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정운찬 국무총리 초청 관훈토론회

초청자 :
정운찬 국무총리
개최일 :
2009-12-02
조회수 :
6,361
첨부파일

              정운찬 국무총리 초청 관훈토론회

 

일시:2009년 12월 2일 오전 8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

 

사 회:이목희 관훈클럽 총무(서울신문 논설위원실장)

토 론:정필모 KBS 해설위원

          오태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최영범 문화일보 정치부장

          박두식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목희(관훈클럽 총무, 서울신문 논설위원실장, 사회):관훈클럽이 정운찬 국무총리님을 초청해 세종시 등에 관한 토론회 자리를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순서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시고 총리님의 기조연설을 들은 뒤 패널들과의 토론시간을 갖겠습니다. 그다음에 플로어에 계신 분들에게도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식사를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식사)

어느 정도 식사를 하신 것 같으니까 이제 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정운찬 총리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시고 미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으신 뒤 서울대 교수와 총장을 지내신 정통 경제학자이십니다. 지난 대선부터는 대선후보 중 한 분으로 꾸준히 거론됐고 또 총리가 되신 후에도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계십니다. 그런 분이 저희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주셔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프로필은 팸플릿을 참고해주십시오. 먼저 정 총리님의 기조연설을 듣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정운찬(국무총리):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그리고 원로 언론인을 비롯한 귀빈 여러분,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유서 깊은 관훈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것을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국무총리에 취임해서 2가지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대학에 있을 때는 사회나 정부정책에 대한 건설적 비판자였습니다만 지금은 정부정책을 수립하고 또 집행하는 위치에 있게 되었습니다. 공격보다 수비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전에 비해서 훨씬 더 여러 가지에 대해 많이 알아야 되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조찬모임이 많아진 것입니다. 저는 원래 밤늦게까지 일하고 아침잠은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두 달 남짓 지나면서 겨우 적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도 아침잠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1941년말 처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서 늦잠을 자고 아침에 느긋하게 샤워하고 있는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찾아옵니다. 서둘러 거실로 나오다 보니 공교롭게도 허리에 두르고 있던 타월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처칠은 아예 두 손을 활짝 벌린 채 루스벨트 대통령을 환영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영제국 총리는 미합중국 대통령 앞에서 실오라기 하나 감출 것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 후 두 지도자는 서로 다른 성격과 목표를 우정으로 승화시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처칠 같은 재치나 순발력은 없습니다. 경륜도 모자랍니다. 그러나 진실만큼 위대한 힘은 없다고 굳게 믿습니다. 오늘은 여러분 앞에 발가벗은 심정으로 솔직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이명박정부는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국정지표로 출범했습니다.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선진일류국가란 무엇일까? 10년 또는 20년 후의 한국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으면 좋을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몇 가지만 간추려 말씀드린다면, 첫째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둘째 경제적으로 지속적 성장을 달성하며, 셋째 사회가 통합되고, 넷째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믿음을 갖고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생활 안정, 그리고 선진일류국가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금 OECD국가 중에서는 가장 빨리, 그리고 G20국가 중에서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에 2002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2.9%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긴장을 늦출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요동치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 안으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치 한 발은 달려 나가려 하는데, 다른 한쪽은 발목이 묶여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조화와 단결이 참으로 절실한 때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루어낸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지금의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 정부부터 심기일전해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기업들의 야성적 투자마인드를 자극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R&D 재정투자, 창업절차 간소화 등 투자촉진 방안을 보다 강화하겠습니다.

위기 이후의 재도약을 위한 준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녹색기술, 첨단융합기술, 고부가 서비스 분야의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시장의 효율성을 중시하면서도 사회구성원 서로가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중도실용, 친서민’의 철학일 것입니다.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도 복지예산을 사상 최대수준인 81조원으로 확대하였습니다. 복지대상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일과 복지를 연계한 탈빈곤 대책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기회이며, 누구도 여기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합니다. 소득과 계층에 구분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창의적인 인재가 배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저는 지난 주말 세종시 건설현장을 다녀오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어린 자식들의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한겨울날 병원에서 얻은 빨랫감을 이고 언덕길을 올라오시던 어머니의 모습도 생각났습니다.

