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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교육의 미래를 말한다

초청자 :
서남표 KAIST 총장
개최일 :
2008-11-06
조회수 :
3,834
첨부파일

서남표 KAIST 총장 초청 관훈포럼

 

일시:2008년 11월 6일(목) 오전 7시 30분

장소: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

사회 : 김형민 관훈클럽 총무(SBS 보도제작 부국장)

토론 : 김종혁 중앙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형민(관훈클럽 총무‧SBS 보도제작국 부국장‧사회):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관훈클럽 총무를 맡고 있는 김형민입니다. 오늘 열리는 관훈포럼은 서남표 KAIST 총장님을 모시고 좋은 말씀을 듣고 대화하는 귀한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관훈포럼은 관훈클럽이 뉴스메이커를 모시고 개최하는 관훈토론회와는 차별화한 새로운 프로그램입니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첫 번째 관훈포럼은 2007년도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를 모시고 ‘한국경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관훈클럽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관훈포럼을 신설했습니다. 관훈포럼은 세계적 수준의 학자와 전문가를 초청하여 연설을 듣고 대화하는 지성의 광장입니다. 오늘 열리는 두 번째 관훈포럼에서는 서남표 총장님이 한국 대학교육의 미래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시겠습니다. ‘서남표 총장님’ 하면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대학 개혁의 전도사’로 알려지신 분인데 KAIST를 세계 100위 대학 안으로 끌어올리시는 등 참으로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오늘 어떤 말씀을 해주실지 많은 기대가 되는데 먼저 식사하시고 조금 뒤에 자세한 말씀을 듣겠습니다. (식사)

사 회:서남표 총장님께서 오늘 해주실 말씀은 ‘한국 대학교육의 미래를 말한다’입니다.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피부색깔이 다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변화를 기대하는 미국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하는데 한국의 미래는 사실 교육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총장님이 말씀하실 주제가 ‘한국 대학교육의 미래를 말한다’지만 한국의 미래를 말씀하시는 자리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학을 변화시키고자 정말 애쓰시는 서남표 총장님이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대학을 어떻게 개혁하시고자 하는지 정말 기대되는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말씀을 듣기 전에 서남표 총장님의 약력을 간단히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1936년 경주에서 출생하셨고요, MIT 기계공학과 학사, 석사를 하셨고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교수생활을 하셨고 MIT에서 교수생활을 36년간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과학재단 공학담당 부총재로 미국의 교육을 개혁, 그때까지 일본에 뒤져 있던 미국의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셨다는 평가도 받고 계십니다. MIT 석좌교수를 하셨고 2006년부터 KAIST 총장으로 KAIST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계십니다. 신성장동력기획단장을 맡고 국가과학기술위원으로 계십니다.

서남표 총장님의 말씀을 듣고 질문할 대표 질문자를 소개하겠습니다. 김종혁 중앙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와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소개해 드립니다. 플로어의 질문도 받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서남표 총장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서남표(KAIST 총장):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주신 주제가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서 오늘 아침에 여기 올 때까지도 고민했습니다.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이야기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긴다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고 너무 변수가 많아서 앞으로 이렇게 된다, 저렇게 된다는 것은 누구도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해야겠다’ 그래서 목표를 세운 다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KAIST에서 여러 동료들과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목표를 세워놓고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모두 힘을 합해서 일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일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 대학의 미래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 전체 교육의 미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하나씩 쪼개서 그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해결하려 합니다. 제가 다니면서 만나뵐 것 같으면 다 의도가 좋은데 문제가 안 풀립니다. 한국에서는 문제가 안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시스템디자인은 한국말로 설계라고 하는데 설계보다는 폭이 넓은 이야기입니다. 신문사도 누가 조직을 하겠죠. 조직을 한다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나라도 그렇고 기계도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것이고 모든 세상일에 제일 처음 하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디자인부터 시작합니다.

서울시장도 처음 시장이 되면 어떻게 서울시를 이끌어갈 것인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그런 설계가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한국 대학교육을 보면 디자인이 잘못됐습니다. 영어로 하면 커플드 디자인(coupled design)이라고 합니다. 커플드 디자인이 되면 운영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KAIST에서 하는 것은 그런 커플드 디자인을 언커플드(uncoupled)하는 겁니다. 언커플드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집에 수도꼭지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수도꼭지 하나는 찬물이 나오고 다른 하나는 더운물이 나오는데, 보통 수도꼭지를 쓰는 목적이 하나는 물의 온도를 바꾸기 위함이고, 둘째는 물의 양을 조절하기 위함이죠. 그래서 보통 수도꼭지 2개를 만들어 하나는 더운물만 나오게 하고 다른 하나는 찬물만 나오게 디자인하는데 무슨 결과가 나올까요? 물의 온도를 바꾸려고 더운물을 틀면 온도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물이 나오는 양도 변한다는 겁니다. 그것이 커플드 디자인입니다. 이러한 커플드 시스템을 디자인하게 되면 무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건드리면 모든 것이 다 바뀌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지 못합니다.

제가 어제 정부에 가서 여러 분들을 만나뵙고 학교문제가 있어서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는데 제가 만나는 모든 분들의 의도는 참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정말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KAIST에 도움을 주면 다른 대학도 도움을 줘야 하는 문제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KAIST만 도와주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면 한국 대학교육이 발전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커플드 시스템을 언커플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KAIST에 와서 이런 얘기를 처음 하는 겁니다. 여태까지 한 것이 그것입니다. 목표를 세워놓고 목표를 분명히 한 다음에 동료들과 우리 학생들에게 목표를 설명하고 모두 목표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겁니다. 목표가 분명하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시스템 문제에서 생각할 때 목표를 분명히 하지 않고 방법을 갖고 서로 싸웁니다. 목표가 서로 다 다른 것을 가지고 방법론을 이야기하니까 싸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가고, 또 그러다 보면 모든 시스템이 작동이 안 되는 겁니다.

그러면 수도꼭지의 경우는 어떻게 해결을 하느냐? 하나의 수도꼭지로 2개의 기능을 하도록 디자인하는 걸 생각해 보세요. 수도꼭지를 디자인할 때 위아래로 움직여 한쪽으로는 물의 양만 변하게 하고, 좌우로 돌려서 다른 한쪽으로 온도만 변하는 그런 수도꼭지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밤낮 옛날 것만 생각하면 ‘그런 걸 어떻게 하느냐’ 할 수 있는데, 조금만 머리를 쓰면 하나의 수도꼭지로 물의 양과 온도를 모두 조절할 수 있는 것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교육시스템도 그렇고 대학도 그렇고 머리를 쓰면 그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대학의 장래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헤드테이블에 앉아 계신 분들과 잠깐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했는데 한국 사립대학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자세히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립대학은 학생이 3만~3만 5천명이 되지 않으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으니까 총장들은 수업료를 올렸으면 좋겠는데 못 올리니까 학생 수를 늘리려고 합니다.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죠. 그런데 돈이 모자라서 수업료를 올리려고 하면 학생들이 반대하고, 학생 수를 늘리려고 하면 지방대학이 반발한다며 정부에서 못하게 합니다. 그러니까 학생 수도 못 올리고 수업료도 못 올리게 되니 현상유지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게 대학운영의 기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 대학이 잘되려면 대학교육 시스템 전체를 언커플드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수도꼭지만 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이 잘되려면 전체 시스템을 개선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데 자기 수도꼭지만 달고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제가 KAIST에 와서 우리 동료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간단한 겁니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을 우리가 만들어야겠다. 한국이 그럴 때가 왔다. KAIST에는 인재가 있다. 그러니까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우리 동료교수들이 받아들였습니다. 학생들도 받아들였습니다. 받아들인 이유는 우리 동료들이나 학생들의 질이 높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 단계 목표를 보면 그것도 뻔합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교육을 잘 시키고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것 외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무슨 대학이나 무슨 학교나 잘 가르쳐야 합니다. 선생님들이 학생을 가르치는 데 정말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지 않으면 어떻게 좋은 학교가 됩니까? 가르치는 데 흥미 없는 사람은 선생을 하지 말아야죠.

