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

초청자 :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개최일 :
2008-04-02
조회수 :
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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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초청

제153회 관훈토론회

                       

  

         

 

◈ 사회(김형민 총무, SBS 앵커):관훈클럽 총무 김형민입니다. 어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모시고 토론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늘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를 초청해 올해 두 번째 관훈토론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손 대표는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야당을 만들어 달라는 견제론을 호소하시면서 정치 1번지 종로에 직접 출사표를 던지고 야당의 표몰이 선두에 서 계십니다. 정말 촌음이 아까운 상황에서 이 자리에 나와 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자리를 함께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도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손 대표의 기조연설을 듣고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간단한 손 대표의 약력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47년 11월 22일 경기 시흥 출생이시고 경기 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문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하시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를 하셨습니다. 학생 때는 민주화운동으로 수배 및 옥고를 치르셨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제14, 15, 16대 국회의원을 하시고 경기도지사를 지내셨습니다. 그러면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기조연설을 먼저 듣겠습니다.


기조연설


◈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오늘 귀한 자리에 초청해주신 관훈클럽 김형민 총무님,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에 선 것이 보통 큰 영광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 한 지 15년 됐습니다만 관훈클럽에서 말씀하시고 토론하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한번 저 자리에 갔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막상 오늘 이 자리에 초청받고 보니까 과연 이 자리에 설 만한 자격이 있는지, 여러분의 말씀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지 마음이 떨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너그러이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참석해주신 기자 여러분, 특히 관훈클럽의 원로 선배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화창한 봄기운이 만연해 가고 있습니다. 산과 들에는 파릇한 풀잎들이 돋아나고 나무에는 새순이 싹트면서 온 국토를 단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우리 강산입니다. 그런데 5천년을 이어온 이 아름다운 강산을 무참하게 파헤치고 절단 내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명박 정부가 그 장본인입니다. 이 강산을 보호하고, 5천년 문화전통을 계승‧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국토와 문화유산을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백 교수는 지난 3월 29일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현대적 재앙은 계산이 불가능하고 배상도 불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라고 했습니다.

     땅을 파고 토목공사를 해서 나라를 발전시키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21세기는 첨단우주항공기술, IT산업, 생명공학 그리고 견실한 중소 벤처기업이 선진국을 만드는 시대입니다. 이제 4월 8일이면 우리도 첫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IT산업은 선진국을 압도해 가고 있습니다. 관계발전을 위해, 우리는 이런 첨단분야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계속해서 대운하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몇몇 사업자에게만 이익을 주는 대운하 사업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와 관련해서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한나라당은 대운하가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히자 총선 공약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공약인 대운하가 이번 총선 공약에서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대운하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총선 공약에서 뺐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추진기획단’을 비밀리에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총선에 불리하니까 우선 국민을 속이고, 총선이 끝나면 밀어붙이겠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횡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경찰과 국정원이 대운하 사업을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했던 교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동향을 조사한다고 합니다. 등록금 인하 시위를 하는 학생들에 대해 특별체포조를 구성한다고도 했습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정보 사찰, 자유당 시절의 백골단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경찰을 이렇게 운영하니 일선경찰은 민생치안을 게을리하고 상부의 정치적 동향에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실제로 재래시장을 방문해 보면 많은 상인들이 도둑이 들끓어 무서워 못살겠다고 아우성입니다. 고양시 어린이 납치기도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수사도 우연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고양경찰서를 방문해 호통 쳤을 때 과연 일선경찰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지 반성해 봐야 할 것입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합니다. 절대권력은 오만과 독선을 낳고, 국민을 업신여깁니다. 절대권력에 취하다 보면 시대의 흐름을 무시하고 역사를 제멋대로 왜곡하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지난 10년간 쌓았던 남북 화해와 평화적 교류가 일시에 무너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북한 측이 개성공단 경협사무소 직원을 퇴거시키고, 이 미묘한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시대적 대세를 대북관계의 기조로 삼아야 할 한국 정부로서는,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부터 남북관계를 지나치게 이데올로기적인 접근으로 긴장국면을 조성한 책임은 없는지 진지하게 반성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남북한의 긴밀하고 활발한 교류‧협력을 통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남북의 공동번영을 추구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로 국회를 차지할 때 남북관계가 과연 협력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긴장 조성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지지세력인 보수세력을 결집하는 데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때 이명박 정부의 1% 특권층과 특정지역을 위한 정치가 어디까지 갈지 걱정입니다.

     국민여론의 반대로 슬그머니 집어넣기는 했습니다만, 인수위에서 제시했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정책은 부자병원과 서민병원을 가르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지금은 돈 없는 사람도 건강보험증만 갖고 있으면 삼성병원이건 현대병원이건 어디나 갈 수 있지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없어지면 돈 많은 사람들만 가는 부자병원이 생기고, 가난한 사람은 부모님이 편찮으셔도 가난뱅이 서민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는 불효자가 되는 딱한 일이 생길 것입니다.

