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박병원 대통령 경제수석 초청 관훈토론회

초청자 :
박병원 대통령 경제수석
개최일 :
2008-12-03
조회수 :
6,322
첨부파일

 

 

              박병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초청 관훈토론회


일시:2008년 12월 3일(수) 낮 12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


사회:김형민 관훈클럽 총무(SBS 보도제작국 부국장)

토론:고현곤 중앙일보 경제 부에디터

         채경옥 매일경제 뉴스속보취재부장

         이학영 한국경제 산업부장

         홍기백 MBC 재정금융팀장

         


김형민(관훈클럽 총무·SBS 보도제작국 부국장‧사회):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세밑에 바쁘신데 자리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어제 발표된 11월 외환보유고를 보니까 2,005억 달러라고 하는데 전달보다 117억 달러가 줄어들어 외환보유 상황이 좋지 않고 실물경제도 여러 가지 상당히 안 좋은 조짐이 나타나는 등 어려운 시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강도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더 긴 시간을 감내해야 될지 모른다”고 내다보고 있는 위기상황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경제정책을 보좌하고 있는 박병원 경제수석을 모시고 오늘 관훈토론을 하게 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럼 우선 오찬을 한 뒤 기조연설을 듣고 토론을 하겠습니다. (식사)

식사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려서 일부 식사를 마치지 못한 분도 계시지만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박병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의 기조연설을 듣기 전에 간단히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1952년에 부산에서 태어나셨고 75년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시고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하시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 석사도 하셨고 워싱턴대학교 경제학 석사까지 석사학위를 3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기획원 사무관, 경제기획원 예산실 재정계획과장, 예산정책과장, 재경원 부총리 비서실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재정경제부 차관보, 재정경제부 제1차관, 이렇게 재경원, 재정경제부의 요직을 두루 거치셨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계시다가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아서 지금 자리에 계십니다. 박병원 경제수석비서관을 모셔서 기조연설을 듣겠습니다. 박수로 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수)


박병원(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관훈클럽에서 저보고 나오라고 하실 줄은 정말 생각을 못했습니다. 관훈클럽이라는 곳은 엄청 중요하고 높은 분들만 나가시는 곳으로 생각했는데 정말 한편으로 영광이기도 하고 어깨가 무겁습니다. 여러분에게 나누어드린 것은 현재 경제상황 진단과 대응방향이라는 자료입니다만 이것은 사실 제가 직접 쓴 것이 아니고 저희 경제수석실에서 아주 공을 들여서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쓴 것도 아니고 일단 써놓은 것은 제가 다시 되풀이해서 읽지 않는 습성이 있고 또 다 한글 해독이 가능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나누어드린 자료는 따로 보시면 될 것 같고, 어차피 시간도 10여 분밖에 안 주신다고 해서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을 드리는 것이 가장 생산적이지 않을까 해서 제가 메모해온 것을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상황은 경제위기라고 표현해도 좋습니다만 경제위기의 뿌리는 요즘 와서 갑자기 세계 금융위기 쪽에 초점이 다 맞춰져 있지만 사실 원래 시작은 고유가였습니다. 우리가 예를 들어 지금 3/4분기 GNI가 -3.7% 이렇게 나오는 것도 고유가, 고원자재 가격 탓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고유가, 고원자재 가격에 아주 세게 얻어맞은 데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겹쳤다는 것이 지금 어려움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게 동전의 양면입니다. 어쨌든 유가는 이제 두바이유 기준으로 42달러대까지 어젯밤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의 2가지 원인 중 하나는 이미 사라졌다는 말씀을 우선 드리고 싶고요, 그 다음에 세계적인 금융위기도 이게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전 세계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에 모두가 공조하고 있습니다. 그런 내용들은 자료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요즘 정부가 대책은 많이 발표했는데 아직 효과가 없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시행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시행된 이후 효과가 나타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저희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도,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가 동참하고 있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들이 제대로 시행에 옮겨지고 집행되고 효력이 발생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가장 어렵고 내년 하반기까지는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냐는 전망의 근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당장 당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보다도 더 뿌리 깊고 더 중요한 고민이 사실은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저는 경제정책의 최종목표는 늘어나는 인구에 대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1992년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고용창출이 중단되었습니다. 오히려 제조업에서 지난 15년간 연평균 6만 2천개 정도 일자리가 줄었습니다. 농림어업에서는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은 6만 3, 4천개 정도 해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림어업과 제조업을 합쳐서 연평균 1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15년간 지속적으로 없어져 왔습니다. 그 사이 계속해서 대학졸업하고 특히 요즘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졌습니다.

지금 노동시장에 나와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분은 25년, 30년 전에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때는 인구가 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한 해 30만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만 실업이 늘지 않고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한쪽에서 12만개씩 또박또박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30만개를 지난 15년간 어떻게 만들었느냐 하면 농림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연평균 42만, 43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통계상으로 보면 그렇게 나옵니다. 그래서 연평균 3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서 그럭저럭 실업률이 높아지지 않고 우리 경제가 선순환한 것으로 표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에 걸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우리가 2,400만개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32~33% 이상이 독립자영업입니다. 누구한테 또박또박 월급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장사해서 사업해서 먹고사는 독립자영업으로 분류되는 분들이 우리나라에서는 30%를 넘어가는데요, 외국의 경우 이게 제일 높은 곳이 일본인데 11%이고 다른 나라는 10% 미만입니다. 선진국 중 독립자영업으로 먹고산다는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어가는 나라는 11%의 일본밖에 없습니다. 다 10% 미만이거든요. 여기에 광범위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봅니다. 경쟁력이 없는, 그리고 제대로 밥벌이할 수 없는 자영업 숫자가 굉장히 많습니다. 공급과잉 내지 과당경쟁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연평균 고용이 30만개씩 추가되어야 하는데 올해 초에 20만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올해 중반에는 15만개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드디어 9만 7천까지 떨어졌습니다. 대통령께서 앞으로 고용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지난 월요일 청년실업을 주제로 말씀하신 것도 그런 배경이 있습니다. 고용문제가 앞으로 심각해질 거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서비스업에서 소위 소매업이나 음식업을 중심으로 또는 운수업을 중심으로 하는 독립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업종에서 그동안 광범위한 공급과잉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것이 지금 불경기를 맞아서 정리되어 가고 있는 과정인데  앞으로 고용창출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 심각한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제조업에서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느냐 하면 그것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30~40% 늘어나면 제조업에서 고용이 조금 늘어나는데 최근 10~20% 늘어나는 것으로는 제조업에서 고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한번 생각해보면 제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지금 국내시장에서 포화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신규수요가 많지 않습니다. 대체수요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출에 의존하지 않고는 앞으로 제조업을 키워나갈 수 없기 때문에 제조업에서는 고용을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5년 동안 연평균 6만개 이상 없어져 왔습니다.

앞으로의 고용창출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라는 것은 금융, 디자인, 교육, 의료 등의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지원서비스업과 사회서비스업 쪽에 앞으로 수요신장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음식업이나 소매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업종이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업종들이 전반적으로 다 국제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늘 겪어온 것이 무역수지에서 제조업이 큰 폭의 흑자를 내면 서비스업에서 해외여행이나 아니면 교육, 의료 등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내는 것입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적자보다 흑자를 많이 내면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는데 최근 1년간 그것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서비스업은 경쟁력이 없어서 서비스에서 적자 내는 것을 수출입 흑자로 커버를 못하니까 외환이 부족하고 환율이 올라가는데 이런 문제들의 뿌리에는 경쟁력 없는 서비스업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제가 2001년 영국에서 귀국해서 그 해 4월에 경제정책국장이 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여야 된다. 서비스업에서 고용창출을 해주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아주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라는 말씀을 아주 집요하게 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이것이 불행하게도 전통적인 재정금융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아주 근본적인 벽에 부딪혀 있는데 우리가 자승자박해 놓은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경제수단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우리가 서비스업종에서 고급화와 차별화를 수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여러 종류의 서비스업에서는 우리 국민의식이 아직도 고급화와 차별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 의료, 보육, 이런 분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유치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 맡아서 보살펴주는 보육의 경우는 국내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 수준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외에 나가지 않지만 그 외의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업에서는 국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업의 질적 또는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국민이 해외로 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관광수지, 교육수지, 의료수지가 적자 나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부분이 근본적으로 우리한테 경쟁력이 없느냐 하면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묶어놓은 규제들을 풀어서 자유롭게만 해주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아직까지 지탱해주고 있는 제조업의 경우 60, 70년대 당시는 우리가 대학입시 예비고사라는 이름으로 시험을 봤습니다만 그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시면 가장 우수한 인적자원이 화공과, 전자과, 전산과, 기계과, 금속과 이런 쪽으로 갔습니다. 이과계 졸업생의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그런 학과에 다 진출했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업종을 비교해보면 60년대, 70년대 우리가 대학교 학과를 선택한 것과 어쩌면 이렇게 들어맞느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이과반에서 우수한 아이들이 전부 의학계로 가는 풍조가 아주 강해졌습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의과대학 가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의과대학은 너무 규제가 심해서 돈 벌기 어려우니까 한의과 대학, 치과대학 이런 쪽이 더 인기가 있습니다. 어쨌든 범의료산업, 의학계 쪽으로 여전히 우수인력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의료산업입니다.