그 다음에 연구대학이 가진 목적의 하나는 지식과 기술을 만드는 겁니다. 지식을 만든다는 것은 어느 분야에나 적용되는 것이고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은 주로 과학기술대학이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런 지식을 만들고 기술을 만드는 것이 학교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학교는 사회봉사를 하는 곳입니다. 서비스하는 겁니다. 조금 전, 아침 먹기 전에 정성희 논설위원과 이야기했지만 오늘날 오바마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이유가 대학에서 시작했습니다. 흑인들의 교육 정도가 낮다고 해서 받지 않았는데 성적이 모자라는데도 과감하게 받은 겁니다. 일부 교수들이 “그런 학생들을 받으면 질이 낮아지는데…”라고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방침으로 무조건 받은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미국의 지도자가 된 겁니다. 그만큼 교육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대학이라는 것은 첫째는 교육, 즉 가르치는 것이고, 둘째는 연구하는 것인데 모든 대학이 연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대학이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셋째가 사회봉사인데 사회봉사는 모든 대학이 다 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연구를 잘할 수 있는가? 그걸 쪼개보면 좋은 교수를 모셔오고, 좋은 학생을 받아야 하고, 좋은 연구시설과 충분한 연구비가 있어야 합니다. 이 세 분야를 가지고 KAIST가 잘되기 위한 방법을 여러 차례에 걸쳐 생각하다 보니 9개의 목적이 나왔고, 9개의 목적을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관한 여러 방법이 도출되었습니다. 그중에 제일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은 것이 9개였습니다. 그것을 완전히 언커플드된 디자인은 아니지만 디커플드(decoupled)된 디자인에서 하나하나씩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학교를 조직한 겁니다. 그래서 하나하나씩 컨트롤하는 겁니다. 우리 학교에서 동료들이 와서 불평하면 이렇게 디자인을 해놨으니까 그 불평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해당하는 부분을 고칠 것 같으면 다른 것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고치고자 하는 부분만 향상할 수 있는 조직체를 만들어놓은 겁니다. 그렇게 해서 KAIST를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으로 만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KAIST에서 이것저것 많은 일을 했는데 그중 예를 하나 들면 입학시험입니다. 2주일 전에 입학시험을 치렀는데 지원자가 3,200명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입학할 수 있는 학생 수는 700~800명 정도입니다. 제가 어제 청와대를 갔는데 대통령까지 우리 교육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하셔서 우리 KAIST에서는 이렇게 하니까 문제가 다 해결되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보니까 학교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학교 내신성적 받고 수능시험을 보는데 1점 차이 때문에 어떤 아이는 들어오고 어떤 아이는 못 들어오니까 그 1점을 더 받으려고 과외를 시키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1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가 1점 차이입니다. 1점을 더 받기 위해서 과외를 시키고 사교육을 시킵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정부에서 대학에 쓰는 돈의 3~5배 정도 될 겁니다. 그런 막대한 돈을 써서 어떻게 하든 자기 자식을 1점 더 받게 하려는 시스템입니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1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1점은 재수 있으면 더 받고 재수 없으면 못 받을 수 있습니다. 오래 가르치다 보면 아는 것인데 처음에 채점할 때는 교수들이 기대가 높아서 점수를 굉장히 박하게 주다가 50명 정도 하다 보면 다 못해서 점수가 점점 후해집니다. 재수 없어서 처음에 걸린 사람은 5점, 10점 덜 받는 거 아주 쉽습니다. 똑같은 답안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겁니다. 그러면 ○×를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점 차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면접시험만 보는 겁니다.

이번 면접이 두 번째인데 수능 필기시험을 보지 않고 학생과 하루 종일 같이 보내며 평가했습니다. 이번에 104명의 우리 교수님들이 3일 동안 학생 1,500명을 봤습니다. 처음에 서류심사를 해서 1,500명을 선정한 다음 1,500명을 가지고 한 학생을 하루 종일 보는 겁니다. 우리가 고등학교에 이야기하는 것은 ‘고등학교에서는 훌륭한 졸업생만 내주십시오. 그중에서 우리가 필요한 학생은 우리가 찾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과학고등학교나 KAIST 많이 보내는 학교,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과외공부, 즉 사교육을 시키지 말라는 겁니다. 그것이 우리가 학생을 뽑고 그들이 졸업 후 성공하는 데 아무 관계가 없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사람 만들어달라’는 겁니다.

우리가 원하는 학생이 뭐냐 하면 물론 머리도 좋아야 하지만 창조력이 있어야 하고, 남들하고 잘 지내야 하고 그리고 독립성이 있어야 하고, 자기 일은 자기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면접시험을 통해 그런 학생을 찾아내겠다는 겁니다. 교수님들과 일부 대학원을 마치는 학생들까지 참여해서 하루 종일 앉아 면접을 보면서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작년에 처음 면접을 했을 때는 교수님 중에서 ‘그런 걸 왜 하느냐’는 분도 있었는데 작년에 하고 나니까 많은 분들이 이게 정말로 좋은 학생을 찾아내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1,500명을 면접하면서 겪은 고민이 뭐냐 하면 하도 똑똑한 아이들이 많이 지원해서 어떻게 잘라내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더 받으면 되지 않느냐 할 수도 있을 겁니다. KAIST 학부 학생 수를 700명에서 1,000명으로 올리자는 것이 5개년 계획에 들어가 있습니다. 왜 1,000명으로 올려야 하느냐? 첫 번째 이유는, 이것은 농담 겸 진담으로 하는 이야기인데, 세계에서 좋은 학교를 보니까 학부 한 학년 수가 1,000명 이상이더라고요. 그런데 왜 우리는 700명 받느냐고 물어봤더니 옛날에 과기부에서 ‘700명만 받으라’ 그래서 그렇게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교과부에 가서 ‘1,000명 받게 해달라’고 했더니 못 해준다고 합니다. 왜 못 해주느냐니까 ‘KAIST 학생 수를 늘리면 다른 대학도 수업료 더 받으려고 죄다 학생 수 늘려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KAIST만 늘려주느냐’고 합니다. 아까 수도꼭지와 같은 얘기입니다.  한국 학생 수가 그렇게 많은데 KAIST 학생 수를 700명에서 1,000명으로 올려달라는 것을 못하겠다는 것은 KAIST 학생 수를 늘려주면 다른 수도꼭지도 다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게 커플드 디자인의 문제입니다. 열심히 이야기하는데도 안 올려줍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은 7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지 않으면 일부 대학원 학생 수가 모자라는 겁니다. 우리 대학원의 경우 KAIST 졸업생이 40% 되는데 어느 과는 학생 수가 모자랍니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이 커야 되겠다는 겁니다. 제가 서울대학교 가서 당신 대학은 좋은 대학이 아니다, 피더 스쿨(feeder school)이라고 말했습니다. 똑똑한 아이들을 모아서 4년 동안 데리고 있다가 다 미국에 보낸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대학원이 안 됩니다. 똑똑한 사람을 외국에 보내는 것도 좋지만 완전히 다 가버리면 어떻게 대학원이 됩니까? 한국의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이 되려면 완전한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대학원이 되려면 우리 학부 학생이 많이 졸업해야 합니다.

