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초청 관훈토론회

초청자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개최일 :
2010-03-05
조회수 :
5,821
첨부파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초청 관훈토론회

 

 

일시:2010년 3월 5일 오전 8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

 

사회:김진국 관훈클럽 총무(중앙일보 논설위원)

토론:홍권희 동아일보 논설위원

          박순빈 한겨레신문 경제부문 편집장

          서정희 매일경제신문 금융부장

          신춘범 KBS 경제정책금융담당 데스크

 

김진국(관훈클럽 총무,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회):안녕하세요? 올해 관훈클럽 총무를 맡은 김진국입니다. 올해 첫 번째 관훈토론회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님을 초청했습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분야에 대한 평가가 1년 전의 22.7%에서 올해는 36.0%로 여러 가지 정책분야 중 상당히 평가가 호전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이명박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정책과제로 경제회복을 꼽고, 일자리 창출과 빈부격차 해소 등 경제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합해서 60%를 넘었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다른 정치적 쟁점에 앞서서 일자리 창출 등 경제분야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취임 1년을 맞으신 윤증현 장관님을 초청해서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말씀을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하실지 알아보는 게 상당히 의미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장관님은 속마음을 감추지 않으시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는 분이라 오늘 좋은 말씀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선 식사를 하시고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식사를 하겠습니다. (식사)

식사를 아직 끝내지 못하신 분들도 있는데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올해 첫 번째 토론이기 때문에 올해의 임원을 소개하겠습니다. 서기담당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정병진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입니다. 감사를 맡고 있는 이선근 연합뉴스 정치분야 에디터입니다.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배정근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입니다. 김경중 MBC 경제부장도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진경호 서울신문 논설위원도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보지 못해 소개를 못 드리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토론회 초청연사로 나오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님을 소개하겠습니다. 윤 장관님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시고 석사과정까지 마친 후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재무부에서 금융실명단장, 증권국장, 재정경제원에서 세제실장, 금융정책실장을 하시고 ADB 이사를 거쳐서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 그때는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셨습니다. 위원장을 하시고 잠시 쉬셨다가 작년 2월 장관으로 발탁되셨습니다. 평소 꾸밈없이 소탈하고 솔직한 답변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평가받고 계십니다. 그리고 아까 모두에 말씀드렸지만 작년에 비해서 올해 일단 경제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과제를 안고 계시기도 합니다. 그러면 윤증현 장관님의 기조연설을 듣겠습니다.

 

윤증현(기획재정부 장관):여러분 반갑습니다. 방금 소개받은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입니다. 오늘 아침에 참으로 오랜만에 언론계의 여러 대선배님들, 중진언론인들을 만나뵙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또 현직에 계신 분들도 정말 반갑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언론인 모임 중 가장 전통 있는 것으로 알려진 관훈클럽에 초대되어 여러분을 뵙게 된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관훈클럽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당면한 과제들을 짚어 가면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장을 제공해왔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경제분야에 대해서는 정치나 외교, 안보 이슈에 비해서는 기회가 비교적 많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저희 쪽에서 보면 물질적 토대가 튼튼해야 국방이나 민주주의도 그 뿌리가 더욱 든든하게 자랄 수 있고, 다 아시는 말입니다만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고 하듯이 사회규율도 경제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관훈클럽이 앞으로는 경제도 정치, 외교, 안보와 같은 선상에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오늘 제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경제정책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먼저 우리 경제의 현주소와 함께 경제정책 수립방향에 대한 평소 제 생각과 고민 그리고 우리 경제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도전과제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통계 나열이라든지 순수한 경제문제적 접근보다는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좀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현주소는 반드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현주소

먼저 세계 경제여건을 보면 유로지역은 경기회복이 비교적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부분에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 우려가 아직은 소진되지 않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유동성 관리 강화 등의 조짐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향후 위험요인 내지는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는 것을 저희가 유의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제유가나 국제금융시장은 금년 들어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4/4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경기가 급락하기 시작한 이후 작년 초에 비상경제정부를 선포하고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마련하여 시행해 왔습니다. 다행히 작년 1/4분기 중 경제가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된 이후 작년 연간으로도 +0.2%의 성장을… 이것은 아직은 속보치입니다만 아마 잠정적으로 조금 더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년 들어 1월 지표들은 일시적 요인 등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2월 이후에는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고 자금중개 기능도 회복되어 주가나 금리, 외환 등 금융시장 지표들이 위기 이전의 수준을 대부분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피상적으로만 보면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직 우리 경제는 여러 가지 심각한 면이 많습니다. 첫째,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고 고용문제 등이 아직 심각한 수준인 것이 사실입니다. 미래에 우리가 먹고 살아가야 할 먹을거리 확보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서민생활도 안정시켜야 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쟁력도 제고되어야 하는 한편, 이번 위기를 통해서 드러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요인들을 냉정하게 평가할 일도 남았습니다. 위기 이후의 경제 재도약과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할 상황입니다.

구조조정과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 등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녹색성장 등 미래의 신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올해는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게 되어 있고,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했으며, FTA 등을 통한 대외개방 확대 등에 맞춰 국격 제고와 대외역량 강화도 필요합니다.

 

우리 경제의 도전과제

우리 경제의 도전과제를 놓고 보면 이번 위기를 통해서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역할은 커지고 있는 반면 글로벌 불균형 조정이라든지, 금융규제 강화 등을 둘러싸고 세계경제질서 재편이 이루어져 가고 있습니다. 위기 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우리가 글로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당면한 첫 번째 과제를 꼽는다면 경제시스템의 위기대응능력 강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단기적으로 재정, 통화 등 거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해서 경제의 위기흡수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어서 수출과 내수부문 간의 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간 비교가 가능한 2007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GDP의 약 75%에 이릅니다. 선진국 중 가장 높다는 독일(72%)과 비슷하고, 미국(23%)이나 일본(31%) 등의 두세 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수출증가가 국내산업의 부가가치나 고용 증가에 미치는 영향도 이제 쇠락하고 있고,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외부충격에도 매우 취약해집니다. 수출중심의 제조업과 내수위주 서비스산업의 확대균형발전은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질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일시적 충격으로 민간부문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때 재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번 위기에서도 우리나라가 비교적 다른 나라보다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건전하고 튼튼한 재정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지출을 통해서 경기급락을 막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재정의 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으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강화라고 봅니다. 불확실성 증대로 자본투입이 정체되고 저출산­고령화로 노동공급 역시 둔화되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요소투입 증대를 통한 성장보다는 이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이 긴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경제에서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이고 GDP의 약 60%를 점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우리 경제의 낮은 생산성 문제를 치유하는 지름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이러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용 있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도 바로 우리가 서비스산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기준으로 취업유발효과를 보면 서비스업은 10억원당 약 18명에 달하는 반면 제조업은 그 절반에 불과합니다. 이와 같이 서비스업은 우리 경제에서 고용창출의 원천이자 신성장동력입니다. 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할 수 있고 동시에 해외수출이 가능한 교육, 의료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 서비스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은 돈이 드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영역일 것입니다. 조그만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수요자인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핵심규제 완화를 위한 결단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협조를 기대합니다.

한편 저탄소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미 미국, 일본, EU 등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가 바짝 뒤따르는 형국이지만 IT 등 우리가 보유한 높은 기술력과 상업성을 잘 결합시킨다면 환경을 지키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미래전략으로서 잠재력이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부는 2010년도에 7대 실천과제를 중심으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해나갈 계획입니다만, 10대 핵심 녹색기술의 성장동력화와 우수 녹색기술의 창업 촉진, 9대 주력업종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녹색금융 활성화와 세제의 친환경적 개편 등으로 기후와 환경, 에너지의 시대인 21세기에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의 우리의 위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인구구조 변화는 경제의 큰 틀을 뒤흔드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 문제는 단편적 대응보다는 출산, 보육, 교육, 주거, 고용 등 생활 전반에 걸친 포괄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할 수 있지 않나 이렇게 봅니다. 특히 여성과 고령자의 근로참여를 촉진하고 연금, 건강보험, 주택, 문화 등의 측면에서 고령화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고령화 자체가 재정부담으로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능력이 장기적 시계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일자리를 통한 능동적 복지의 구현입니다. 일자리와 관련하여 먼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를 생각해보면 가슴부터 답답해집니다. 대기업 중심의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지는 철저한 이중구조가 그렇고, 노조조직률이 10.5%에 불과한데도 이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투자유치 애로나 국가경쟁력 저하는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노사관행과 단협이 노동관계 법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도 여러분 아시다시피 지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문제에서부터 법과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국민의 복지 향상을 위한 첫걸음이 되리라 믿습니다.