제가 탄 버스에 달걀과 깡통을 던진 분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 삶의 터전이던 농토를 잃고 조상 대대로 내려온 산소마저 이장해야 했던 분들의 심정을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저는 세종시를 원안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분들의 우국충정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약속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종시는 정치적 신뢰문제 이전에 국가의 명운이 달린 대역사입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으면 한시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합니다. 당리당략이나 개인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논란을 거듭하기에는 너무나 엄중한 국가대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면 후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끼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행정부 이전으로 국가경쟁력을 저해할 것이 아니라, 융합과 시너지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충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30년, 50년 먹을 수 있는 ‘제3의 쌀’을 창조하도록 해야 합니다. 앞으로 민관합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민의견을 수렴해서 가장 바람직한 세종시 발전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입니다.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내년 11월에는 서울에서 G20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정부는 이 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품격과 이미지 향상을 적극 도모해 나가고자 합니다. 작년 국가브랜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경제규모에 비해 국가브랜드 순위가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제 한국 기업이라는 것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 걸쳐 제도와 관행 그리고 의식을 선진화해야 합니다. G20정상회의가 선진일류국가 실현의 확고한 발판이 되고, 국운상승의 불씨를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존경하는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 대한민국 국민은 위기 앞에서 강해지는 위대한 민족입니다. 지금까지 우리 앞에 쉬워 보이는 문제가 주어진 적이 있었습니까. 또 우리의 힘으로 풀어내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까. 이것이 바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가 이룩해온 기적의 역사입니다.

지금도 어렵다고 절망한다면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흔히 교육이 큰 문제라고 합니다. 사교육비 등 실제로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방한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열을 여러 차례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문제가 있다면 함께 풀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힘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우리의 국가비전을 실현하고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면서 대화와 소통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흥시장을 뜻하는 BRICs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러시아 대신 인도네시아를 넣은 BICIs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을 언론에서 보았습니다. 그만큼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BICKs(Brazil, India, China, Korea)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막연한 저의 꿈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우리의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학자는 입법, 사법, 행정 위에 언론이 있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언론인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심에 서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사 회:정운찬 총리님 감사합니다. 그러면 패널들과 토론회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시간관계상 질문은 1분 이내로 짧게 해주시고 답변도 2, 3분 내로 해주셔서 가급적 많은 현안에 대해 정 총리님의 견해를 들을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플로어에 계신 분들한테도 질문기회를 드리겠는데요, 시간관계상 준비된 질문지에 적어주시면 제가 종합해서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패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정필모 KBS 해설위원이십니다. 오태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이십니다. 최영범 문화일보 정치부장입니다. 박두식 조선일보 논설위원입니다. 그러면 바로 토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오태규 논설위원부터 해주실까요?

 

오태규(한겨레신문 논설위원):총리님이 오늘 기조연설에서 벌거벗은 심정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는 대목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솔직하게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지난달 27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서 원안을 바꾸는 것은 국가적으로 도움이 된다손 치더라도 혼란이 된 것에 대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했다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정 총리께서는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서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하셨습니다. 지금도 그런 판단이 유효하십니까?

 

정운찬(국무총리):대국적 견지에서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세종시 설립안을 조금 바꾸는 것이 단기적인 약속이행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아마 질문이 다소 강하게 나와서 제가 제 입장을 지키기 위해 다소 강한 표현을 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태규:그러면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셨는데도 질문이 강하게 나왔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대응을 하기 위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신 건가요?

 

정운찬:저는 제 방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세종시의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 또 세종시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률을 만드는 과정, 그다음에 이루어진 일련의 정치과정에 참여한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총리지명을 받은 9월 3일에 아무래도 세종시는 원안대로보다는 좀 수정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사를 표출했었습니다.

 

오태규:그러면 지금도 대통령이 사과한 판단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정운찬:저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그리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세종시는 수정하는 것이 원안 고수보다 옳다고 생각합니다.

 

오태규:다음 질문 하겠습니다. 이 대통령께서는 27일 세종시 수정방침을 밝히면서 본인이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는데도 나라를 위해 수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치지도자가 판단하기에 자기가 정치적 손해를 보고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이제까지 국민이 합의한 법률을 파기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운찬:국민과 한 약속이건, 개인간의 약속이건 약속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과거에 약속한 것이 미래발전에 저해적인 것이라면 국민의 양해를 얻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태규:정치지도자가 이미 사법적, 입법적으로 모든 절차를 거쳐서 결정된 사안을 자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파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독재의 논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운찬:현재로서는 새로운 생각을 사회와 국민 앞에 보여서 판단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 현재로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오태규:다음 질문 하겠습니다. 정 총리께서 취임하신 이후 세종시에 대한 성격이 첫날 기자회견 때의 송도형 도시부터 11월 23일 첨단녹색지식산업도시까지 7차례나 바뀌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께서는 지난달 27일 교육과학도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민관합동위에서는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유치하는 것이 좋다고 건의했습니다. 이렇게 성격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데 총리가 생각하시는 세종시의 변화된 성격은 무엇입니까?

