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초청 관훈토론회

초청자 :
알렉산더 버시바우
개최일 :
2005-12-07
조회수 :
5,851
첨부파일

 

<관훈토론회>

알렉산더 버시바우(Alexander Vershbow) 주한 미국대사

 

 

일시:2005년 12월 7일

장소: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

주제:한미관계

 

 

대표토론자

李載昊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朴斗植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

千時寧 코리아헤럴드 논설위원

李眞淑 MBC 워싱턴특파원 준비

 

 

박정찬(사회):안녕하십니까. 관훈클럽 총무를 맡고 있는 박정찬입니다. 추운 날씨에 자리를 해주신 클럽 선배, 동료 여러분, 그리고 일찍 취재전선에 나서주신 취재진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관훈토론회에 참석해주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님과 오그번 대변인, 최성완 공보관님 그리고 대사관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52대 관훈클럽 임원들은 올해 일곱 번째이자 실질적으로 마지막 토론회를 오늘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이 성원해주시고 자리를 같이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여러분 앞에 있는 대사님은 7주 전에 우리나라에 부임하셨습니다. 그동안 두 가지 일로 언론계 안팎에 화제가 됐습니다. 한 가지는 이름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 되느냐로 언론계에서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제는 상당히 진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잘 아시다시피 며칠 전 각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만 드럼 연주자로 한국 국민에게 먼저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대사님이 프로필을 한국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면 오늘은 한미관계의 현 주소라든가 한미 현안에 대해 미국 정부 그리고 미국대사로서 밝히는, 어떻게 보면 바로 정면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토론회를 준비했고, 상당히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식탁이지만 잠시 아침을 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특히 오늘 대사님께서 9시 15분에 자리를 떠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식사를 빨리 하고 빨리 시작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조금 있다 다시 뵙겠습니다.(식사)

대사님의 기조연설에 앞서 올해 관훈클럽 임원진을 소개하겠습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오신 분만 소개하겠습니다. 기획을 맡은 이용식 문화일보 편집국장입니다. 회계를 맡은 박영균 동아일보 부국장입니다. 편집을 맡고 있는 허영섭 경향신문 주간국장입니다. 편집을 맡고 있는 황인선 서울경제 여론독자부장입니다. 성한용 한겨레신문 부장급 기자, 신연숙 서울신문 논설위원실장님 자리하셨습니다.

그리고 패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대사님께 질문을 해주실 동아일보 이재호 수석논설위원입니다. 조선일보 박두식 정치부 차장입니다. 코리아헤럴드 천시녕 논설위원이십니다.  MBC 워싱턴특파원 내정자로 특파원 준비를 하고 있는 이진숙씨입니다. 이진숙 기자는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이라크 전문기자였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질문을 해주실지 아주 기대됩니다.

대사님 연설을 듣기 전에 관례에 따라 약력을 소개하겠습니다. 버시바우 대사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1977년 국무부에 들어가셨습니다. 모스크바, 런던, 제네바에서 근무하시고 199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국 대표부 부대사, 93년 국무부 유럽 및 캐나다 담당 수석 부차관보, 94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통령특별보좌관 겸 유럽담당 국장, 98년 NATO 대사를 지내셨고, 2001년에는 주러시아 대사를 지내셨습니다. 지난 10월 14일 주한 미국대사로 취임선서를 한 후 17일 정식으로 부임하셨습니다. 경력에서 아시다시피 상당히 무게 있는 고위급 외교관이 한국대사로 부임하신 겁니다.

그러면 버시바우 대사의 연설을 듣겠습니다. 여러분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박수)

 

한미관계

버시바우:박정찬 총무님, 따뜻한 소개말씀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게 생각하며, 특히 한국의 지식인, 언론지도자 여러분과 자리를 함께 하게 돼 기쁩니다.