KAIST에 좋은 학생들이 지원합니다. 과학고등학교 1,800명 거의 전부와 영재고등학교, 일반 고등학교의 똑똑한 아이들이 다 지원합니다. 그래서 학부생을 700명에서 1,000명으로 올리기가 쉽습니다. 이번 입학시험에서 우리 교수님들이 아주 좋은 아이들이 있는데 강제로 떨어뜨리기가 아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간단한 이야기 아닙니까? KAIST가 입학생을 700명에서 1,000명으로 올리는 것이 뭐가 어렵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못하는 이유는 한국교육시스템이 커플드 디자인이라서 수도꼭지를 틀면 다른 곳에도 물이 너무 나올까봐 못하는 겁니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한국 대학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

아까 사립대학 이야기를 잠깐 했습니다만 학교에 돈이 모자라서 수업료를 올리려고 하면  학생들이 왜 수업료가 필요한지 모르고 총장실을 점령하고 그런다고 합니다. 어느 총장님이 “아, 오늘 좋은 일 있었다”고 하기에 “뭐냐” 그랬더니 “학생들이 내 사무실을 점거하려고 했는데 누가 설득해서 안 들어왔다”고 하데요. 수업료 못 올리니까 정부에 가서 학생 수 늘려달라는 겁니다. 그러나 학생 수만 늘어서도 안 됩니다. 교수는 안 늘리고 학생만 늘리면 대학이 되겠습니까? 그건 해결책이 아닙니다. 이러한 커플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대학이 안 된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 연세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러 갔습니다. 제일 처음 질문으로 “연세대 수업료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이라고 물어봤더니 손을 많이 들었습니다. “왜 많으냐?” 그랬더니 답이 없습니다. “연세대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사립대학이 되어야겠냐”고 물으니까 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지금 현재 연세대 입장에서 세계에서 제일 좋은 사립대학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제가 설명했습니다. 지금 한국 사립대학들의 수업료가 미국 좋은 사립대학의 4분의 1, 5분의 1입니다. 교수들 봉급은 미국대학과 별 차이 없습니다. 그러면 수입은 4분의 1인데 지출은 똑같다면 어떻게 대학을 하느냐는 겁니다. 저는 학생들도 이런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업료 얼마 올린다’고 하면 학생들이 덮어놓고 반대하고 그러니까 이게 커플드 시스템이 되어서 움직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KAIST에서는 9개의 목표를 세운 다음 하나하나씩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합니다.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은 퍼포먼스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테뉴어 시스템을 도입했고, 수업료를 받는데 그것은 돈을 받자는 게 목적이 아니고 개인학생들에게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을 만들어야겠다는 교육적 목적으로 수업료 징수를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착이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 테뉴어를 한다니까 안 된다는 겁니다. 왜 안 되느냐 했더니 한국은 나라가 너무 좁고, 5,000만이니까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만, 다 알기 때문에 KAIST에서 나가면 다른 곳에서 취직을 못하니까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러면 “교수가 계속해서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데 학생은 희생당해도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가만히 눈치를 보니까 그것은 괜찮다고 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희생당하는 것은 눈에 잘 안 나타나니까 말이죠. 그런데 일단 테뉴어 시스템을 시행해 보니까 한국 내에서도 테뉴어 제도가 되더군요. KAIST 나가서 다른 좋은 곳에 취직합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목표를 생각해서 결정하자는 겁니다. 우리가 KAIST에서 얘기할 때는 목표가 무엇이냐, 이것이 KAIST에 좋은 일이냐 나쁜 일이냐 그것만 생각해서 결정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테뉴어 시스템을 했는데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나가야 하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좋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KAIST가 테뉴어 시스템을 하니까 한국의 좋은 다른 대학들도 테뉴어 시스템을 도입할 겁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테뉴어 시스템이 없는 학교는 2류, 3류 대학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KAIST가 테뉴어 시스템이 있어서 좋은 교수를 보유한다면 테뉴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대학은 항상 KAIST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경쟁하려면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모든 대학이 변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는 이런 이야기 안 하고 오늘 처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변할 겁니다.

그리고 1학년 학생을 다 영어로 가르치고, 공부 못하면 장학금 안 줘서 본인들이 수업료를 내야 한다니까 여러 분들이 “그러면 좋은 학생들이 KAIST 안 오고 다른 곳에 간다”고 걱정했습니다. 저는 ‘그것 때문에 다른 학교에 갈 학생은 가는 게 좋다. KAIST에 올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지원자가 굉장히 많이 늘고 있습니다. KAIST에 오려는 학생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교수 테뉴어 시스템 한다니까 “아, 그러면 좋은 사람들이 테뉴어 쉽게 받는 다른 데 가지 왜 KAIST에 오느냐”고 말합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겁니다. 현직 교수도 다른 곳에 가려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교수는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 시스템에서 서바이벌 못하는 사람은 다른 곳에 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처음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렇게 할 것 같으면 학생 안 온다고 걱정했는데 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처럼, 테뉴어 시스템 하니까 KAIST에 오려는 좋은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다들 오려고 합니다.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 있는 사람은 항상 경쟁력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사회가 발전하는 겁니다.

우리가 영어로 강의한다니까 반대하는 교수도 꽤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 반대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KAIST 학생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영어로 강의하는 것이 문제 있냐 그러면 그걸 왜 묻느냐는 식으로 말합니다. 교수님들도 영어가 많이 늘어서 좋답니다. 국제회의 가서 말하기도 쉽고. 우리가 영어가 좋아서 영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기술 계통에서는 영어를 못하면 세계 어디에 가도 끼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말을 못하니까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을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졸업생들은 국제적으로 놀아야 되고 세계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미국 대통령이 흑인이 나왔는데, 흑인 반, 백인 반이죠. 그런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변하는데 어떻게 한반도 안에서만 삽니까, 세계적으로 살아야지. 그래서 이러한 모든 것을 생각해서 하나하나 9개 목표를 조직적으로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것을 KAIST에서 하기가 제일 쉽습니다. 다른 대학에서는 훨씬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KAIST에서 가능한 이유는 교수, 학생의 질이 높아 이러한 필요성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대학이나 시작을 못합니다. 다행히 제가 KAIST에 있기 때문에 KAIST에서는 이런 것을 실현하고 있으며, 성공적으로 잘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 대학 전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큰 문제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국 대학교육 시스템을 언커플드해야 합니다. 커플드된 시스템을 빨리 디커플드하고 언커플드해야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시스템과 학교시스템이 이대로 가서는 언커플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어제 정부에 가서 어떤 국장한테 이야기했더니 그것은 나한테 이야기해도 소용없고 저 국장한테 이야기하라고 하고, 그 국장한테 이야기하면 저 국장한테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커플드 시스템이 그렇습니다. 그분 의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그렇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부의 이런 문제점에서 볼 때 교과부를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됩니다. 교과부 과장, 실장 분들의 의도는 다 좋습니다. 그런데 시스템에 완전히 묶여 있습니다. 고무풍선에 바람을 잔뜩 넣어서 한 사람이 좌우로 누르는 것을 책임 맡았으면 그렇게만 누릅니다. 그러면 고무풍선은 위아래로 튑니다. 위아래 누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만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한 시스템에서는 풍선의 모양이나 방향을 정해서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국 대학의 미래는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KAIST에서 하려는 것은 KAIST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이 한국 교육 시스템의 새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겁니다. 우리가 입학시험을 면접시험으로만 하니까 KAIST에 오려는 학생은 과외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교육도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만일 우리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았다면 아마 그 학생은 못 들어올 겁니다. 그렇게 해서 사교육을 없애겠다는 겁니다. KAIST에 오는 학생에게는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죠. 어느 학교에서 사교육을 안 해도 KAIST에 들어올 수 있게 되면 그것이 점점 다른 곳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교육에 쓰는 것은 좋은데 좋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좋은 방향으로 쓰자는 겁니다. 쓸데없이 효과도 없는 사교육, 과외교육에 쓰지 말고 꼭 필요한 곳에 씀으로써 교육을 바꿔보자는 겁니다.

