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초청 관훈토론회

초청자 :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개최일 :
2008-11-13
조회수 :
5,734
첨부파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초청 관훈토론회


일시:2008년 11월 13일(목) 오전 7시 30분

장소: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


사회:김형민 관훈클럽 총무(SBS 보도제작국 부국장)

토론:이미숙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

         박두식 조선일보 논설위원

         강태호 한겨레신문 남북관계 전문기자

         이강덕 KBS 정치외교팀 차장



김형민(관훈클럽 총무·SBS 보도제작국 부국장‧사회):오늘 관훈토론회에 모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께서는 세계금융정상회의를 위해서 내일 워싱턴으로 출국하셔야 하는 등 일정이 바쁘십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관훈클럽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시의적절하게 유명환 장관님을 잘 모신 것 같습니다. 우선 식사를 하신 다음 장관님의 기조연설을 듣고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식사)

오늘 토론회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님의 일정이 바쁘셔서 좀 바쁘게 진행해야 될 듯싶습니다. 그래서 아직 식사 중인 분도 있지만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유명환 장관님의 기조연설을 듣기 전에 유 장관님 약력을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나셨고,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시고 73년에 외교부에 들어가셨습니다. 공보관, 대통령비서실 외교비서관, 북미국장, 주미공사를 거쳐 주이스라엘 대사, 주필리핀 대사, 2차관, 1차관, 그리고 주일본 대사 등을 역임하셨습니다. 그러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님의 기조연설부터 들으시겠습니다.


유명환(외교통상부 장관):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외교통상부를 맡고 있는 유명환입니다. 오늘 사실은 한 20분 정도 ‘한국의 외교정책―주변 4국의 외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텍스트를 준비했습니다만 모두발언이 너무 길면 재미없다고 사회께서 말씀하셔서 준비된 텍스트를 요약해서 한 10분 내에 제 말씀을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10시부터 국회 외교통상위원회가 있는데 예산문제를 다루는 상임위이기 때문에 제가 거기 참석해서 예산을 확보해야 우리 외교통상부가 내년에 먹고살기 때문에 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먼저 1957년에 발족한 관훈클럽은 우리 언론사의 산증인으로서 언론계 발전과 사회공론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이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관훈클럽 초청으로 언론인 선배, 후배 여러분과 함께 우리 외교정책에 관해서 잠깐 생각을 같이 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9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간 저희 외교통상부는 정상회담을 비롯한 주요 외교일정을 소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특히 주변 4국과의 정상회담을 모두 잘 마치고 그후에도 30여개 국가들과 정상외교를 갖는 등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 들어와서 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국에 치중했냐 하는 것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지금의 국제사회는 세계화에 따른 상호 의존성이 증대되고 있고 더군다나 국가간 협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을 정확히 인지하면서 글로벌 거버넌스에 동참해서 우리 입장을 반영하고 제반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우리로서는 이런 주변 4국과의 관계를 먼저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과 주변 4국이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영역에서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교역규모의 약 45%, 그리고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의 36% 또 인적 교류의 62%를 이런 주변 4국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변 4국은 우리의 외교영역뿐만 아니라 한국의 총체적인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변 4국과의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경제발전, 문화적인 풍요를 뒷받침하는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변 4국과의 외교정책을 통해서 몇 가지 우리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걸 간단히 요약하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전략적인 관계망을 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주변 4국과의 외교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그동안 네 나라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관계망을 구축했습니다. 우선 미국과는 공동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또 일본과는 상호 존중과 이해에 바탕을 둔 미래지향적인 성숙한 동반자 관계라고 선언하고 우리가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를 지향하기 위한 공동의 이해영역을 점차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우리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규정하고 상호 협력의 폭과 이해를 더 깊이 해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위와 같은 외교를 통해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구조를 위한 공조의 틀을 갖췄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주변 4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는 여러 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낳았습니다. 우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4국과의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한미 양국은 이런 새로운 한반도 평화구조를 위한 것을 염두에 두고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통해서 이러한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중국과도 세 차례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여러 가지 남북관계 개선, 북핵문제 해결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고, 러시아와도 고위급 외교를 통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을 확보하기도 하였습니다.