 

정운찬:저는 한마디로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지금 도시의 성격에 대해서 여러 차례 말이 바뀌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여러분도 다 동의하시리라고 믿으나 도시는 움직이는 생물입니다. 그래서 계속 변하는 것이고, 또한 그 도시를 좌에서 볼 때나 우에서 볼 때 또 앞에서 볼 때, 뒤에서 볼 때 전부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도시의 성격과 관련해서 그 표현이 바뀌면서 혹시 국민들한테 혼란을 드렸다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만 도시성격에 관한 저희들의 생각이 크게 바뀐 것은 없습니다. 단지 여러 사람이 각각의 여러 시기와 장소에서 그 도시를 묘사하다 보니 좀 다른 표현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태규:한 가지만 더 질문하고 마치겠습니다. 정부는 세종시에 9부2처2청이 내려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행정비효율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대통령께서도 국회와의 관계, 행정부처와의 관계, 가족들이 함께 따라가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저는 이 논리가 140개 정부산하기관을 10개 도시로 내려보내는 혁신도시 논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봅니다. 140개 정부산하기관도 역시 정부중앙부처와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일할 수밖에 없고, 정부산하부처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봐도 가족이 전부 내려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세종시를 수정하며 혁신도시는 계속 실시하겠다는 얘기도 하고 있는데 이런 논리라면 세종시뿐만 아니라 혁신도시도 포기하고 수정하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정운찬:세종시 문제와 혁신도시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 세종시 문제는 무엇이냐 하면 정부가 특히 행정부가 두 부분으로 나뉘어서 결과적으로는 과천, 대전과 함께 네 부분으로 나뉘게 될 것입니다만 지금 9부2처2청이 세종시로 가게 되면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같이 여러 가지 행정부 비효율도 있지만 나라의 장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매일매일 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도시에 관해서는 물론 거기에 비효율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공공기업들이 가는 것입니다. 지금 157개 기업이 갈 예정으로 있고 117개는 이미 승인이 났고 또 상당부분이 부지조성공사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성격이 다릅니다. 혁신도시는 세종시 수정이 가해진다 할지라도 틀림없이 추진할 것임을 국민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 회:예. 정말 짧은 질문, 짧은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바랐던 게 이런 거고요, 총리께서 답변에 알맹이만 담으면 금상첨화겠네요. 박두식 논설위원 질문해주시죠.

 

박두식(조선일보 논설위원):저는 총리께서 구상 중인 세종시수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몇 가지 여쭙겠습니다. 지금 정부가 구상 중인 세종시수정안의 핵심파트 중 국민이나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원래 내려가게 돼 있는 9부2처2청 중 정부부처 이전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축소 내지는 하나도 안 내려간다는 시사들은 있으셨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의 답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예 한 부처도 안 내려가는 겁니까, 아니면 일부 축소해서라도 몇 개 부처는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정운찬:그것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하나도 안 갈 수도 있고, 다 갈 수도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서 지금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입니다. 어떤 분은 특히 성함을 말씀드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강용식 위원이라든지 김광석 위원은 아주 강하게 원안을 고수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또 어떤 분은 하나도 가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박두식: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그랬는데 내려가고 내려가지 않는 그런 기준 같은 것들에 대한 논의도 있나요?

 

정운찬:어느 정부부처가 완전히 갈 것이냐, 또는 전혀 안 갈 것이냐, 어느 정부부처를 옮길 것이냐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가 안 돼 있습니다.

 

박두식: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오늘 총리께서 기조연설에서도 말씀하셨듯이 고향 인근에 있는 연기군 방문하셨을 때 계란과 깡통 등이 총리 일행이 타신 버스로 날아오는 것을 보고 여러 가지 심정이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결국은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세종시수정안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핵심은 국민여론 그리고 충청권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정부의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여러 보도를 통해서 접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세종시민관위원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상 중 여러 가지 형태의 연구클러스터 방안을 정부에 유치하라고 건의하기도 했는데 직접 고향에 갔다 오시고 오늘 기조연설에서 말씀하신 대로 누구보다 그쪽 분들의 심정을 잘 아시는 총리께서는 지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수정안에 담길 내용이면 충청권 여론이 충분히 돌아설 수 있다고 판단하시는지, 아니면 저희가 알지 못하는 보다 파격적인 내용이 그 대안 속에 준비되고 있는지 답변해주십시오.