서울과 모스크바는 거리상 상당히 먼 곳입니다. 워싱턴에서도 멀고, 브뤼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사실 서울은 과거 제 어떤 부임지에서도 수천 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아시아가 생소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비록 아무도 제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닌 것이, 저는 지난 수년간 많은 미국사람들조차 제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브시바오’로 부르든, ‘버시바우’로 부르든 한국민은 어디서나 저와 제 아내를 환대해 주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로서 보낸 처음 몇 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영광스럽게도 한국에 도착한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께 신임장을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부시 미국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은 부산 APEC 정상회의와 경주에서 열린 제5차 정상회담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하여 상당히 성공적으로 일정을 마쳤습니다. 서울에어쇼뿐만 아니라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방한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로큰롤 연주자로 데뷔하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처음 몇 주간의 경험을 통해 저는 진심으로 한미관계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일 때 한미동맹이 맺어진 후 50여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1953년 당시 한국은 극빈국 중 하나였으며, 정치․경제적 미래가 불확실한 전쟁 폐허국이었습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였으며, 외국에서 1억 9400만 달러의 경제원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은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4000달러를 넘어섰으며, 2004년에는 해외개발원조금으로 4억 2300만 달러를 제공하였습니다. 한때 미국의 수혜국이었던 한국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 30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보냈으며, 이에 대해 미국민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국군이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애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되어 이라크 안정과 재건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라크 국민이 평화와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적 변화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한국은 군사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를 희망하는 전 세계 여러 국가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성장을 지원해온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국이 주요 시장경제국가이자 역동하는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지위에 걸맞게 세계무대에서 점차 두드러진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하며, 이제 그에 따라 한미동맹을 재조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미국은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소중히 생각하며 한국 방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한미동맹이 더욱 균형 있는 책임 분담과 현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한미동맹의 임무를 동북아시아 전 지역의 안정 증진으로까지 넓히고 있습니다. 이로써 한미동맹이 굳건하고 효과적이며 21세기 안보환경에 적합하도록 할 겁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한국전쟁 이후 가장 중요한 주한미군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둔군을 통합하여 용산기지 등 가능한 한 많은 기지를 한국민에게 반환하고 더욱 많은 임무와 권한을 한국군에 이양할 계획입니다. 동시에 향후 몇 년간 110억 달러를 투자하여 주한미군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한반도나 주변지역의 어떠한 비상사태에도 대처할 능력을 유지할 겁니다.

우리는 다른 분야의 한미관계도 현대화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의 방위동맹이 한미관계의 기본핵심을 이루고 있지만 오늘날 한미관계는 단순히 한반도 군사공격을 억지하는 것 이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경주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했듯이 우리는 조만간 전략대화를 출범시켜 더욱 장기적인 전략적 견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겁니다.

한미 협력은 대테러전에서부터 결핵이나 에이즈 퇴치에 이르기까지 지역적이고 세계적인 현안으로 확대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오늘날 우리는 한반도에 위협을 가하는 북핵위기를 해결하고자 6자회담 틀 안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난 6월 북한이 핵폐기를 약속한 공동성명으로 힘을 얻었으나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북한에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미국법에 따라 취해진 경제제재를 놓고 협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한 제재조치를 야기한 북한의 행동, 즉 위험한 군사기술 수출, 마약밀매, 돈세탁, 달러 위조, 기타 불법행위를 중단하는 건 북한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법 집행이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6자회담의 나머지 5개 참가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미국은 회담의 핵심사안인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용납될 수 없으며,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 스스로 자초한 고립상태를 끝내고 국제사회로 진입하는 길이 열린다는 믿음도 같이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핵무기 추구로는 이들 문제 중 어느 하나도 해결할 수 없을 겁니다.

덧붙여, 미국은 남북교류를 지지합니다. 한국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북한주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북한에서 진정한 경제․정치 개혁을 유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내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되는 북한인권국제대회는 그러한 개혁을 유도할 방안을 강구할 좋은 기회이며, 진보든 보수든 관심 있는 분은 모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남북통일이라는 목표도 지지합니다.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궈온 삶의 방식이 한반도 전체로 퍼져 나가길 바랍니다. 이 삶의 방식은 여러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고, 이것은 미국민과 한국민이 시간이 갈수록 굳건히 공유하는 가치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민주정부, 자유무역, 시장경제,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신념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또한 정부 차원의 교류를 뒷받침하는 양 국민간 긴밀한 유대관계로 묶여 있습니다.

양국간 교역이 720억 달러에 육박해 이제 한국은 미국의 7대 교역국, 미국은 한국의 2대 교역국입니다. 또 미국은 작년 한 해 한국에 330억 달러를 투자한 최대투자국입니다. 현대가 최근 앨라배마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신설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 대한 한국의 투자도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제 임기 중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기도 한 자유무역협정(FTA)이 향후 양국간에 체결된다면 이런 양방향 투자규모는 더욱 늘어날 겁니다.