꿈을 가지고 멀리 내다보면서 원칙에 입각해서 상생의 대안을 찾고 끈기 있게 설득하고 추진해 나가다 보면 바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맺음말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과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또 경제문제가 경제논리만으로 해결될 수도 없습니다. 경제를 둘러싼 환경요인과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정치라든지 사회적 이념 등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소셜리즘도, 커뮤니즘도, 캐피털리즘도 아닌 바로 포퓰리즘(populism)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재원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무상급식 확대 주장이 사회 일각에서 퍼지고 있고 일률적인 정년연장 요구가 거침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도 끝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그 하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주인의식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누군가는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비록 인기가 없더라도 국가장래의 디딤돌을 놓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There is no free lunch). 그리스 등 유럽 선진국들의 재정위기 사례에서 보듯이 누군가가 능력과 기여도보다 더 많이 지출하면 그 부담을 다른 사람이 지게 되든지 아니면 부메랑이 되어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됩니다.

이번 세계적 금융위기에서 우리가 얻은 한 가지 교훈도 가계의 과도한 차입이나 금융기관의 지나친 위험선택, 기업의 무리한 확장이나 정부의 국가부채 확대는 모두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경제에 ‘기적’은 없습니다. 우리 경제발전을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가끔 씁니다만 저는 이 ‘한강의 기적’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국민이 모두가 하나 되어 흘린 피와 땀과 노력을 폄하하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없었다면 저는 절대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를 빛낸 젊은이들의 영광스런 모습 뒤에도 이들의 타고난 재능도 물론 무시할 수 없겠지만,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실력을 쌓고 노력한 그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Back to the basic). 근면, 성실, 자기절제 등 초기 자본주의 윤리의 미덕은 시대를 초월해서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건전한 가정에 가면 가훈이 있듯이 한 시대, 한 사회에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랄까 시대철학 같은 것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아침에 이런 부분을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본이 충실한 사회에서는 법질서와 공권력이 바로 서고 사회구성원 간에 신뢰가 살아날 것입니다.

2차대전 이후 싱가포르나 아일랜드 같은 도시형 국가 외에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줍니다. 신뢰와 투명성, 규범과 질서, 시민의식 같은 경제 외적이고 사회문화적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선진일류국가가 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품격 높은 국가이미지는 한국이 세계 변방에서 중심국으로 전환하는 데 꼭 필요한 기초자산일 겁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적 자본 확충에 우리나라 언론을 이끌고 계신 관훈클럽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 회:장관님 말씀 감사합니다. 관훈클럽에서 그동안 경제분야 장관님들의 초청이 적었던 것이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님을 저희가 모신 것은 장관님에 대한 기대도 크고 지금 이 시점이 대한민국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그 중요도, 국민이 바라는 기대 이런 게 굉장히 크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패널리스트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홍권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입니다. 박순빈 한겨레신문 경제부문 편집장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끝에 앉아 계신 분이 서정희 매일경제신문 금융부장입니다. 왼쪽 끝에 앉아 계신 분이 신춘범 KBS 경제정책금융담당 데스크입니다. 질문은 가능한 한 1분 이내로 짧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워낙 묻고 싶은 질문이 많기 때문에 한 1분 내로 줄여주시고 장관님도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가능한 한 3분 이내로 답변을 요약해서 정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각 질문에 대해서 필요하면 질문자나 아니면 다른 패널리스트라도 보충질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질의­응답이 계속되는 도중 플로어에 계신 회원님들이 테이블 위에 마련된 질문지에 궁금하신 내용을 적어서 저희 관훈클럽 사무국 직원에게 전달해 주시면 토론회 말미에 제가 요약해서 대신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질의­응답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홍권희 위원님부터 시작해 주십시오.

 

홍권희(동아일보 논설위원):이번 밴쿠버올림픽에서 G세대라는 별칭을 얻은 신세대들이 큰 활약을 했습니다. 윤 장관께서는 평소 ‘우리 경제를 반석에 세운 아버지 세대의 노력을 젊은 세대들이 잘 모른다’ 이런 말씀을 해오셨는데 이번에 생각이 좀 바뀌셨는지요?

 

윤증현:첫 질문부터 어려운 주문을 하셨는데, 제가 모두설명에서도 젊은이들의 노력을 대단히 높이 샀습니다만 젊은이들도 분명히 잊지 않고 가야 할 것은 우리 과거가 어떠했는지, 즉 우리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동계올림픽은 예전에는 부자나라 선진국의 스포츠였습니다. 물질적 뒷받침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런 결과가 있었겠습니까. 그런 물질적 뒷받침을 위해 그들의 선배와 부모가 어떤 노력과 희생을 해왔느냐에 대해서 젊은 사람들도 한번 생각해주기를 기대하고요, 또 우리 시니어들은 나름대로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것을 그야말로 격려하고 치하하고 계속 지원하면서 서로 상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순빈(한겨레신문 경제부문 편집장):두 번째는 좀 무거운 질문인데 답변은 아주 쉬울 것 같습니다. 1년 임기에 대해 최근 언론들이 평가를 많이 쏟아내는데요, 대체로 야구해설가 식으로 표현하자면 ‘괜찮은 구원투수였다’ 이렇게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를 그럭저럭 잘 진화했다’ 이런 평가로 해석되는데요, 그런데 구원투수로서는 아주 뛰어난 실적을 거뒀는데 선발투수로서의 자격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좀 평가가 엇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엇갈리는 이유는 전임 강만수 장관과 달리 큰 밑그림에서 윤 장관의 색깔이나 구상이 없이 기존 강만수 장관이 짜놓았던 감세정책이라든지 이런 큰 틀의 트랙을 그냥 따라가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평가 때문인 것 같은데요, 윤 장관께서 ‘윤증현표 경제 전략이다, 구상이다’ 한다면 어떤 것을 내세울 수 있겠습니까?

 

윤증현:재미난 말씀을 하셨는데요, 구원투수 역할이 끝났으면 이제 내려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경제라는 게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치나 사회 분야와 달리 경제분야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성장이냐 분배냐, 이런 논란도 많이 겪었어요. 제가 실무자일 때 어느 국정감사장에서 새로 오신 장관께 ‘장관은 성장에 우선을 둡니까, 분배에 우선을 둡니까?’ 이렇게 질문이 나왔을 때 저를 돌아보기에 제가 뒤에서 ‘안정적 성장’이라고 말하라고 답변을 적어드렸더니 ‘안전적 성장’이라고 대답해서 막 웃고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들 간에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소위 ‘무언의 합의’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를 보는 시각이라든지 접근하는 자세에 있어서 다 동의하지 못하면 최소한도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팀을 이루어야 그 경제를 어느 한 방향으로 안정성 있게 끌고 갈 수 있습니다. 경제팀 내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생각이 다르면 배가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윤증현의 색깔이 없다고 하더라도 경제만 온전히 가도록 강만수 선임팀에서 남겨놓은 과제를 내가 충실히 잘 마무리 지어서 구원투수 역할에 성공한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내가 무슨 정치인도 아니고 그런 개인적인 것을 염두에 두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원칙과 신뢰를 가지고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취임하면서 제일성으로 시장에 보낸 메시지가 ‘정부는 시장으로부터 신뢰회복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작년 2월에는 상황이 그랬습니다. ‘정부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우선 정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서 제가 그 당시 +4% 성장을 예상하던 것을 -2%로 우리의 전망을 수정한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 있는 동안 변함없이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 회:서정희 부장께서 다음 질문 해주시겠습니다.

 

서정희(매일경제신문 금융부장):임기 1년 평가와 관련해서 여쭙겠습니다. 조금 서운하실지 몰라도 윤 장관의 관료역정을 죽 돌이켜보신 분들이 ‘대단히 억세게 운이 좋은 관료다’ 이런 말씀을 합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강만수 경제팀의 정책효과 등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고 또 지난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셨을 때도 나중에는 부동산버블이 터졌습니다만 임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한 고용과 투자에서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규제완화를 더 열심히 하시고 구조조정을 열심히 하시고 그런 주문도 많았는데 1년쯤 지났으니까 고용과 투자에서 성과가 나타날 만도 한데 정작 이런 데서는 성과가 없다는 평가지요. 억세게 운이 좋다는 평가에 대해 서운하실지 모르겠는데 스스로의 공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윤증현:저는 입후보한 사람도 아닌데 지금 질문이 개인적인 문제에 자꾸 집중되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운이 정말 좋았다면 고용과 투자도 더 좋았을 텐데 제가 운이 좋았다고 얘기할 수는 없고요, 작년까지는 오히려 선택의 폭이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추락해가고 있는 우리 경제상황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이냐, 경기를 어떻게 본래의 자리에 갖다놓을 것이냐에 집중하면 됐습니다. 그러니까 한 방향으로 가면 됐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OECD국가 중 호주와 폴란드를 빼고 나면 수출중심의 제조업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작년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우리 경제팀이 힘을 합쳐서 대단히 노력한 것에 큰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만의 노력은 아니고 같이 일했던 국민, 또 이를 지원해준 국회, 또 일선에서 뛰고 있는 기업, 또 사회의 목탁 노릇을 해준 언론, 모든 국민들의 하나 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한 것에 큰 보람이 있다고 느껴지고요, 문제는 아까 제가 모두설명에서 한 것처럼 이제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 바로 고용과 투자와 일자리 이런 부분입니다.