우리 사회의 60, 70년대 인적 배분을 바탕으로 해서 오늘날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제조업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15년 이내에 의료산업을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굉장한 주력산업의 하나로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언제까지나 지금 같은 지위를 유지하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공무원 시작한 70년대에 정말로 부러웠던 것이 일본의 조선산업이었습니다. 일본 조선산업이 세계시장을 휩쓰는 것을 보고 그렇게 부러워했는데 지금 우리가 그 형국인데 우리가 이 지위를 영원히 유지하리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한쪽으로 뒤따라오는 나라에 내주어야 할 것이 있으면 새로운 일자리의 원천을 어디서 확보해야 하는데 의료산업이야말로 우리가 실질적으로 가장 경쟁력을 빨리 확보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산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수 인적자원을 쏟아부은 산업인데 이것을 이런저런 규제로 묶어놓아서 발전을 못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시간관계상 의료산업 하나를 예를 들어 말씀드렸는데 저는 우리 의료산업이 규제만 풀리면 아마 아시아의 부자환자들을 다 우리나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딱 부족한 것이라면 브랜드 네임이 없는 상황인데 브랜드 네임이라는 것도 남에게 얼마든지 빌려올 수 있습니다. 외국인투자 유치하면 얼마든지 빌려올 수 있습니다.

제조업을 벤치마킹해서 제가 자꾸 말씀드립니다만 60년대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우선 돈을 빌리고 기술도, 장비도 그 돈을 주고 사왔습니다. 모든 것을 남의 것을 빌려서 시작해서 오늘날을 만든 것처럼 자기한테 어떤 역량이 부족할 때는 그 역량을 남에게 빌려오면 됩니다. 그런데 도대체 그 역량을 남에게도 빌려오지 않겠다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막아놓았기 때문에 외국인투자 유치가 안 되는 제도적 제약 때문에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힘으로 그런 브랜드를 만들면 좋지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오늘날 세계경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남의 힘을 빌려서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농업에도 똑같은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봅니다. 농업은 사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 3%밖에 안 되어서 요즘은 아무도 언급을 안 하고 잊어버린 업종이지만 농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60년대 초반에 농업 하는 분이나 아니면 정부정책을 하는 분들이 농업을 제조업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이끌어 왔더라면 오늘날 우리 농업도 우리 제조업처럼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60년대 초반에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 등 세계적인 농업선진국에 가서 ‘미안하지만 우리는 땅하고 노동력밖에 없다. 그러니까 너희가 자본도 가지고 오고 좋은 종자, 가공기술, 온실 등 모든 것을 가져와서 너희가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하라’는 농업 외국인투자 유치를 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우리는 땅과 노동력을 제공하고 땅에 대한 대가와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받고 심지어 브랜드까지도 남의 것을 빌려서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제조업도 OEM 수출로 시작한 나라 아닙니까? 그 사람들의 마케팅 능력으로 수출도 해준 것처럼 농업도 제조업과 똑같은 식으로 60년대부터 시작했더라면 우리 농업이 제조업보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더 어려운 업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훨씬 더 쉬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이 아직도 부족한 역량을 외부로부터 빌려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요. 부족한 역량을 외부로부터 빌리는 데 여러 가지 제도적 제약이 많습니다. 헌법에 아직도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어서 농민 이외에는 농업을 영위하지 말라는 식의, 물론 그 사이에 조금씩 제도개선을 해서 영농조합법인 등 여러 가지 법인 형태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만 아직도 그 근본에는 오로지 대한민국에서 농지는 농민만 소유할 수 있고 농업은 농업인만 영위하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바닥에 깔려 있고, 그것이 여러 가지 제도적 제약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 우리나라는 농사짓는 것이지, 농업이 아닙니다. 열심히 노동해서 농산물 생산하는 것은 농사고, 팔아서 돈을 벌어야 업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야 비즈니스가 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 농사를 농업으로 바꾸려면 제약을 풀어서 경영능력, 마케팅 능력, 여러 가지 자본과 기술 등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한 것을 새로 투입하면 농업도 얼마든지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 증거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80%를 우리가 이미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농업을 길게 말씀드렸지만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우리가 제조업에서 더 이상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서비스업에서 고용창출을 해야 되는데 그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키워서 고용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 의식구조 속에 있는 여러 가지 과거의 낡은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교육이나 의료는 비영리법인만 해야 된다는 식의 규제가 있잖습니까. 의료를 말씀드리면 대한민국에서 병원사업을 해도 되는 주체가 딱 둘이 있는데 하나는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는 의사 개인이고 또 하나는 비영리법인입니다. 의사 개인은 영리하지 말라는 말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의료업이 영리 업이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의사 개인은 비영리, 영리 이런 말이 없습니다. 개인으로 할 때는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만 하고 법인으로 하고 싶으면 왠지 힘이 세고 경쟁력이 있을 것 같으니까 법인은 아무나 하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겁니다.

법인으로 할 때는 비영리법인으로 하라는 것인데 바로 이것 때문에 해외에서 외국인투자 유치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자승자박해 놓은 규제만 풀면 의료 쪽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많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95~97점짜리들과 싸우고 있는 형국이라면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아직 40~50점짜리이기 때문에 한 일주일만 공부하면 80~90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장애만 제거하면 농업도 마찬가지로 30~40점짜리이기 때문에 시험 전날 하루만 당일치기해도 쉽게 80~90점짜리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야에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제약들을 제거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싶다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감사합니다.


사 회:수고하셨습니다. 박병원 수석께서 대단히 열정적으로 말씀해 주셔서 가만히 있으면 1시간쯤 듣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실례지만 마무리 발언을 부탁드렸습니다. 식사하면서도 박 수석님 말씀을 들었는데 이분은 잔에 반쯤 남은 물을 보고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대단히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우리의 낙후된 부분 규제완화를 대폭 하실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를 쉽게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오늘 하신 말씀이 약속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지켜주실 것으로 기대해 보고요, 이제부터 1문1답의 관훈토론회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토론에서 질문해주실 패널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좌측부터 MBC 홍기백 재정금융팀장 소개합니다. 매일경제 채경옥 뉴스속보취재부장입니다. 중앙일보 고현곤 경제 부에디터입니다. 한국경제 이학영 산업부장입니다.

오늘 토론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몇 가지 분야로 나눠서 질문하겠습니다. 먼저 다룰 분야는 거시경제 부분입니다. 우리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까지 예측하는 분이 많아지는 이 시점에 우리 성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필두로 해서 거시경제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을 듣겠습니다. 첫 질문은 고현곤 부장님 해주세요. 


고현곤(중앙일보 경제 부에디터):일자리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그것은 조금 후에 여쭤보기로 하고요, 일단 IMF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로 낮췄습니다. 마이너스 성장 전망하는 곳도 생겼고요.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 국회에서 2% 중후반 성장이 가능하다는 정도로 언급했지만 정부의 공식 전망은 아직까지도 4% 안팎이고 예산도 그렇게 짜여 있습니다. 위기를 괜히 증폭시킬 필요는 없지만 국민에게 실상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정부의 성장전망이 낙관적인 것은 아닌지 물어봅니다.