     지역주의는 또 어떻습니까? 여당 대표가 TK 15년 핍박론과 TK 대주주론을 말하더니, 부산에 가서는 PK 10년 핍박론을 말하면서 지역주의를 계속 부추기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영남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의도적 발언이라고 여겨집니다만, 집권당의 뿌리 깊은 지역주의 자세를 보며 국민은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믿고 5년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국민을 속이는 여당, 국민을 무시하고 대운하를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정부, 1% 특권층을 위한 정치, 국민을 가르는 지역주의, 남북한 긴장을 조성하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독주, 우리가 막아야 합니다. 국민이 막아 주셔야 합니다.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통합민주당이 나서겠습니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안 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하는 건강한 야당이 되겠습니다. 야당다운 야당이 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막고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강력한 야당이 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통합민주당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국민 여러분의 호된 질책을 받았습니다. 국민의 뜻을 올바로 받들지 못했습니다. 국민을 제대로 섬기지 못했습니다. 지난 대선 결과는 오만했던 저희들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채찍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저는 대선에서 패배한 1야당의 대표를 맡으면서, 국민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반성과 쇄신과 변화라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였습니다. 저희들은 깊이 반성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당을 쇄신하고 공천혁명을 하고 사람을 바꾸어 나갔습니다. 스스로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선거를 총지휘하던 사무총장이 공천에서 배제되어 급기야 당을 떠났고, 민주화와 50년 전통의 정통 민주정당의 발전에 앞장섰던 지도자들이 상처받고 떠나야 하는 비참함이 있었습니다. 인간적인 아픔과 상처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절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고 의문을 갖고 보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저희들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노력이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더라도 저희의 마음과 자세는 절실합니다. 변하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통합민주당의 쇄신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공천혁명은 그 첫걸음일 뿐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바뀌지 않았어도, 사람의 속은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유능한 야당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념과 구호에 묻혀 싸움질만 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민생을 챙기고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적인 벗이 되는 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따뜻한 눈으로 통합민주당을 봐 주십시오. 따뜻한 손길로 저희 손을 잡아 주십시오. 이제 막 병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통합민주당에 응원의 박수를 쳐 주십시오. 저희 통합민주당은 국민 여러분이 원하는 정치, 국민 여러분이 희망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중산층과 서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여러분께 다가갈 것입니다. 1%만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99%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민생제일주의’를 실천하겠습니다. ‘민생제일주의’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확대해서 중산층과 서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구체적으로 통합민주당은 이것만은 반드시 이루어낼 것입니다. 첫째, 공공요금, 통신료, 기름값을 잡아서 물가를 안정시키겠습니다. 둘째, 등록금후불제와 함께 물가와 연동하는 대학등록금 인상 상한제를 도입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시름을 덜겠습니다. 셋째,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통해 영세업자와 소상공인이 의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근로소득세를 낮춰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다섯째, 일자리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발전동력으로 만들어 청년실업을 해소할 것입니다. 그리고 간병인, 아동보호 도우미 같은 사회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서민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여섯째, 선진 복지사회를 만들겠습니다. 현재 62% 정도 되는 국민건강보험 보장범위를 85%까지 확대하고, 복지의 사각지대가 없이 모든 국민이 필요한 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인하하고 보조금을 지급하여 서민들의 집 걱정을 없애겠습니다.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장기 저리 융자를 해주고, 내집마련형 임대주택을 지어 중산층이 내집마련 꿈을 쉽게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통합민주당은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민생제일주의’ 정책으로 국민 여러분께 새로운 희망이 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건강한 민주주의는 건강한 야당을 필요로 합니다. 선진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건강한 양당 정치가 있어야 합니다. 깨끗하고 유능한 야당,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건강한 야당,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안 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하는 강력한 야당, 건강한 야당, 통합민주당은 건강한 대한민국의 소금이 될 것입니다. 1970년대 개발독재식 오만과 독선의 불안한 독주를 막고, 남북화해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편협한 냉전이념에 맞서서 21세기 새로운 통일국가 발전의 비전을 위해서는 깨끗하고 강력한 야당이 필요합니다. 거대한 개발 그리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 맞서서 중산층과 서민의 실생활에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대안야당이 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통합민주당이 대안야당이 되겠습니다. 대통령, 시장, 도지사, 군수를 다 차지한 한나라당의 위험한 독주를 막고 나라의 균형을 잡아줄 깨끗하고 유능한 야당이 되겠습니다. 저희의 의지와 노력, 미래비전과 가치를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통합민주당에게 힘을 실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토 론


◈ 사 회:손학규 대표의 기조연설을 들으셨습니다. 손학규 대표와 2시간 가량 치열한 토론을 벌여 주실 패널리스트 네 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왼쪽 끝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최병묵 조선일보 논설위원입니다.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정치부 기자, 정당‧외교부‧총리실 등을 출입했습니다. 그 옆에 고대영 KBS 해설위원입니다. 모스크바특파원, 정치데스크, 그리고 정치전문기자로 청와대와 정당 출입을 했습니다. 제 왼쪽에 이유식 한국일보 논설위원입니다. 정치부 차장, LA특파원, 생활과학부장을 지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정치부 차장으로 정당과 청와대를 출입했고 정치부장, 정치담당 에디터를 지냈습니다.

     손 대표가 기조연설 마지막을 이렇게 끝내셨네요. “대안야당이 되겠다. 여당의 위험한 독주를 막고 나라의 균형을 잡아줄 깨끗하고 유능한 야당이 되겠다.” 총선이 꼭 일주일 남았는데 몇 석을 얻어야 대안야당이 될 수 있는지 이 부분과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총선기간 동안 어떤 전략으로 표몰이를 할 것인지부터 듣겠습니다.

     토론의 효율을 위해서 몇 가지 분야로 나눠서 하겠습니다. 첫 번째 선거현안 분야와 관련한 질문은 최병묵 논설위원이 먼저 해주시겠습니다.


◈ 최병묵:요즘 두 가지 역할을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선거운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고 앞으로 남은 기간이 일주일인데 중간 총평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 손학규:아직도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많은 진전이 있고 저희로서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한때 한나라당이 분열하고 내부싸움을 하면서 오히려 거꾸로 한나라당 지지세가 결집하는 모습을 보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주춤하고 대신 우리 통합민주당의 지지세가 완만하지만 차근차근 상승하고 있어서 앞으로 남은 일주일 동안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우리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지금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 실제로 조사해 보면 서울에서 확실하게 우세를 점하고 있는 선거구는 2곳밖에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합지역이 늘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한때는 한나라당이 공천한 새로운 사람들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경합지역이 많이 생겼다가 지금 그것이 또 주춤하고 그동안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통합민주당 후보들이 착실히 올라가고 있어서 경합지역이 나온다고 합니다. 예측을 불허합니다만 초경합지역이 수도권에 많이 늘어나고 있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많은 성원을 해주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최병묵:오늘 조간신문을 보면 희망적인 90석 내지 최대 94석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 기대 또는 예상 의석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손학규:제가 당대표입니다만 아직까지도 몇 석을 얻겠다, 몇 석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지난 한두 달 전을 생각해보면 대선 직후 또 민주당과의 통합 이전, 제가 통합민주당 대표가 될 때보다는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자세로 총선에 임하고 있습니다.

◈ 최병묵:민주당에서 개헌저지선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개헌을 전제로 하는 이야기인데 한나라당이 만약 과반의석을 넘으면 개헌을 할 것으로 예상하시는지 전망해 주시기 바랍니다.


◈ 손학규:지금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 과반을 훨씬 넘으면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는 염려가 솔직히 듭니다. 제가 기조연설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한반도대운하 같은 경우는 한나라당이 떳떳하게 하지 못하고 일단 의석을 얻고 보자, 의석을 얻으면 그 뒤에 밀어붙이겠다는 저의가 그대로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소위 이명박 정부의 추진력이다, 밀어붙이기다 이런 것으로 뭘 밀어붙일지 모르는 중에 개헌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개헌의 실체가 아직 그려지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어떠한 형태가 되든지 간에 개헌의 주안점은 정권을 연장하고 정권을 계속 확고히 하겠다는 기조에서 개헌을 추진하지 않겠는가 하는 염려입니다. 지금 시중이나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처럼 한나라당이 170석 또는 180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친여당까지 합쳐 200석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행태로 봐서 그렇게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하면 그 주변의 군소정당을 법적으로 끌어들이든지 아니면 연대세력으로 만들어 실질적으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랬을 때 한나라당은 무소불위의 정권이 될 것이고, 이런 말은 쓰기 싫지만 실질적으로 이명박 독재정권이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1당 독재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것이 저희들의 아주 절박한 자세입니다.


◈ 최병묵:하나만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여권의 의도와 관련 없이 손 대표께서는 개헌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신지 궁금하고요, 만약 할 수 있다면 어떤 식의 개헌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손학규:제가 개헌을 한다?


◈ 최병묵:여권의 의도와 관련 없이 손 대표께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냐, 이 말씀입니다.