 

정운찬: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에서 건의한 것은 세종시와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어온 과비벨트(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종시를 중심으로 해서 설립해달라는 것입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아주 커다란 산업입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3조 5천억원 들여서 아주 오랜 기간 과학의 메카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의 기술을 빌려서 또 응용과학기술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해왔습니다만 이제는 한국이 거시적으로나 미시적으로나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런 첨단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의도로 과학비즈니스벨트라는 아이디어를 내서 지금 전국 어디에 그것을 설치하는 것이 좋으냐는 논의가 있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어 독일 드레스덴이라든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과비벨트 같은 것을 우리가 따라야 할 모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연구원 연구발표를 봤더니 한국에서 지금 그것을 설치하는 데 가장 적합한 곳이 세종시 부분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종시에 과비벨트를 설치해놓으면 인근의 대덕, 또 인근의 오송과 함께, 더 나아가 사회인프라까지 생각한다면 청주공항이라든지 대전이라든지 이런 데까지 합해서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것이 한국의 첨단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세종시에 더 담아야 할 것이 다른 것도 많지 않겠습니까? 대학도 있고 또 다른 연구소도 있고 기업도 좀 들어와야 합니다. 기업이 들어와야 고용이 창출된다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지금 대기업하고도 접촉하고 있고 중견기업하고도 접촉하고 있는데 저는 그 접촉이 성사되어서 상당히 좋은 모습의 세종시안을 낼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런 안이 충청도 사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매력적일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박두식:세종시민관위원회에 총리께서도 정부쪽 공동위원장을 맡고 계시고, 지금 답변하신 내용으로 보면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의 핵심적 콘셉트가 되는 것이고 거기에 다른 안들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정운찬:그것이 아주 중요한 파트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중심이라고 해서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많이 들어갈 것입니다.

 

박두식:제가 질문한 핵심 중 하나인데 총리께서 구상하시는 방안이 충청도 여론은 물론 국민들한테까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십니까?

 

정운찬:예, 아직 여러분께 다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 일을 추진하겠습니까?

 

박두식:과학비즈니스벨트 구상이 발표되기 직전에 한국의 저명하신 과학자들 포함해서 과학계에서 중이온 가속기 설치 결정 같은 것이 지질연구조사 등 사전준비작업이라든지 협의가 전혀 없이 졸속으로 결정되었다는 우려의 성명을 발표했고, 또 어제 야당에서는 지금 국회에 과학비즈니스벨트관련법이 계류 중인 상태이고 또 16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심사 중인데 정부가 법절차를 무시하고 이 부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이런 얘기들이 들려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 중 하나가 세종시라는 현재의 정치적 현안을 풀기 위해 너무 졸속으로 이 부분들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운찬:예, 제가 짧은 기사로 지금 말씀하신 것을 봤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미 과비벨트라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 오래됐기 때문에 그동안 사전연구라고 할까 검토는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추진하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 반대의견도 나올 수 있고, 특히 그 과학자분들이 반대의견을 내는 것은 이왕 일을 하려면 좀 완벽하게 하라는 충고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겠고, 지금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닙니다.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에서 세종시에 과비벨트를 설치하면 그 지역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굉장히 좋으니 거기에 설치해달라고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박두식:지금 총리께서 준비하고 계시는 것은 원안이 아닌 다른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건데 지금 원안 고수 주장을 하는 정치지도자들 상당수가 원안+α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총리께서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세종시 수정에 관한 대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거나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경우 원안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신 바 있습니다. 그러면 만약 이 세종시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총리께서 추진하려고 했던 이 모든 구상은 없던 일이 되고 9부2처2청 정부부처만 내려가게 되는 건지 말씀해주십시오.

 

정운찬:제가 대정부질의 과정에서 수정안이 지지를 못 받으면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린 것은 2가지 의미였습니다. 하나는 저희들이 안을 낸다고 그냥 저희들 뜻대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받고 만일 법률이 개정된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이고, 또 하나는 그만큼 제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기자님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 지지하고 또 법률개정이 필요할 때 국회가 동의할 수 있는 훌륭한 안을 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지를 받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 회:네, 정필모 KBS 해설위원 질문해주실까요?