이제 이런 부분을 놓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경제운용을 해가야 하고 소위 미래를 위해서 어떤 담보를 가져야 하는지 정말 문제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은 어떤 개인의 운이니 이런 것과 연결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요, 기업이 지금 왜 투자하지 않느냐에 대해 정부는 정부대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작년 네 차례 이상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환경개선 대책을 조율한 바 있고요, 나름대로 기업과 교감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일자리도 결국은 민간부문에서 창출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지금 기업들이 많은 현금성 자산을 유보하고 있는데 이것을 시장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정부의 절체절명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적절한 투자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강합니다. 정부가 고용창출을 위해 예를 들어 고용장려 세제혜택을 준다든지 고용유지금을 준다든지 여러 가지 세제재정에서 지원을 합니다만 이것은 지원책은 될 수 있지만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거든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를 하나 만들어서 사람을 하나 쓰면 그 사람에게 1년 동안 주어야 될 임금은 적어도 나와야 사람을 뽑고 일자리를 만들 게 아닙니까? 그래서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하나의 컨센서스를 이루고 기업이 투자했을 때 수익이 창출되는 모델을 자꾸 제시해주고 그것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풀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두통제나 소화제나 비타민도 약방에 가야만 우리가 사 먹을 수 있습니다. OTC 이런 부분을 자유화하면 분명히 매출은 더 늘어날 겁니다. 왜 일반의약품을 외국처럼 24시간 편의점이나 그로서리(grocery) 같은 데서 살 수 없습니까? 더구나 주말 같은 경우는 약방이 지역별로 쉽니다. 저도 약방이 문을 닫아서 살 수 없었던 경험이 몇 번 있는데 왜 그런 부분 하나 우리가 허용이 안 됩니까? 예를 들어 그런 것이 허용될 경우 매출이 늘어나고 그런 늘어나는 매출을 감당해서 기업의 투자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갑니다. 언론인 여러분께서도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계속 문제를 제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많은 언론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 저는 대단히 기쁩니다. 우리가 하나 된 노력으로 고용문제와 투자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앞장서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지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사 회:예, 다음 신춘범 부장님.

 

신춘범(KBS 경제정책금융담당 데스크):윤 장관님 취임하시고 난 뒤 경제위기를 우리 정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극복해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다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위기극복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스템상의 문제도 드러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두세 달 동안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4, 500억 달러 규모의 외화자금이 일시적으로 유출될 때 그 유출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고요, 국내 금융은 금융위가, 국제금융은 기획재정부가 나눠 맡다 보니까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는 것 같고요, 또 하나는 한은과의 정책공조 시스템, 특히 2008년도 12월 같은 경우 기업의 줄도산 위기가 있을 때 회사채 매입 문제를 놓고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것 등에 대해서 외부로 공표만 안 됐지 한은과의 정책공조 시스템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관님 취임 이후 이런 시스템상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윤증현:예, 현재 내부 의사결정 과정하고 관계된 얘기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도 완벽한 제도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도 부처간 또 기관간 갈등은 다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데도 국무부와 재무부, 국방부 이런 데를 보면 업무를 둘러싸고 의견충돌하는 것을 우리가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부처나 기관이 각각 의견이 다를 수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그 다른 의견이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조율되면서 보다 나은 대안을 모색할 수 있지 않나 보거든요.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토론문화가 많이 관행화되어 있지 못한 탓에 이견이 표출되면 무조건 분열갈등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잘못 해석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국회에 가면 어제는 어느 부처에서 뭐라고 했는데 오늘은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느냐고 하는데 그런 것을 공론화를 거치고 있는 과정으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서 우리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지, 각 부처나 기관이 다 똑같은 의견을 가지면 전부 한 부처로 만들어버리지 뭐하러 2개 부처를 두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대답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특히 금융을 둘러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또 금융위원회, 또 금융감독원 간의 역할분담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지적한 말씀은 참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 것이 잘못되지 않도록 지난 1년 동안 4, 5개 부처간에 그야말로 일주일에 최소 한 번 내지 두 번은 만나서 그 당시 처한 상황에 대해서 또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서 미리미리 조율하고, 특히 이런 기반을 위해 제가 취임한 바로 다음 날인가 한국은행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행을 방문해서 금통위원들 다 찾아뵙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서 우리가 정말 최선의 솔루션을 찾아가자고 합의한 바 있고, 우리 간부들하고 같이 가서 연석회의도 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금융외환시장을 안정시킴에 있어서 이러한 공식ㆍ비공식 협의가 문제를 풀어가는 데 굉장히 효과적으로 작동해 왔다고 생각하고요, 올해도 제가 이 자리에 있는 한 그러한 모임이 계속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 회:총론적인 질문을 조금 더 하겠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님 해주시죠.

 

홍권희:본질문에 앞서서 평소 궁금했던 것 하나 짤막하게 여쭤보고 싶은데요, 경제운용과 관련해서 강연을 많이 하시다 보니까 웬만한 통계는 다 외우고 계신 것 같은데 통계 암기 노력을 별도로 하십니까?

 

윤증현:제가 특별히 남보다 수치에 밝은 좋은 머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요, 그저 평균적인 상식선에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면서 제가 주변에 하는 얘기는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적인 통계는 머릿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금융감독위원장 할 때도 저한테 야단맞는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주가가 주식시장에서 등락하면 시가총액이 변하는데 숫자를 보고할 때 제가 몇 번 그랬습니다. ‘자, 그럼 이것을 달러로 하면 얼마냐’고 묻는데 훈련이 안 돼 있습니다. 모든 조직의 원리가 비슷하겠습니다만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나 간부는 자기 휘하의 부서나 사람을 훈련시키고 계도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글로벌시대에 자꾸 원화로만 얘기하지 마라. 시가총액이 어떻게 변하는지 달러로는 얼마이고 엔으로는 얼마인지 이런 것도 생각해봐야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때때로 보고하러 온 사람의 서류를 뺏어서 덮어놓고 ‘설명해봐라. 서류 보고 통계 보고 하지 말고 그냥 설명해봐라’ 하면 굉장히 당황합니다. 그리고 ‘새로 온 사람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이거 고양이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났다’며 내가 염라대왕이라는 소리도 듣고 그랬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그때 그것이 도움이 돼서 각자 뇌리 속에 ‘아, 기본적인 통계에 대한 것은 그때 남았다’ 이런 긍정적인 평가도 듣고 있습니다만 원망도 많이 듣습니다.

 

홍권희:예, 본질문을 드리면 이명박정부가 교육, 복지, 노동분야에서 노무현정부와 비슷할 정도로 반시장적이라는 지적이 최근에 나왔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기대한 만큼 시장친화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경제총괄 장관으로서 이런 비평에 동의하시는지요?

 

윤증현:지금 우리 헌법에 기초한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국가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2008년 하반기에 미국에서 시작된 모기지 문제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리세션을 두고 ‘시장이 만능이 아니다. 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가해져야 한다’ 그런 많은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소위 파이낸셜 마켓에 파이낸셜 레귤레이션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영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해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되고 있는 G­20 회담에서도 이것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교육문제든 어떤 문제든 결국 시장에서 승부가 난다고 봅니다. 지금 전체적으로 시장에만 모든 것을 맡겨놓을 수 없다는 흐름이 있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시장경제만 한 대안이 아직까지는 찾아지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소위 헤겔의 변증법처럼 정반합 순환과정을 통해서 상호 보완되고 수정되면서 계속 발전해 왔다고 생각되고, 인류문명의 복지가 이 정도로 유지된 것도 결국 마켓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사적으로 보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지구상에서 퇴각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이러한 시장경제가 바탕이 됐던 나라와의 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경제주체별로 얘기하면 경제의 발전과 운용은 결국 민간이 주도해야 되는데 그 민간이 해야 할 자리에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그 나라의 경제가 발전할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앞으로 어떤 정책이든 결국 시장기능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요, 지금 하고 있는 정부 부분의 일부가 만약 그렇게 비쳤다면 정부가 지금 말씀하신 것을 유념해서 시정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박순빈 편집장님 질문하시죠.