인적 교류를 반영하는 수치는 더욱 인상적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약 200만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있는데, 이는 미국인 140명 중 1명에 해당합니다. 미국 유수의 대학을 가보시면 이 수치는 더욱 놀랍습니다. 한국은 미국에 세 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국가이고, 작년에만 6만 5000건의 학생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공동의 적과 맞서면서 50년 전 처음으로 동맹관계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양국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습니다. 지금은 그저 공동의 적에 맞서는 동맹관계가 아니라 점점 많은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로 성장했고, 이들 가치가 양국을 중요한 동맹관계에서 친구간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이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는 과거 수십 년 동안 한국이 역동적 민주주의와 번영하는 시장경제로 변모하는 것을 목격하셨을 겁니다. 언론인이신 여러분은 이를 관찰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하셨습니다. 제가 구소련에서 일한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언론자유는 정부, 기업, 일반시민, 심지어 해당국 주재 외교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 여러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사 회:플로어에서도 저희한테 질문요지를 적어주시면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관훈토론회를 비롯한 모든 클럽 운영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남중구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 이사장님을 소개하겠습니다. 또 오랜만에 나오신 원로 언론인 한 분을 특별히 소개하겠습니다. 관훈클럽을 창립할 때 산파역을 하는 데 도움을 주신 지갑종 선배님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박수)

그러면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재호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께서 시작하시죠.

 

이재호:대사께서는 방금 대북 금융제재 문제에 대해 북한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놓고 북한과 타협을 안 한다면 일부 한국사람들은 미국이 너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 또 북한을 코너로 몰기 위해 일부 범죄적 행위를 과대선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놓고 북한과 타협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6자회담의 순조로운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데, 여기에 대한 대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버시바우:북한의 범죄활동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것은 바로 지난 몇 달 동안 미국이 취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 아시아은행을 상대로 한 우리 조치도 포함됩니다. 이 조치를 통해서 우리는 북한이 일련의 불법활동을 중단하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며, 또한 북한이 이와 같은 우리의 조치를 통해 압력을 느낀다고도 생각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북한정권이 이와 같은 범죄활동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즉 불법활동을 하고 있는 정권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의 정치적 제스처로서 우리가 이와 같은 제재를 완화시키거나 풀 수는 없습니다. 지금 북한이 위험한 무기류를 수출하고, 정권 주도하에 마약을 밀매하고, 또 미국 지폐를 대규모 위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제재를 풀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핵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진전을 방해하기 위한 인위적 장애물을 만들고 있는 건 북한입니다.

 

이재호: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대사님 말씀대로라면 6자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을 직접 방문하시거나 아니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북한방문 같은 뭔가 획기적인 조치를 기대하긴 어렵겠군요?

 

버시바우:만약 6자회담 테이블에 놓인 어려운 이슈들을 우리가 해결할 수 있고, 또 미국과 북한 간에 일부 이슈들이 해결된다면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북한에 손을 내밀어 왔습니다. 94년 기본합의 이후에도 그랬고요. 그러나 북한 쪽에서는 우리에게 상호 호혜원칙에 입각한 선의의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94년에 만들어진 기본합의문을 위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그와 같은 고위급 방문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6자회담에 대해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북한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 무엇인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그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이진숙:대사님께 인권에 대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주한상공회의소 연설에서 김정일 정권하에서는 북한 인권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기 힘들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대사님의 불신, 또 미국 정권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말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우선 오늘 이 시점에서 대사님의 북한관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좀 단순화시켜서 여쭤본다면 김정일을 폭군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버시바우:제가 김정일 정권을 특별한 이름으로 지목하는 건 삼가겠습니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지난 10년 동안 북한 상황을 살펴보면 매우 암울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주민들이 기아로 고생했고, 그리고 가장 어려운 기아의 시기가 지났음에도 많은 북한주민이 영양실조로 고통받았으며, 정치․경제적 자유가 전혀 허용되지 않고, 강제 정치범수용소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또한 세계화의 접근이 굉장히 제한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권하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크게 낙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낙관적이지는 못할지라도 북한정권이 과거에는 실패했어도 개혁을 할 가능성은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2002년도에 북한에서 제한적이긴 했지만 개혁이 도입되었습니다. 비록 최근 수개월 동안 그 개혁의 성과가 역행된 듯한 인상을 받지만 개혁을 도입한 적이 있으며, 또한 적어도 앞으로 이 체제에 모순이 있다는 인식을 하고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다른 공산주의 정권들이 했듯이 그와 같은 개혁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지도부가 교조주의적 이데올로기 체제에서 벗어나서 과연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건 두고 봐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개혁을 장려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우선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고, 다음으로 북한이 계속 후퇴하는 것보다는 발전하는 국가의 반열에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진숙:대사님의 답변을 들으면서 미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북한관에도 어떤 모순이랄까 딜레마 같은 것이 담겨 있다는 인상을 받는데요, 대사님께서도 앞서 북한에 대해 범죄적인 정권이라고 표현하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변 가운데 개혁의 여지가 있는 걸로 말씀하셨는데, 인권개선과 관련해서 어떤 것이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답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하면 인권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인지… 그리고 만약 미국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이 계속해서 인권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버시바우:우리는 북한이 현 정책의 결과를 제대로 인식하고 변화를 추구한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룻밤 사이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스스로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첫째 더 이상 불법활동을 하지 않고, 둘째 더 이상 외화 위조를 하지 않고, 아돌프 히틀러 이후 처음으로 정권 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 셋째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 위협이 되고 있는 마약밀매를 더 이상 하지 않고, 넷째 문명국가가 지켜나가는 기준을 북한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 지도자가 어떠한 과오를 저질렀을지라도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를 이룰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이 변화한다면 우리는 거기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추가로 말씀드리면, 우리는 만약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북한에 많은 긍정적인 혜택이 갈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우선 미국 등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고, 두 번째로 현재의 전쟁체제를 영원히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체제를 한반도에 정착시킬 수 있고, 세 번째로 경제원조 및 여러 개발원조를 받게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북한이 현재의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봅니다.