 

정필모:저는 국토균형 차원에서 몇 가지 질문드리겠습니다. 총리께서 며칠 전 큰 균형발전을 위해서 세종시 수정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거든요. 균형발전이라고 하면 통상 수도권 과밀해소가 어떤 출발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고 그런 논의들이 수십 년간 진행돼 왔는데 정부가 세종시 수정의 논리적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행정비효율뿐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비용이 그런 행정비효율로 인한 비용보다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는 소지가 많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논리가 너무 군색한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은데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운찬:시간이 허용된다면 두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나는 이겁니다. 지금 말씀하신 데 대해서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 다닐 때 그리고 대학원 다닐 때 책을 통해서 또 직접 강의를 통해서 1979년 노벨상을 받은 아서 루이스 교수의 이론을 접했습니다. 루이스 교수의 말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도시의 생활비와 지방의 생활비는 차이가 크다. 그래서 국민 전체의 생활비를 줄이려면 도시에 사람이 몰리는 것보다는 지방에 많이 사는 것이 좋다’ 이런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최근의 이론들은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은 도시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라는 것은 사실 서울과 상하이의 경쟁이다. 그리고 항구와 관련해서 광양만과 상하이의 경쟁이다’ 이런 식으로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기 때문에 서울을 자꾸 줄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울도 발전해야 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울이 적절한 발전을 하면서 지방도 발전하는 것이 균형발전을 위해서 좋은 게 아닌가 하는 기본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종시를 아주 좋게 만들고, 또한 좋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세종시 발전이 전국 다른 부분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되는데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행정부처들이 중심이 되어서 세종시를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과비벨트로 만들어 대기업도 들어가고 중견기업도 들어가고 연구소도 들어가서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지 말입니다. 정부부처가 간다고 해서 도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과천에 무슨 발전이 크게 있었습니까? 그러나 기업들로 출발한 도시들은 참 발전한 도시들이 많지 않습니까? 포항이다, 울산이다, 광양이다, 이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세종시 발전은 정부부처를 이전시켜 놓고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다른 것을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고, 동시에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만 과비벨트 중심으로 발전시킨다면 세종시뿐만 아니라 인근도 더 발전하고 나라 전체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필모:정부부처가 나누어지다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또는 어떤 국가적인 결정을 내릴 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셨는데요, 요즘 글로벌화된 이런 시대는 사실 대기업도 어떤 전략적 결정을 빨리 해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업들 본사가 내려가는 것이라든지 이런 것도 같은 논리에서 문제 있는 것 아닙니까?

 

정운찬:글쎄요, 그건 제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조금은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국가 차원과 기업 차원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되고요, 진리가 뭔지 잘 모른다 할 때는 우리보다 앞서간 나라들, 또 앞서가지 않았더라도 현재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렇게 행정부처가 둘로 갈려 있는 예는 세상에 거의 없습니다. 지금 독일의 본과 베를린이 갈려 있습니다만 그것은 통독과정에서 거의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고, 지난번 슈뢰더 총리 말씀에 의하면 본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없어진답니다. 행정도시로서의 본은. 거기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유엔기구라든지 유엔대학이라든지 또는 국제적 연구소가 들어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필모:어제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오늘 국회의장을 비롯해서 여야 일부 국회의원들이 성명을 발표한다고 합니다. 들으셨나 모르겠지만 세종시가 수정된다 하더라도 기업이나 대학, 병원, 연구소를 유치하기 위해서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전국 각지의 혁신도시라든지 기업도시들은 여기에 대해 상대적으로 어떤 박탈감 내지는 불만이 많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대책은 세워져 있는 겁니까?

 

정운찬: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만 혁신도시는 확실하게 추진합니다. 그리고 공기업이 가는 혁신도시에서의 땅값하고 세종시의 땅값하고 상당히 차이 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땅값이라는 게 다 똑같아야 하겠습니까?

 

사 회:예, 오태규 논설위원 질문하시죠.