 

박순빈:모두발언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포퓰리즘을 꼽으셨는데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포퓰리즘적 정책이나 법안, 주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월국회에서 몇 개 법안이 처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제관련 법안이 34개인데 그 가운데 20개가 감세안이었습니다. 여야 비율로 보면 7대3인데 대부분 여당의원 입법안은 사실 정부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재정을 담당하는 주무장관으로서 이것을 적절하게 제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까 포퓰리즘 사례로 꼽으신 게 지금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무상급식인데 그러면 여당 쪽에서 제기한 포퓰리즘적 성격의 법안은 어떤 식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고요, 그리고 몇몇 언론에서 보도했는데 장관께서 2월 26일 광주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금호그룹과 관련해서 ‘금호는 이 지역 대표기업이다. 정부나 채권단에서 가능하면 금호가 회생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노력을 할 것이다’ 이런 발언을 하셨습니다. 또 며칠 전 국회에서 ‘1가구 다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안을 지방 미분양 건설업체 경영애로 해소 차원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어 있습니다. 이게 좀 이중적이지 않느냐 이런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증현:이중적이라는 말에는 제가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결국은 경제가 왜 어려우냐 하면 어떤 이슈든 간에 양면성이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경제학을 ‘우울한 학문’이라고 그러지요. 경제가 1+1=2라는 자연과학의 원칙대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아주 쉬울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느 나라가 경제운용을 잘해서 선진국이 못 됐겠습니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감세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감세정책을 놓고 이번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위한 많은 논란이 있을 거고, 국회에서도 많은 질의가 있었습니다. 감세는 왜 해야 되느냐? 감세하는 것이 나쁘기만 하면 절대 감세하지 않아야죠. 그러나 감세해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이 있는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가 가라앉거나 나쁠 때 세금을 줄여줌으로써 투자의욕 또는 소비진작을 통해서 경기를 선순환시키고 그걸 통해서 다시 세입이 늘어나는 그런 공급경제학 측면의 필요성이 있을 때가 있고요, 지금 금리를 안 올리고 있는데 금리를 계속 안 올리고 가는 것이 좋다면 무슨 걱정이 있습니까? 계속 가면 되죠. 금리를 올리면 올리는 데 따라서 좋은 점도 있고 또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운용이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모습이 예를 들어 바깥에서 보기에는 이중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까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적절한 제어,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 경제 하는 사람이 언제나 갖고 있는 고충이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됩니다. 경제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 이 함수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느냐? 정치인은 정치가 추구하는 기본논리를 갖고 있겠지만 경제는 언제나 효율을 염두에 둡니다. Cost Effectiveness를 따지게 되어 있죠. 반면 정치는 형평이나 자유 이런 것이 중요한 가치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충돌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까 제가 얘기한 무상급식은 정치적으로 보면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내 자식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면서 급식을 정부가 공짜로 준다는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유의 존재이면서도 공짜를 싫어하지 않는 기본적인 속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경제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도대체 납득되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로 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 안 되지요. 그러면 재원은 어떻게 하나요? 언제나 재원을 먼저 생각해야 됩니다. 재정이 충분한 여유가 있어서 그럴 경우는 문제가 없죠. 재정 여유가 담보된 범위 내에서 그러한 것이 이루어져야지요.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무상급식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옷도 다 사줄 겁니까? 예를 들어 옷도 다 주고 나중에 집도 다 따로따로 사줄 거예요? 고소득층에 속한 사람이나 아주 어려운 서민층이나 똑같이 공짜로 먹으면 그것이 사회형평에도 맞는 것이냐는 거죠. 우리 집은 한 달에 소득이 얼마인데 그 소득이 없는 사람과 같이 하면 이것은 사회발전을 아주 저해하는, 그야말로 차별성을 부인하는 것이죠. 그래서 경제라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끔 각종 회의에서 부딪치는 것이 ‘왜 윤 장관은 꼭 경제효율만 강조하느냐? 정무적 판단을 좀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단호히 거부합니다.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이 정말 제대로 된 판단이 아니라 원칙이 실종되는, 원칙 없이 적절하게 타협하는 것을 정무적 판단이라고 한다면 나는 거부합니다. 우리같이 자원이 없는 small open economy에서 많은 국사가 가능한 한 경제논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데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가능한 한 어떤 분야도 경제가 추구하는 효율성 위주로 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까 금호관계에 대해 제가 말씀드린 것은 이런 겁니다. 기업 하나를 이루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순간입니다. 지금 금호가 해왔던 그런 기업들을 가능한 한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인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은 하나를 이루는 게 힘듭니다. 그리고 거기에 많은 고용인력이 생계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기업은 살려야 합니다.

우리가 지난날 사례에서 보듯이 현대나 대우에서 그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나중에 그러한 기업이 세계적인 경기호전 이런 것과 맞물린 이유도 있지만 자기들이 적극적인 자구노력을 통해서 다시 살아난 기업이 좀 많습니까. 저는 그런 기업이 다시 우리 사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많은 고용을 창출해주고 국부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망 있는 기업이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업이라면 가능한 한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제가 강조한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순빈:추가질문을 드리겠는데요, 말씀하신 시장논리, 어떤 효율성의 논리로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그 얘기를 좀 비판해 보자면요, 정부지원에 의해서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기업이 계속 살아남으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해치는 것 아닙니까?

 

윤증현:그것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그 판단입니다. 어떤 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 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겠느냐는 cost­benefit 검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금호타이어 같은 경우 채권금융기관이 적절한 구조조정을 통해서 워크아웃을 하면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배경은 지금 말씀하신 그런 부분에 대한 검토를 거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대신 노조에서 구조조정에 동의한다는 동의서가 나와야 그것이 시작될 수 있는데 노조에서 아직까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제가 광주 방문 시 기억합니다. 그래서 광주상공회의소 회원분들께 제발 노조를 설득해서 기업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동의서를 내도록 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그 상공회의소 회원들이 거의 매일 가서 노조와 협의하고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를 지금 듣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그런 것이 되지 않으면 기업은 살리려고 해도 못 살립니다. 그래서 저는 노조 내에 그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권단하고 뭔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 회: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보겠는데요, 지금 가장 큰 관심사가 고용문제인데 서정희 부장님부터 시작해 주시지요.

 

서정희:또 한 가지 상충되는 문제의식에 대한 질문을 여쭙겠습니다. 고용과 생산성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화두가 고용입니다. 장관께서 모두발언에서도 지적해 주셨습니다만 ‘과거와 같은 요소투입 증대를 통한 성장보다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과거 외환위기를 맞은 이유도 과도한 노동투입 그런 것도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노동 고용과 이런 생산성 문제는 약간 상충되지 않겠습니까? 땅을 파는 경우에도 많이 파려면 불도저가 가서 파면 될 텐데 고용을 위해서는 한 100명 모아서 열심히 파면 또 많이 팔 수도 있는 거고요. 결국 고용을 위한 나름의 원칙이 있어야 아까 말씀하신 시장을 지키고 효율성을 지키실 텐데 요즘은 너무 고용 쪽에만 얘기가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여쭙습니다.

 

윤증현:예, 좋은 지적 해주셨습니다. 저희도 사실 제일 걱정되는 것이 소위 ‘고용 없는 성장’입니다. 지금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주도형 경제가 안고 있는 제일 큰 고민의 하나가 ‘고용 없는 성장’입니다. 이것은 그렇다고 해서 성장이 고용을 하나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성장한 만큼 고용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상대 비교적인 얘기거든요. 아시다시피 제조업이라는 것이 그동안 끊임없는 기술과 과학문명의 발달로 사람이 투입되던 인력을 대체해서 소위 기계가 대신 하다 보니까 이제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취업유발계수가 예를 들어 옛날에는 10억 투자했을 때 20명 고용하던 것이 이제는 10명도 고용을 안 하게 되고, 그래서 고용이 뒤따르지 않는 성장이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입니다.

반면 지금 서 부장님 지적은 성장 없는 고용도 문제가 없느냐 하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지금 민간의 성장동력이라든지 민간의 자생력이 회복되기 전까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bridge role인데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를 작년 한 해 많이 창출해 왔습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라든지 청년인턴제라든지 이런 부분이 그런 것에 해당하는 거지요. 그런데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을 놓고 보면 부가가치 창출이 크게 되지 않는 고용이 우리한테 어떤 의미를 갖느냐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하고 있는 이러한 임시적인 조치는 그야말로 임시한정적으로 끝나야 합니다. 그래서 금년 들어서면서 희망근로 프로젝트도 절반으로 줄였고요, 청년인턴은 당장에 줄이면 지금 사회에 나오는 청년들의 일자리가 마련되지 않고 아직 민간의 자생력이 완전히 회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작년의 절반 수준은 계속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결국은 다 재정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여러분이 유럽, 그리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보시다시피 재정건전성이 위협받을 때 대외적으로 어떤 현상이 생기느냐 하는 것을 굉장히 경계해야 합니다. 저희도 이러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고요, 결론적으로 양질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결국 민간기업이 창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된 일자리 아니겠습니까? 다만 그때까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중간과정을 이어주는 것이거든요. 서 부장이 말씀한 그런 부분을 정부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 회:신춘범 부장님 질문하시죠.

