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 저술·번역서 출판 지원 소개
  • 저술·번역서 출판 지원 소식
  • 출판 현황
  • 지원 규정/요강
  • 신청서류 내려받기
검색폼
검색
레이와 시대 일본 탐험
  • 순번650
  • 저자이하원(조선일보 국제부장)
  • 출판사박영사
  • 발행일2023-09-08
  • 가격19,000원

조선일보 특파원으로 2018년부터 3년간 도쿄에서 근무할 때 기사의 홍수 속에서 살았다.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한일관계, 8년 만의 아베 신조 총리 경질, 하계 올림픽 사상 최초로 연기, 700명이 동시에 코로나에 감염된 크루즈선 사태,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의 일본 탈출…. 특파원 부임 시에는 기사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터무니없는 기우(杞憂)였다.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양국 간 ‘전쟁’이 터졌을 때는 “어떤 기사, 무슨 인터뷰라도 모두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두 달간 밤낮으로 어깨에 통증을 느껴가며 기사를 송고했다. 도쿄 한 복판에서 “종군기자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인들이 재일 한국인을 보는 시선이 따가워지자 야근할 때는 사무실의 문을 걸어 잠그고 일했다. 최근 논란이 커진 방사능 오염수를 저장하고 있는 후쿠시마 제1발전소를 찾아 취재하기도 했다. 방호복에 얼굴 전체를 덮는 특수 마스크, 장갑 3개, 양말 3개를 착용하고 ALPS(다핵종제거설비) 내부에 들어갔었다. 최북단의 홋카이도에는 지진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 취재를 위해, 최남단의 오키나와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기사화하기 위해 찾아갔었다. 3년간 일본 열도의 곳곳을 뛰어다닌 덕분에 일본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특히 30년 만에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물러나고 아들인 나루히토(德仁) 즉위를 일본에서 목격하고 기사화한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2019년 나루히토의 즉위는 아키히토 선왕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거행됐다. 히로히토(裕仁)의 병사로 아키히토가 왕위에 오를 때는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축제 분위기 속에 실시됐다. 일본의 TV와 신문이 다양한 특집과 기획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했다. 일본은 여전히 헌법에 의해 일왕이 상징적으로 통치하는 나라다. 자신들을 히로히토의 쇼와(昭和)세대, 아키히토의 헤이세이(平成) 세대로 구분하기를 좋아한다. 나루히토가 상징적으로 통치하는 레이와(令和·REIWA·일본의 새 연호) 시대는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까. 일본에서 근무할 때부터 레이와 시대의 일본은 어떻게 변하고, 한국과는 어떤 관계를 갖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에 펴내는 ‘레이와 시대 일본 탐험’은 나루히토 시대를 전후로 일본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기자의 시각에서 담았다. 레이와 시대에 필자가 쓴 기사와 체험에 기반해서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을 사회, 문화적으로 비교, 분석해보려고 했다. 취재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나 도쿄의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얘기, 필자의 일본인 친구들이 보기에 기분 나쁠 수 있는 얘기도 담았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한 ‘사무라이와 양키의 퀀텀점프?아베 신조와 미·일 동맹의 도약’ 속편 격이다. ‘사무라이와 양키의 퀀텀점프’는 비약하는 미일동맹을 분석, 한미동맹에 교훈을 주려는 목적에서 출간했다면 ‘레이와 시대 일본 탐험’은 레이와 시대의 일본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나침반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쓰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 뒤늦게 일본에 뛰어든 후, 전력을 다해 달려온 지난 5년을 정리했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인 백진훈 전 일본 국회의원은 일본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자신의 인생 체험에 기반, “한국인과 일본인은 얼굴이 똑같이 닮아서 서로 상대가 자신과 같은 감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양국이 싸우는 원인이라고 본다. 그는 “한국인은 하고 싶은 말의 120% 정도를 하는데 일본인은 70% 정도까지만 말하고 만다”라고도 했다. 백 전 의원의 말대로 ‘같은 얼굴 다른 나라’의 한일이 진심으로 화해한다면 서로 이상적인 이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평소의 이런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책을 마무리할 때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모인 한미일 정상이 3국 협력체 결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많은 책임이 따르겠지만,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의미 있는 합의임에 틀림없다. 한미일 3국 협력 체제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그 밑변에 해당하는 한일 관계가 굳건해야 한다. 한일 관계가 다시는 과거사 문제로 좌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는 같은 얼굴을 가진 두 나라 국민이 과거는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힘을 모으기를 바라는 뜻도 담겨있다.

필자의 6번째 저서 ‘레이와 시대 일본 탐험’ 역시 31년째 재직 중인 조선일보라는 든든한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뉴스의 중심지인 워싱턴, 도쿄의 특파원으로 글로벌 차원의 고민을 하고, 사고(思考)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님과 선배들의 배려, 후배들의 성원 덕분이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일본을 탐색하고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세토포럼, 도쿄포럼, 한일미래포럼의 큰 도움을 받았기에 감사의 기록을 남긴다. 매일 성경을 필사(筆寫)하며 기도하는 어머니(박순엽 여사)와 아내 최유미, 아들 이지민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부족하나마 이 책으로 인해 받는 기쁨과 은혜가 있다면 온전히 하나님께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