박병원(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최근에는 세계적인 전망기관들이 한 달 간격으로 수정하고 있습니다. IMF도 10월에 내놓은 것을 11월에 수정했습니다. OECD는 2.7%를 내놓았고 IMF는 2.0%, 국내 전망기관들은 3% 안팎으로 했는데 그것은 시간이 조금 지난 것이라서 디스카운트해서 보기로 하면 지금 대충 컨센서스는 2~3%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정부의 견해를 물었지 남의 얘기 하라고 했냐 할 수 있는데 정부도 지금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요인들이 나타나고 해서 이것을 어느 시점에서 어느 정도라고 이야기해도 금방 틀리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성장전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데 어쨌든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다 2~3%로 보고 있는데 저라고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정부가 지난번 국회에 수정예산을 내놓으면서 4%를 전망한 것은 그때도 그냥 이대로 가면 한 3%밖에 안 되겠다는 전제하에서 우리가 금리나 유동성 같은 금융정책이나 감세, 그 다음에 재정지출 확대 같은 재정정책 그리고 제가 가장 힘주어 말씀드린 여러 가지 규제를 완화하면 4%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었습니다.

규제완화와 관련한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투자하겠다고 찾아온 사람을 미안하지만 우리나라는 수도권에는 그런 투자가 안 되니 다른 곳에 알아보라고 쫓아 보내는 것이 많잖습니까. 저는 우리가 쓸데없이 스스로에게 부가해놓은 규제들을 다 걷어내서 투자유치를 많이 할 수 있다면 그 효과가 오히려 재정금융정책보다 더 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토지 이용 규제가 너무 심해서 제조업 공장뿐만 아니라 특히 관광․레저․스포츠업 등 넓은 토지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업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업종은 토지 이용 규제나 토지의 코스트 때문에 투자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는데 앞으로 토지 이용 규제를 확 풀어주고 전반적인 경제상황 덕분에 지가가 안정된다면 여태까지 이루어지지 못한 투자를 많이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말씀드린 여러 가지 정책과 규제완화 등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착착 진행되어 간다면 4%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현곤:박 수석께서 아까도 일자리 때문에 의료나 교육의 자율화, 영리법인 허용 등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실 10년째 같은 논의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민이 이 정부를 뽑아준 것은 그런 것을 풀어달라고, 그래서 국민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잘살게 해달라고 뽑아준 것 아닙니까? 그런데 박 수석께서는 자꾸 문제를 제기하시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정부의 당사자거든요. 이런 문제는 수석께서 직접 푸셔야 되는 문제입니다. 자꾸 이것을 해야 된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직접 움직여서 해결해 주셔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병원:그렇습니다. 10년까지는 아니고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2001년부터 떠들고 다녔으니까 상당히 오랫동안 했는데 사실 작년까지는 제가 말씀드린 것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런 주장을 했고 나름대로 크고 작은 성과도 많이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야말로 그동안 못했던 것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드디어 때가 왔다고 힘주어 말씀드리는 것인데 여기 계신 분들은 이해를 쉽게 해주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수도권규제 합리화입니다. 저희들은 법 자체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법 자체를 바꾸는 것은 너무 근본을 흔드는 것 같아 반대가 심할 것 같아서 법은 그대로 놔두고 시행령을 고쳐서 할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 풀어보자 하는 것을 가지고 논란이 얼마나 많습니까? 고 부장님 생각하시는 것보다 막상 내놓으면 여론의 반대가 굉장히 많고 특히 법을 고쳐야 하는 것은 정부가 마음대로 못하고 국회에 가져가야 되는데 국회에서 쉽게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정부가 해야 될 일이지만 앞으로 이런 이슈가 제기되었을 때 관훈클럽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여론형성에 제일 영향력이 크신 분들이니까 좀 강력하게 지지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왜냐하면 정부 안에서 시행령 고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비교적 낫습니다만 일단 국회에 가게 되면 이것은 여론의 향배와 지역간의 이해관계, 이런 것에 좌우되어서 반드시 지금 논리대로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도와주십사 하는 뜻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이해해 주십시오.


사 회:네, 다음 질문. 


고현곤:예, 마무리 짓겠습니다. 국민의 관심은 아무튼 이 위기가 얼마나 갈 것이냐 하는 겁니다. 아까 정부대책의 효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그때까지 견디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위기가 2년은 갈 거다, 3년 이상 갈 거다 식으로 많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박 수석께서는 이 위기가 언제까지 갈 거라고 보시는지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박병원:요즘은 희망적으로 이야기하면 인식이 안이하다고 얻어맞고, 너무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면 그것은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렵습니다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전 세계가 공조해서 유동성을 퍼붓고 있고 금리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저는 낙관적으로 말씀드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정부가 정책만 발표했지, 실천에 잘 옮기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천에 옮기는 것은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7,500억 달러인가 구제금융 결정했지만 아직 다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 3분의 1 남짓 집행했습니다. 집행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효과가 나타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만 전 세계에서 발표한 것들이 다 실천에 옮겨지더라도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봅니다. 그것은 자기 나라 일자리 1개라도 더 지키겠다고 수입장벽을 쳐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 워싱턴 금융정상회담이나 APEC 회의, 그전에 북경에서 열린 아셈회의 때부터 우리 대통령께서 마치 국제사회에서 자유무역의 챔피언처럼 자유무역을 제일 앞장서서 주창하는 사람이라는 브랜드가 찍힐 정도로 계속 주장한 이유가 서로 칸막이 치기 시작하면 우리가 진짜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G20에 들어가 있는 나라 중에서는 대외의존도가 제일 높은 나라입니다. 우리야말로 경제위기 때문에 각 나라들이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할 가장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장이 G20 금융정상회담 최종 합의선언문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것만 충족된다면 저는 내년도 중반부터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 회:내년 하반기에서 중반기로 조금 앞당겨졌네요. 빨리 좀 극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학영 부장님 질문해 주실까요?


이학영(한국경제 산업부장):우리 경제가 10년 전 외환위기를 극복해낸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왕성한 수출에 힘입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출이 되레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상 흑자유지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침체 외에 은행들이 외환부족을 이유로 무역금융을 사실상 중단하고,  수출보험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금융권의 무역금융 중개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진 것도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닙니까?

박병원:글로벌 수요 감소는 아까 말씀드린 걸로 갈음하고요, 우리는 수입을 해야 수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역금융이 되지 않아서 못한다는 말을 저도 한 달 전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외환보유고에서 무역금융 쪽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도록 했고 그 다음에 실링까지 따로 칸막이까지 쳐서 160억 달러를 무역금융 쪽으로 우선적으로 지원하라는 조치를 이미 해서 그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그래 놓고 보니까 소진 진도가 굉장히 느립니다. 소진 진도가 굉장히 느린 것이 한발 늦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유가가 워낙 떨어져서 수입 자체가 굉장히 줄어드니까 같이 줄 수밖에 없고, 막상 해놓고 나니까 소진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일단 무역금융의 외화자금 지원은 저희들이 이미 조치를 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잘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짐작되는 것은 다른 금융지원하고 같은 뿌리입니다만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든 원화유동성이든 외화유동성이든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건전성 비율을 맞추느라 더 이상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은행에 계속 부탁은 합니다만 은행이 후순위채를 발행해서라도 BIS비율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우리가 또 다른 방법으로 BIS비율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출하고 싶은데도 못하는 일은 없다고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 회:다음 질문 누가 해주시겠어요?


고현곤:재정에 대해 묻겠습니다. 14조원의 재정지출 확대에다 감세와 추경을 포함하면 모두 33조원을 정부가 푸는 것으로 정책이 짜여 있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재정이 건전한 편이고요, 위기 때는 적자가 나더라도 재정지출을 좀 더 과감하게 늘려서 경기부터 살려놓고 급한 불을 끈 다음 형편이 나아지면 재정적자를 줄여나가는 순서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병원:고 부장님, 국회로 좀 가시면 어떻습니까? 다음에 꼭 출마해서 국회의원이 되어서 좀 도와주십시오. 저희도 그렇게 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삭감하고, 이런 문제를 떠나서라도 국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국채발행을 통한 재정지출을 늘리면 그게 금융시장 압박으로 가게 됩니다. 우리 자본시장에서 국채가 제일 안전하니까 제일 먼저 팔리거든요. 국채가 가져가면 민간이 써야 될 자금의 압박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고민까지 해서 규모를 정했습니다만 그 후의 경제전망이나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서 국회에서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얼마든지 증액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회에서의 증액은 정부가 동의해야 됩니다만.