또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북한이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국제기구 모니터 요원들의 입국을 허용함으로써 식량원조를 모니터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야 식량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신뢰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또 구 공산국가의 개혁 선례를 보고 개혁을 단행한다면 국제기준에 부합될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은 특히 인권과 관련된 국제기구 규약에 이미 가입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한 약속을 실행할 것을 촉구하는 겁니다.

 

이진숙:대사님께서는 만약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한다면, 그리고 마약거래를 중단하고 위폐발행을 중단한다면 미국으로부터 어떤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만약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은 안하셨습니다. 만약 하지 않는다면 어떤 조치가 있을 수 있습니까?

 

버시바우:우선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로 애국법 같은 미국 법률을 이용해서 이와 같은 범죄활동을 지원하는 돈세탁 등의 활동을 저지할 겁니다. 우리가 세계의 불법 금융활동을 단속하고 저지하듯이 말입니다. 또한 미사일 기술 수출과 관련해서 이미 우리는 여러 국가들과 수출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같은 기구를 통해서 수출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겁니다만, 그러나 보다 나은 방안은 바로 북한 스스로 이와 같은 활동이 북한의 단기이익에는 일조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북한의 핵심적 이익을 저해하고 북한에 손상을 가한다는 걸 스스로 인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이 이 같은 인식을 보여준다면 미국은 여기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사 회:간결한 질문과 간결한 답변이 되어야 많은 분야의 질문과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박두식:저는 한미관계에 대해 질문하겠습니다. 대사님께서는 오늘 아침 연설에서 7주간의 한국생활을 통해 한미동맹 관계가 낙관적이 됐다고 하셨습니다. 대사님뿐만 아니라 실제 많은 한국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현재의 한미관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비 온 뒤 땅이 굳듯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 이 자리에 계신 관훈클럽 회원들도 이 견해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제가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한 가지 더 질문하겠습니다. 대사님은 내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에 주요한 참석자로 참석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어느 정도 위치의 누가 참석할지 몰라도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보이는데, 북핵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면서 북한 인권문제가 전면에 등장했을 때 자칫 북핵문제 해결에 차질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한 미국대사가 주재국 정부가 껄끄러워하는 이런 이슈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는 데는 나름대로 배경과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관에 대해 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런 구체적인 현안마다 차이점을 보이는데도 한미관계가 건강하고 또 발전적으로 갈 것으로 낙관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버시바우:우리는 여러 가지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해결하기 위해 동맹의 여러 가지 면들을 변화시켜 나가게 되었습니다. 2~3년 전 처음으로 우리가 동맹의 변화를 추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 시각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적으로 이와 같은 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군 재편을 이룰 수 있었고, 또 많은 임무가 이양되고 있으며, 한국군이 파병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시각이 잘못됐음을 보여주면서 정치적 의지를 통해 우리의 동맹을 성공적으로 현대화시킬 수 있었고, 이 같은 우리의 현대화 노력은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을 더욱더 굳건하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한 우리의 동맹관계는 애초 한미동맹이 탄생했던 근본적인 이유 때문에 북한문제가 해결되고 나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맹국은 서로 진솔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항상 100% 동의는 안할지라도, 또 때로는 공동목표를 갖고 있어도 그 접근방법이나 전술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인권문제가 바로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는 같되 접근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제가 한국정부 관리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거나, 정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 또 의회에 계신 분들과 만나면서 느낀 건 한국 국민도 미국만큼이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구나, 관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한국 국민이 더 많은 우려와 관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과 북한은 한 민족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국민은 북한주민들이 정말 끔찍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영양실조로 한국사람보다 키가 15cm나 작다는 것, 성장발육이 저하되었다는 것 같은 사실에 매우 가슴 아파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접근법은 달라도 아마 원하는 목표는 같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에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가 단순히 연설이나 하는 정치적 행위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가 정말로 가까운 미래에 북한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바꿀 수 있는 전략을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입장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말로 북한주민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견과 노력이 효과적으로 나타나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랍니다.