제가 KAIST에서 하는 것을 일일이 다 설명 못 드렸습니다만 KAIST가 여태까지 한 것을 보면 결과가 괜찮습니다. 더타임스 평가에서 대학 랭킹을 정하는데 2년 전에는 190위였는데 작년에는 130위, 올해는 95위가 되었습니다. 기술계통, 공과계통 대학 중에는 전 세계에서 31등이 되었고 과학계통은 80몇 위에서 40위로 올라갔습니다. 밖에서도 우리 학교가 변한 것을 인정했고, 앞으로 계속해서 올라갈 겁니다. 피어 리뷰(peer review)라는 것에서 점수를 적게 받았는데  앞으로는 피어 리뷰 점수도 오르고, 더타임스 평가 랭킹도 계속해서 올라가리라고 봅니다. 내년에 올라가지 않으면 잘못했다고 여기 와서 빌어야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수님들은 교육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잘 가르쳐야 합니다. 그저께 조교수들과 점심때 3시간을 같이하면서 젊은 교수들이 걱정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교수 한 분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것이 연구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교수에게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대학교수 하지 마라. 연구만 하려면 연구소에 가라.” 대학은 교육, 연구, 사회서비스 3가지를 모두 해야 합니다. 가르치는 건 누구나 해야 합니다. 저는 학과장들에게 제일 유명하고 제일 잘 가르치는 사람이 1학년을 가르치도록 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1학년 학생들에게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애스피레이션(aspiration)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제일 젊은 교수, 제일 경험 없는 사람에게 1학년을 가르치라면 1학년 학생들이 고무가 됩니까? 고무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교수가 1학년을 철저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제가 KAIST에 가기로 결정한 다음 여기 오기 전에 보스턴에 있는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더니 “어떤 교수들은 1시간 반 강의인데 1시간 강의하고 나가버린다”며 불만이 많더라고요. KAIST에는 앞으로 그런 것 없을 겁니다. 가르치는 것을 중시할 겁니다. 안 가르치는 것 자체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 교수들을 존경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사회지도자가 되겠습니까? ‘아, 우리 교수들 보니까 엉터리더라’ 그렇게 해서는 교육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회서비스는 학교 전체로 하고 개개인 교수들, 개개인 학생들은 자기들이 해야 할 것을 함으로써 사회서비스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KAIST가 한국 대학의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가 원하는 것의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모범을 보이자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람이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학교의 목표 9개 세워놓은 것을 달성하는 겁니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의 하나로 만들기 위해 그 9개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제일 어려운 점은 밖에서의 지원이 부족한 겁니다. 학교 내 개혁은 잘되고 있다고 보는데 밖에서의 서포트가 굉장히 약합니다. 언론계통에서는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여러 언론이 서포트를 많이 하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론계의 지원이 학교 내부개혁에도 도움이 크게 되었다고 봅니다. 밖에서 서포트를 하니까 안에서도 서포트가 자연히 생겼다고 봅니다.

저희가 5개년 계획으로 한 것 간단한 겁니다. 5개년 계획을 통해 교수가 450명에서 700명이 되지 않으면 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MIT와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교수 수에서 경쟁이 안 됩니다. 교수 수가 안 되면 경쟁을 못합니다. 교수 수를 700명으로 올리려고 하는데 올해 35명 정도 늘릴 계획입니다. 그것도 적어서 더 늘려야 하는데 못한다고 해서 못하고 있습니다. 35명에 들어가는 돈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못한다는 겁니다. 저는 시스템을 잘 운영하려면 어렵더라도 투자할 때 하고 깎을 때는 깎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전체적으로 다 못한다고 하면 그건 시스템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 KAIST에서는 어렵더라도 투자할 때는 하고 깎을 때는 깎아서 우리가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목적의 하나로 특별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사람들이 당면하게 될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목표로 재작년부터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EEWS(Energy, Environment, Water, Sustainability)입니다. 교수님을 모아서 팀을 만들고, 이재규 단장이 책임을 맡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원하는 과제에 KAIST가 참여해서 지원을 받으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돈이 들어오는데, 한국 내에서도 처음에 정부에서 우리한테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그 돈이 없어졌습니다. 따라서 올해 그 일을 1년 동안 완전히 중단하고 있습니다. 제가 돌아다니면서 그렇게 중단하면 어떡하냐 그랬는데 결국 지원이 중단되었고, 이러한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보면 간단한 문제이고 다 동의합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그런데 시스템으로는 수도꼭지 모양으로 되어서 아무도 해결 못하는 겁니다. 간단한 이야기이고, 간단한 일인데. 그렇게 된 이유는 모든 사람들의 목적이나 목표가 달라서 그렇습니다. 책임은 다른 것을 맡고 있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목적이 KAIST가 잘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다른 곳에 목적이 있으니까 못하는 겁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이 발전하는 데 아마 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 봅니다. 물론 발전은 하겠죠. 한국이 기가 막히게 발전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더 빨리 성장하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계에 계신 분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광형 KAIST 교무처장이 기자들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수료식 때 가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국민이 어떻게 해야 세계에서 좋은 대학이 나오는지 이해를 못하고 조건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이 그것을 이해하고 조건을 다 안다면 한국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나오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그 조건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전달하느냐. 그건 언론계에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언론에서 글을 쓰실 때 국민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학이 잘되려면 이러이러한 과정을 밟아야 하고 이러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세계적인 대학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하나하나씩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본사람들이 노벨상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굉장히 센시티브합니다. 노벨상이 나올 정도의 학문을 하려면 어떠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하나하나씩 얘기해줘서 국민들에게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좋은 대학이 없다’는 것만 보도해서는 도움이 안 됩니다. 언론이 대학발전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보도하면 한국 대학의 미래가 밝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사 회:총장님 말씀 감사합니다. 총장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순서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앞에 나와 주신 대표 질문자의 질문을 들어보고 그 다음에 플로어에 질문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정성희 위원 질문해 주시죠.