그래서 지금 사실 정부 측에서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항목들, 예를 들어 조금 전 말씀하신 수출보험기금에 출연하는 거라든가, 기보와 신보에 출연한다든가, 캠코가 부실자산을 사줄 수 있으니까 금융상황이 어려워지면 캠코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져야 될 수 있기 때문에 캠코 출자라든가, 사회안전망 확충이나 청년실업대책 등을 세우고 있습니다. 청년실업대책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어차피 민간이 만들 수밖에 없는데요, 학교는 졸업했는데 취업도 안 되고 허송세월하면 굉장히 안 좋은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일단 인턴 같은 자리라도 대폭 확대하고 평화봉사단 비슷하게 해외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하려고 하고요, 다른 나라도 사정이 어려워서 생각한 대로 안 될 수 있습니다만 하여튼 호주나 일본과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한다든가 또 지난번 부시 대통령이 어떻게 보면 큰 선물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과의 WEST(Work English Study Travel)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경험도 쌓고 영어도 배우고 여행도 하는 1년 반짜리 프로그램입니다.

그 외에 우리나라에서 대학교에서 배운 것과 직업능력과 아무 관계없는 공부만 너무 하고 있어서 문제 아닙니까? 그러니까 졸업 후 당장 취직되지 않더라도 취직이 잘될 수 있는 직업능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훈련을 받겠다면 정부에서 돈 대서 놀지 않고 뭔가 교육훈련을 받게 하고, 인턴으로 가든가 아니면 해외에서 자원봉사를 하든가 청년들이 정신적으로 황폐해지지 않고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능력도 키울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더 늘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정지출을 전체적으로 큰 폭은 아니더라도 요긴한 부분은 큰 폭으로 확대해 달라고 국회에 마무리 단계를 해놓고 있습니다. 저희도 같은 의견입니다. 확대할 수 있으면 확대했으면 좋겠는데….


채경옥(매일경제 뉴스속보취재부장):그런데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계속 세금을 줄여주는 이른바 감세정책에 포커싱을 해왔는데 갑자기 9월 이후 세계금융위기가 심화되다 보니까 ‘자, 이제 비상시국이니까 재정지출을 확대해야겠다’는 방향으로 급선회해서 현재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라는 2가지 정책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까 박 수석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감세안이든 재정확대든 국회에서 딱 막혀 있는 형국인데요, 딱히 세금을 줄여주는 것도 아니고 재정을 확대하지도 못하고 딜레마에 빠져 엉거주춤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지금 비상시국이니까 감세 쪽은 과감하게 포기하자, 이렇게 방향 정리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박병원:사실은 2가지 다 똑같은 겁니다. 그러니까 적극적인 재정정책, 경기 대응을 위해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서 감세를 쓸 수도 있고 재정지출 확대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 일본은 자주 쓰는 것은 아니고 미국은 더 자주 씁니다만, 국민들에게 그냥 택스 리펀드(tax refund)해 주는 것 있잖습니까? 감세가 아니라 받은 세금을 아예 돌려주거나 일본처럼 상품권을 온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은 재정지출인 것 같지만 사실은 감세나 똑같습니다. 기업의 투자능력, 국민의 소비지출 능력을 조금이라도 키워주기 위한 감세도 재정지출과 똑같이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대등하게 쓸 수 있는 수단입니다. 이것이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고 보완적으로 쓸 수가 있는데 흔히 같은 금액이라면 재정지출이 더 효과가 크냐 아니면 감세가 더 효과가 크냐 하는 데 대해 제가 과거에 공부한 바로는 감세보다는 재정지출이 경기활성화 효과는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최근에는 그것과 다른 이론도 있답니다. 그래서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서 그냥 감세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정부 재정지출은 주로 건설업 쪽으로 많이 쓰이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감세를 통해서 개인소비지출 능력을 더 만들어주면 아무래도 제조업 서비스업 쪽에 수요가 회복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너무 재정지출 쪽만 확 늘리면 어떤 업종에 효과가 편중될 우려도 있고 해서 저는 이게 적절히 믹스되어 있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채경옥:그렇지만 국회와 국민들 일반여론이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의 재정적자는 감수할 수 있다고 쳐도 재정이란 게 무한정 있는 게 아니니까 적자를 감수하는 데도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 쪽에서 지금 비상시국이라고 인식했다면 어느 한쪽으로 적극적 재정지출을 하든지, 아니면 어느 정도 감세정책에 대해 일반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약간 어정쩡한 상태에서 둘 다 끌고 가려니까 국민도 혼란을 느끼고 여론도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병원:이미 말씀드렸지만 최적배합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고 재정적자의 한계를 말씀하셨는데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너무 단기간에 국채를 많이 발행할 경우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민간 쪽에 자금을 크라우딩 아웃(crowding out)하는 문제 이런 것들을 걱정하고 있습니다만 크게 봐서 우리는 재정적자의 그런 금융조달 면에서 미치는 부작용을 제외하고 재정적자의 한계 그 자체를 걱정할 이유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아셈부터 G20 금융정상회담에서 APEC까지 죽 대통령님 모시고 수행을 해봤습니다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너희는 참 좋겠다. 왜냐하면 국채비율이 워낙 낮으니까 OECD 평균의 반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낮으니까 적자재정을 할 수 있는 룸도 많이 남아 있고 금리도 높은 편이니까 금리도 앞으로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고 특히 일본 같은 경우는 극단입니다. 금리는 이미 제로니까 더 내릴 방법이 없고 재정지출은 선진국 중에서 GDP에 대한 국채비율이 제일 높으니까 적자재정도 과감하게 못하고 수단이 거의 한계에 부딪혀 있는데 한국이 G20 중에서는 재정금융 양쪽에서 운신의 폭이 제일 넓은 나라라고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정적자의 한계는 그렇게까지 저희들이 걱정을 안 했고요, 다만 단기간에 많은 국채를 소화해야 될 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서 그것 때문에 너무 한꺼번에 국채를 많이 발행하는 것은 신중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총괄적으로 보좌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질문드릴 분야가 많은데 다 드릴 수는 없고 준비한 질문을 어느 정도 소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안배를 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거시경제와 관련해서는 질문 하나만 더 할 텐데 홍기백 부장이 최근에 경제사령탑과 관련해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질문해 주시죠.


홍기백(MBC 재정금융팀장):요즘 언론에서 지적이 많이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경제팀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로 엇박자로 전체적인 정책이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고요, 그래서 부총리제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부총리제는 자리의 의미보다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데 더 무게가 있습니다. 또 하나, 지금의 경제시스템은 평시를 가정하고 있는데 지금은 평시라기보다는 전시상황, 즉 위기국면입니다. 따라서 거기에 맞는 비상기구 설립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병원:경제팀의 호흡문제…,  제 생각에는 말이죠, 우선 저희들이 소위 경제팀이라고 할 때 거시경제팀은 한 4~5명 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화요일 점심시간에 모여서 이야기하고 필요할 때는 한두 번 더 하기도 하고 하여튼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 이상 두세 번 만나서 저희끼리 논의하는데 이견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정책과 관련해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견을 외부에 이야기한 것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일단 거기서 정리해서 정책발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조율은 무난히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하실 때 뉘앙스나 표현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없을 수 없는데 또 조금씩 앞서가기도 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아니고 방향이나 이런 것을 이야기할 때 질문하는 사람이 다르고 국회에서 국회의원들 질문에 답할 때와 언론인 상대로 답할 때와 어디 강연 나가서 일반대중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 표현이나 뉘앙스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그런 것을 표현과 말 자체까지 완벽하게 맞출 자신은 저도 없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결정해서 집행에 옮겨야 될 정책은 사전에 잘 협의해서 조율이 되어서 발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어제 점심에 모여서 “우리 다들 말조심 좀 하자”고 했습니다. 저희들은 이견을 잘 조율해서 누가 언제 어떻게 발표할지 그런 것까지 다 정하고 또 어떤 때는 한자리에 모여서 공동으로 발표하자는 발표방법까지 정해서 맞춰가고 있습니다만 평상시 사용하는 모든 용어까지 다 통일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제 점심때는 그 점도 반성하고 “앞으로 가급적 말을 많이 하지 말자. 말을 하다 보면 차이 나는 말을 자꾸 찾아내게 된다”는 반성도 있었습니다.