세 번째로 경제협력의 확대․심화를 들 수 있겠습니다. 특히 한미 양국은 FTA 관련해서 많은 협의를 했고, FTA가 한미 양국간 교류의 법적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한미관계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우리 국회가 FTA 한미 비준 동의를 이른 시일 내 처리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세계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한미간에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통해서 우리 외화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일본과도 이러한 경제협력 확대 심화를 위해서 비즈니스 서미트 라운드 테이블(Business Summit Round Table) 개최합의를 비롯한 재계간 협력을 확대하고 무역역조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도 협의하고 있습니다. 중국과도 우리가 2010년에 2,000억 달러의 교역을 목표로 상호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는 에너지자원 외교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2015년부터 연간 750만 톤의 천연가스를 도입함으로써 우리 국내 수요의 거의 20%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 외에 원자력, IT, 나노, 우주 기술에 관한 26건의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네 번째는 이런 주변 4국과의 국민편의 증진 및 인적교류 확대에 관련해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과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합의해서 실시하기로 해서 이달 17일부터는 우리가 미 대사관 앞에 길게 줄서서 비자를 받는 수고를 안 해도 되도록 돼 있고, 또 사증 수수료 절약만 해도 1,000억 원이 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국, 러시아와도 사증 발급절차를 개선하기로 이미 합의해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쌍방향 인적 교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20~30대 우리 젊은이들이 미국과 일본에서 체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해서 미국과는 5,000명 규모의 대학생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1년 6개월간 머물면서 어학연수․인턴십을 하면서 돈도 벌고 여행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일본과는 현재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확대해서 2012년까지 현재보다 3배 가량 증가해 연 1만 명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외국에 가서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하고 또 취업도 하는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런 국제사회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이슈, 또 우리의 대응관계에 대해 종합적으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세계는 지금 통신수단의 발달 등 세계화 확산으로 인해 긴밀한 국제협력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세계금융위기 확산과 파급은 글로벌 거버넌스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한 나라에서 촉발된 문제가 전 세계적 문제로 확산되면서 이제는 범세계적인 문제에 대해서 외면할 수 없고 국제공조의 틀을 확고히 하는 것이 하나의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11월 15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세계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도 우리가 범세계적인 문제,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가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최근 미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내년 1월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미간 미래동맹비전에 관한 문제도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11월 7일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이 전화로 ‘한미동맹관계 강화가 아시아 평화안정에 초석이 된다’는 데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한 것은 매우 중요한 스타트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주변 4국의 외교 중요성과 성과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외에 특히 한국과 아세안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국과 아세안 관계 20주년이 되는 내년 6월 1~2일 제주도에서 한국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전통적인 EU국가들과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내에 EU와 FTA 협상을 종결시키도록 지금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고, 어제 우리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브뤼셀에 가서 마지막으로 최종적인 타결을 시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정부는 성숙한 세계국가, 즉 글로벌 코리아라는 비전 아래서 외교정책을 추진해나갈 생각입니다. 한반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서 넓은 시야와 능동적인 자세로 국제사회와 적극 교류하는 그런 국가를 지향하려는 것입니다. 앞으로 정부는 취임 첫해에 구축한 한반도 주변 4국과의 전략적 관계망을 밑거름으로 세계 각국과의 협력관계망을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 하순 페루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12월 14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12월 17~18일 태국에서 개최되는 아세안+3개국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여러 가지 다자외교 기회가 많습니다. 이런 걸 이용해서 우리가 지향하는 글로벌 코리아를 실현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경주해나갈 생각입니다. 언론인 여러분께 우리 외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리면서 제 모두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 회:장관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유명환 장관님을 모시게 된 이 시점이 모두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여러 가지로 적절한 것 같습니다. 우선 이달 초에 미국의 새 대통령이 당선됐죠. 미국 사회에서 변화의 아이콘이 된 버락 오바마 후보가 44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크나큰 변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21세기 전략동맹 파트너인 한국과의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또 오바마가 북한과 직접대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거기에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대북정책을 선제적으로 바꿀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제시되는 상황입니다. 또 바로 어제 북한에서 육로방문까지 금지시키는 일이 있어서 이런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여러 가지 궁금증이 커져 가는 시점입니다. 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을 맡고 계시기도 한 유명환 장관님이 오늘 우리가 준비한 많은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주실지 기대가 큽니다.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 질문해주실 패널들을 소개해 드리지요. 제 왼쪽부터 이강덕 KBS 정치외교팀 차장 소개합니다. 그 옆이 박두식 조선일보 논설위원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계신 이미숙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을 소개합니다. 그 옆이 강태호 한겨레 남북관계 전문기자입니다. 이 네 분이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패널들이 오늘 토론을 위해서 여러 차례 준비모임을 가졌는데 질문­답변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하겠습니다. 그러나 오늘 질문의 초점은 아무래도 한미관계와 북미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첫 질문은 이강덕 기자가 해주시겠습니다.


이강덕(KBS 정치외교팀 차장):장관님께 오바마나 북한 같은 관심사를 질문드리기 전에 워밍업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우리 외교정책의 밑그림 혹은 장관의 역할이 뭔가 하는 것과 관련된 것인데요, 지금 이명박 정부의 외교전략이나 트레이드마크가 없지 않느냐 하는 지적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장관님께서 내세우실 수 있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트레이드마크나 핵심적인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4대 교린정책이나 백화점식 외교를 지향하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요, 관련해서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는 장관들이 정책과 관련된 결정권 이런 것이 좀 적지 않은가, 이게 다른 정치적 외풍이나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지지기반 세력에 너무 휩쓸리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눈에 띄는 외교적 전략이나 트레이드마크로 삼을 수 있는 정책이 눈에 안 보이지 않는가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장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명환(외교통상부 장관):백화점식 나열로 답변하지 말라고 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새 정부의 외교는 창조적 실용주의 외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겠습니다. 우리가 외교를 하고 남북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이념적 테두리와 굴레에서 벗어나서 어떤 사안을 보고 분석하고 거기에 대한 대응을 결정할 때 무엇이 국익에 맞느냐를 본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창조적 실용외교라는 얘기를 해왔습니다.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 역사적 교훈을 볼 때 우리가 주변 4국, 4강과의 외교가 중요하고 특히 전통적인 한미동맹관계를 21세기 새로운 시대의 요구와 도전에 맞춰나가기 위해 새로운 전략동맹으로 확대․발전시켜 나가고 있는데 이를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외교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한일관계도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대두되는 문제가 그러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21세기 외교 패러다임은 과거 냉전시대같이 제로섬 게임으로 볼 수 없다, 강화된 한미동맹관계가 한중관계, 한러관계를 강화하는 데 절대 지장이 되지 않는다, 이것을 플러스 섬으로 정의해가는 것이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봅니다. 제가 중국에 가서 한중 외교장관회담 할 때도 그런 새 정부의 외교방침에 대해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서 장관의 정책결정권이라든가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새 정부의 장관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소신에 따라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재량과 여건이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금까지 9개월 하면서 그런 점에 대해서 한 번도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각 부처의 자율권이 더 커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정부에서는 청와대에서 외교정책을 쥐고 있었는데 그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각 부처 정책결정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면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오히려 각 부처 장관의 정책적 재량권이 더 넓어진 것이 아닌가 이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 회:다음 질문은 박두식 위원이 해주시겠습니다.