정성희(동아일보 논설위원):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난 2년간 언론을 통해서 KAIST의 일련의 실험을 봤습니다. 테뉴어 교수에서 탈락한 것부터 시작해서 작년에 충격을 주었던 면접전형, 또 최근에 우리나라 최대의 기부금을 받은 것, KAIST와 다른 인문학 대학과의 교환강좌, KAIST 재학연한을 단축시키기 위한 노력, KAIST가 배출한 우주인까지 엄청난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KAIST가 전개하는 대학개혁 실험을 인상 깊게 보고 있고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대학교육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부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했는데 지금 말씀을 들으니까 우리가 예상한 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못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뀐 정부시스템이 우리 대학과 특히 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대학전문화에 어떻게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고요, 다음으로 학부모 입장에서는 가장 재미나는 것이 KAIST의 면접 입학전형입니다. 그런데 자녀를 KAIST에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줘야 준비도 시키고 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학생을 뽑는다니까 굉장히 당황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작년에 교수들이 하루 종일 학생들과 밥도 같이 먹고 하며 면접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뽑은 학생과 그전에 수능시험 등을 통해서 들어온 학생 간에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서남표 총장: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에 말씀하신 학생들 차이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통계를 내고 있습니다. 어느 학교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받아서 KAIST에 들어왔는데 들어와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고 성적이 어떤지 데이터베이스가 다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성적이 어느 정도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옛날 입학시험은 한 면만 봤습니다. 학교성적하고 수능만 보니까 몇 점이면 들어오고 그 밑은 떨어지고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성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성도 봅니다. 가로는 성적이고 세로는 인성입니다. 성적이 아주 좋은데도 불구하고 떨어집니다. 왜 그러냐면 인성에서 아주 나쁘게 점수를 받으면 떨어집니다. 그걸 통계를 내보니까 한 20%가 옛날 시스템 같으면 들어왔을 텐데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옛날처럼 성적만 보았다면 무조건 떨어졌을 20%가 면접전형 때문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그 정도 되리라고 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동료들에게 자꾸만 얘기하지만, 러프(rough) 다이아몬드를 찾아내자는 겁니다. 다이아몬드를 깎아서 번쩍번쩍하게 해놓으면 누구나 다이아몬드라고 알지 모르지만 깎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러프 다이아몬드를 찾으려는 것은 인재를 찾아내기 위한 겁니다.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느냐, 어떤 환경에서 학교를 다녔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부모가 돈이 있어 과외하고 대학입학시험만 준비할 수 있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유리하겠죠. 그런데 인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재는 지방의 가난한 집안에서도 나옵니다. 그래서 KAIST에서 할 일은 인재를 찾아내는 겁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우리한테 표준이라고 해준 잣대가 맞지 않다 이겁니다. 시험만 잘 보는 사람이 인재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는 인재를 찾아내서 그들이 한국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사회적으로 큰 공헌을 하는 사람을 보면 학교에서 성적 잘 받은 사람만이 아니고 여러 다양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국을 발전시키고 국민을 먹여 살리고, 나아가 전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자는 겁니다. 사람은 다 다릅니다. 노벨상 받을 타입과 새로운 큰 기업체를 만들 사람의 타입이 다릅니다. 같이 볼 수 없습니다. 그런 것을 가려내는 것은 면접밖에 없다고 봅니다. 특히 재주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면접시험을 봐야 합니다.

작년 면접시험 때 제가 교수님들한테 질문을 하나 했습니다. 학생을 평가할 때 한 학생은 다섯 분야에서 20점씩 받아서 합치니까 100점이 됐습니다. 다른 학생은 네 군데에서 0점을 받고 한 군데서 80점을 받았습니다. 그러면 100점 받은 학생과 80점 받은 학생 중 누구를 뽑겠느냐? 누구를 뽑아야 할 것 같습니까? 제 생각에는 80점 받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라도 잘하는 사람이 중요하지, 모든 데서 미지근하게 20점 받은 사람은 사회에 큰 공헌을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적으로는 인간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제가 우리 동료교수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어느 학생을 보고 틀림없다고 판단되면 고집 세우고 받으라는 겁니다. 그래야 우리가 인재를 만든다 이겁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17살 난 학생을 보고 이게 러프 다이아몬드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보는 겁니다. 그래서 실수도 많이 할 겁니다. 그렇게 실수하나 다르게 실수하나 어떻게 합니까? 세상에 완전한 시스템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교육부, 과학부 복잡한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거 통합한다고 할 때 굉장히 반대한 사람의 하나입니다. 인수위원회 찾아가서 여러 분과 이야기했습니다만 통합에 동의한 분이 많아서 결국은 그렇게 됐는데 제가 걱정한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목적이 뭐냐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교육이 발전하는 데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좋으냐가 문제인데 제가 미국정부에서 일할 때 보니까 커플드 시스템으로 해놓으니까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교육부와 과학부를 통합한 것은 커플드 시스템입니다.

KAIST는 특별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학인데 KAIST를 담당하는 국장이 국립대학 27개를 다 같이 합니다. 그 국장 입장에서는 다 합쳐서 같이 해야 쉽지, 특별법으로 만든 대학이라고 해서 따로 하면 귀찮지 않습니까? 그리고 27개 대학 총장들이 와서 불평하는 것은 못 들을 것 같고 한 사람이 하는 것은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걱정이 많습니다. 제가 대통령한테도 걱정이 하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문제가 뭔가 하면 제가 신성장동력기획단장을 하면서 보니까 21개 토픽을 발굴했는데 그중 한국에서 창출한 오리지널한 테크놀로지라는 것이 다 외국에서 몇 년 전에 먼저 시작한 겁니다. 옛날에는 괜찮았습니다. 왜냐하면 옛날에 자동차공업이나 철강산업에 들어가고 할 때는 특허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 데는 매우 오래된 분야가 되어서 특허가 중요하지 않으니까 산업에 들어가서 투자 잘하고 경영 잘해서 한국이 성공한 겁니다. 세계에서 철강도 강하고 다 강하지 않습니까? 성공한 겁니다. 그런데 21세기 신성장동력을 보면 이제는 특허가 중요합니다. 이제는 어디서 아이디어가 나왔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 한국이 단말기를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이 파는데 한국에서 CDMA로 한 겁니다. 한국에는 GMA 기술을 안 주니까 들어간 것이 CDMA인데 CDMA는 왜 들어갔냐면 퀄컴에서 기술은 개발해 놨는데 쓸 사람이 없으니까 한국사람들에게 준 겁니다. 아주 모든 것이 잘 맞은 겁니다. 한국에서 이걸 만들었기 때문에 퀄컴이 로열티를 받아서 굉장히 큰 회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과학기술을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옛날처럼 철강산업 하고 자동차산업 하던 식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새로운 분야를 보면 새로운 기술이 많이 필요합니다. 솔라에너지도 그중에 하나 들어가 있는데 솔라에너지 하면 어떤 분들은 그럽니다. “아, 그거 벌써 미국에서도 팔고 독일에서도 팔고 일본에서도 팔고 그러니까 우리도 만들면 되지 않냐.” 그런데 그렇게 보면 안 됩니다. 왜 안 되냐? 지금 솔라셀만 하더라도 기름값이 150달러 가까이 할 때도 경쟁을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효율이 작고 생산가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를 해야 되는 겁니다. 남이 솔라셀 만든다고 그래서 ‘아, 우리 그것과 똑같은 거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는 안 된다는 겁니다. 21개의 새로운 것을 발굴한 것 중에 그런 것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과학기술자들이 정말로 좋은 연구를 하고 좋은 생각을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면 경쟁 못할 분야가 많습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과거의 산업발전 패러다임은 앞으로 21세기에는 적용이 안 되리라고 봅니다. 완전히 안 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과학기술과 교육을 묶어놓은 것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2가지가 다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 회:그러면 김종혁 에디터 질문 듣겠습니다.