그 다음 부총리제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홍 부장님 스스로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컨트롤 타워가 문제인데 그것도 홍 부장님 말씀대로 지금은 상황이 굉장히 어려우니까 서로 조율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느라고 시간을 너무 보내지 말고 컨트롤 타워가 있어서 일사불란하게 탁탁 치고 나가야 될 그런 전시 아니냐는 면에서 말씀하시는 것으로 이해는 합니다만 여태까지 경험으로 보면 부총리가 있다고 해서 그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부총리가 있을 때 외환금융위기를 97년에 맞았고, 부총리가 없는 상태에서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총리가 없어도 충분히 과단성 있는 결정이 잘 이루어지고 대처를 잘했다고 지금 평가받고 있지 않습니까? 부총리가 있고 없고와 관계있는 것이 아니고요, 지금 전시에 준하는 뭐랄까 독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그런 장치나 리더십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마지막 말씀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그런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준비는 다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저희들이 생각하기에는 정기적으로 또는 비정기적으로 부서별로 모여서 회의하는 시스템보다 더 빠른 의사결정을 해야 되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좀 더 의사결정 라인을 단축해서 신속하고 기민한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준비는 해놓고 있습니다.


사 회:거시경제에 관한 질문과 답변을 들어봤습니다. 다음 분야는 할 이야기가 가장 많은 분야가 아닐까 하는데, 지금 우리가 당면해 있는 세계적인 위기가 미국 금융위기에서 시작됐고 우리가 가장 불안스럽게 지켜보는 분야도 그것으로 충격 받은 금융시장입니다. 그래서 금융시장과 구조조정 관련한 질문­답변 시간을 갖겠습니다. 홍 부장님 먼저 질문해 주시죠.


홍기백:과거 이야기를 들먹여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만 요즘 환율을 보면 올해 정부의 정책실패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환율방어에 무려 200억 달러를 썼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이 돈이면 중소기업의 달러자금난이나 수출금융이 빨리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는데 지금 이미 외환보유고가 2천억 달러에 와 있고요, 순채무국으로 전환된 것도 환율에 부정적입니다. 이런저런 정황을 본다면 환율 문제가 상당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데요, 요즘은 오히려 환율시장에 더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환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 그대로 가시는 것인지 다른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인지 정부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병원:짐작하시는 대로 요즘 외환시장에 거의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홍 부장님 말씀하신 것은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빨리 이 수준으로 오고 돈이라도 아꼈으면 더 좋았을 것 아니냐는 건데 저희도 그런 생각 듭니다. 그런데 시장이 너무 급변동할 때는 스무딩 오퍼레이션해야 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지침이고, 시장에서 환율이 결정되도록 하되 다만 너무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는 템포를 늦추고 정도를 완화시켜 주는 정도의 역할은 하라는 것이 우리 외환당국이고 외환보유고라고 생각하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다 지나고 보니까 어차피 이 수준에 올 것 같으면 좀 더 실탄을 덜 쓰고 왔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다음에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거냐 하는 것은 이게 결국은 경상수지하고 자본수지 2가지인데 이 2가지에서 적자가 나면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 그렇게 되는 것인데 단기적으로는 어차피 외환자금이나 수요를 정부가 보유고로 꼭 필요한 것은 막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 하라고 있는 것이 외환보유고거든요. 외환보유고를 보유하는 자체도 엄청나게 코스트가 드는 건데,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하여튼 필요한 만큼 외환보유고에서 외화공급을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얼마나 빨리 외화수급이 정상화되느냐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상수지는 아까 이학영 부장님 걱정하셨습니다만 수출이 감소로 돌아선 이 마당에도 수입이 많이 줄어들고 서비스수지, 여행수지까지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에 지지난달에 49억 달러 흑자를 냈고, 11월은 이달 말쯤 돼봐야 통계가 나오겠지만 한 10억 달러 내지 20억 달러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같고, 12월에도 수출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수지 차로 보면 큰 폭은 아니더라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수지는 흑자를 전제로 시장에서도 다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한 10개월 동안 경상수지에서도 유가 때문에 엄청나게 큰 폭의 적자가 나고 자본수지에서도 적자가 나는 상황보다는 훨씬 외환수급이 개선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지금 남은 과제는 자본수지인데요, 이런 말씀 드리면 또 인식이 안이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항상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자본수지에서 제일 큰 요인은 외국인투자자들이 끊임없이 우리나라에서 주식을 팔아서 나가는 것입니다. 지난 10개월간 보니까 하루 평균 2천억씩 계속 팔고 나갔습니다. 하루 평균 2천억씩 팔고 나갔는데 그것을 견뎌냈다는 것은 정말 우리 경제가 그 사이 외환보유고 덕도 봤지만 하여튼 굉장한 저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평균 2천억씩 팔고 나가는 것을 장기간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1,500억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지금은 더 떨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나흘 연속 순매수로 돌아선 기록도 다 알고 계실 거고요.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끝없이 팔고 나가는 것은 수익 면에서 보면 아주 아깝기 짝이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확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고 나간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동성 확보 때문에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이유 불문하고 다 팔고 나가는 현상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나서서 퍼붓고 있으니까 완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증명은 할 수 없지만. 자본시장 쪽에서도 유출 폭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지속적인 것인지, 아주 일시적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우리 투자환경은 어떻게 보면 저절로 개선되어 있는 것입니다.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 한국에 투자하면 1달러만 가지고 오면 1,400몇십 원 받지요. 그 다음에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국내 건물이든 무엇이든 모든 자산값도 떨어져 1년 전과 비교하면 반값에 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사모펀드들도 한국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외신보도도 들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요인들이 좀 빨리 자본수지가 개선되는 쪽으로 작용해주면 외환수급 애로도 해소되고 그렇게 되면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규모 개입에 의해 인위적으로 시장환율을 떨어뜨릴 상황도 아니고 외환보유고를 아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 회:예, 알겠습니다. 채 부장 질문하시죠.


채경옥: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도 문제지만 사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고통스러운 것이 원엔 환율입니다. 작년 상반기에 100엔당 740원, 760원 하던 게 1년반 만에 지금 100엔당 1,600원대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오름폭이 과도한 것은 물론이고 오르는 속도도 너무 빨랐죠. 원엔 환율은 현재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 간의 상관관계에 의해서 자동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거의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약세인데(특히 엔화에 대해) 우리나라 원화에 대해서만 강세를 보이는 이런 상황일 때 얼마나 심각한 재앙이 될 수 있는지 이번에 대표적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참에 원엔 환율 결정시스템 자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박병원:그걸 과거에도 시도해 봤습니다. 원엔만 따로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그런 시장을 저희들이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만 거래량이 워낙 적어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 지금 시원한 답을 드리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홍기백:앞서도 박 수석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은행의 BIS비율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은행에서 후순위채 사준다고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래도 사정이 풀릴 것 같지 않다는 것이 걱정입니다. 은행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은행이 연말기준 BIS비율을 맞추려고 5대 그룹한테도 일단 12월 31일까지 상환해주면 BIS비율을 맞추고 1월 1일날 다시 대출해 주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에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대출이 될 리 없는데요,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까, 최근에 정부가 은행자본을 확충해주기 위해 공적자금이 아닌 여러 가지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말이 일부 흘러나오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좀 더 은행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 어떤 복안이 있는지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병원:우선 정부가 은행의 후순위채를 사준다고 표현하셨는데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사줄 수 있는 수단도 없고요. 정부는 예산에 반영되지 않으면 한 푼도 쓸 수 없습니다. 우선 지금은 정부에서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고 은행 스스로 자구노력 차원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해서라도 또는 작은 저축은행 같은 경우는 증자도 하고 하여튼 금융회사들이 나름대로 각자 자구노력을 하는 단계이고 정부가 개입은커녕 도와주는 단계도 아직은 아닙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을 전제로 해서 선제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뭘 하라고 그러는데 그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그리고 정부가 너무 일찍 도와주거나 개입하면 자구노력이 느슨해지는 그런 모럴헤저드가 항상 우려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일단 각자 자구노력을 최대한 해보라는 단계에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 지금 몇 가지 수단을 검토하고는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안 한다고 말씀은 하지 마시고요.