박두식(조선일보 논설위원):오바마 시대의 한미관계에 대해 질문하겠습니다.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우리나라 안팎에서 한미관계에 대해 여러 전망과 또 한편에서는 우려와 기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장관께서는 “오바마 정부와 한국 정부의 외교공조는 딱 들어맞을 것이다” 이런 낙관론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오바마 당선자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이라든지 오바마 정부의 한미 FTA에 관한 입장 등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장관님께서 ‘딱 들어맞는다’ 표현을 쓰시면서까지 낙관론을 펴시게 된 구체적인 근거가 뭔지가 일단 궁금합니다. 외교부 장관께서 직관과 느낌에만 의존해서 근거 없는 말씀을 하셨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그런 낙관론을 펴신 근거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명환:전에 강태호 기자님께 해명했습니다만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강 기자님께서 질문하셨는데 마지막에 여러 분들이 자꾸 ‘한미간의 엇박자, 엇박자’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시기에 제가 회견을 끝내면서 웃으면서 “엇박자보다는 딱 들어맞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 것이 조금 확대해석된 것 같습니다. 저는 북핵문제에 관해서는 오히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왜 그러냐면 매케인 후보의 대북정책보다는 오바마 당선자의 대북관이라든가 그분이 지금까지 말씀한 여러 가지 내용을 보면 오히려 남북관계, 대북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우리와 거의 똑같다고 하면 어폐가 있습니다만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참고하기 위해 오바마 당선인이 몇 가지 한 얘기를 자료로 준비하면서 더욱더 그러한 생각을 했습니다. 

딱 한 가지만 예를 들겠습니다. 우리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발하기 전입니다. 올해 2월 11일 상원 전체회의 발언록에 있는 얘기인데요, 오바마 후보의 발언이 어떻게 되어 있냐 하면 “나는 북한에 대한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확고하고 단호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한국 국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공동의 목적 아래 단합된 힘으로 전진한다는 것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더군다나 최근에 10월 11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데 따른 성명을 뭐라고 냈냐 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결정은 적절한 대안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철저한 검증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모든 6자회담 참가국들을 선도해서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고 최근 철회한 제재를 재개하면서 새로운 제재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제가 대북문제를 앞으로 풀어가는 데 있어서 한미간 공조에 있어서는 오히려 오바마 후보와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개인적인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제가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이 머리에 있기 때문에 제가 무심코 그런 얘기를 한 것 같습니다.


박두식:지금 말씀하신 개인적인 판단이나 무심코 머릿속에서 나온 말씀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바마 당선자의 당선 가능성이 지난 9월 이후에는 상당히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 외교채널을 통해서 다각도의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관께서 오바마 시대의 한미관계를 낙관하실 때는 거기에 근거한 말씀이셨는지 어떤 판단을 여쭤봤던 겁니다. 다음으로 이명박 대통령께서 조선일보, 마이니치, 타임지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얘기했던 “김정일 등 악의 축 리더들과도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셨습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이 어차피 오바마 당선자는 북한과의 직접대화라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로서는 이를 막을 레버리지가 없으니 아예 지지를 표명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 말씀하신 건지, 아니면 미북 정상회담까지 가는, 오바마 당선자가 밝힌 그런 대북 접근법이 지금 현재 북한 핵문제라든지 현 상황을 푸는 데 훨씬 유용하다고 판단해서 말씀하신 건지 이에 대한 장관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유명환:사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오바마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거라는 전망이 가능했고요, 제가 조금 아까 말씀드린 그런 내용은 우리가 그동안 쭉 오바마 진영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인사들, 그중에 대부분은 클린턴 정부 때 현역에서 활동한 사람입니다만 그들과 한국대사관에서 끊임없이 만나고 본국에서 출장 갈 때마다 접촉하며, 저도 접촉했습니다만 그러한 교감을 쭉 가져오며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제가 무심코 그 말을 했다는 것은 그것이 가장 진실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미북간 정상회담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정상회담이 6자회담 테두리 내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었고 오바마 당선인의 취지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이 실현되려면 핵문제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가 대외적인 외교의 근간으로 삼는 민주주의 인권문제에서도 어떠한 진전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우리가 다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미북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것은 현재 미국 시스템과 의사결정구조를 볼 때 상상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한미간 긴밀한 공조 속에 북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고 북한의 민주주의 인권이 향상된다면 우리가 미북 정상회담을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여러분들 다 잊어버리셨겠지만 우리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우리와 친한 우방들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하도록 촉구해 왔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봉쇄하거나 북한의 대외관계를 저해하려는 건 이미 냉전종식 후에 없어졌고, 우리가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 그렇게 우려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 회:네, 이강덕 기자 보충질문 있으시다고요? 되도록 짧게 해주시죠.