 

신춘범:장관님 취임하시고 추경으로 28조 6천억원인가를 준비해서 바로 희망근로, 청년인턴 이런 것에 투입해서 작년에 고용사정이 굉장히 안 좋을 때 실업률이 급등하는 것을 막고 경기회복을 아주 선제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있어 재정역할이 상당히 컸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올 1월의 실업률을 보면 갑자기 5%로 급등했습니다. 민간부문의 일자리가 나빠져서 급등한 게 아니라 희망근로나 노인일자리나 청년인턴이 1월에 휴직이다 보니까 특히 1월에 희망근로 10만명 모집했는데 40만명이 지원하다 보니까 바로 취업시장에 구직단념자들이 그만큼 많이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실업률이 급등했는데요, 정부의 이런 한시적인 일자리창출 사업 때문에 고용통계가 고용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어떤 착시현상까지도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민간부문의 일자리만 따로 떼어서 지표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여쭤보고 싶고요, 또 하나는 장관께서 임금피크제를 통한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5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이 같이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할 때 장관께서는 어느 쪽에 먼저 일자리를 주실 생각이십니까?

 

윤증현:좋은 질문 주셨습니다. 차제에 오늘 언론인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질문과 관계됩니다. 1월 고용통계가 나오기 전까지 올해 실업률은 약 3.5% 내외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허구의 숫자가 아니고 말 그대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는 ILO 기준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1월 실업률이 갑자기 3.5% 수준에서 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통계청에서 생산하고 있는 통계가 얼마만큼 정직하게 하느냐는 뜻으로도 봐줘야 합니다. 옛날 같으면 눌러가지고 내부적으로 발표를 못 하게 하거나 비틀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게 어떻게 됐느냐 하면 이렇습니다. 아까 희망근로 프로젝트 말씀하신 대로 정확한 사실 그대로입니다. 고용사정을 중간에 이어주기 위해서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하는데 1, 2월은 추우니까 3월부터 하려고 준비하면서 1월에 희망근로 프로젝트 희망자를 받았어요. 그런데 언론보도를 통해 희망근로자를 작년의 반으로 줄인다는 것을 알고 미리 신청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무려 40만명이 넘는 사람이 신청했어요. 이분들이 전에는 비경활인구로 분류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실업률에 근본적으로 잡히지가 않거든요. 이게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것으로 해서 경활인구로 들어오다 보니까 이 사람들이 전부 실직자로 들어와 버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실업률이 하루아침에 3.5%에서 5%로 오른 것입니다. 굉장히 당황했는데요, 그러나 국제적 기준에 따라서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이것 또한 정직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일부 언론에서 ‘실질적인 실업자는 300만이다, 400만이다’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경활 배경을 놓고 분류를 다시 했습니다. 실제로 내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하지 못하는 사람 기준으로 취업의 애로를 겪는 취업애로 계층을 파악해보니까 182만 정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실업자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취업애로 계층인 182만에 대한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포커스를 맞추자고 해서 정부가 그렇게 수정해서 발표했습니다.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만 지금 정부가 나름대로 양심적이고 정직하게 일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옛날처럼 깔아뭉개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국민에게 이해와 설득을 구하고 있습니다.

2월 통계가 좀 있으면 나올 겁니다. 이미 이 부분이 일부 반영됐기 때문에 2월은 상당히 떨어질 거예요. 3월 들어가면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오해가 없으시기 바라고요, 무슨 새로운 실업자가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닙니다.

그다음에 정년과 관련해서는 이것은 제가 답변하기 전에 우리 존경하는 신 위원부터 먼저 의견을 좀 말씀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예를 들어 50대 아버지와 20대 학교를 졸업한 청년하고 일자리가 하나뿐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저희도 의견수렴이 좀 필요하거든요.

 

신춘범:저는 이렇게 할 것 같습니다. 50대 아버지 하나의 일자리가 없어져서 20대 아들 서너 명을 고용할 수 있으면 그게 답이겠지요.

 

윤증현:바로 그렇습니다. 아침에 관훈클럽 나온 보람이 있네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나이 들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 순간의 문제이고 시간의 문제지 결국 나이 들고 우리가 죽음으로 가는 것인데요, 우리 후배나 후손을 위해서 뭔가 나은 사회를 남겨두고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어떻게 합니까? 경쟁력 있는 기업이 치열한 글로벌시대에 국제사회에서 계속 좋은 제품과 좋은 용역을 수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래야 우리 사회가 그야말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지 않겠습니까? 학교 졸업하고 길거리에 나와서 잡(job)을 한번 가지지 못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부분이 제일 심각한데요, 정년연장을 해주면 좀 좋습니까?

무조건 정년연장해 주면 전체적으로 노동비용이라든지 기본원가가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신입사원 뽑는 데 제약이 될 것 아닙니까?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 아닌가요? 그러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물론 기업의 경기가 좋고 해서 청년 신규노동자를 뽑고 또 나이 드신 분들 연장도 해주고 다 하면 좋죠. 그렇게 고용총량을 다 늘릴 수 있으면 아무런 고민이 없지요. 그러나 그렇게 가지 않고 선택해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 어떻게 되느냐? 더구나 나이 드신 분들은 고위직에 있어서 임금을 많이 받으니까 그런 분 한 분이 물러나면 오히려 젊은 청년층을 한 사람이 아니라 두세 명 고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저는 제 의견이 아니라 우리 신 위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년연장을 하면 무조건 안 된다는 것 또한 아니거든요. 그리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기업에 따라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연장을 해줄 사람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해주라 이거예요. 예를 들어 100만원 주던 임금을 피크제로 해서 50만원 주고 오랫동안 쌓은 경륜이나 경험이 있고 또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있는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회사가 써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그런 유연성, 탄력성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반대하는 것은 일률적인 정년연장입니다. 회사가 필요하든 아니든 무조건 2, 3년 연장해야 된다면 그 회사가 생산성이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런 부분은 선별적으로 가야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청년층이 신입직원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막지 않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뜻입니다.

 

사 회:다음 홍권희 위원님 계속해 주시죠.

 

홍권희: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일자리 걱정을 안 해본 엘리트 관료들이어서 정책에 절박함이 없다고 질책했습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신 윤 장관께서 그 말씀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요?

 

윤증현:때때로 일을 하다 보면 살아온 내력이 다르고 역사가 다르고 과정이 다르다 보니까 그런 의견의 차이라 할까요, 그런 것이 표출되는 게 많은데요, 그날 자리에 있던 많은 공직자 출신이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당신들 사회에서 대접받고 좋은 자리 차지하고 이를테면 중요한, 그렇다고 해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일자리를 잃고 통렬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일자리 창출에 얼마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대책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질책은 우리가 달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나중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반드시 똑같지는 않다고요. 또 내가 직접 고통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어떤 솔루션을 찾아가는 데 반드시 뒤지느냐, 그런 논리도 꼭 맞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소위 private sector에서 여러 경험을 해온 그런 부분하고 공직사회에서만 일한 사람하고 적절하게 조합이 이루어지면 거기에서 오히려 굉장히 좋은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부를 구성하는 멤버도 저는 공직자 출신만으로 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공직자 출신 다 몰아내고 시장사람들만 모두 들어오면 좋으냐, 나는 그것도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적절한 비율의 안배가 이루어질 때 그것이 가장 좋은 조합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라든지 민간의 경험이라든지 소위 갑과 을의 입장에서 을의 입장을 잘 이해한다든지 그런 면에서 새로운 동력이 되어줄 수 있고요, 또 갑의 입장에서 살아왔다고 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공직자 출신은 나름대로 국가운영을 해본 경험이라든지 전체를 보는 시각이라든지 그런 면에서 더 나을 수 있어서 서로 갖지 못한 부분을 상호 보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거든요. 저는 아까 얘기한 지적은 그런 것의 하나의 전형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사 회:박순빈 편집장님 질문하시죠.

 

박순빈:가벼운 질문 한 가지 해보겠습니다. 장관님하고 같이 일해본 관료 후배들이, 여기 다 아시겠습니다만 장관님 별명을 ‘따꺼’라고 붙여줬지 않습니까? 한자로 ‘大兄’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영광스럽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장관님의 리더십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애칭 속에 묻혀 있는 리더십이 신세대 관료들한테도 통하는지요? 예컨대 저희들 신문사 같은 곳을 보면 후배기자들하고 대면접촉을 하기 위해서 술을 많이 마신다든지 이러면 옛날에는 참 잘 이끄는 선배라고 했는데 지금은 욕 얻어먹는 선배가 되거든요. 어떠십니까?

 

윤증현:제가 중간간부까지 하면서 이 별명을 굉장히 많이 들었는데요, 저는 이런 생각은 있습니다. 남자가 사회에 나가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소위 대의라고 그래요. 클 大자, 옳을 意자, 대의를 좇아야 하는 일이 있고요, 작을 小자, 옳을 意자, 소의를 좇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어떻게 보면 짧고 허망하게 빨리 지나가고 마는 것인데요, 제가 인간관계에서 제일 지키고 싶은 가치라고 할까 추구하고 싶은 보람이라면 친구간의 우정, 사람간의 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후배들에게 얘기할 때 일을 놓고 어떤 이익을 놓고 다툴 때는 다퉈야 하지만 인간관계로 벌어질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자성어 중 하나가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한다는 말입니다. 같지 않아도 인간관계가 나쁘게 지낼 필요는 없다. 사람이라는 게 신이 아닌 이상 반드시 좋은 점, 나쁜 점이 있기 마련인데 상대방의 좋은 점만 보면 충분히 우정을 쌓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남자로 태어났다면 남자간의 우정이 제일 중요하고 또 살다보면 남녀간의 애정도 있을 수 있고 그러니까 여자분도 마찬가지죠. 우정이나 애정 이런 부분은 절대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소의가 대의를 그르쳐서는 안 되지요.