김종혁(중앙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총장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성희 위원도 질문하셨지만 면접으로만 학생을 뽑는 것은 정말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104명의 교수님들이 3일간 1,500명의 학생을 면접해서 그중 500~800명을 잘라내는데 창의성, 사회성, 자립성을 기준으로 학생을 뽑는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은 언론에서 인터뷰할 때 인터뷰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서 인터뷰 수준이 달라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학생을 뽑을 때 교수님들도 각자 다르시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각자 다른 세계관, 각자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있을 텐데 학생을 뽑을 때 적어도 최소한의 통일된 기준이 있는지요? ‘교수들이 수험생의 창의성, 자립성, 사회성 등을 이런 기준으로 보자’는 룰 미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새로운 방법이기 때문에 항의할 수 있거든요. ‘무슨 기준으로 뽑으셨습니까? 그거 너무 자의적인 것 아닙니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는지요?

서남표 총장:그것은 저희도 다 걱정한 문제입니다. 두 번째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면 작년에 소송 받을 각오를 했습니다. 법정까지 나갈 것을 각오하고 한 겁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그런 일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부모님들도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교수님들 간에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 하는 건데, 워크숍을 합니다. 밖에서 강사들을 모셔다가 ‘사람을 이렇게 봐야 한다’는 조언도 듣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교수님들을 똑같이 만들 수는 없습니다. 교수를 똑같이 만든다면 사회가 안 되겠죠. 다 개성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프로세스를 랜덤으로 하려고 애를 씁니다. 서류심사한 분들은 면접을 못합니다. 면접할 때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팀을 만들어 같이 합니다. 이번에는 대학원 박사학위 마치는 사람도 집어넣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보는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가능한 한 주관적인 것을 적게 하려고 합니다. Subjectivity(주관성)보다는 Objectivity(객관성)를 높이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인데 그렇다고 완전한 시스템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완전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우리가 그렇게 함으로써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들볶지 않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전체적으로는 우리가 성공했다고 봅니다.

교수를 뽑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과에서 교수를 추천하고 학장, 부총장이 다 보고 나면 제가 꼭 인터뷰를 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오니까 그 사람들 전문분야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이 있는지 보는 겁니다. 저는 1시간 정도 이야기하는데 1시간 이야기하면 다 드러납니다. 그러나 제가 ‘야, 이 사람은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그런 거냐 하면 그렇지도 않죠. 틀릴 수 있죠. 어떻게 합니까, 틀리는 것도 사람의 일인데.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봅니다.

김종혁 에디터:일본에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아서 한국에서 지식인이라는 사람은 다 참담함을 느꼈을 겁니다. 특히 자연과학 하시는 분들은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셨을 것이고 저희 언론에서도 그것을 보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웠는데요, 지금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을 기초과학 분야보다는 의대, 한의대, 치의대를 보내고 그 다음에 공대를 보냅니다. 그래서 과거에 물리학이라든가 화학이라든가 건축이라든가 기초 이공계 학문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게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걱정됩니다. 이런 상황이 나타나게 된 원인 그리고 이런 것을 어떻게 하면 타개할 수 있는지 궁금하고요, 이공계 쪽을 하셨으니까 저희 수준으로 보건대 과학기술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대한민국이 노벨상을 받는다면, 추정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나 가능할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서남표 총장:2012년 5월 3일입니다. 농담입니다. (웃음) 그건 알 수 없죠. 좋은 질문 하셨는데 지금 한국에서 과학기술 계통을 기피한다는 말이 많고 걱정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보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 공과대학 졸업생이 미국 공과대학 졸업생 수와 같습니다. 한국경제에서 그것을 다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으로 있는데 한국의 공과대학 중 반 정도는 공과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다고 봅니다. 시설도 그렇고, 교수 수도 그렇습니다. 질적인 문제도 있습니다만 공과대학에서 어떻게 교육시키고 교수님들이 얼마만큼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교육에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이 열정입니다. 꿈입니다. 내가 과학자로 이런 것을 해보겠다는 꿈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산교육이 되는 겁니다. 과학기술자로서 자기가 무엇을 하겠다는 꿈이 없는 사람을 모아놔 봐야 무엇 하겠습니까?

한국에서 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러 가지 콘테스트가 많은데 다 좋은 거라고 봅니다. 그런 것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한테 과학기술자가 되면 뭐가 좋은지 꿈을 집어넣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의사도 있어야죠. 의사도 과학기술을 공부한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할 필요가 많습니다. 기술이 들어가야 의사를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전에 제가 아산병원 가서 원장님하고 병원 세우는 것 때문에 도움을 받을까 해서 1시간 동안 이야기했는데 그분이 나한테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아산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KAIST에 가서 도와줄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서 “왜 그럽니까?” 했더니 “아산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다 전문가들이라 프라이머리 케어(primary care)는 못한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무릎을 수술하는 의사는 무릎수술, 영어로 하면 토털 니 플레이스먼트(total knee placement)라고 하는데, 그것 하는 의사는 그 수술만 하루 11번을 한답니다. 아침 일찍부터 무릎수술만 11번을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거 하는 사람은 궁둥이뼈 수술은 못한답니다. 궁둥이 수술은 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궁둥이 수술만 하는 사람은 그것만 한답니다.

저는 공과교육,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사람이 의사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래야 의학도 더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을 배웠다고 의과대학 가지 말라는 말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젊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고등학교 들어갔다고 해서 꼭 물리를 해야 합니까? 저는 학생들에게 “야, 나는 일평생 기술자로 일했지만 밤낮 다른 것을 했다. 밤낮 다른 것 하는 직업이 더 좋지 않냐”고 이야기합니다. 같은 것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습니까? 그렇죠? 과학기술자를 잘 만들려면 꿈이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하고, 고등학교의 할 일은 학생들에게 꿈을 집어넣는 일이라는 겁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미국에 갔습니다. 그래서 한국말을 잘 못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굉장히 존경하는 물리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한국이 어려울 때라 우리는 실험기구와 실험장치가 없어서 말로만 가르친다”고 그러데요. 믿었죠. 그런가 보다. 미국에 가니까 물리 가르치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농담도 잘하고 애들을 잘 웃기면서 가르치는데 어느 날 담뱃갑을 꺼내더니 거기에 있는 은종이, 즉 알루미늄 포일을 학생들 앞에서 잘라내더군요. 종이처럼 생긴 조각에서 포일을 하나 벗기더니 이걸 반으로 접었습니다. 반이 접힌 포일에 페이퍼클립을 꽂고 이 클립을 위쪽으로 펴서 한쪽은 병에 집어넣고 다른 한쪽은 호크 있는 데로 끼데요. 이렇게 있는 것이 병 안에 들어가 있고 끝이 나온 클립이 병 밖으로 나와 있었죠. 그러더니 마찰을 해서 정전기를 발생시키니까 서로 붙은 것이 벌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전기가 같은 차지(charge)가 있으면 서로 밀어내고 다르면 붙고 그걸 애들하고 농담하면서 담뱃갑 하나로 보여준 거죠. 교육이라는 것이 그런 겁니다.