◈ 손학규:장기적으로 보면 87년체제가 시작된 지 20년 지났습니다. 어찌 보면 87년체제라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서 민주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체제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느 때고 정리해야 될 것입니다. 우선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그리고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만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가 서로 불일치하면서 생기는 비효율을 극복하는 일, 장기적으로는 통일헌법 그리고 변화된 사회‧경제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국가의 기본골격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서 지난 87년 같은 민주개혁이라는 대변혁이나 4‧19 외에는 개헌이 정치적인 목적, 정치적인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 많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 회:다음 질문은 고대영 위원님 해주십시오.


◈ 고대영:사실 손학규 대표께서 아까 인사할 때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셨는데 할 수 없이 이 질문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내놓은 논리가 견제론입니다. 선거전략을 보면 한나라당은 특권층 1%의 정당이고 우리는 중산층 서민정당이라고 하는데, 이게 노무현 정권에서 했던 포퓰리즘의 재판이라는 겁니다. 이미 대선에서 드러난 전략을 가지고 총선에서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 선거전략을 가지고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한나라당 견제를 위해 표를 달라고 하는데, 선거전략 부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손 대표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손학규:이명박 정부가 정권을 잡은 3개월 동안 국민들에게 제대로 해준 것 없지 않습니까? 경제 살린다고 했는데, 실제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구조적인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고 현장에서의 생활경제, 체감경제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물가는 오르고 등록금은 1천만원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어제도 길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는데 “등록금 내려주세요. 완전히 죽겠어요. 빚더미에 올랐어요”라고 어떤 학생이 하소연하던데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것은 무엇입니까. 국민을 업신여긴다거나 깔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 특권층이라는 것이 그저 지어낸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처음에 내각 구성할 때 내각 구성의 면모라든지 장관 임명 대상자들의 발언을 보면 국민들, 서민들 생활과는 완전히 유리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서민들은 염두에 두지 않은 효율과 능률만 앞세우고 물질만능주의, 시장만능주의 이런 것들을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야당이 그저 단지 정치권력을 빼앗겼기 때문에 정치를 탈환해야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분명 이명박 정부는 소위 기득권층, 기업으로 치면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균형을 잡아줘야 하기 때문에 단지 포퓰리즘으로 볼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의 양 날개 중 한 축을 제대로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 독선과 독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이런 상황을 불안해하고 있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다른 한쪽 날개를 쥐겠습니다’ 이것 이상의 선거전략이 어디 있겠습니까?


◈ 고대영:손 대표께서 지금 하신 답변에도 제가 지적한 포퓰리즘의 한 단면이 나왔습니다. 정권 들어선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경제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발언 자체가 제가 평소 존경하는 손 대표께서 하신 말씀으로는 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드리면서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기조연설에서도 대운하 문제를 계속 말씀하셨는데 사실상 대운하 문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시작해서 노회찬, 심상정이 이끄는 진보신당이 가세하니까 민주당도 슬슬 발을 담그는 형국이지만 발을 담그면서도 뭔가 미온적입니다. 한나라당을 비난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주도해 가지 않는데 결국은 야당 자체를 주도해 나갈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듭니다. 진짜로 전략적 사고가 부재하기 때문에 이런 것입니까, 아니면 당내에 다른 내부갈등이 있어서 전체적인 전략을 못 짜는 것입니까?


◈ 손학규:우선 경제관련해서 집권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지금 바로 경제를 낫게 하느냐고 하셨는데 물론 그 말도 맞습니다. 그러나 엄격하게 보면 이명박 정부는 집권한 지 이미 석 달 반이 되었습니다. 12월 19일에 집권을 한 것입니다. 인수위가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인수위의 정책이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어떻게 석 달 만에 경제를 잡겠습니까.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한 말이 있지 않습니까.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 자체로서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서 주가가 3000으로 오를 것이다.” 경제는 심리입니다. 물론 한 사람의 말실수라고 치부하면 그뿐이긴 하겠지만 ‘암 검진을 하러 갔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오피스텔을 하나 받았다’ 식의 말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는 그러한 정권의 분위기가 문제라는 겁니다. 경제라는 것이, 물가라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다분히 심리적 영향이 큽니다. 막 풀어질 것이라는 심리 속에서 물가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면도 있을 것입니다. 왜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가 세계경제를 좌우합니까? 말 한마디가 가져다주는 심리적인 효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제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집권 전부터 좀 가볍게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한 예입니다만, ROTC 임관장교들을 의자에 앉혀놓고 퇴역장성을 단하(壇下)에 있도록 하며 ‘이것이 실용이다’ 이런 식이니까 신뢰와 안정감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런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좀 더 큰 틀을 갖고 뚜벅뚜벅 가는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대운하 말씀인데, 창조한국당에서 이것을 시작했다는 인식조차 없습니다. 이것은 애초부터 우리가 분명하게 반대했던 것이고, 또 대운하 문제는 오히려 정부 여당이 문제를 잘못 풀어감으로 해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저희가 선거전략이 부재하고 충분치 못하다는 것은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동안 대선에서 참패하고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재건하고 통합민주당으로 합당하고 선거준비를 하고… 사실 정신없이 왔습니다. 부족한 것, 또 잘못된 점도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정말로 건강한 야당이 되겠다는 것과 건강한 야당 없이는 이 정부, 이 나라가 건강하게 발전하지 못한다는 분명한 사명감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유식:조금 전에 이번 총선에서 목표의석이나 예상의석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민주당이 지지부진한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제일 듣고 싶은 것은 당의 목표의석이나 예상의석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 부분을 예상하지 못하는 것은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을 면탈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먼저 묻고 싶습니다.


◈ 손학규:저는 당대표를 맡을 때부터 책임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각오였고, 또 내가 뭘 갖고 나가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대선 후 대통합민주신당이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을 때 제가 구원투수라는 이름으로 대표직에 앉게 되었습니다. 이 독배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을 살려야 하고 선거는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기자께서 40석, 50석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례대표 10석이라는 예측도 했었습니다. 아직도 그럴 위험이 없으리라고 보장은 못하지만 이제 겨우 산소마스크를 뗀 환자와 같은 형국입니다.