아까 제가 통계 나왔을 때 우리 홍 위원님 말씀에 답변한 것처럼 저는 일부에서는 그렇게 ‘따꺼’ 소리를 듣지만 일부에서는 뭐 피하려다 호랑이 만났다고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습니다. 또 저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고, 염라대왕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평가해보면 굉장히 colorful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떨 때는 제 본성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확실히 추구하는 것은, 정말 우리가 간직하고 가야 할 중요한 가치는 그야말로 우정이고 애정이고 프렌드십이고 사나이 간의 신의이고, 이러한 부분이 대의 때문에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얘기 듣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순빈:제가 신세대한테 통하느냐고 여쭤봤는데요….

 

윤증현:요새 신세대는 소위 휴머니티라고 할까요, 그런 게 부족한데 이게 하나의 시대흐름일지도 모르겠고 나이든 우리가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때때로 이런 모습을 보면서 좀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일본에 유명한 ‘오싱’이라는 게 있습니다. 선배님들 기억하실 텐데 오싱에 보면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나와서 마지막 하는 대화가 있습니다. 참으로 씁쓸하죠. 어떻게 해서 일본이라는 사회가 이렇게 되었는지 신세대들의 그런 행태를 보면서 소위 소통의 부재가 있는 것이지요. 이런 것은 하나의 세계적인 시대흐름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언론계 선배님들 많이 나오셨는데 선배님들은 저희보다 더 그런 것에 대한 회한이랄까 아쉬움 이런 게 많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세대간의 차이가 어떻게 보면 불가피한 점도 있지 않겠습니까?

 

사 회:지금 진행시간을 보면 패널들이 준비한 것에 비해 진행속도가 많이 늦어지고 있는데요, 가능한 한 질문과 답변을 간략히 해서 패널리스트들이 진행을 좀 빨리 해주십시오.

 

박순빈:아까 신춘범 부장이 물어봤던 것의 보충질문 성격인데요, 1월의 실업률 통계를 말씀하셨지만 저는 1월의 실업률 통계는 약간의 통계적 착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실업률 통계보다도 고용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고용부진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보는데요, 장관님께서 산업구조상 고용 없는 성장 이런 것들이 좀 구조화되고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경기가 약간 턴을 하고 있는데 언제쯤 고용시장에서도 경기회복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윤증현:정부도 이번 경영전략회의를 발족시키면서 첫 번째 발표한 금년도 텍스트에 지금까지 실업률 중심에서 고용률을 실제로 좀 더 많이 보는 쪽으로 포커스를 이동해야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고용이 경기에 한 6개월 이상 후행한다고 보편적으로 봅니다. 제가 fortune teller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쯤 이것이 현실화될 것인가 딱 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요즘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금년 하반기쯤 가면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제 희망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됐으면 참 좋겠습니다.

 

사 회:장관님께서 아까 기조연설하시면서 서비스업을 중점육성해야 된다는 말씀을 강조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 서정희 부장님 질문해주시죠.

 

서정희:아까 고용과 생산성에 관해서 여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답은 고용은 서비스에서 찾아야 하고 생산성은 제조업에 치중을 많이 두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반대인 것 같아요. 서비스 쪽은 꽉 막혀 있어 오히려 고용이 안 되고, 제조업에서 억지로 일부 고용을 떠안게 하는 모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관께서도 오죽 답답하셨으면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정책의 루비콘 강을 건너야 한다’ 이런 말씀까지 하셨겠습니까만 왜 안 건너십니까? 수면 밑으로 건너시는지, 배 타고 건너시는지 뭘로 건너시는지 모르겠는데 구체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영리의료법인과 관련해서도 보건복지가족부하고 양 기관의 연구소들이 다 동원되어서 옳다, 그르다는 얘기를 몇 년째 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결말을 내셔야 되고, 혼자 못 내시면 총리를 동원해서 내시든지 좀 분명하게 해주셔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윤증현:예. 제가 전에 ‘정책의 루비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은 제가 시저가 못 돼서 안타까워서 그랬습니다.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가 2~3년 된 것도 아니고 정말 오랜 세월 논의되어 왔는데, 크게 진척이 안 되고 있는 것은 여러분 아시다시피 기존 질서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존 시스템이 오래도록 유지되어 오면서 그 틀을 깨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원에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이러한 권리를 나누려고 그러니까 여기에 엄청난 갈등과 균열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헤쳐나가려고 하면 사회적인 컨센서스와 함께 제도개편이 따라야 하고 법률이 개정되어야 하고 제도가 바뀌어야 됩니다. 그러나 지난번 KDI에서 전문자격사 시장진입 완화와 의사, 변호사, 약사, 회계사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진입규제 완화하는 문제하고 시장자율화하는 문제를 가지고 공청회를 하려 했는데 공청회 자체를 못하지 않았습니까? 전문자격사들이 와서 책상을 뒤엎고 그랬습니다.

아까 제가 OTC 얘기도 했습니다만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비타민이나 소화제를 왜 동네 편의점이나 그로서리에서 못 사게 하느냐 하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전문자격사 쪽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자격사들이 과천에 와서 깃발을 휘날리고 하니까 이러한 부분이 진척되고 있지 않습니다. 민간 의료시장에 대한 투자를 개방해서 민간자본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의료부분의 산업화를 하고 의료산업을 일으키면 그야말로 고부가가치 고용도 창출되고 여러 가지 국부창출에도 기여할 텐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질문받을 때마다 참으로 곤혹스럽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가 계속 군불을 지피자는 얘기를 합니다. 군불을 지피다 보면 언젠가는 뜸이 들게 마련이고 밥이 되지 않겠습니까? 군불을 지피는 데 같이 좀 참여해달라고 얘기합니다. 여러분께서도 힘을 합쳐서 많이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경제의 앞으로의 돌파구는 결국 여기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으면 우리 운명을 바깥에다 맡겨놓는 것이 되지 않습니까? 국제시장이 흔들리면 우리는 즉각 영향받습니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내수시장을 일으켜서 확대균형으로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수출, 즉 대외변수 쪽이 어려울 때 내수 쪽에서 커버해 주려면 내수를 일으켜야 됩니다. 그 내수를 일으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 서비스산업이거든요.

우리 한국사람은 정말 경쟁력이 있습니다. 특히 교육의 예를 들어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좋은 교육시장이 어디 있습니까? 아직도 대한민국 국민은 내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자식만은 신분상승을 시키고 싶어 하고 교육시키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어디 있습니까?

의료시장도 그렇습니다. 한국사람 중 제일 우수한 사람이 가는 곳이 의료분야입니다. 세계에서 코리아 모델을 내놓을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분야가 의료분야입니다. 미국 의료시장도, 유럽 의료시장도 다 문제가 많고 실패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인정합니다. 우리가 공보험을 기반으로 한 의료산업을 정말 코리아 모델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못하니까 시스템 개편이 그야말로 계획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토론회가 여러분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사 회:신춘범 부장 순서로 넘어가는데요, 신 부장 하시고 나서 한 라운드 정도 더 돌기가 빠듯하니까 준비하신 질문 중 꼭 해야 할 질문을 먼저 해주십시오. 우선 신 부장님.

 

신춘범:정책의 루비콘 강을 건너기가 좀 쉬우려면 옛날처럼 경제부총리제로 환원하면 어떨까요? 좀 건너기 쉬울까요?

 

윤증현:새정부 발족할 때 경제부총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정책조율이라든지 효율적인 정책조정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해서 많이 제기됐었는데요, 이미 새정부 출범 2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모자를 바꿔 썼느냐, 어떤 타이틀을 더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런 모자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제가 보기에 부총리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일을 하는 데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부총리가 없으면 총리도 계시고 대통령도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굳이 그것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 회:그다음에 홍 부장님 질문해주시죠.

 

홍권희:김규한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작년의 극렬폭력투쟁을 반성하면서 자금지원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윤 장관께서 대신 답장을 보내신다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윤증현: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지난번 광주에 가서 금호타이어 노조가 구조조정에 대한 동의서를 내지 않아서 채권금융기관에서 1,000억인가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지금 쌍용차 노조에서 일어나고 있는 행태가 똑같이 반복될지 모릅니다. 모든 기승전결에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제발 금호타이어 노조를 설득해 주십시오. 오늘도 설득이 이루어지고 있으리라고 봅니다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쌍용자동차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기업이었는데요, 이 부분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는데 지금 와서 노조에서 그런 반성문을 쓴다고 해서 타이밍으로 보나 또 쌍용자동차는 순수 민간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정부가 민간기업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겠습니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채권­채무관계를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판단할 문제인데요, 지금 채권금융기관에서 쌍용자동차가 살아날 수 있는 모멘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제가 한번 체크해봐야 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말씀을 잘못 드려서 다시 리바이벌할 수 있는 쌍용자동차를 어렵게 만들면 제가 큰 죄악을 범하는 것이고요, 또 거꾸로 되면 그건 또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답변은 제가 유보를 드리고 채권금융기관이 어떻게 생각하고 상황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안 다음에 나중에 별도로 답변드리겠습니다.