21세기에는 ‘생각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왜냐하면 다 아시겠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과학기술을 하는 사람이 많고 더군다나 대학에서 논문 쓰라고 야단입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논문을 굉장히 많이 씁니다. 90몇 퍼센트가 아무도 안 읽습니다. 그런 논문을 왜 쓰냐? 그런데도 나옵니다. 더군다나 앞으로 인터넷이 더 발전하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인터넷 문제 하나가 파장의 폭입니다. 현재, 인포메이션(information)이 사용자에게 오는 것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정보가 점점 늘어서 무한정이 된다면 인포메이션이 사용자에게 지독히 많이 올 겁니다. 그게 무슨 문제냐 하면 지금은 구글에 들어가서 알고 싶은 것을 치면 몇천 개가 나오는데 어떨 때는 하나하나씩 다 읽어봐야 자신이 찾는 것에 적용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옛날식 교육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옛날에는 대학원생 교육시킬 때, 지금도 대부분이 그렇게 할 텐데, 교수님들이 논문 쓰고 뭐고 해야 하니까 무슨 연구를 하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대학원생이 있는 교수들은 대학원생들에게 도서관에 가서 연구와 관련된 책이나 논문 등을 읽어오라고 합니다. 그걸 가지고 자기가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게 하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못한다는 겁니다. 왜 못하느냐? 너무 정보가 많으니까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거죠. 그런 식의 교육은 안 됩니다.

앞으로 21세기 교육에 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KAIST 내에서 아직 교수님들에게 이야기 안 하고 설득을 못 시켰는데, 제가 생각하는 21세기 교육은 생각하는 사람을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있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강구하는 겁니다. 무슨 문제든지 스스로 해결책을 강구한 다음 어떤 정보가 밖에 있는지 찾아서 남들이 한 것과 자기가 한 것을 비교함으로써 정보를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고 논문 1만 개를 읽고 나서 그것을 종합해서 한다는 것은 대학원생이 할 수 없고 대학교수도 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KAIST에서는 1학년 때부터 설계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겁니다. 이번 대학원생들에게도 새로운 박사과정이 생겼습니다. Renaissance Ph.D. 프로그램은 처음 2년 동안은 학생이 연구할 것에 대해 디자인을 합니다. 그 다음 3년 동안 애널라이즈(analyze)해서 5년 후에 박사와 석사를 동시에 받습니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새로운 혁신, 즉 이노베이션은 KAIST가 세계에서 제일 앞섰습니다. 교육에서는 KAIST가 제일 앞섰다는 거죠. 그렇게 해서 우리 KAIST가 세계에서 제일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1학년 학생들한테 무엇을 공부하든지 간에 필수과목으로 설계를 공부하게 하고 Ph.D. 과정에도 Renaissance Ph.D.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제가 볼 때는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생각하는 사람 만들자. 그런 사람 만들면 KAIST가 세계에서 제일 잘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KAIST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 한국에서 비웃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MIT는 제가 오래 있었기 때문에 제일 잘 아는 학교인데 저의 목표는 MIT보다 좋은 대학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게 가능하냐고 물어보는데 왜 가능하지 않습니까? 대학이라는 것은 아이디어 게임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나온 대학이 제일 좋은 대학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풀어야 할 것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우리 교수님과 학생들이 그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오면 되는 겁니다.

사 회:시간이 많이 지나고 있는데 플로어에 질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지금 시간으로 볼 때 두어 분 정도 질문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 질문하시죠. 마이크 좀 갖다 드릴까요? 여기 앞쪽에 계신 분이 먼저 질문하시죠. 

김두호(K&H문화사단 대표):우리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총장님의 성장과정의 일화나 집안 가족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극복하기 어려웠던 순간과 미국에서 활동하시는 동안 또는 국내에 있는 동안 고뇌했던 일들도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남표 총장:우리 집이 딸만 넷이고 아들은 없는데 딸만 낳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제 큰 공헌의 하나라고 봅니다. 여자들이 모자랄 뻔해서 말이죠. 한국에 와서 특별히 고생한 것은 없습니다. 제가 처음에 미국 갔을 때는 보스턴으로 갔는데 한국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당시 보스턴에 한국사람이 어린애까지 32명이었습니다. 그럴 때 보스턴에 갔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인종차별한다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제가 고학을 했습니다. MIT 다닌 한국학생 중에 고학한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고생을 얼마나 했고 천대를 얼마나 받았냐고 질문을 받는데 저는 미국에서 천대 하나도 안 받았습니다. 항상 대우를 잘 받았습니다. 박사학위도 회사에서 돈을 주어서 했는데 저만 혜택을 받았고 공부도 쉽게 했고 월급 다 받았습니다.

그리고 고학을 했기 때문에 여러 잡(job)이 많았는데 그것 때문에 제가 교육을 잘 받은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까 보통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많이 배우게 됐습니다. 청소부터 도서관, 실험실, 병원 등에서 일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지식이 많이 쌓였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집사람에게 “우리 아이들도 고학을 시켜야겠다”고 했더니 집사람이 “우리 딸들은 절대로 그렇게 못한다” 해서 우리 딸들은 고학을 안 시켰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습니다. 하는 일들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청소도 처음 해보면 재미있습니다. 마루를 번쩍번쩍 빛나게 닦는 기계 쉽지 않습니다. 그거 저 잘합니다. 그게 다 교육이죠. 세상일은 보기에 달렸어요. MIT에서 한국사람으로 처음 교수를 했고, 미국정부에 고위관리로 들어간 게 처음이었을 겁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백인도 그런 것을 못 해본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러니까 천대받았다고 할 수 없죠. 

젊은 사람들에게 교육시킬 때 모든 것을 포지티브(positive)하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잔이 반이 찼느냐 반이 비었느냐 물어봤을 때 기왕이면 반이 찼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자는 겁니다. KAIST 면접시험의 하나가 그겁니다. 너무 소극적이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뽑지 말자, 적극적으로 남을 돕고 세계에 공헌하려는 사람을 뽑자는 겁니다.

설원태(경향신문 선임기자):KAIST에서는 1학년을 상대로 영어로 강의해도 잘된다고 하는데 보통 다른 서울시내 대학교수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영어로 하면 뭔가 가르치고 싶은 만큼 못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KAIST에서는 어떻게 가능한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신입생 면접에서 인성을 평가한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남표 총장:제가 자꾸 얘기하면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우리 교무처장이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광형 교무처장이 설명을 좀 해주세요. 