이강덕:북미 정상회담 전에 한미 정상회담, 즉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먼저 있는 게 순서인 것 같고요, 저는 그 일정을 잡는 게 긴급하다고 봅니다. 특히 북한이 정권교체기에 상례적으로 해온 일종의 테스트를 시작하고 나섰는데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그런 일정들을 빨리 짜는 게 중요한데 언제쯤 만나실 계획을 짜고 있습니까? 아니면 오바마 대통령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든지, 이런 계획이라도 짜야 될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유명환:미북간 정상회담이 당장 가능하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아까 말씀했듯이 특히 핵문제에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고 또 완전히 검증이 가능한 북한의 핵폐기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정상회담은 아직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구상이나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미국 입장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시급한 것이 국제금융위기 해소이며, 그 다음에 미국 국내외적인 큰 이슈로 되어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치중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몇 월쯤, 언제쯤 한미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망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듭니다.


사 회:진행과 관련해서 패널들께 안내말씀드리면 아까 장관님께서 국회일정을 말씀하셨는데 그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9시 20분까지 끝내달라고 요청하셨어요.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안 됩니다. 그래서 패널들이 미리 준비한 많은 질문들을 건너뛰어야 될 것 같아서 사회자가 일방적으로 질문을 안배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질문은 북핵문제와 6자회담 카테고리에서 하겠습니다. 이미숙 기자가 해주시죠.


이미숙(문화일보 정치부 차장):장관님 오시기 전에 북한이 오늘 토론회 모임 축하라도 하듯이 많은 얘기를 쏟아냈는데요, 일단 북핵문제 관련해서 말씀하셨듯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있었고 여기에 대해 일본은 상당히 반발했고 우리 정부도 일종의 입장표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북한에서 북핵검증의정서 관련해서 시료채취, 즉 샘플링을 허용 못하겠다는 얘기를 했는데요, 그렇다면 핵검증의정서 만드는 작업이 어려워지는데 우리 정부는 여기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유명환:어제 저녁에 우리 외교부에서 입장을 낸 게 있습니다. 그런 북한의 입장표명이 우리가 한미간에 지금까지 이해하고 있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시료채취 샘플링 문제는 검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파트입니다. 미 국무부의 힐 차관보도 미북간에 합의한 사이언티픽 프로시저(Scientific procedure)라는 용어가 시료채취 샘플링을 의미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했고 그것을 최근에 미국을 방문한 북한 측과도 협의했습니다. 미국을 방문한 이근 대표가 평양에 돌아가기도 전에 북한 외무성에서 이런 성명이 나온 것에 대해 지금 어떠한 의도에서 왜 그런 입장을 표명했는지 좀 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우리 김숙 대표하고 힐 차관보가 전화로 협의했습니다만 좀 더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미북 접촉을 하고 이 문제를 협의해 나가자고 했습니다. 북한의 의도를 확인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관계국과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좀 더 북한의 진의를 파악해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도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고 북한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에도 지금 북한이 하고 있는 불능화 작업과 거기에 따른 에너지 및 물자 지원을 차질 없이 해가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과연 어떠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지 한미와 6자회담 관련국 간에 협의를 좀 해야겠습니다.


이미숙:지켜보겠다는 입장이신데요,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핵검증의정서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시료채취가 핵심이고 그걸 안 하면 우리가 동의할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에서 “한 글자라도 추가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면서 시료채취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볼 때 6자회담은 시료채취 문제라는 암초에 걸려 진전이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럴 경우 부시행정부는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조치를 다시 복원시킬 것이라고 보십니까?


유명환:현재는 부시행정부가 끝나기 전에 2단계 조치를 완료하자는 것입니다. 그 2단계라는 건 쉽게 얘기하면 2‧13합의에 따라 북한의 모든 핵시설 프로그램 신고, 그 다음에 지금 영변에 있는 핵시설 불능화, 영어로는 Disablement라 하고 북한은 무력화라고 표현했습니다만 그걸 끝내고 우리 쪽에서는 테러지원국 해제, 100만 톤에 해당하는 중유 또는 물자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사실 2‧13합의에는 명확하게 2단계에서 검증까지 해야 된다는 건 없습니다. 다만 6자회담 하면서 소위 신고라는 것은 검증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특히 정확한 신고인가 아닌가를 확인하는 검증은 신고행위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것도 포함된다는 해석을 해왔고 북한은 거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습니다. 그래서 불능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을 마무리하면서 검증 문제는 검증 문제대로 떼어서 계속 협의해 나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사이언티픽 프로시저라는 용어를 합의할 때 미북간에 양해사안으로 그것이 시료채취를 의미한다는 것을 힐 차관보가 대외적으로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이해는 일치한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사 회:다음은 강태호 기자님 질문하시죠.