 

박순빈:장관님께서도 그렇고 많은 전문가들이 재정건전성 회복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고 시급한 과제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고요. 경인운하나 4대강 사업 같은 대형 토목건설사업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사업 자체의 성격은 여기서 논란할 이유가 없는데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문제라고 봅니다. 지출에 대해서 낭비요인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정부 스스로 국가재정법시행령을 개정해서 없애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만약 이런 대규모 국책사업이 나중에 기대했던 만큼, 정부가 발표하는 것만큼 편익이 나오지 않았을 때 그 책임은 어떻게 져야 되는 거지요?

 

윤증현:좋은 질문입니다. 국회에서도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많은 공론이 있어 왔습니다. 아직도 지속되고 있습니다만 재정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하냐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정의 역할을 포기하면서까지 재정건전성에 비중을 두는 것은 그렇게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되고요, 우리나라 재정은 지금 어느 나라하고 비교해도 건전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그리스를 포함해서 유럽 여러 나라의 재정적자 비중이 GDP의 10%를 다 넘습니다. 그리스가 -12%인가 그렇고요, 또한 국가채무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0%인가 그렇습니다. 일본은 지금 220%지요.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시작된 2008년 후반기 이전에는 GDP에서 차지하는 국가채무가 30% 조금 넘었었어요. 그것이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되면서 지난 2년 이상 재정을 확충하면서 국가채무가 GDP 대비 한 5% 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35.6% 됩니다. 최근 2년 동안 보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그래서 우리가 굉장히 유의하고 있습니다.

재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예산적자를 보면 우리가 작년에 GDP의 -5%였습니다. 유럽의 일부 재정적자가 심한 나라의 -12%에 비해 우리나라는 -5% 정도였고요, 금년 예산은 -5% 축소해서 -2.7%를 예상하고 지금 재정운용을 -2.7% 이하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시에서 보다시피 이러한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세계 어느 나라하고 비교해도 건전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앞으로 재정건전성을 더 강화하기 위해 세입 쪽에서 세입기반을 강화하면서 세출 쪽의 불요불급한 세출을 절대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명제이다시피 합니다.

4대강 사업 같은 경우는 국회에서도 차라리 4대강 사업 같은 토목사업하지 말고 그것을 고용창출에 쓰거나 복지예산으로 지출하면 어떠냐는 많은 논의가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제 답변은 당연히 ‘노’입니다. 이게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미국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 우주선을 쏘아올릴 때 미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우주선을 쏘기 위해서 우주산업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도와준다든지, 미국 내에서도 사회복지가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차라리 낫지 않으냐는 반론이 많이 있을 때 ‘오늘이 중요하지만 내일도 오늘 이상 중요하다. 인류가 어떤 이상이나 꿈을 지향하는 것이 없다면 그것이 나라이겠느냐. 지금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꿈을 버린다면 우리가 어떻게 도약할 수 있겠느냐’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저는 4대강 사업을 토목사업이라고 폄하하는 것을 참으로 이해할 수 없고,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4대강 사업은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한반도에서 4대강이 차지하는 지정학적 위치라든지 4대강 사업이 나중에 정비되었을 때 있을 수 있는 홍수예방이라든지 자원의 새로운 개발이라든지 이런 것을 생각하면 4대강 사업은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러분, 한강을 한번 보십시오. 제가 고등학교 때 서울에 왔는데 그때 한강이 어땠느냐 하면 가물면 물이 다 말라서 가운데 냇가로 조금씩 흘러갔어요. 그러다 홍수 한번 나면 토사가 넘치고 해서 난리가 났었습니다. 한강에 투자한 오늘날 한강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사실 그동안 정부가 재정이 미치지 못해서 어떻게 보면 4대강을 방기해온 겁니다. 영산강 가 보고 다시 이런 생각을 굳혔는데요, 영산강 같은 데 가보십시오. 정말 강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너무 방치했어요. 이런 부분은 토목사업이라고 해서 폄하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재정을 건전화시키기 위해 지출 쪽으로 불요불급한 공사를 철저히 검증해야 하지만 4대강은 우리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투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정희:네, 마지막 기회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아주 단문단답으로 몇 개 하겠습니다. 지금 금융위원회 있고 금감원이 있고 해서 두 분의 수장이 계시고, 지난 정부에서 윤 장관님은 2가지를 겸한 걸 봤습니다. 어느 게 낫습니까? 답만 해주십시오. 설명은 저도 많이 봤습니다. 답만 해주십시오.

 

윤증현:그거 fact가 하나 다르거든요. 제가 했을 때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였고….

 

서정희:알고 있습니다.

 

윤증현:금융정책은 그땐 재정경제부….

 

서정희:알고 있습니다.

 

윤증현:금융정책이 금융위원회로 왔거든요.

 

서정희:다 장단점이 있는 것 알고 있습니다.

 

윤증현:프로세스가 다릅니다. 지금 말씀하듯이 겸임하면 좋은 점이 있고요.

 

서정희:넘어가겠습니다.

 

윤증현:또 따로 하는 것에 따른 좋은 점이 있고 그렇습니다.

 

서정희:방금 박 부장이 재정 얘기하셨는데, 현 정부에는 예전 재무부 출신만 있어서 재정을 등한시한다, 미래를 모른다, 시야가 좁다는 데 대해 동의 못 하실 겁니다. 그런데 조금도 동의를 못 하십니까, 일부 동의하십니까? 답만 주십시오.

 

윤증현:저희가….

 

서정희:조금 동의하십니까?

 

윤증현:그런 비판에 대해 귀를 열고 굉장히 유의하고 있습니다.

 

서정희: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어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 총재에 누가 온다’는 말이 있었는데 소문인지 헛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한은 총재에 어떤 분이 오셔야 됩니까? 지난번 청문회 때도 거론하셨는데요.

 

윤증현:금융관련 전문지식과 세계관을 가지고 도덕적으로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마디만 더 한다면 지금 세계화 글로벌시대이기 때문에 중앙은행 총재가 갖추어야 할 요건 중 하나가 소위 글로벌 시각이라고 그럴까요, 이러한 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춘 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신춘범:마지막으로 세종시 문제 하나만 물어보고 끝내겠습니다. 장관께서는 노무현정부 때는 금감위원장을 하셨고 이명박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하고 계셔서 양쪽 정부에서 다 일을 하셨습니다. 세종시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게 노무현정부 때였고 지금 이명박정부에서는 이것을 수정하려고 하는데요, 장관께서 아까 포퓰리즘의 하나로 세종시 논쟁을 예로 드셨는데 어떤 의미에서 하신 겁니까? 설명을 좀 듣고 싶습니다.

 

윤증현:세종시로 간다고 했을 때 경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소위 경제적 효율이나 비용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참으로 안타까워했습니다. 정부의 비효율성이나 행정편의성을 따져보면 수요자 입장에서 보나 공급자 입장에서 보나 이것은 분명히 비효율입니다. 지금 경제부처가 과천에 다 가 있지 않습니까? 옛날에 어떤 분이 ‘왜 정부정책이 만날 뒷북만 치고 있는지 가만 생각해 보니까 경제를 다루고 있는 경제부처가 심산유곡에 앉아 있으니까 시장에서 뭐가 일어나는지 모르지 않겠느냐?’고 쓴 칼럼을 보고 제가 박수 치고 그랬는데요, 경제하고 관계되지 않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행정부처를 경제, 비경제로 나누는 것 자체를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굳이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특히 경제부처는 시장 한가운데 있어야 됩니다. 다운타운에. 그래야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그래야 살아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지요. 오다가다 들르고 정보를 빨리 입수하고.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시민이나 국민이 정부에 볼일 있어서 가면 한곳에서 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경제부처는 과천 가야 되고 어느 부처는 광화문 와야 되고요, 또 지금은 외청 가려면 대전 가야 되지 않습니까? 수요자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다른 나라 가보면 관청가라는 것이 하나의 타운을 이루고 walking distance 내에 있어서 걸어다닐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되는 것이죠.