     목표를 세우는 거야 얼마든지 높이 세우지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목표를 숫자로 계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이 제대로 통합민주당을 새롭게 보고 인정해 주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100석을 목표로 했다가 80석 얻으면 책임을 져야 하고, 70석 목표했다가 75석 얻으면 책임완수하고 이겼다고 하겠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야당으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국민들에게 힘을 달라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 이유식:말미에 목표의석을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또 그동안 새 정부가 인사나 공천 과정에서 많은 물의를 일으켜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30%대로 하락했다는 뉴스도 있고 실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 다시 말해서 안정론이 지금 급격히 세를 잃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견제론에 대한 지지율 역시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 손학규: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아직까지도 통합민주당에 대한 의식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통합민주당하고 열린우리당하고 다른 것이 무엇이 있냐, 합당했다고 하지만 과거의 민주당과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 또 합당하면서 많은 분들이 호남당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의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저희는 사실 죽어라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공천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습니까? 얼마나 많은 인간적인 상처를 입었습니까? 엊그제까지 총선을 지휘하던 사무총장이 공천심사에서부터 배제되고, 그래도 총선을 지키려고 하다가 도저히 지키지 못하고 당을 떠났습니다.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아픔을 겪고 그동안 50년 전통의 민주세력, 정통 민주정당을 가꿔 오고 지켜왔던 분들, 발전에도 기여했던 분들이 아픔을 안고 떠나기도 했습니다. 정말 저희도 글자 그대로 살을 베고 뼈를 저미는 아픈 마음을 갖고 해왔습니다. 제가 직접 데리고 일하던 사무총장이 나갔을 때 인간적으로 보면 그 자리에 공천을 해서는 안 되죠. 그러나 당을 지키기 위해서 당대표로서 저희 당의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공천을 해야 되는 이러한 아픔들을 겪어 가면서 우리는 바꾸려 하고, 쇄신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통합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20% 또는 그 밑에 머무르고 있을 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왜 이럴까? 잘못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한나라당도 한창 어려움을 겪을 때 당명을 바꾼다, 당을 어떻게 한다 하면서도 전혀 희망이 없어 보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 생각이 납니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바뀐다, 변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통합민주당, 그전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그전에 열린우리당에 대한 생각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대표로서 선거를 지휘하고 전국유세를 지휘해야 하는데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도 당대표부터 앞장서서 피를 흘리면서 싸운다, 국민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사 회:다음 질문은 전영기 위원이 하십시오.


◈ 전영기:손 대표가 종로에서 박진 의원과 경합하기로 보도된 이후 여러 신문에서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습니다. 혹시 당내 조사에서는 이긴 적이 있습니까?


◈ 손학규:요즘 많이 좁혀져 가고 있다는 보고는 받고 있습니다.


◈ 전영기:출발한 지점은 오래인데 도달할 지점은 얼마 안 남았고, 올라봤자 얼마나 좁힐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데 이러다가 지는 것 아닙니까?


◈ 손학규:만약 진다면 이것이 국민의 뜻이니까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죠.


◈ 전영기:그렇다면 제 생각에는 당을 인수할 때 그 독배를 피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어떻습니까? 


◈ 손학규:제가 다른 자리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성자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주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이 길을 제가 꼭 가야 됩니까”라며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을 호소했습니다. 저도 당대표를 맡을 때도 그랬고, 또 선거에 나가면서도 이 길을 내가 좋아서 하기보다는 당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50년 전통의 정통 민주세력은 우리나라 정치의 귀한 자산이라고 봅니다. 이 귀한 자산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앞장서 나왔습니다. 선거에 나온 사람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지만 제가 종로에 출마할 때 꼭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비례대표로 가든지 아니면 지역구 출마를 하더라도 당선이 훨씬 쉬운 지역이 많이 있었는데 굳이 종로를 선택한 것은 당대표로서 어렵더라도 국민들에게 야당을 선택해 달라는 호소를 하기 위함입니다. 어떻게 보면 승패를 떠나서 맨 앞에서 피를 흘리면서 싸우는 야당 대표의 모습을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 국민 여러분, 제가 나서서 싸우겠습니다. 우리 민주당에 힘을 주시고 격려해 주십시오’라는 뜻에서 나선 것인 만큼 저는 국민들의 보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응답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전영기:그러면 4월 9일에 이길 것 같습니까?


◈ 손학규:이겨야죠.


◈ 전영기:아니, 객관적인 데이터가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별로 없거든요.


◈ 손학규:전 위원께서 자꾸 말씀하시니까 말씀인데 오늘 아침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는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까지 됐나.’ 알고 봤더니 한참 지난 자료더라고요. 3월 21일자 자료였다는데 그것에 비해서 차근차근 좁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가 출마선언을 하고도 한 일주일은 당 비례대표 공천과 공천 뒷마무리하느라 지역을 제대로 못 갔습니다. 지역을 방문하지 못했는데 불과 한 일주일 선거대책위원회 하는 것을 빼고는 요즘 열심히 지역순방을 하고 지역주민들 만나서 인사를 하는데 반응이 날이 다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주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시고 격려해 주십니다. 그래서 지금 여론조사는 실제 민심의 변화보다 늦게 따라온다고 보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전영기:지금 대표님의 평소 성격과 고결성에 비추어 보면 헌신적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이나 당의 노력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눈입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그런 처절함이나 비장함을 많이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부 신문에서 140 대 70까지 나오는데 도대체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가? 그리고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도대체 무엇이냐? 한나라당 지지자 입장에서 보면 탈당한 배신자이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사람 아닌가? 이런 정체성의 혼선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까 통합민주당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유권자들이 본다고 했지만 민주당에 대한 과거인식이 달라진 게 아니라 유권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닙니까? 본인의 정체성이 뭔지, 그 부분이 상당히 궁금합니다.


◈ 손학규:그 점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저 손학규와 통합민주당 정체성에서 어느 쪽이 진짜냐 하는 것 말이죠. 어찌 보면 저 손학규가 아직까지도 제가 생각하고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것만큼 지역선거에서 빠른 지지세,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손학규에게 통합민주당 대표라는 모자가 씌워졌기 때문입니다. 전 위원께서 너무 과분하게 ‘고결성’까지 말씀해 주셨는데, 만약 손학규 개인이 다른 상황에서 출마했다면 달랐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열린우리당의 후신, 민주당 이런 것으로 딱 모자가 씌워진 저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한편, 그러면 손학규의 민주당은 무엇이냐? 그 점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 제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 과연 손학규가 우리 편일까? 과연 손학규는 우리를 충분히 대변해줄 수 있을까? 정책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서로도 대변해줄 수 있을까? 그런 점들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지난 대통령선거 경선에서 진 뒤 정동영 후보를 외치면서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가두연설 횟수는 정동영 후보보다 제가 많고 목이 완전히 잠길 정도로 유세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서적으로 충분히 와닿지 않는 점이 있을 거라고 솔직히 인정합니다. 만약 손학규의 개성이 완전히 없어지고 기존의 민주당, 기존의 통합민주당, 기존의 열린우리당에 용해되었다면 손학규의 존재가치는 없는 것입니다. 손학규가 이 당의 대표가 되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손학규가 이 당을 바꿔 나가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학규는 과거의 진보, 과거의 소위 좌편향적 좌파정권에서 벗어나 이제 새로운 진보를 하자는 것입니다. 성장도 하고, 기회도 주고, 그리고 정의도 실현하는 이러한 새로운 진보를 추구하자. 기회와 책임도 더 많이 갖고 더 넓은 배려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의 길을 걷자는 것입니다. 과거의 민주당 틀에 그대로 안주하지 말도록 하는 것이 민주당에서 손학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손학규가 대표로 있는 민주당은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 안에 진통이 있습니다. 그 안에 정체성 혼란이 있습니다. 그 안에 아직까지도 ‘과연 손학규 정말 우리 편 맞아?’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독배라고 이야기했을 때 이것을 마시면서 내가 여기에서 그대로 쓰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실제로 했습니다. 한 가지 비유로 연어 이야기를 하면, 연어는 동해안에 있다가 태평양을 거쳐서 알래스카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회귀성 어류라는 이야기만 하는데, 연어의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연어가 4~5년 만에 돌아와서 알을 낳고 죽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죽은 사체가 거기 있을 것 아닙니까? 부화된 연어 새끼들이 그 어미를 영양으로 먹고 자란다고 합니다. 저는 통합민주당 대표가 되어서 통합민주당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바꾸는 과정에 많은 시련과 진통이 있을 것입니다. 그 시련을 지금 당하고, 겪고 있습니다. 저 손학규를 일컬어서 차도살인(借刀殺人)이라는 얘기까지 합니다. 남의 칼을 빌려서 사람 죽이고 청산하고 쇄신하고, 그러고는 당을 바꾸려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앙금을 갖고 계신 분도 있고, 많은 유감을 갖고 계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변하지 않으면 살지 못합니다. 손학규가 그 변화의 앞장에 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손학규가 있으면서도 바뀌지 않으면 민주당의 존재이유가 없고, 손학규가 당대표로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 전영기:잘 들었습니다. 연관해서 이 답만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변화를 위해서 애쓰고 계시다면 손학규가 추구하는 변화의 목표, 정치목표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제가 손 대표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큰 인상은 선진입니다. 선진 정신을 2007년, 2008년 정치에서 가장 제대로 정립하신 분이 손 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힘은 무섭잖아요? 이명박 대통령이 선진을 장악했습니다. 선진화 정권입니다. 만일 박근혜 대표나 정몽준 대표가 차기에 정권을 잡는다면 선진화 2기 정권이 될 것입니다. 그래도 대표께서는 선진화라는 국정목표, 정치목표를 계속 가지고 가실 겁니까? 