채경옥:그런데 은행들한테 먼저 살아보라고 했더니 기업들의 목을 전방위적으로 조르고 있는 것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지금 기업 구조조정을 건설, 해운, 조선, 철강 이런 식으로 순서를 정해놓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끝에는 은행의 구조조정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위기가 시작된 것은 은행에 돈이 없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은행들이 자기들 살려고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회수하다 보니까 멀쩡한 기업도 지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만기상환 연장만 해줘도 문제없이 굴러갈 수 있는데 만기도 되기 전에 계속 대출회수를 하니까 전 산업 분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에서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은행을 먼저 구조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IMF 때와 달리 은행의 소유구조가 외국인이 상당부분 대주주로 되어 있는 부분도 많고 또 한편으로는 일부 은행은 대기업과 같은 오너체제 비슷하게 되어 있어서 한마디로 정부 말을 듣지 않고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그래서 은행 구조조정이 사실은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 구조조정 가능성과 실제는 어떤 것입니까?


박병원:정부 말을 들어먹지 않는 은행을 가지는 것이 우리 경제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드디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고요, 은행이 정부 말대로 들어먹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은행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저는 은행 구조조정은 뭘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지 잘 모르겠는데 통상 우리가 구조조정 하면 통폐합하고 사람도 자르고 다운사이즈를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는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요, 지금 은행들이 자신의 사정 때문에 다른 기업의 대출을 만기연장만 해줘도 좋겠는데 회수한다는 것을 지적하신 것으로 봐서는 아까 홍 부장님 말씀하신 것과 같은 차원에서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자본건전성을 충실화해 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의 구조조정이라면 아까하고 답이 같아지는데요. 저희도 참 답답합니다. 미국도 오죽하면 은행들 다 불러 모아놓고 정부의 캐피털 인젝션 안에 사인하기 전에는 이 방을 못 나간다고 했겠습니까.

은행들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도와준다거나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저 은행이 제일 문제가 심각하구나 해서 주가가 떨어지고 자기가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는 이자율이 올라가거든요. 정부가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쓰기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갑갑하시겠지만 은행을 통폐합하고 다운사이징하는 것이 아니고 자본건전성을 충실히 해서 대출능력을 키워서 경제 전체 지원을 더 해주는 방향으로 구조조정해야 된다는 말씀이라면 일단 은행이 자구노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은행 쪽에서 도와달라고 팔을 뻗칠 때는 도와줄 수 있는 준비는 하고 있다고 아까 말씀드렸는데요, 은행 쪽에서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경우는 굉장히 복잡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은행이 대부분 주주의 70~80%가 외국인입니다. 정부가 지분을 10~20% 캐피털 인젝션한다고 하면 기존 외국인 주주들은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런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만 우선은 자구노력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되풀이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 회: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고현곤:그러면 얼마 전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10년 전에 썼던 낫과 망치를 다시 꺼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박 수석 말과는 상충되지 않나요?


박병원:다시 꺼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고요, 누차 이야기하는데 본인은 낫과 망치를 입에 올린 적이 없답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10년 전 외환금융위기에 썼던 그런 수단, 툴들을 다시 써야 될지 모르니까 직원들한테 꺼내서 기름칠도 해놓고 다시 한번 정비를 해놓자, 선제적으로 준비해 놓자고 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분들이 낫과 망치라는 말을 하고, 같이 있던 특파원 중 한 명이 “그러면 낫과 망치를 쓰자는 말이군요”라고 한 말에 대해서 ‘아니다. 그게 아니다’라고 반박을 안 했더니 그 다음에 그렇게 나왔다고 설명하시던데요, 언론이 ‘우선 기업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도록 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줘야 한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한다’ 식으로 보도하는데 정부는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제때 빚을 못 갚으면 이것을 만기연장해 주고 신규자금을 줄 거냐 말거냐, 즉 죽일 거냐 살릴 거냐는 금융기관들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업을 정리할 거냐, 계속해서 지원할 거냐 하는 차원의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것은 아직까지 은행의 손에 있습니다. 은행이 문제되면 그 다음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거든요. 지금 법에 의하면 정부는 은행의 BIS비율이 8% 이하로 떨어져서 완전히 망가진 경우에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데 그 공적자금도 국회로부터 승인받고 마련을 해야 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 만약 기업 구조조정을 한다면 은행채권단 레벨에서 해야 되는 것이고요.

대통령께서 흑자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문제 때문에 도산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작은 기업 하나라도 도산하면 거기에 실직하는 사람과 가족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겠냐는 이야기를 되풀이하십니다. 은행에게 기업들 부도내는 것을 신중하게 해달라는 그런 부탁인데 아까 채 부장님은 아무도 안 들어먹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아무도 안 들어먹는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상당히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은행에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잠시 있어 본 경험에 의하면 은행사람들 그렇게 무식한 사람들 아닙니다. 그 기업들이 다 소중한 고객이거든요. 은행 입장에서 보면 예금해서 이자 타 가는 고객보다 돈 빌려서 이자 내주는 고객이 좋은 고객입니다. 은행이  돈 벌게 해주는 것은 은행돈 빌려가는 기업입니다. 그래서 망하지 않고 꼬박꼬박 원리금 갚아주는 기업과 돈 빌려가서 이자 잘 내는 사람이 은행 입장에서 보면 가장 소중한 고객입니다. 누가 그런 우량고객을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은행을 평가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서로 좋은 조건 제시하면서 치고 박고 싸우고 합니다. 그것을 그렇게 쉽게 놓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여튼 은행도 전혀 말을 안 들어먹는 것은 아니고요, 대통령님 말씀을 들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도 열심히 지킬 수 있는 기업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기업이 흑자도산하지 않도록 해라. 살릴 수 있는 기업이 있으면 죽지 않도록 하라’는 것은 그것을 뒤집어서 보면 ‘아무리 다시 검토하고 다시 뜯어봐도 돈 더 주는 것은 돈 더 주는 만큼 더 떼이는 것밖에 안 되겠다면 포기하라’는 말씀입니다. 다 살리라는 뜻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 살릴 수 있는 방법도 없거니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요. 지금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앞으로 살지 못할 기업은 빨리 제거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라’ 식의 표현은 학자나 언론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부나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살릴 수 있으면 최대한 살리라는 그 말 속에는 아무리 해도 이건 유동성 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안 되겠다 할 경우는 할 수 없다는 것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채경옥:은행들의 자구노력을 말씀하셨는데 현재 은행들이 하고 있는 자구노력이라는 게 기업들로부터 대출 회수하고 만기연장 안 해주고 무차별적으로 돈 긁어모으는 것 외에 무슨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은행들이 내놓은 자구노력이라는 게 고작 임원들 임금 10% 깎는 것 외에 무엇이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두 번째로는 지금 말씀하신 구조조정 기준과 관련한 질문인데요, 건설업계 쪽에서 첫 번째로 기업회생절차 신청한 곳이 신성건설입니다. 제가 건설 쪽을 출입해봐서 조금 아는데요, 그 회사가 해외 특히 중동 쪽에서는 현대 다음으로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는 50년 이상 성가를 축적해 왔고 기술력도 있다고 평가받는 기업입니다. 그런 기업이 1,700억원이 없어서 강남역 사거리 사옥도 팔려고 하다가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안 팔리고 해서 첫 번째로 구조조정 대상이 됐는데 사실 건설업 분야에서는 주택미분양이 많은 건설사, 주택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건설업체들이 먼저 넘어졌어야 된다고 보고 있는데 신성 같은 회사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건설업계가 더욱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말들이 있습니다. 과연 진짜로 살려야 될 기업이 살고 죽어야 될 기업이 죽는 그런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박병원: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의 자구노력으로 제일 먼저 할 일은 자본을 충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노력이 자구노력의 제일 큰 것이고 임원들 임금 10% 깎는 것은 사실 냉정하게 보면 도움이 안 됩니다. 그것 가지고 은행수지가 대폭 개선되어 자본이 충실해져서 대출능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냥 정서적이고 도의적인 문제하고 실제로 일을 하는 문제를 구별해서 본다면 결국은 자본을 충실화하는 것밖에 없는데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희생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지금 싼값에 주식을 증자하게 되면 물론 증자가 시장에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이 충분히 들어올지 걱정되어서 아직 못하는 면도 있겠지만 만약 한다 하더라도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자기는 2만원에 1주를 샀는데 예를 들어 지금 5천원에 1주를 사게 되면 기존 주주들은 자기 주식이 딜루션(dilution)된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싫어할 수도 있고 만약 한다면 기존 주주가 응분의 고통분담과 희생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방식의 자구노력이나 고통분담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 다음에 신성건설 예를 드셨는데 우리가 이걸 가지고 두 달 반 고민했습니다. 제가 고민한 것이 아니고 책임 있는 사람들이 고민했습니다. 은행에 맡겨서 OK하고 은행이 쉽게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 잘 아시다시피 기업재무개선기획단이라고 만들어서 사실 금융당국에서 면밀히 검토합니다. 요즘은 함부로 부도 내지 않습니다. 재검토, 재검토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판단할 때 내는 것인데 신성건설은… 글쎄요, 이 내용을 여기에서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턱도 없는데 아파트를 지어서 미분양이 많은 곳은 안 망하고 열심히 해외건설하는 신성건설은 왜 먼저 망하냐고 하는데 턱도 없는데 걸맞지 않은 큰 집을 비싼 분양가 붙여서 지은 그 사람들은 아직까지 자기 생사여탈권을 은행한테 안 뺏기고 버티고 있는 겁니다. 옛날에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든, 무엇으로 버티든 버티고 있는 겁니다. 그게 우리도 굉장히 용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분양주택 그렇게 많이 가지고도 아직 버티고 있는 것 참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정부는 물론이고 은행도 마음대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갚을 것 제대로 갚고 있으면 부도낼 방법이 없는 겁니다.