공급자 입장에서 과천에 있는 공무원들 보면 하루에 몇 번씩 광화문 쪽에 와야 됩니다. 총리가 광화문에 있고, 정부의 반이 광화문에 있고, 대통령이 광화문에 있기 때문이죠. 하루에 한두 번만 과천과 광화문 왔다 갔다 하면 나중에는 얼이 빠집니다. 차 속에서 한 시간 왔다 갔다 2시간 보내면요. 그래서 대부분 과천에 있는 부처의 장관들이 시내에 사무실 하나 안 갖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시간 후에 또 회의인데 갔다가 또 올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실무자는 어떠냐? 서류보따리 들고 결재 받으러 광화문까지 옵니다. 이 비효율을 어떻게 얘기합니까? 이러한 경제적 손실을 계량한다면 이것은 말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명약관화합니다.

 

사 회:플로어에서 질문이 많이 나오셨는데요, 2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질문을 내셨으니까 좀 간결하게라도 모든 질문에 답변해주십시오. 먼저 ‘아파트 미분양이 증가하고 부동산경기가 침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리가 올라가서 경기침체와 더블딥 우려가 있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물었습니다.

 

윤증현:지금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동향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요,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유럽은 아직 조금 어둡고 미국이나 중국은 나름대로 좀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세계 경제동향을 보면 물론 불확실성 변수는 있습니다만 금년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이 생각이 거의 보편적이고 주류 쪽 생각입니다. 저희가 근거 없는 낙관을 해서는 절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지금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론은 절대 펴지 않습니다. 옛날처럼 장밋빛, 이런 짓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우리가 경계할 것은 사실을 왜곡할 정도로, 사실 이상으로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어둡게 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겁니다. 자꾸 나쁘다, 더블딥이 온다, 더블딥이 온다 하면 더블딥이 올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위축되어 소비를 안 하게 되고 행동이 움츠러들기도 합니다. 기업은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요. 그래서 이러한 부분을 개인적으로 더블딥이 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비해야 한다는 경고 내지는 주의의 말씀으로 받아들입니다만 제가 자꾸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두 번 하실 말씀 한 번만 해주십시오. 당신이 더블딥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무책임하게 두세 번 강조해서 그런 사람이 자꾸 늘어나면 실제로 우리 경제에 임팩트가 갑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다음에 아까 말씀한 금리문제라든지 미분양 아파트 이런 문제는 우리가 같이 풀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부동산시장도 안정시켜야 되고 전체적인 경기도 풀어가야 하고 거기서 상충되는 문제도 나올 수 있습니다. 경제가 확 풀리면 특히 부동산시장이 또 준동할 소지도 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번 우리가 양도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서 약 30만호를 해결했습니다. 미분양 중에서 팔린 것이 실제로 한 4만호이고요, 신규로 분양된 약 26만호가 혜택을 봤습니다. 아직도 12만호 정도가 남아 있는데요, 이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저희 정부도 목하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 회:‘고령사회가 오고 있는데 고령자를 국가가 돌봐야 된다는 생각은 바꿔야 되지 않느냐, 고령자가 생산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 고령자 활용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이런 질문입니다.

 

윤증현:정부의 역할 중 하나가 결국은 무엇입니까?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고 경제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고령자가 되어 은퇴하게 되면 이런 분들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노년을 편안하게 지내도록 해줘야겠죠. 예를 들어 일본에서 일본 국민이 제일 애국자가 되는 순간이 언제냐 하면, 참으로 기가 막힌 얘기입니다만, 은퇴하고 노령연금통장을 받아 들고 첫 달에 연금을 받을 때 ‘내가 일본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답니다. 우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노령화되어 갑니다. 이런 데도 정부가 자원배분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재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복지는 노인분들에게도 일자리를 찾아주는 겁니다. 지금 정년연장 피크제, 또 파트타임 같은 것을 활용하기 위해 저희가 노동부와 관계부처에 많은 용역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옛날과 달라요. 옛날보다 10년 이상 젊어지지 않았습니까? 요즘 70세 되어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선배님들? 그러니까 파트타임 같은 것도 좋지 않습니까? 하루 4, 5시간도 좋고요.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작년에 전국적으로 굉장히 환영받은 소이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그러한 양쪽 측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 회:‘이번 동계올림픽의 성과가 경제적으로 20조원에 이른다는 평가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비인기종목의 훈련여건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장관님께서 납세의날 치사에서 비인기 운동종목 분야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방향으로 검토하고 계십니까?’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윤증현: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정말 열악한 조건에서 세계 5위의 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역사적 쾌거 아닙니까? 이것 하루 이틀에 된 거 아니거든요. 옛날에 이것은 유럽이나 선진국들의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 당시 이게 정말 비인기종목이었습니다. 이런 비인기종목에 대해 소리 없이 계속 지원해온 기업도 있었고요. 금전적으로나 물질적 아니면 인간적, 정신적으로 도와준 것이 뒷받침이 되어서 오늘날 이런 과실을 누린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번에 크게 느꼈습니다. 이러한 비인기종목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비용공제를 해준다든지 우선 세제 면에서라도 지원을 해주자, 기업이 이런 비인기종목을 지원한다면 그 부분만큼은 뭔가 국가가 혜택을 베풀어야 되지 않겠느냐 그런 차원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앞으로 재정에서도 예산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지원해주고자 하는 것이 저희 생각입니다.

 

사 회:‘그동안 우리가 발전모델로 삼아온 미국, 일본, 유럽 선진국 경제가 모두 어렵습니다. 한국 경제도 새로운 발전비전을 제시해야 될 시점 같은데 장관님이 생각하시는 발전모델은 무엇입니까?’

 

윤증현:제가 모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외수시장에만 의존도가 너무 높으니까 내수를 살리고 내수를 살리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길은 서비스산업의 선진화입니다. 그래서 첫째 서비스산업 선진화에서 우리 경제의 출구,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경쟁적으로 이 부분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됩니다. 또 하나는 녹색성장입니다. 이제는 환경친화적으로 산업을 일으키고 우리 국력을 키우지 않으면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녹색산업 성장, 이 2가지에 우리가 비전을 가지고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기존 일자리는 사라지고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잡 시프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대기업에서는 새로운 일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가 없어서 도리어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 이렇게 물었습니다.

 

윤증현:이 부분도 저희가 정말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지금 청년실업은 넘쳐나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은 사람을 못 구합니다. 이런 이중구조의 아이러니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또 대학생들은 그렇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소위 맞춤교육이 되지 않아서 새로 대학출신을 뽑아놓으면 직업훈련을 다시 시켜야 한다고 그럽니다. 그래서 정부가 지금 파우치 제도라고 해서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사람, 또 대학을 나왔습니다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질을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교육훈련 기회를 주기 위해서 직업훈련소 같은 곳에 가서 자기가 희망하는 분야의 기술을 배워서 잡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한다든지, 직업상담소를 통해서 서로 매칭시키는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한다든지 여러 가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이게 기본적으로 우리 교육제도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83~84%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뭐를 의미합니까? 대한민국 전 국민이 대학 간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요?

제가 알기로 선진국은 대학 진학률이 30~40% 정도입니다. 50% 넘는 나라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압니다. 왜냐하면 한 나라의 직업구조가 소위 피라미드형으로 가야 정상적인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가 공개한 걸 보면 항아리형입니다. 상위계층만 많고 일할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됩니까? 고학력자가 갈 만한 좋은 자리가 구조적으로 상위층에 더 많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까? 그거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너도 나도 다 대학 가면 앞으로 하부구조는 어떻게 하며, 그 사람들 다 수용해줄 수 있느냐 말입니다.

이런 부분은 교육개혁하고도 관계됩니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심도 있는 대안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이런 부분에까지 미치면 정말 잠을 설칠 정도로 머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지금 말씀드린 부분은 우리가 같이 오늘의 과제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사 회:답변이 나온 건 생략하고요,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재정이 충족된다면 무료급식도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학교급식으로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이 없어진 점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질문입니다.

 

윤증현:우리가 그동안 세계 15위권에 들 정도로 경제가 성장해왔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해서 애로를 겪는 계층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분들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정부가 도와야 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 과정에서 혜택을 받고 경제적 풍요라든지 여유를 누리고 있는 계층은 자기가 쓰는 비용은 자기가 부담하는 것이 건전한 사회질서 유지라든지 앞으로의 우리 미래를 위해서 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요? 그런 분들이 세금도 더 많이 내야 되고요. 그래서 같이 혜택을 누리되, 비용은 자기가 부담할 수 있는 부분은 자기가 부담해야지요. 자기가 부담할 수 없는 부분은 정부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됩니다. 그렇게 가는 것이 자원배분 효율성 측면에서도 훨씬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 회:장관님께서 오랜 시간 성실하고 솔직하게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토론회를 마치겠습니다.

 

이창순(사무국장):관훈클럽은 토론회에 나오신 분에게 기념패를 드립니다. 김진국 총무님께서 기념패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념패 내용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기념패.

                                                            윤증현 재정기획부 장관.

                      관훈클럽은 귀하를 초청연사로 모신 가운데 유익한 대화와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하와 함께한 소중한 이 자리는 53년을 이어온 관훈클럽의 전통과 더불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2010년 3월 5일 

                                                              관훈클럽 총무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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