◈ 손학규:전영기 위원께서 정말 아픈 곳을 찔러 주셨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선진정부를 표방했을 때 제가 가슴을 치고 땅을 쳤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소위 정체성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해찬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당신 정체성이 뭐요? 선진을 이야기하는데 그것 한나라당 짝퉁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민주 3기 정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니다. 이제 민주정부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한 단원을 내리고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선진정부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것을 들었는지, 참모가 그것을 보고서 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선진정부를 표방해서 제가 당내에서조차 선진이라는 말을 쓰기가 난처해졌습니다. 사실 통합민주당으로 합당할 때 염두에 두고 있던 신당의 이름은 선진민주당이었습니다. 또 우연하게도 김원기 전 국회의장께서도 선진민주당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참 좋겠다고 했는데, 그 선진 이름마저 자유선진당이 먼저 써먹어서 그마저도 이름을 못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선진국가로 가는 것이고,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이 옳은 길인데 단지 이명박 정부가 그 말을 쓰고 그 개념을 썼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의 이념적인 정체성은 과거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져 오는 소위 보수적인 이념이나 과거 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이어져 오는 개혁적인 이념이 이제는 중도를 향해서 가까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결국 길게 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도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그렇게 중도노선을 놓고 가까이서 대치하는, 그래서 대치할 것은 대치하고 협력할 것은 협조하는 그러한 노선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중도에서 좌진보가 있고, 중도에서 우보수가 있고….

◈ 전영기:그러면 ‘선진’은 계속 가시는 거죠? 그러면 선진 1당, 선진 2당, 선진 3당 이렇게 되겠군요. 이회창씨의 당까지 포함해서. 그렇습니까?


◈ 손학규:그러면 거꾸로 미국의 민주당은 공화 2당, 공화 3당입니까? 그렇지 않잖습니까?


◈ 전영기:제가 더 이상 질문은 안 드리겠지만 바로 그런 정치적인 나이브한 접근이 차별성을 못 내고 결국 2등만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갖게 됩니다.


◈ 사 회:선거현안과 관련해서 안배한 시간이 상당히 지나서 이 분야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감하겠습니다. 날씨는 스산한데 패널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토론장 열기는 한껏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훈토론회에 처음 나오신 손학규 대표께서 혹시 오해하실까 봐 설명드립니다. 관훈클럽 패널들의 질문이 원래 거칠고 집요하기로 악명 높습니다. 양해해 주시고, 다만 우리 패널들도 자극적인 표현은 삼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분야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안내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패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만 토론 말미에 플로어에 계시는 내외 귀빈 여러분께서 궁금하신 점을 질문으로 만들어서 주시면 제가 취합해서 대신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무국 직원이 왔다 갔다 할 겁니다. 종이도 있고 펜도 있으니까 필요하시면 질문지를 써서 건네주시면 되겠습니다.

     두 번째 소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국회의원 총선 때마다 그랬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선거 전에는 공천받기 위해서, 선거 후에는 선거결과를 가지고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특히 그런 움직임이 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많은 데다가 각 지역구에서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할 이야기는 선거 후에 정치지형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관한 것입니다. 손 대표께서는 정계개편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와 관련한 첫 번째 질문은 최병묵 위원님께서 해주시죠.


◈ 최병묵:이번 선거를 어찌 보면 여당이 3개쯤 되고 야당은 민주당 하나밖에 없는 구도가 아닌가 하는 얘기가 바깥에서 있습니다. 그리고 친박연대 후보들은 당선 후에 한나라당에 복당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고, 이런 점에서 볼 때 결국은 아까 총무께서 말씀하셨습니다만 선거 후에는 정치판에 대규모 이합집산이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여당을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손학규:글쎄요, 잘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우선 여당의 공천싸움에 대해서 잘 이해를 못 하겠고요, 그리고 정치권력이 저렇게 커지면 저런 식으로 싸우고 나뉘어야 되는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친박연대가 비례대표 공천까지 따로 하게 되면 어떻게 분당이 되는 것인지, 당선되면 다시 한나라당으로 들어오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양당정치의 기조는 분명히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될 것입니다. 설사 친박연대나 자유선진당이 일정한 몫을 얻더라도 과연 원내교섭단체 구성까지 갈 수 있겠는가, 설사 원내교섭단체까지 가더라도 자유선진당은 특정지역을 대변하는 지역정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큰 틀에서 양당정치의 길로 갈 것이고, 우리 통합민주당이 양당정치의 한 축을 이룰 거라고 생각합니다.


◈ 최병묵:그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지난 10년간의 뿌리로 보면 이른바 서부벨트라고 해서 연대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유선진당은 이념적인 좌표가 한나라당보다도 오른쪽에 있습니다. 민주당이 정계개편 과정에서 연대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세력으로 어디를 들 수 있겠습니까?