이광형(KAIST 교무처장):영어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처음에 반대가 많았지요.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오겠느냐, 교수님들이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느냐 하는 말이 많았습니다. 총장님은 잘 모르겠지만 학교가 거의 반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극복하고 시작해서 2년 됐는데요, 학생들이 수업 끝나면 강의평가를 하는데 한국어로 진행된 평가와 영어로 진행된 과목 평가를 보면 오히려 영어로 진행된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더 높게 나옵니다. 약간 높은데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입니다. 또 최근에 영어 담당하는 교수님들이 이런 제안을 해오셨습니다. 기존에는 대학교 1학년 입학하면 잉글리시 컨버세이션(English conversation)이라고 해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다른 대학도 많이 있겠지만. 그런데 모든 과목이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까 그 과목의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과목의 성격을 바꾸어야 할 정도로 많이 정착되고 학생들이 잘 받아들이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인 면접시험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입시에서 면접으로 하는 것은 사실 어렵죠. 저도 작년에도 해보고 올해는 일부러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습니다만 어디 완벽한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좋다고 해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첫해에 총장님 말씀하셨듯이 소송당할 각오를 하고 했습니다. 교수님들이 하도 안 된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해서 “안 되면 내가 책임진다. 내가 감옥 가겠다. 학교일 하다가 감옥 가면 영광이다. 더 이상 뭐가 있느냐”고 말할 정도였는데 결과를 보니까 항의 전화, 항의 이메일이 있었지만 질문 수준이 약한 것이었어요. 올해는 더욱더 잠잠합니다. 내일 발표인데 오늘 다 마무리되었고, 발표 뒤에도 불만의 소리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청수(전 KBS 해설위원장):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미국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미국이나 세계 교육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엘리트주의적인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균등적인 평준화적 교육인데 그 2가지 흐름의 조화에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시는지 묻고 싶고요, 또 하나는 국내에 큰 장학재단이 있는데 제2의 노벨상을 창설하자고 해서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것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느냐 혹은 아시아 쪽으로만 하느냐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견해와 평가를 묻고 싶습니다.

서남표 총장:처음에 말씀하신 것은, 아시겠지만 미국 근대사를 잠깐 말씀드리면 미국에는 히스패닉, 블랙, 아메리칸인디언 등 마이너리티를 위해서 항상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투자도 지원하고, 연구비도 따로 주며 그 사람들도 경쟁할 수 있게 대학에서 성적이 모자란 사람을 일부러 받아서 교육시킨 겁니다.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 보십시오. 한국에서 만일 정부에서 어려운 사람을 특별대우해서 대학에 입학시킨다고 그러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우리나라에도 국민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것을 언론에서 많이 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항상 자기한테는 아무 책임이 없는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문제를 어떻게 사회가 해결하느냐 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노벨상은 그렇습니다. 첫째는 기술분야에는 노벨상을 안 줍니다. 순수과학에만 줍니다. 한국에는 기술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KAIST만 하더라도 공과대학 수가 더 많은데 그런 곳에는 노벨상을 주지 않습니다. 순수과학만 주니까 기술자는 아무리 좋아도 못 받습니다. 제가 미국정부에 있을 때 담당하던 것이 기술이었는데 스웨덴 노벨커미티(Nobel Committee)에 연락해서 “우리가 돈을 다 댈 테니까 노벨상에 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에도 분야가 많지만 다 합쳐서 하나를 만들면 어떻겠냐” 그랬더니 노벨커미티에서 답이 왔는데 “노벨의 유언에 그게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경제학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공식적인 답은 아니지만 “경제학 분야에 상을 주다 보니 별사람이 다 받아서 골치 아파 죽겠다. 그것 안 했으면 딱 좋을 텐데 했다. 그래서 앞으로 다른 분야는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대답이 왔습니다. 경제학은 노벨상감이 아니라는 얘기겠죠. 그것은 사람들 보기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무슨 상이니 뭐니 해서 경쟁적으로 만든 상들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동양사람에게만 주면 뜻이 없고 노벨상보다 더 크게 임팩트를 주려면 딱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뭐겠습니까? 노벨상은 100만~200만 달러 주지요. 환율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한 1,000만 달러 준다면 세계에서 제일 좋은 상이 될 겁니다. 그렇지 않고 상 준다고 1억, 2억 주면 아무리 뭐라고 불러도 그건 세계적인 상이 안 됩니다. 정말 한국에서 상을 만들려면 한 100억 정도 주는 상을 만들면 그러면 금방 이름나죠. 그렇지 않고 이름만 딱 붙이고 1억, 2억 주면 안 됩니다.

사 회: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마지막 한 분만 질문 받겠습니다.

김병무(전 세계일보 주필):한국일보에 이어 세계일보까지 해서 워싱턴특파원을 두 번 했습니다. 저는 KAIST에 MIT 과정이 있는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MBA 과정을 운영하면서 앞서 설정하신 목적을 완성하기 위한 것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만 MBA 과정을 운영하는 가운데 기대하던 그런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고요, 그 다음에 전 세계를 상대로 해서 만일 퍼텐셜 라이벌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디를 꼽고 있는지, 또 KAIST 출신이 우리 사회에 거시적인 기여를 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어떻게 평가를 하시는지, 또 그 출신들이 우리 사회 각계에서 제대로 그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KAIST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서남표 총장:여러 질문을 하셨는데 지금 한국 내에 MBA 프로그램이 몇 개 있습니다. 금융계통, 테크노경영, 정보계통도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다른 대학에 비해서 지원자가 많고 다른 대학은 MBA 프로그램 지원자 수가 굉장히 적답니다. 그래서 어떤 대학은 MBA 프로그램을 닫아야 할 정도랍니다. 전체로 보면 금융MBA는 수업료를 많이 받는데 지원자도 많고 잘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첫째는 한국에서 MBA 하려는 사람의 거의 90%가 외국에 나갑니다. 한국에 남아서 MBA 하려는 사람의 수가 굉장히 적습니다. 한국에서 MBA 하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겠죠. 그런 점에서 학생을 놓치면 경쟁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그리고 우리 MBA 프로그램이 너무 적습니다. 1년에 100명 받아서는 경쟁 못합니다. 미국 대학교는 1년에 700명 받는 곳도 있다는데 우리가 100명 정도 받아서는 경쟁이 안 됩니다. 그리고 경영계통을 보면 교수님이 굉장히 모자랍니다. 우리 교수님들이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가르치는 것 중심으로 했는데 앞으로는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봅니다.

MBA가 한국에서 얼마나 공헌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회사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경영을 배우는 것이 산업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KAIST 경우는 교수가 45명 됩니다. 이번에 ICU와 합치면 61명 됩니다. 그렇지만 숫자적으로 모자라고, 경영대학에 이야기하는 것은 연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연구에 중점을 두어야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습니다. MBA도 경쟁하려면 아이디어 몇 개 나오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아시겠지만 하버드대학의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이라는 사람이 ‘The Innovator’s Dilemma’라는 박사논문을 써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굉장히 덕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 책이야 우리 교수들도 왜 못씁니까? 연구하고 깊이 들여다보면 생각이 나옵니다. 학문적으로 경쟁하고 좋은 학생 더 끌어모아야 합니다. 지금 100명 가지고는 모자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100명 이상 받기도 어려운 것이 교수가 금융계통에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수를 찾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연금투자를 잘해야 하는데 한국은 미국의 골드만삭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투자를 못합니다. 지식이 없습니다. 한국에 전문가들이 많이 있어야죠. 그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사 회:아쉽지만 총장님 말씀은 여기까지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남표 총장님을 묘사한 어느 기사를 보니까 ‘일에 대한 초인적인 열정을 가진 사람, 합리적인 권위주의자’라고 합니다. 오늘 말씀 중에 뜨거운 열정과 카리스마가 충분히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서남표 총장님이 이끄는 KAIST의 변화가 다른 대학에도 전파되어 대학의 변화를 이끌고 우리 교육의 변화도 이끌어서 한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순서 마치겠습니다. 서남표 총장님께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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