 

박두식:6자회담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2~3일 전 한국 정부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자회담에서는 북핵문제를 다루고, 북한 인권문제라든지 마약, 그 밖에 미국과의 중대한 현안들, 6가지 현안을 꼽았는데요, 그 현안들은 북한과 미국이 양자회담에서 다루라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대사님은 이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버시바우:6자회담에서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은 바로 한반도 비핵화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우려하는 북한의 행동을 6자회담과 연결하는 시도를 우리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논의되었던 북한과 미국과의 이슈들은 어쩌면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계정상화라는 건 여러 단계를 거쳐서 실현되는 것이고, 또 관계정상화는 심각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종결짓지 않고는 시작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일부 현안 같은 경우는 다자체제 속에서 더 잘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6개국 모두 참여할 이슈는 아니지만 어쩌면 이를 풀기 위해 새로운 다자 메커니즘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북한의 불법행동 같은 경우는 다자협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이웃국가, 나아가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장거리미사일 수출 같은 경우는 중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란이 수천 k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도록 북한이 도운 것이 하나의 예입니다.

 

천시녕:경제문제에 관해서는 총무님의 요청에 따라 질문을 짧게 하겠습니다. 우선 양국간 통상 현안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대사님께서 방금 연설에서 본인의 임기 동안 해결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셨는데, 한미 FTA 체결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이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 그리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양측의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버시바우:일단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축보건 담당위원회에서 곧 공식적인 발표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그래서 미국인들은 이와 같은 관련회의가 조만간 개최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가 발표될지라도 시장개방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년 초쯤에는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FTA 협상시기에 대해 질문해 주셨습니다만 앞으로 더 해야 할 노력이 남아 있고, 실제로 우리가 공식협상에 대한 발표를 하기 전에 정부간에 협의해야 할 사항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협상시작 90일 전에 우리가 미 의회에 통보해야 합니다. 통보하는 작업이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르면 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될 수 있으면 이른 봄에 시작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의회에는 무역촉진권한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이 2007년 봄까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협상할 수 있는 시간이 1년 정도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공동의 이해관계를 생각해볼 때 신속하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논의들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농업은 어느 무역협상에서나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시장개방에 있어서는 성의를 갖고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앞으로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저도 기대해 봅니다.

 

이진숙:비자 문제에 대해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최근에 저도 개인적으로 비자를 받기 위해 대사관 바깥에서 1시간 20분, 대사관 안에서 1시간 10분 정도 대기해서 비자면접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비자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시간에 반미주의자가 된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동시에 한국 내에서 예전에 비해 반미감정이 굉장히 높아졌다는데 이렇게 미국에 가려는 사람이 많나 하는 점에서 또 놀라기도 했습니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비자면제대상국에 포함시키기 위한 로드맵에 착수하라고 했다고 보도된 적이 있는데, 이 로드맵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버시바우:그렇게 오래 기다리셨다니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지금 지적했듯이 한 가지 이유는 바로 계속해서 비자를 받고자 하는 사람 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가 10년 정도의 유효기간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워낙 수요가 많기 때문에 실로 도전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아마 우리가 50만개 정도의 비자를 처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역시 우리가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논의해서 실제로 이와 같은 비자 로드맵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사관 쪽에서도 업무량이 줄어들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협의가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이걸 담당하는 차관보인 마우라 하티씨가 한국을 방문했고요, 아마 방문 마지막 일정 정도에 기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는 한국을 위한 로드맵 얘기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입니다. 로드맵이라는 건 대부분의 한국 여행객이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에서 얘기가 시작된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와 같은 결과를 얻기 전에는 여전히 비자를 발급하고 또 발급받기 위해 기다리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뷰 시간을 배정함으로써 사람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님 같은 경우 많은 시간을 기다리셨다니 안타깝습니다만 우리는 지금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 회:참고로 한 가지 말씀드리면, 제가 관훈토론회에서 미국대사하고 한 것이 세 번째입니다. 두 번은 패널로 나왔고 한 번은 사회자로 나왔는데 옛날부터 지금까지 비자문제가 빠진 적이 없고, 그때마다 미국대사님은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며 기대하라고 했는데 여의치 않은 모양입니다. 다음 분 질문하시죠.