◈ 손학규:저는 지금 통합민주당이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독자적인 제1야당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 후에 민주노동당이 양분되었습니다만 전체적인 사회 흐름이 좌파 진보주의는 결국 쇠퇴하는 경향이라고 봅니다. 극우 보수주의도 자유선진당으로 분당은 됐습니다만 자유선진당의 경우 이념적인 색깔을 제대로 띠고 있는 이념정당으로서의 성격은 약해 보입니다. 한나라당이 보수정당이지만 개혁적인 보수, 중도보수의 길로 갈 것으로 보이고 통합민주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중도적인 진보, 중도개혁의 길로 가게 될 것입니다. 통합민주당은 민생을 중시하는 실제적인, 실천적인 진보의 길로 갈 것입니다. 그래서 중도보수와 중도진보의 양당구도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유선진당이 과거의 자민련과 같이 특정지역을 대변하는 지역정당으로 존립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인 생명력을 갖는, 자기정체성을 갖는 정당으로 존립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까 정체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민주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통합민주당은 진보주의를 계속 유지하고 표방할 겁니다. 그러나 그 진보주의는 과거의 맹목적 좌파주의나 좌파적 진보가 아니라 실용적이고 실천적이며 개혁적인 중도진보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 최병묵:하나만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영남지방에서도 그렇지만 호남에서도 무소속이 상당히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 번 질문을 받으셨겠지만 특히 박지원씨나 김홍업씨 같은 무소속 후보가 복당을 원할 경우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 손학규:지금 박지원씨, 김홍업씨의 당선이나 복당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대표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지금 그 지역에 민주당 후보가 나와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하는 것이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도리이고 임무입니다. 당대표로서 지금까지 수족같이 일하던 사무총장이 결국 출마를 위해서 탈당하고 나갔을 때 제가 끝까지 안 하려고 했으면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 두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신계륜 사무총장 같은 경우는 여러 가지 생각해야 될 점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원칙에 의해서 배제된 사람이 탈당해서 출마했기 때문에 거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공당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생각에서 기본원칙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정말로 눈물을 머금고 공천을 했습니다. 이러한 기본원칙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모두 다 같이 적용될 겁니다.


◈ 사 회:고대영 위원 질문하시죠.


◈ 고대영:이왕에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실장 얘기가 나왔으니까 계속 질문하겠습니다. 조금 전에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지금 목포 무안에서는 이희호 여사까지 직접 나섰습니다. 동교동이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든 것인데 결국은 반민주당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박지원 실장이나 김홍업 의원을 당선시키려면 동교동이 반민주당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도 거기에 대한 맞대응이 있어야 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개입에 대해 손 대표께서 직접 맞대응해야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 손학규:참 난처한 질문을 하시네요. 이 질문이 꼭 나오리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게 저를 괴롭히셔야 되겠습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느 정치인 중 한 분이고, 지나간 정치인 중 한 분이라면 아무렇게나 막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서, 우리 역사에서 실제로 특별하고 특출한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나라 민주화를 위해서 몇 번이나 목숨을 던지셨고, 현해탄에 빠뜨려지는 등 많은 죽음의 위기에 있었습니다. 민주화에 정말 큰 역할을 하셨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일반인이 생각하지 못하는 과감하고 전향적인 정책을 갖고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어놓으셨어요.

     정말 저로서, 당대표로서 난처한 것은 통합민주당이 탄생했을 때, 그전에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대통합을 이루었을 때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격려해 주신 분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제가 대통합민주신당 대표가 되었을 때 “1955년에 탄생한 50년 전통의 민주당 정통 맥을 이은 당이 대통합민주신당이다. 특히 민주당과 합당하여 민주세력이 총결집해서 제대로 정통 맥을 이었다”고 축복해 주신 분입니다. 이분이 오죽하면 아드님과 왼팔과 같은 박지원씨 나가는 것을 말리지 못했겠습니까? 그러한 어려움이 있는데 제가 여기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일이고, 다만 우리 국민들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그냥 한 시대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의 추앙받는 원로로 남기를, 또 그렇게 계속 존경받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씀만 이 자리에서 드리고 싶습니다.


◈ 사 회:이유식 위원 정리해 주시죠.


◈ 이유식:선거가 일주일 남았는데 선거 이후 민주당의 거취, 그중에서도 손학규 대표는 어떻게 되는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당락 여부는 지금 판단할 수 없지만 일단 4월 총선 이후 3개월 이내에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전당대회에 출마하실 겁니까?


◈ 손학규:하는 게 좋을까요, 안 하는 게 좋을까요? 저는 말이죠, 사실 작년 10월 15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하루이틀 전쯤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경선으로 내 정치를 일단 마감하자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전에는 12월 19일 대통령선거로 결판을 낸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선에 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죠. 경선 같은 것 별로 생각을 안 했으니까요. 그런데 경선에 안 되고 나니까 경선 안 되고 그냥 그만두면 치사한 사람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경선 상대방을 위해서 제 있는 힘껏 열심히 일했습니다. 안 되는 선거였습니다만 저 나름대로 기적을 바라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제 역할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그러나 저를 도왔던 많은 사람들, 저를 돕지 않았더라도 당의 많은 사람들 총선 뒷바라지를 어떻게 해줘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제가 당대표가 되었습니다.

     당대표가 된 경위는 다 아실 테니까 말씀 안 드리겠고, 여하튼 누가 해도 해야 될 일이니까, 야당이 죽어서는 안 되니까, 야당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다시 일으켜 세워야 되니까… 그래서 이리 찾다 저리 찾다 그래도 손학규가 제일 낫다 싶어서 손학규를 세웠으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에 종로에 직접 출마한 것도 우리가 공천혁명을 통해서 숱하게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나자빠지고 했는데 그래도 국민들은 마지막 완결편을 보고 싶어 한다, 당대표가 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 생각에서 앞장서 나섰습니다. 당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건강한 야당이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생각이고, 최선을 다해 총선을 치르고 야당이 야당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총선을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 그 다음에 저 자신에 대해서는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 사 회:손 대표 답변과 관련한 보충질문이 없으면 전영기 위원님 이어서 질문해 주시죠.


◈ 전영기:보충질문하고 본질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국민은 자기 나라 정치에 대한 예측성을 높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손 대표의 그동안 인생역전을 보면 2012년 대선에 도전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정치인, 특히 주요 정치인들은 자기의 야망과 꿈을 제시하고 비전을 제시해서 심판받는 것 아닌가요?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 능사가 아니죠. 유권자들은 손 대표가 3개월 후에 있을 민주당 당권에 도전할 것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2012년에 어떻게 할 것인지 아주 짧게 대답해 주십시오. 그러고 나서 본질문 하겠습니다.


◈ 손학규:별로 대답할 것이 없는데요.(웃음) 아까 전영기 위원님께서 조금 이따 다시 얘기하겠다는 말씀에 대해서 제가 뒷머리가 켕겨서 다시 말씀드립니다. ‘선진’ 이야기 하니까 정체성 아이덴티티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바로 그러한 사고방식, 그러한 양도절단식 사고방식이 우리나라 정치를 묶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진’, 뭐가 잘못 됐습니까? 야당이 선진을 이야기하면 ‘여당 짝퉁’이라고 하는데 그게 마타도어입니다. 그게 우리 정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언론인 앞에서 언론에 도전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언론에 대해서 정중하게 요구합니다. 바로 언론이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끌고 나가야 된다. 그것이 선진정치다’라고 격려해 줘야 합니다. 저는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통합민주당이 쇄신해야 합니다. 과거에 있던 사람 자른다고 초선밖에 안된 사람과 의정 성적 나쁘다며 30%씩 일률적으로 귀한 존재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시대적인 요구이고 국민이 뭔가 바뀌는 것을 원하니까 그렇게 국민들에게 보여주겠다며 불합리한 아픔을 겪으며 쇄신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자세, 노선의 변화입니다. 과거 이념에 사로잡혀서 나아가지 못하는 것부터 그 틀을 깨고 나아가야 제대로 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 회:남은 시간이 얼마 안 돼서 토론의 진행속도에도 신경 써야 될 상황이 되었습니다. 손 대표께서 한참 말씀하셨지만 보충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전영기:7월에 당권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지 답변해 주십시오.