강태호(한겨레 남북관계 전문기자):장관께서는 이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적 실용주의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다른 부분은 모르겠습니다만 남북관계 현실을 볼 때 과연 창조적 실용주의가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물론 상대가 있고 많은 국민이나 보수, 진보진영의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남북관계 현실로 볼 때 이 정부의 대응책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은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 박두식 위원도 지적했습니다만, 북미 정상간 직접대화에 대한 정부 입장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고, 또 하나는 장관께서 한미간 긴밀한 협의의 필요성을 지적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봐야 되는지 이걸 먼저 묻고 싶습니다. 반대하지 않는다는 건 지지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데 그러면 조건부 지지로 봐도 되는지, 여기에다 긴밀한 협력을 또 얘기했기 때문에, 그러면 조건부 지지라고 볼 수도 있는데 조건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한미간 협의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문제들을 제기할 것인지, 이런 부분들이 정부 내에서 정리돼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물론 정상회담, 직접대화에 들어갈 가능성은 아직 예상입니다만 그에 대한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 좀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북미관계가 진전되고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한미관계 균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의견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유명환:그것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북미 정상 간에 대화한다는 것에 대해 아직 어떤 구체성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구체적으로 뭐라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지지한다, 아니면 조건부로 지지한다, 또 반대한다 이런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미북 정상간 대화가 가능할 만큼 북한의 입장이 변화된다면 그것은 남북관계에도 필연적으로 좋은 긍정적인 결과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안보적인 이해나 여러 가지 이해를 저해하면서 미북간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강태호:관련한 보충질문의 성격이 되겠는데요,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만 ‘반대하지 않는다’와 ‘지지한다’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교적인 발언에 있어 다른 언급 없이 그 부분에 대한 언급만 있었을 때 굉장히 함축적이고 압축적인 표현이라고 보는데 이 정부는 어떤 유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과거 정부와 비교해봤을 때 가령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문제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분명히 지지 입장을 보였던 부분들, 물론 그때의 남북관계가 지금과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유보적인 입장, 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남북관계 현실이 어려운 상황에 있고 이 문제에 대한 어떤 해결을 기대하는 그리고 미국을 통해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입장인지, 그게 아니라면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가 문제될 텐데요, 이명박 대통령은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북한이 무조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남북대화 전면차단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북한이 내걸고 있는 요구조건들에 대해 창조적 실용주의 입장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변화된 자세를 보일 것인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한마디로 남북관계를 통해서 변화된 자세를 보일 것인지 아니면 미국을 통해서 변화를 추진하려는 것인지 그 부분이 많은 의문을 갖고 있는 부분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정리된 입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명환: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대화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화와 협력 정책을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공개적으로 여러 번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와 같이 북한을 컨테인먼트(containment), 즉 봉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개방과 개혁의 길로 적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한다는 것은 이제 변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남북대화를 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 있어 미국의 요소를 먼저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아까 말씀하셨듯이 현재 여러 가지 남북대화가 단절돼 있고 북한이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것이 대북관계의 기본적인 자세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일부에서는 우리가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그러는데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것이 없이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북관계가 가까워질 것 같으니까 우리도 빨리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막연한 주장을 하는데 저로서는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금강산 사건 하나만 보더라도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요구한 것이 다른 게 아닙니다. 당국자간에 만나서 그런 비극적인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협의하자 이겁니다. 그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식량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6‧15, 10‧4 공동선언에 관해서도 금강산 사건이 발생한 와중에도 국회 연설을 통해서 한국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6‧15, 10‧4를 부인하는 게 결코 아니고 그것을 통해서 모든 남북 제반 약속, 선언, 합의 사항들을 실현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 남북한 간에, 당국자 간에 만나서 협의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먼저 10‧4선언, 6‧15선언에 대한 완전한 준수를 선언하라며 우리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우리에게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뭘 어떻게 대북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구체적인 것은 통일부 장관이 답변해야겠습니다만 지금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 측의 그런 것만 해도 북한의 저의를 면밀히 분석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 회:아무래도 새로 바뀔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망, 그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정책을 바꿔야 할지 상당히 관심이 가는 대목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충질문은 박두식 위원이 해주시겠습니다.