사 회:시간조정이 사회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보면 사회자가 분발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토론 시작한 지 1시간 반이 넘었는데 남은 질문 보니까 상당히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는데 패널들의 의욕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초청연사의 답변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질문도, 답변도 간단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간단히 답변하실 수 있는 부드러운 질문을 사회자가 하나 하겠습니다. 요즘 미네르바가 누구인지 열심히 찾고 있고요, 자술서라고 해서 언론에서 쓰신 분도 있고, 그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논객의 글이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경제가 워낙 불확실성이 큰 데다 정부가 신뢰를 많이 잃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은데 박 수석께서는 미네르바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병원:정부의 말보다 인터넷 논객의 말이 더 신뢰받는 그 현상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사 회:네. 어떻게 보시는지…. 


박병원:글쎄요, 그건 사회심리학자에게 물어보셔야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타깝다는 말씀밖에 못 드리겠습니다.


사 회:네, 간단한 답변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산업계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 들어보겠습니다. 두 분야가 남아 있습니다. 산업계와 부동산시장 2가지 분야인데 많이 줄여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선례에 따라서 플로어에 계신 분들의 궁금증도 풀어드릴 수 있도록 질문을 한두 개 정도는 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무국 직원들이 있으니까 질문서 만들어서 보내주시면 제가 말미에 대신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패널들도 자기 질문 맡은 것이 있지만 꼭 해야 될 질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질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이학영 부장님 질문해 주시죠.


이학영:한국은행이 금융위기 상황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물가안정 논리에 집착해서 유동성 공급이나 금리인하 등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너무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거론하며 화를 냈다는 소문까지 있습니다. ‘서별관회의’로 불리는 주례 거시경제점검회의를 통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는데 제대로 조정하고 있는 건가요?


박병원:한국은행이 과거의 행태가 조금 선제적이고 과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어쨌든 최근 몇 달은 제 느낌으로는 거의 캐치업(catch­up)하지 않았느냐 생각합니다. 거의 따라잡았습니다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항상 못 따라갑니다. 시장에서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못 따라간다는 소리를 자꾸 들으니까 한국은행도 한번 그냥 확 오버라이드(override)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항상 자기들 문제를 다 한국은행이 해결해 달라는 식이 많아요. 저는 최근 두어 달은 거의 잘 따라잡았고 아주  선제적이지는 못해도 페이스를 잘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앞으로 한두 달 더 지켜보시면 그런 확신이 들 겁니다. 저는 요즘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학영:상당수 기업의 보유현금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 버티기 힘든 상태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들의 자금난이 내년 봄께 본격화돼 다시 한번 시장을 혼란 속에 몰아넣을 것이라는 ‘3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의 옥석을 가리고 구조조정 작업을 서둘러서, 금융권의 제한된 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풀어서 살릴 기업은 확실하게 살리는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병원:기업 중에 물론 어려운 기업도 많겠습니다만 지난번 금융외환위기 때하고 이번하고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때는 은행의 대출이 대기업에 쏠려 있었고 대기업들이 문제를 만들면서 그 문제가 은행으로 전이되었는데요, 지금은 오히려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괜찮아요. 걱정스러운 곳이 없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괜찮고, 다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대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돈을 안 빌려 썼어요.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줘야 수익창출을 하는 은행들이 결국은 중소기업과 가계에 돈을 엄청 빌려주었습니다.

지금은 가계와 중소기업 쪽에 앞으로 부실채권이 많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위기라는 것이 지난번처럼 큰 기업이 도산하는 그런 형태가 아니고 개인과 조그마한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굉장히 서서히 나빠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하는 수단도 큰 기업 몇 개를 수술하는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외환금융위기 때처럼 눈에 보이는 대기업 그룹이 무너지는 식의 위기를 기대하시는 것은 아니겠죠?(웃음) 그런 것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 회:네, 박 수석님은 역시 긍정적입니다. 낙관적으로 보시니 좋습니다. 산업계 관련해서 마지막 질문으로 고현곤 부장 질문 듣겠습니다.


고현곤:개성공단 진출 기업과 관련해서 묻겠습니다. 북한이 기업들 철수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벌써 주문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폐쇄하고 나서 보상해봐야 소용 있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박병원:개성공단 기업들은 남북협력기금에서 80% 정도 거의 다 해주고 보험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손해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비교적 장치가 잘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마지막으로 부동산시장과 관련한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에 대해서 걱정이 많지요.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벌써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부동산까지 무너지면 엄청난 파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떤 질문과 답변이 나오는지 들어보겠습니다. 채 부장 하시지요.


채경옥:잘 아시겠지만 최고 14억원을 호가하던 아파트가 최근 7억 6천만원까지 떨어졌고 서울 반포 쪽에서 30억원에 분양됐던 아파트가 19억원에도 거래가 될 정도로 부동산가격 하락이 아주 급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떨어진 가격에라도 팔 수 있어야 되는데 거래가 안 되는 게 더 심각하고 또 미분양이 계속 심화되고 있는 문제 역시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 정부 들어 무려 8번의 부동산대책을 연거푸 내놓았는데 시장에서 전혀 효과가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대책을 내놓아도 정작 실행이 되고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일정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대책 자체가 뭔가 부족하거나 시장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그렇다고 보시는지, 만약 그렇다면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박병원:이것은 타임랙(time lag)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법 시행령이 고쳐지지 않은 부분이 일부 있지만 정책이 다 시행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14억 하던 것이 7억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14억이 옳은 가격인지…. 가격에 옳다 그르다가 없지만 14억이 정상적이고 지켜져야 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요?


채경옥:14억원이 7억원이 된 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고 14억원이 꼭 지켜야 될 가격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과거 꼭짓점에서의 가격을 기준으로 대출이 이뤄진 것이 많기 때문에 지금처럼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담보가치 역시 급격히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고, 이미 은행들이 담보물건을 처분해서도 대출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가격 하락이 저축은행이라든가 은행권의 부실로 연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고 정부가 어느 정도는 가격급락을 방어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여쭤본 것입니다.


박병원:담보가치 문제라면 외국이 우리를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2005~06년부터 LTB, DTI 규제를 시작해서 평균 LTB가 49%밖에 되지 않고 지금 말씀하신 14억, 30억 등 턱도 아니게 올랐던 지역들은 LTB 40%를 못 넘도록 그때 규제했었습니다. 물론 값이 40% 이하로 떨어져서 부동산을 처분해도 대출을 회수하기 어려운 정도인 곳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은행에 타격을 줄 정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나라가 ‘이것은 굉장히 잘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부동산가격 하락이 은행 경영에 타격을 줄 정도로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채경옥:그러면 박 수석께서는 주택가격이 어디까지 떨어지면 안정됐다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잠실 장미아파트를 예로 들어보면 90년대 말 2000년 초반에 이 아파트 33평형이 1억 6천만 원이었는데 이게 2006년 말에 8억원까지 갔다가 지금 5억대 중후반에 와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현재 부동산가격이 2005~06년 폭등기 이전인 2005년 수준으로 와 있다고 보는데요, 정부에서는 예를 들어 잠실 장미아파트값이 2000년 초반 수준인 1억 6천만원으로 되돌아가야 안정이라고 보는 건지, 아니면 한 3억원 가면 안정이라고 보는 건지, 정부가 생각하는 부동산가격 안정의 기준점이 궁금합니다.