◈ 손학규:7월에 당권이 있을지, 언제 있을지도 아직….


◈ 전영기:3개월 내에 하기로 되어 있답니다.


◈ 손학규:여하튼 4월 9일 지나면 다음 당권이나 전당대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 전영기:당권 도전에 대한 준비입니까?


◈ 손학규:당권 도전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전당대회 준비를 제가 할 겁니다.


◈ 전영기:아무튼 부탁드립니다. 유권자들이 알고 싶어 합니다.


◈ 손학규:관심없을 걸요.


◈ 전영기:아닙니다.


◈ 손학규: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제가 당대표를 하니까 국민들이 왜 정치를 싫어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정치가 정치인만의 게임, 정치인 상호간의 게임으로 시간과 정력 소진이 너무 많아요. 국민이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국민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누가 당권에 도전하는지. 전 위원께서 국민들이 알권리가 있다고 자꾸 말씀하시는데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전영기:역시 정치는 사람이 하는 거죠. 생각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라 사람이 궁금한 것입니다. 지금 통합민주당이 전체적으로는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도장을 나눠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법적으로 유일대표는 손 대표님이라고 하지만 실제 정치 가담에서 보면 철저하게 박상천 의원님과 두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군색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선거라는 행위가 지나고 나면 공동체제가 해체되어야 하지 않나요? 박상천 대표와 헤어지라고 누가 얘기하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 손학규:헤어지라고요?


◈ 전영기:예, 단일로 가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손학규:같은 집안 식구가 됐는데 왜 자꾸 나가라고 해요? 정치과정에서 민주당과 합당할 때 여러 가지 진통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말 못할 사정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말 안하고 있습니다. 아마 무덤까지 갖고 가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별것 아니지만. 여하튼 양당이 합당을 했는데, 아무리 한쪽이 세가 작고 한쪽은 크다 하더라도 합당하려면 서로 존중해야 될 것 아닙니까? 그것이 또 하나의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그 현실을 무시하라는 것도 문제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지혜를 발휘해서 지금까지 끌고 왔습니다. 사실 저는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웬만큼은 스스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지난번 어떤 자리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비례대표, 민주당 몫으로 얼마큼 배려했습니다” 하고 까놓고 이야기했어요. 사실 옳은 정치행태는 아닙니다. 또 우리가 비례대표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나눠먹기를 단 한 석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떡합니까? 그런 현실 속에서. 그리고 공동합의제를 운영하면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존중할 것은 존중하면서 지금까지 해왔습니다. 이번 총선이 끝나고 앞으로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서 이제는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완전히 한집안으로 화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리라고 봅니다.


◈ 사 회:알겠습니다. 이번 선거에 국민들의 관심이 참 많습니다. 각 당의 공천이 워낙 늦은 데다가 정책대결도 없고 선거 흐름을 바꿀 이슈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이제는 사상 최저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늘 저희가 몇 가지 분야의 질문을 더 준비했습니다만 정책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시간이 있으면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최병묵 위원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돌리시고 정책 이야기를 해주시죠. 


◈ 최병묵:대북정책에 대해서 질문하겠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내놓은 여러 가지 대북정책을 종합적으로 보면 새 정부와 북한 사이에서 양비론 내지 균형자론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북한 노동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실명을 거론하면서 ‘역도’라는 표현을 썼고 그전에도 여러 가지 공세적으로 나왔는데 그것을 한번 평가해 주시죠.


◈ 손학규:지금 최 위원께서 양비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양비론입니다. 우선 북한이 개성공단의 경협사무소 직원을 퇴거 조치한 것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또 미사일 쏜 것도 그것이 아무리 정례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이고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서 쏘았다 하더라도 미사일 발사가 갖는 정치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아는 북한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한 거죠. 저희는 북한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바꿔 나갈 수 있는 것, 여기에 대해서 내부적인 비판과 검토를 하자는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우리가 원칙만 갖고 할 수 있는 것과 원칙 내지는 표면적인 대의명분과 달리 또 꾸려 나가야 될 점, 이런 것들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만 따지면 통일부 장관이 “북한이 핵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을 확대할 수 없다”고 한 것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핵문제를 저렇게 질질 끌고 있으니까요. 또 북한에서 남한을 향해서 핵무기를 쏘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합참의장으로서 “선제 타격하겠다”는 것은 맞는 이야기입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과 합참의장직은 그냥 단순히 교과서에 있는 이야기를 원칙론적으로 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한 발언이 북한과 상호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북한이 어떻게 대응해 나올지에 대한 정치적인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원칙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사실 북한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자세가 반영된 것입니다. 만약 김대중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북 포용론이 한참 우세한 상황에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합참의장이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같은 내용이라도 그런 식으로 답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 그런 발언은 북한을 자극하거나 북한의 다른 대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내용을 갖고 얼마든지 표현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이어온 적극적인 대북 포용론, 적극적인 대북 화해협력, 교류협력에 제동을 걸고 대북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누차 이야기하면서 정책변화를 강하게 시사하는 과정에서 그 얘기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정책변화는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는 기본적으로 보수정권이니까 보수정권으로서 대북정책 변화는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큰 흐름, 남북의 교류‧협력이라는 큰 흐름을 거부할 것이냐, 특히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경제교류, 경제협력 이것을 거부할 것이냐, 그리고 동북아시아 평화라는 틀 이것을 거부할 것이냐는 중요한 겁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아직 대북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과 입장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익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보수적인 정권이라 하더라도 남북이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경제공동체의 길로 가고, 그 과정에서 북한에게만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산업, 남한의 기업도 이득을 보고, 그래서 경제와 고용의 기회를 쌍방간에 더욱더 높이는 것은 커다란 흐름이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성공단은 단지 중간에 하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간의 대북정책이 부분적으로 비판받아 왔다고 해서 지금 그것을 강조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을 가져오는 모습을 취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것의 여파가 이번 남북관계 경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점이 남북간의 평화, 한반도의 적극적인 교류‧협력, 이런 면에서는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분명하게 선을 긋는 정책적인 차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통일부를 없애겠다는 발상이 결국 이렇게 표현됐다고 보는 것입니다.


◈ 최병묵:짧은 질문 하나만 더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까 전반적인 톤이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뉘앙스인데요….