박두식:남북관계에 대한 추가질문을 하겠습니다. 사실상 제 질문은 북한 내부에 관한 것인데 이 문제가 어쩌면 본질적으로 중요한 요인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근황과 관련한 소문이 많습니다. 최근에 북한은 계속 김 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지만 외신보도 등에 따르면 조작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또 일본 TBS방송 같은 경우는 최근에 2차 뇌졸중이 발생했다는 보도까지 내보냈습니다. 지금 장관님께서 판단하시기에 북한이 어제 취한 일련의 조치들, 아까 답변 중에도 말씀하셨지만 이근 대사가 힐 차관보와 만나서 협의하고 평양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북한이 저런 조치를 취하는 배경에 북한권력 내부에 어떤 불확실성이라는 요인이 자리 잡고 있지 않나 판단하고 계시지 않은지, 그에 대한 장관님의 판단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러 외신보도들이 엇갈리게 나오고 있습니다만 한미일 정부가 최근 워싱턴에서 안보전략에 관한 3자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동안 끊어졌던 것을 다시 부활시켰는데, 그렇다면 한미일 간의 정보교류도 지난 몇 년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가장 핵심 우선순위가 김정일 위원장의 근황과 관련된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왜 이 문제에서 한미일 정부에서 조금은 뉘앙스가 다르고 서로 엇갈리는 얘기들이 나오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유명환:첫째는 어제 북한이 적십자사, 외무성, 군 이렇게 해서 한꺼번에 3개의 입장이 나온 그런 상황, 그것이 북한 내부사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에 대해서 질문하셨는데 제가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답변하기는 좀 껄끄러운 점도 있습니다만 과거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정권교체 때, 또 미국 정부가 바뀌는 시점에 취한 행동패턴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항상 자기 나름대로의 협상전략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따른 협상패턴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이번 일을 좀 짐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항상 조그만 위기를 만들고 그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얻을 것은 얻는 이런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롤러코스터를 타고 바짝 쫓아가서 보면 현기증만 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떨어져서 북한을 보고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한미일 간에 긴밀하게 정보교류를 하고 있습니다만 북한이 워낙 불투명한 사회이기 때문에 그런 정보문제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 내부문제에 대해 너무 과도한 추측이나 어떤 언급을 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잘 관리하고 유지해 가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강덕:장관님 말씀대로 북한의 정권교체기에 보이는 북한의 패턴이 있었고, 거기에 따라서 한미 양국이 보이는 패턴도 있었거든요. 제가 얘기를 드렸습니다만 그래서 가장 대표적인 게, 효과를 발휘했던 게 한미 양국의 특히 정상 차원에서 긴밀한 공조, 대응 이런 것을 보여줬을 때 많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북한의 시도들을 좀 단절시킬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장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오바마 당선은 진작부터 예측해 오셨다니까 준비가 돼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이래서 최소한 내년 정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 만나야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무리 바빠도 365일 다 바쁘겠습니까? 양국 대통령이 만날 수 있도록, 그래서 불확실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면 준비부족이라는 말이 당장 나올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유명환:좋은 지적이고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한미 양국의 미래동맹비전에 관한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2월 오바마가 후보일 때의 얘기입니다만 “양국 동맹의 공동비전을 가다듬는 작업을 한국과 함께 해야겠다. 그리고 앞으로의 수년간이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에 여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빨리 한국과 회담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 뒤 지난 11월 7일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보더라도 그런 문제를 포함해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 회:다음 질문 받기 전에 안내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귀한 시간 내서 오신 내외 귀빈께도 궁금하신 점을 질문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걱정되긴 합니다만 질문하실 분은 저희 사무국 직원들이 옆에 있으니까 종이에 질문을 써서 전달해 주시면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질문을 계속하겠습니다. 강태호 기자 질문해 주시죠.


강태호:이미숙 차장 먼저 하세요.


사 회:그러면 이미숙 차장부터 하시죠.


이미숙:예, 외교부 출입기자들도 오늘 많이 참석했고 오늘 토론회 뉴스를 준비하는 동료기자들도 있어서 현안문제 하나 더 질문하겠습니다. 어제 장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이 군사분계선 통행 강화조치를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30여 년간 이어졌던 남북 직통전화도 단절하겠다고 했고 개성공단 가동중단 시사도 여러 차례 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지금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다시 하는 것 외에 말로써 할 수 있는 최고 강도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보는데 이명박 정부의 안보정책조정회의 의장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정부가 통일부 대변인 성명 하나로 끝낼 건지, 아니면 북한의 대남협박에 대해 ‘기다리는 것도 정책’이라는 자세로 그대로 용인하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릴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어제 안보정책조정회의 회의를 하신 것으로 아는데 정부대책으로서 어떤 것이 논의됐습니까?


유명환:어제 여러 가지 문제를 토의한 가운데 특히 북한의 개성공단관련 얘기를 한 것과 관련해서 우리가 아마 오늘 통일부 장관이나 아니면 대변인께서 북한에 회신하게 될 겁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먼저 발표하기는 좀 곤란합니다. 우리는 기본기조에 따라서 북한이 걱정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 것인가 등 여러 가지 상의를 했습니다. 


이미숙:전통문을 보내신다는 말씀인가요?


유명환:그렇게 회신할 계획으로 있고요, 정부 내부에서 여러 가지 조율을 해가면서 우리가 북한이 걱정하는 바에 대해 북한을 자극할 필요 없이 차분히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이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미숙:전통문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북측에 회담을 하자고 제안하는 내용인가요?


유명환: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사 회:다음은 강태호 기자 질문하시죠.