 

버시바우:비자 문제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을 100%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영사과로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고, 큰 도전입니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이 과거에 비해 많이 단축돼서 이제는 열흘 정도 기다리면 됩니다. 우리는 워싱턴에서 정한 법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신청자가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든지 다 인터뷰를 해야 하고, 모든 사람이 다 지문채취를 해야 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재호:다시 정치문제를 물어보겠습니다. 상당수 한국 국민은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한다고 해도 경수로를 새로 제공하고 200만 kW의 전력까지 주는 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 기존 신포지구 경수로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비용이 가장 덜 드는 효과적인 방안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여기에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버시바우:앞서 말씀드렸듯이 북한은 기본합의문을 위반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당사국들은 신포 경수로를 완공할 의무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거나 잘못 생각하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종식시킴으로써 10년 동안 투입한 자원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게 옳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래의 북한이 새로운 경수로를 제공받게 될지는 아직 우리가 모르고,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사안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이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세이프가드를 준수하기 전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지켜질지라도 북한이 경수로를 에너지원으로 원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가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약간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훨씬 경제적이고 신속한 방법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재호:대사 말씀대로 KEDO를 해체하는 데 동의하더라도 KEDO 해체, 경수로를 청산하는 데 드는 비용 2000억원을 한국이 주로 부담하는 건 불합리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KEDO 청산비용 2000억원을 놓고 한미일 3국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인지 묻고 싶습니다.

 

버시바우: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말씀드리면, 북한이 영변발전소를 폐쇄함으로써 에너지가 소실되어 새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북한은 한 번도 영변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한 적이 없고, 플루토늄만 추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수로 청산, KEDO 청산 비용은 지금 논의 중입니다. 한국이 비용분담을 원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KEDO 작업에 쓴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해온 것도 알고 있습니다. 미국 쪽에서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주제에 대해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박두식:반미감정에 관해 질문하겠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의 군사외교정책, 그리고 한국 내 일부 친북좌파그룹의 영향 등으로 미국 조야에도 한국의 반미감정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팽배해 있습니다. 대사께서는 한국의 반미감정을 어떻게 평가하시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버시바우:제가 한국에 부임한 후 7주 동안 반미를 표현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여러 가지 활동을 봤습니다. 일부는 구체적인 미국의 정책 때문에 반미감정을 가질 수 있고, 그리고 일부는 2002년 여중생 사망사건 같은 특정사건 때문에 이 같은 감정을 갖고 계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제가 받은 느낌은 여전히 우리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사람들이 굳건한 지지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전히 유학 갈 나라, 또는 경제협력을 할 대상으로서 미국에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고, 문화 분야에서도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교류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반미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소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호의를 갖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좀 더 나은 관계를 위해 해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로 양국 정부관리들이 한미동맹을 현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계속해서 함께 검토하고 논의하고, 두 번째로 우리가 어떠한 공동관심사,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 서로 논의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세 번째로 쌍방향 교류를 강화하고, 네 번째로 균형 잡힌 파트너십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계 초기에는 한국이 미국에 더 의존적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고 평등하고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파트너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에게 보여주고, 또 한국인들이 이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면 아마 남아 있는 반미감정도 사라질 것으로 저는 기대합니다.

 

박두식:동북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최근 심상치 않습니다. 일본 정치인들의 잇단 과거사 발언으로 지금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본 정치인들의 발언과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한 대사님의 견해가 어떤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버시바우:미국으로서는 아주 가까운 동맹국이자 파트너국인 두 나라가 이런 논란에 휩싸여 있는 걸 보는 게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또 지금 문제되는 역사적인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국민의 감정이 존중되고, 또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일본 외무장관이 한국 국민의 우려에 귀를 기울일 필요를 인식했다고 보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관계가 진전되고 발전되는 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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