◈ 손학규:단순한 발언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자세와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최병묵:그러면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지금 과거 정부와 많이 달라진 부분인데요.


◈ 손학규:북한인권, 당연히 문제가 제기되어야 합니다. 이번에 진보신당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다만 저 자신이 유신체제하에서 인권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사람으로서 북한문제를 생각할 때 북한에서 억압받고 있는 일반국민, 대중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말하는 북한인권과 NGO 차원에서 말하는 북한인권, 국제기구에서 말하는 북한인권은 각각 차원이 다르다고 봅니다. 정부나 대통령이 말하는 북한인권의 발언 수위, 입장 수위와 야당이나 NGO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고 보고, 정부에서는 생각이 있어도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이 정부 차원의 대화이고 그것이 소위 외교적인 발언 형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우리가 제기하고 다루되, 커다란 틀에서 남북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의 진전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 회:준비한 질문은 많습니다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패널의 질문을 하나만 받겠습니다. 세 분 중 어느 분이 해주시겠습니까? 네, 이유식 위원 해주시죠.


◈ 이유식:지금 우리 사회가 삼성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특검 이야기인데 8일로 2차 활동시한이 마감되고 3차가 예정되어 있는데 어제만 하더라도 경제단체, 종교계 등에서 특검 연장을 그만두고 소위 국가경쟁력이라든지 기업의 활동, 활성화 차원에서 중단을 요청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손 대표 입장을 짧게 말씀해 주십시오.


◈ 손학규:여러분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정몽구 현대자동차 사장이 구속되었을 때 당시 여당으로서 경기도지사의 위치에 있었는데 “구속은 잘못되었다. 불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던 사람입니다.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의 총수를 구속해서 우리 경제에 이득이 될 것이 무엇이냐, 우리 경제의 국제적인 신용도는 어떻게 될 것이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삼성특검의 경우 조사할 것 다 해서 털어낼 것 다 털어내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와서 적당한 선에서 국가경쟁력 어쩌고 해서 뒷마무리 제대로 못하는 것보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재벌기업의 재무구조나 편법상속 문제를 깨끗이 털어야 됩니다. 삼성 자신도 이제 삼성이기 때문에 국민이 보호해 줘야 된다는 생각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 과정을 통해서 여러 가지 입장이 다르겠습니다만 국민들이 삼성에 대해 그렇게 산뜻한 느낌을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상상도 못하는 미술품을 이용한 일종의 불법‧편법 축재 같은 것들은 투명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의 글로벌 기업이라면 모든 도덕적인 기준도, 투명성 기준도 글로벌 기준에 맞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 전영기:하나만 보충질문드리겠습니다. 유엔의 북한인권보고관 임기 연장투표를 최근에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노무현 정부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손 대표가 대통령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 손학규:그건 조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그 위치에서 저를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국민적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해서 간단하게 그냥 찬성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북한문제의 제기 수준과 차원은 각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북한인권보고관 임기 연장에 찬성한다는 것과 그것이 북한인권을 개선하고 향상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사 회자:약속한 대로 플로어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시간상 2개만 대신 질문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혁파하고 CEO를 공모하겠다는 보도입니다. 낙하산 인사와 코드인사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김대중 정권, 특히 노무현 정권과 뿌리가 같은 귀당이지만 이명박 정권에 박수를 쳐주어야 할 일 아닙니까?” 답해 주시죠.


◈ 손학규:낙하산 인사를 어떻게 했다고요?


◈ 사 회:“낙하산 인사를 혁파하고 CEO를 공모하겠다”는 방침이 보도되었습니다.


◈ 손학규:그렇게 하려고 했으면 최시중씨 방송통신위원장 하지 말았어야죠. 할 말, 할 자격 없는 이야기입니다. 최시중씨 같은 대통령의 정치적인 최측근을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서 무슨 낙하산 인사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습니까?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마음속으로 분노합니다. 제가 말이죠, 우리 당내 여러 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에서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을 공모했습니다. 사실 당내 비판이 많습니다. 어느 때 생각하면 후회도 됩니다. 결국 방송통신과 관련해서, 특히 방송과 관련해서 야당인 우리 당의 입장을 대변해줄 사람이 있는데 순진하게 공정성과 독립성만 생각하고 전문가를 추천했습니다. 그분이 과연 앞으로 통합민주당의 당파성을 앞에서 보호해줄 것인가, 지금 생각하면 별로 자신이 없어요. 그러나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됩니다. 대통령이 방송위원회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모습을 보여 줬어야죠. 최소한도 그 분야에 가까운 사람으로 하더라도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그 분야에서 존경받는 사람을 형식적으로나마 임명했어야죠. 그런데 무슨 낙하산 인사를 이야기합니까? 자격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이야기 제 앞에서 하지 마십시오. 정말 화납니다.


◈ 사 회:첫 번째 질문은 안병찬 회원께서 해주셨던 질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손학규:제 말이 맞지요?


◈ 사 회:두 번째 질문 드리죠. 오건환 회원께서 주신 질문입니다. “통합민주당의 선거전략은 오로지 부정적인 것만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손 대표의 기조연설을 볼 때 10페이지 가운데 5페이지는 대운하에 대한 비판과 부정이고 당의 자성과 다짐이 2페이지 반, 6개항의 정책은 겨우 2페이지로 되어 있을 정도다. 정책을 알려서 표를 얻겠다는 생각이 모자라는 것 아니냐는 인상이다. 남은 선거기간만이라도 정책을 설명해서 왜 피를 흘리면서 인적 쇄신을 했고, 잘린 사람은 왜 잘렸는지, 영입한 사람은 왜 영입했는지 설명해야 되는 것 아닌가?” 오건환 회원께서 주신 질문에 답해 주십시오.


◈ 손학규:정책을 충분히 말씀드리지 못한 것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오늘 패널 운영에서 보셨듯이 어차피 관훈클럽 토론회가 정치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주를 이루었습니다만 야당으로서 정부 여당의 잘못을 알리고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은 야당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어떻게 바뀌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바뀌려고 노력하는 저희의 모습을 받아 주십시오’라고 호소한 것입니다. 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매니페스토 정책자료집도 나와 있고 정책을 알릴 기회들이 많이 있었고, 그리고 관훈토론회는 아주 구체적인 정책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되어서 그렇게 했다고 변명 삼아 말씀드립니다.


◈ 사 회:손 대표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손 대표께서 패널들의 거칠고 집요한 질문, 그래서 조금 불편하셨을 법한 질문에 시종 성의껏 답변해 주신 것, 그리고 바쁜 시간에 오셔서 귀중한 말씀 들려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질문을 해주신 패널 여러분께도 수고했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것으로 오늘 토론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저희가 전통적으로 토론에 응해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시는 연사께 감사의 뜻으로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념패를 전달하겠습니다.

 

                                                                   기념패.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관훈클럽은 귀하를 초청연사로 모신 가운데 유익한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하와 함께한 소중한 이 자리는 51년을 이어온 관훈클럽의 전통과 더불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2008년 4월 2일

                                                        관훈클럽 총무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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