제의 취약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제구조, 기업구조가 과연 취약한, 오일 같은 문제가 겹쳤을 때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비핵화 문제는 지금 미 행정부가 기존 핵시설이나 핵물질 폐기가 없이도 핵불능화 정도로 기존 핵물질의 이동확산을 금지하는 선으로서 비핵화가 되었다, 이렇게까지 가는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그런 것이라면 한국으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비핵화는 한반도에서 기존 핵시설과 핵물질을 폐기하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의 발언 취지가 그런 것이 아니고 비핵화 핵불능화로서 일단 종결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국익을 위해 마땅히 반대하고 그러한 견해의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시간이 다 되어서 오늘 토론회를 마쳐야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대선이 19일 남았습니다. 오늘 이 후보님의 말씀과 앞서 두 분 후보의 말씀이 우리 국민의 현명한 선택의 좋은 기준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창순(사무국장) : 관훈토론회 관례에 따라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후보에게 기념패를 드리겠습니다.

 

                                                                     기념패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후보

               관훈클럽은 귀하를 초청연사로 모신 가운데 유익한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하와 함께한 소중한 이 자리는 50년을 이어온 관훈클럽의 전통과 더불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2007년 11월 29일

                                                             관훈클럽 총무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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