박병원:어느 가격이 적정하고 정당하냐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요, 가격은 시장에서 정하는 거지 우리가 바람직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관계없습니다. 다만 하나의 기준을 굳이 제시한다면 리플레이스(replace)가 가능한 값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그런 위치에 그런 정도의 생활여건을 갖춘 곳에 그 정도 사이즈의 주택을 7억에 공급할 수 있는데 그것이 8억 9억 10억 14억 한다면 이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너무 괴리가 크다면 거품이 낀 것이 아니냐고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부동산대책들이 효과가 없는 이유의 핵심은 따로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나 어느 나라나 세상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집값이 안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도 집을 안 삽니다. 이게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미흡하고 어째서가 아닙니다. 우선 저 자신부터도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집값은 자기가 거기서 사는 효용가치 그것하고 맞바꾼다고 생각해야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오랜 세월 집값은 올라가고 집을 사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집값이 올라가지 않을 것 같으면 ‘뭐 하러 집을 사냐, 전세 들어 살지’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0억짜리 집을 5억에 전세 들어 살면 5억을 굴려서 이자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식이 됩니다. 그러니까 집값이 안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임대 살거나 전세 살지, 사서 살지 않겠다는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집값이 올라간다고 생각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이것을 세금을 어떻게 해준다, 이런 식의 대책을 쓴다는 것이 엄청난 실탄낭비에 그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시장에서 집값이 안 올라갈 것이다,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다,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태에서 미분양 대책은 명백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상의 강도 높은 수단을 쓰더라도 사람들이 ‘앞으로 집값이 올라갈 것 같으니까 올라가기 전에 빨리 사자’는 마음이 안 생기면 분양 안 됩니다. 특히 미분양주택이 많지만 최근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 분양된 아파트도 있지 않습니까. 미분양 사태는 위치도 안 좋고 그 지역의 수요에 비해 사이즈가 너무 크거나 작기도 하고, 분양가도 오버프라이스(over price)해놓은 것 때문에 일어난 거라서 그 자체도 문제가 있는 데다가 전반적으로 집값이 안 올라간다는 분위기에서 정책으로 이걸 잘 팔리게 만들어줄 방법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없습니다. 그것 잘못하면 굉장한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사 회:플로어 질문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패널들의 질문을 이제 마감해야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 듣겠습니다. 홍 부장님 질문해 주시죠.


홍기백:예, 지금 부동산 관련해서 가장 궁금한 부분이 대운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4대강 수질개선사업에 이미 예산배정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대운하 문제가 정치권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지방의 반발에 대한 반대급부라는 말도 있고요, 대운하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를 떠나서 대운하를 다시 추진한다는 것이 가능성 있는 건지, 실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지 사람들이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박병원:홍 부장님, 4대강 수질개선 내용 자세히 들여다보셨습니까?


홍기백:예, 봤습니다. 


박병원:그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겠더라고요. 우선 홍수방지부터 시작해서 서울처럼 주변에 고수부지를 정비해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둑길 따라서 자전거도로도 만들고, 자전거도로 절대로 포장하지 말라고 했습니다만. 걷는 길도 만들고 여러 가지 레저공간도 만들 수 있습니다. 과연 그 돈을 들여서 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될지 모르지만 그 자체는 정말 좋겠다 싶어서 4대강 해온 것을 보고받으면서 섬진강은 왜 안 끼워주냐는 말까지 했습니다. 섬진강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강인데 용수확보나 홍수대비를 위한 대대적인 것은 안 하더라도 섬진강을 따라서 자전거길 만드는 것은 검토해봐 달라고 할 정도로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운하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마지막에 경북 북부에서 소백산맥으로 넘어가면 운하로 쓸 수 있는 것이고, 그것 아니면 운하 아닌 것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특히 이것은 구역을 쪼개고 사업을 쪼개서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제일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방 건설업계를 위한 소위 뉴딜정책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런 면이 하나 있고요, 사실 지방에 기업이 없습니다. 건설업체들이 지방의 주력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문제라든가 경기활성화 이런 면에서도 가치가 있고, 막상 해놓은 것 보면 나중에 홍 부장님도 굉장히 좋아하실 겁니다. 가족들 데리고 자전거도 타러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운하는 전혀 안 하고 있습니다. 조직도 다 없앴고, 제가 6월에 들어갔는데 7월에 말이 오고 가고 했는데 8월 이후에는 저희들이 대운하를 입에 올려본 적조차 없습니다. 정부에서 조직도 다 없어졌고요.


사 회:안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박병원:이걸 다 해놓고 나니까 기왕이면 돈 얼마 안 들이면 연결할 수 있으니 하자는 국민이 대다수라면 그걸 제가 하지 말아야 된다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그때 가서 보기로 하고 이것만 해도 충분히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아마 이것 완공하는 데도 이 정부를 넘어갈지도 모릅니다.


사 회:패널들의 질문은 이것으로 마치기로 하고 플로어 질문이 몇 개 들어와 있습니다만 양해해 주시면 하나만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훈클럽 회원이신 여영무 뉴스앤피플 대표께서 하신 질문인데 “감세를 하려면 법인세, 소득세 감세보다 대중성 있는 부가가치세를 깎아줘야 옳다고 본다. 최대다수 소비자들의 간접세 부담을 덜어줘야 상품 소비 수요를 더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질문이십니다. 


박병원:부가가치세 1%가 얼마죠? 1%포인트 깎으면 굉장히 크지요? 부가가치세가 현재 10% 아닙니까? 그러면 그것을 9%로 하자, 8%로 하자, 이렇게 1% 2% 3% 깎자는 이야기가 되는데요, 부가가치세가 가장 대중성이 크기 때문에 이걸 깎으면 더 효과가 좋을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죄송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다. 부가가치세를 1%만 깎아도 세수결함은 굉장히 큽니다. 반면에 현재 100원짜리 물건에 10% 부가가치세 붙여서 110원에 팔고 있는 물건을 정부가 부가가치세 3% 양보해서 107원이 된다고 해서 가게에서 107원에 팔 것 같습니까? 절대로 107원에 안 팝니다. 그러니까 부가가치세를 깎아서 정부의 세입결손은 고스란히 나타나는 반면, 가격이 인하되어서 소비가 촉진되고 대중들 가계의 지출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반 이상 날아간다고 봅니다.

가게에서 소주 한 병 팔 때 보면 예를 들어 500원 하던 것이 코스트가 530원 되었으면 그냥 계속 500원 받습니다. 그걸 550원, 600원 하면 하나도 안 팔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세금 1, 2%에 맞춰서 값이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에 우선 효과가 반감되고요, 그리고 진짜 대중적이고 기초적인 생필품에는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쌀입니다. 그래서 부가세 감면이 경기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을까에 대한 경제전문가들 분석에 의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가가치세 1%포인트 내리면 4조 5천억씩 날아갑니다. 3%포인트 내리면 13조 5천억 세수결함이 생기는데 그것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가격인하로 내려온다는 것은 전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 회:오바마가 경제팀 인선을 발표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1분도 아깝다는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정부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핵심인사들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귀중한 박 경제수석께서 준비하시는 것까지 포함하면 반나절 이상인데 이렇게 많은 시간 내주신 것 정말 대단히 감사합니다. 얼마 전 서울대 최고 인문학 과정인가 거기 수료하시면서 ‘국난극복상’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박 수석께서 국난 극복하시는 데 주역이 되어주십사 하는 부탁말씀을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관훈클럽의 마음을 담은 기념패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 념 패 

                                               박병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관훈클럽은 귀하를 초청연사로 모신 가운데 유익한 대화와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하와 함께한 소중한 이 자리는 51년을 이어온 관훈클럽의 전통과 더불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2008년 12월 3일

                                                    관훈클럽 총무 김형민

 

 


여러분, 장시간 고맙습니다. 토론회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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