강태호:장관님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북한이 남쪽의 대화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만 북한이 계산된 행동을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채널을 차단한 것은 한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태도 때문에 나온 것이고, 또 군당국이 나서서 개성공단 지역의 엄격한 통제, 이 부분은 남북한 합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전단살포 문제, 또 군 간의 통신장비시설 현대화에 대한 지원도 이미 합의된 사항인데 남쪽이 지키지 않고 있다. 결국은 10‧4선언과 6‧15공동선언에 대한 이 정부의 이행 의지가 말로만 이루어지고 있지 구체적인 행동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고 그 결과로서 북한이 이런 행동을 취하고 있다, 이게 북한의 논리라고 봅니다. 그 부분에 있어 이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개성공단 3통 문제(통신·통행·통관)에 대한 것을 연계시켜서 군 통신간 시설 자재 장비 지원을 미룬다든지,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이 정부의 기본방침이 그렇기 때문에 원인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남북관계 문제에 있어 이 정부의 기다리겠다는 입장이 결국은 북미관계나 비핵화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우려를 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미관계가 진전됐을 때 남북관계가 계속 중단된 상황에 있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 그렇지 않다면 미국을 통해서 북한을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기존정책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북한이 바꾸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정부에서는 남북관계 진전이 비핵화를 진전시키고 비핵화 진전이 북미관계를 변화시키는 선순환적 관계에 있었습니다. 이 정부에 와서 그것이 결국은 악순환 관계로 변화시킨 것이 아닌가? 그러면 이 정부도 선순환 관계를 바람직한 것으로 보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유명환:남북관계와 미북관계 내지 북핵문제, 6자회담 등을 선순환적 고리로 연계해 가면서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이 남북관계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간의 트랙, 6자회담의 트랙에 대해서 균형이 잡혀야 하는데 우리의 새 정부 들어서기 이전에는 웨이트가 남북관계 트랙에 조금 과도하게 갔기 때문에 미국이나 주변국이 한국 정부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과연 있느냐 하는 약간의 의문이 있었다고 봅니다.

지난 정부는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트랙에 선순환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는데 2006년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실험으로 우리는 그 논리가 맞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또 새 정부가 과거와 똑같은 패턴의 대북정책을 한다는 것은 저는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500만표 이상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한 것에 나타난 국민의 선택에 따라 북한 핵문제 순환고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대화를 위한 남북대화가 아니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자는 쪽으로 약간의 궤도수정을 한 것은 당연하고 적절한 조치라고 봅니다.

저도 남북대화와 6자회담 북핵문제 트랙하고 선순환 고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동감하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여러 가지 문제점에서 우리가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은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 측의 조치나 북한의 인권문제입니다. 사실 인권문제는 우리가 유엔의 세계인권문제에 대한 가치, 그런 활동에 더 이상 무관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 50개국 이상이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 마당에 우리만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얘기해서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과거와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별개의 문제로 생각해야 된다고 봅니다.

개성공단 문제, 전단살포 문제는 우리가 NGO분들한테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몇 개 NGO들은 거기에 대해 이해를 하고 협조를 하고 있습니다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런 노력과 입장을 북한 측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통신장비 이런 문제는 북한이 북핵문제 불능화를 역행하고 금강산 사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해야 할 걸 다 할 필요도 있지만 어느 정도 북한에 대해서 메시지를 준다는 의미에서 그것을 좀 홀드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요, 그것은 우리가 대북정책의 확고한 원칙을 유지하되 유연한 조치도 취해 나가겠다는 원칙에 따라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 회:추가질문 없으시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까요?


이강덕:넘어가기 전에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에 남북관계와 북핵의 선순환 구조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런 것은 제가 볼 때 정치적 수사 측면이 강한 것 아닌가 이런 지적을 할 수 있겠고요, 왜냐하면 어차피 남북관계와 북핵구조는 따로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에 따라서 남북관계에 포인트를 줘서 북핵을 어느 정도 도외시하거나 희생하더라도 남북관계 진전을 밀고 갈 것인지, 아니면 남북관계가 조금 희생되더라도 YS식으로 북핵 해결에 중점을 둬서 나갈 것인지 이런 것을 분명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현재 이명박 정부는 북핵문제가 핫이슈가 되어 있음에도 아직도 선택의 기로에서 계속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요, 아까 장관님 말씀 중에 북핵과 관련해서 2단계를 빨리 매듭지어야 될 것 같은 언급이 있으셨는데 대통령이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서 밝히셨습니다만 부시 정부 말에 너무 쫓긴 감이 있지 않느냐 하셨거든요. 대통령의 외교적 수사로서는 굉장히 불만과 부정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이러한 감과 지금 장관님이 추진하려는 정책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제 판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이런 모호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2단계를 마무리할 경우 가장 중요한 3단계인 북핵 폐기가 진전되려면 북핵의 전체적인 규모가 나와야 되는데 그걸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3단계로 갈 경우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진전이 없을 것이 분명한데 지금 서둘러 마무리하려 할 필요가 있을지, 그런 불만이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유명환:글쎄요, 남북관계와 북핵 6자회담 트랙이 선순환돼야 한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고 6자회담의 9‧19성명에서도 보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북관계 개선과 일북관계 개선도 같이 진행되는 걸로 돼 있고 따라서 남북관계도 같이 가지 않는 한 진정한 해결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남북문제 해결의 주도적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실적으로는 북한에게 있는 형국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6자회담이 진전되고 미북관계가 진전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남북관계를 소원하게 하고 단절하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남북관계, 6자회담 트랙이 같이 선순환적으로 풀어져야 시너지 효과가 있고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온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다음에 지난 10월 1일 힐 차관보가 평양에 가서 김계관 부상과 합의한 것이 정권 말에 쫓긴 듯한 것이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힐 차관보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협상결과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고 그런 점에 대해서도 한미간에 협의를 했습니다. 최근에는 미북간에 다시 그 문제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이 북한을 포함한 6개국 간에 논의가 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이런 성명을 통해서 강수를 두고 나온 것인데 이 문제는 미북간에 추가협상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보고 이 장애를 극복하는 데 있어 앞으로 좀 더 노력을 집중해야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단계 조치와 3단계 조치는 상당히 의미가 다릅니다. 왜냐하면 3단계 조치라는 것은 불능화 조치를 넘어 구체적인 폐기 단계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완전히 해체해서 없애는 단계입니다. 2단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로드맵을 가지고 할 것이냐에 대해 사실은 아직 6자간에, 또 한미간에, 한미일간에 구체적인 것은 없습니다. 대체적인 그림은 갖고 있지만 한미, 한미일 또는 중국, 러시아 간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아직 협의하지 못한 단계이기 때문에 3단계 작업은 상당히 어렵고 힘든 과정이 될 것입니다만 그러한 것을 6자회담이라는 프레임워크를 통해서 해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우리 정부가 떠맡고 있습니다. 앞으로 오바마 정부도 나머지 4년, 우리도 4년 남았습니다만 지금 오바마 정부와 우리 한국 새 정부의 사이클이 딱 같이 끝나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미간에 지금부터 좀 더 긴밀히 머리를 맞대고 로드맵을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사 회: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외교현안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도 많고 준비한 질문도 많지만 패널들 질문은 마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박두식 위원이 해주시죠.


박두식:짧게 여쭙겠습니다. 한미 FTA에 관해서 질문하겠습니다. 한미 FTA에 대해 우리 정부는 조기비준 입장을 취하고 있고, 오바마는 이에 대해 재협상하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장관께서 답변 중에 밝히셨듯이 오바마 당선자의 당선 가능성을 진작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면 오바마 입장이 이렇게 명확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왜, 어떤 전략적 판단, 어떤 근거에서 우리가 조기비준하는 게 한미 FTA에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게 됐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지금 양상을 보면 부시와 오바마의 만남에서도 부시가 콜롬비아 FTA 문제를 거론했다는데, 떠나는 부시 정부와 지금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FTA를 갖고 새로 등장할 오바마 정부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비치는데 한국 정부가 조기비준론이라는 카드를 뽑아 들게 된 판단의 근거를 밝혀 주십시오.


유명환:쉽게 말씀드리면 우리는 한미 FTA를 시작으로 GDP의 70%를 해외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을 FTA의 허브 컨트리로 만들려고 합니다. 중국과의 경제격차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일본, 미국 등 주변국가와의 경제통상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한국을 FTA 허브국가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일본, 미국­중국, 일본­중국 간에는 FTA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한국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행정부가 체결한 FTA를 미국 상원, 하원에서 부결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미 지난 정부가 21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어촌대책을 세웠고 우리 국회가 비준하면 상당한 부분의 자금은 집행될 수 있습니다. 발효되기 전에도 상당한 금액은 농어촌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농민에게도 필요하고 경기부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비준하면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술적 전략 차원을 떠나서 우리 전략에 따라 어렵게 맺은 한미 FTA를 우리가 가급적 빨리 비준해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그리고 이미 국회 특위에서도 28번이나 이 문제를 다뤘고, 상임위와 외통위에서도 14번이나 다뤘고 공청회도 네 번을 하는 등 많은 리소스를 투자했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그렇게 다 한 것을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올 텐데 우리가 먼저 하면 곤란하다며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을 넘어서 우리 국익에 필요하니까 우리가 빨리 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사 회:플로어에서 많은 질문들을 해주셨는데 남은 시간이 정말 얼마 없어서 일부만 하겠습니다. 이청수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님하고 박진서 회원님하고 FTA 관련한 질문을 주셨고, 여영무 뉴스앤피플 대표님은 전단살포에 관한 문제를 질문하셨는데 장관님의 답변 중에 다 들어 있다고 생각되어 다른 질문 하나만 대신 질문드리겠습니다. 관훈클럽 회원이신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께서 질문하신 건데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정부방침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유명환:그 문제는 1994년 제가 유엔에 근무할 때 유엔 안보리 개편 문제가 나왔을 때부터 시작해서 14년 된 문제입니다만 우리는 어느 나라를 지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안보리 개편에 있어서 안보리의 효율성, 대표성 이런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비토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증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비토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을 증설해야 한다는 안보리 개편 논의는 비토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는 일본, 독일, 그 다음에 브라질, 인도 이런 나라들이 뭉쳐서 주도하고 있고 중국이나 우리나라, 멕시코,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별도로 모임을 만들어서 거기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상임이사국을 지지할 거냐, 안 할 거냐 하는 논의 이전에 안보리 개편의 큰 틀과 방향을 먼저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우리가 지금 외교력을 동원해서 협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과정입니다.


사 회:장관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유명환 장관님이 굉장히 바쁘십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내일 워싱턴 세계금융정상회의를 위해서 출국하시고 나아가 페루에서 열리는 APEC 회의까지 참석하시고 이달 말에나 들어오시는데 그 바쁜 일정을 쪼개서 귀한 시간 내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말씀드리고 오늘 유명환 장관께 깊이 있는 질문을 해주신 네 분 패널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관훈클럽은 귀한 자리에 와주신 초청연사께 감사의 표시로 기념패를 드리고 있습니다. 기념패를 전달하겠습니다.

 

                                                                     기 념 패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관훈클럽은 귀하를 초청연사로 모신 가운데 유익한 대화와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하와 함께한 소중한 이 자리는 51년을 이어온 관훈클럽의 전통과 더불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2008년 11월 13일

                                                           관훈클럽 총무 김형민



오늘 토론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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