 

오태규:균형발전에 대해서 보충질문하겠습니다. 세종시 행정복합도시 설치법에 의하면 제1조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다’는 것이 나옵니다. 첫째 이유가 결국은 국토균형발전을 50년 동안 하려고 했는데 안 되니까 극약처방으로 행정부처를 내려보내서 그것을 기점으로 해서 혁신도시까지 갈지, 아울러서 국토균형발전을 하자, 이런 식의 논리가 있었고 그것이 정치권의 합의로 이루어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행정비효율만 강조하다 보니까 과연 이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전략이 있는가, 국토균형발전전략을 포기한 것 아니냐, 이렇게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운찬:글쎄요,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지금 세종시라는 판이 깔려 있는데 세종시를 좋게 만드는 것이 국토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좋게 만드는데 정부부처를 이전하는 것이 더 좋으냐, 아니면 과비벨트라든지 또는 대학이라든지 중견기업들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더 이로우냐 하는 것을 한번 따져봐야 할 텐데 저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세종시 발전에 더 좋다고 생각하고, 세종시가 발전한다면 그것이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에 더 보태서 세종시 발전이라는 것이 인근지역이나 나라 발전을 위해서 좋다면 더욱더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 회:총리님께서 대정부질문도 거치시고 청문회도 거치며 굉장히 노련해지셔서 흥분도 안 하시고 바리톤으로 쭉 깔고 계신데, 좀 흥분하셔야 되는데…. 다음 최영범 정치부장 질문해주실까요?

 

최영범(문화일보 정치부장):간단한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혹시 세종시 관련된 법안이 모두 몇 개인지 알고 계십니까?

 

정운찬:세종시 관련….

 

최영범:세종시와 관련된 법안 말입니다.

 

정운찬:글쎄요, 저는 많이는 모릅니다.

 

최영범:세종시와 관련된 법안은 총 2개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2005년 3월 국회를 통과한, 일명 언론에서 세종시법이라고 부르는 게 하나 있고요, 또 하나는 무려 34자로 된 법안인데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 이게 원래 명칭입니다. 이것을 언론에서 통칭 ‘세종시’라고 부르는데요, 정부 구상대로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서 법을 개정한다면 이 법안 명칭 자체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행정중심’이라는 말이 빠져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정운찬: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영범:두 번째로 역시 법에 관련된 것 하나 여쭤보겠는데요, 세종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통과된 상황이고 지금 국회 국토해양위에 계류 중인 관련법안이 하나 있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건데요, 이것은 세종시의 법적 성격을 규정하는 법입니다. 거기에 어떤 지역이 들어가고 세종시의 광역자치단체로서의 성격을 규정해놓은 법인데요, 만일 2005년 통과됐던 법이 수정된다면 관련법안인 세종시 성격을 규정하는 법안 역시 바꿔야 된다고 보시는지, 바꾼다면 광역자치단체 부분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법안 수정이 되어야 한다고 보시지는 않는지요?

 

정운찬:네, 그렇습니다.

 

최영범:질문은 긴데 답변은 굉장히 짧으시네요.

 

정운찬:짧게 하라고 해서…. (웃음)

 

최영범:언론에서는 세종시수정안과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려면 3중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거든요. 첫째는 아무래도 지역여론을 설득하셔야 될 것 같고, 두 번째는 한나라당 내 이른바 박근혜쪽, 저희는 ‘친박’이라고 부르는데, 박근혜쪽 의원들을 설득하셔야 될 것 같고 야당도 물론 설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법안통과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정운찬:희망 없이 어떻게 일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우선 ‘세종시발전방안’이라고 저희가 이름을 붙였습니다. 수정안이다, 발전안이다,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만 발전방안으로 통일하자 그래서 발전방안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도시의 성격을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로 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발전방안이 나오면 제가 지역에 가서 열심히 뛰려고 하고 있습니다. 연기도 가고 공주도 가고 오성도 가고 대덕도 가고 대전도 가고 해서 지역언론이 저희 안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만들도록 노력할 겁니다. 지금은 아직 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저희 총리실의 권태신 장관이나 또는 조원동 차관 이런 분들이 지금 지역에 가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지에도 이미 났지만 지방지에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광고가 났지요, 지방신문에도? 두 번째, 한나라당에도 이 발전방안을 반대하는 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선 이 방안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설득하려고 합니다. 정치세계에서는 설득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그랬는데 협조와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할 것이고요, 야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협조와 이해를 얻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최영범:앞서 질문이 나왔습니다만 총리께서 지난 11월 10일 대정부질문에서도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한나라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하되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포기할 거라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나라당 주류, 이른바 친이계 쪽에서도 최근 들어 출구론이 나오고 있는데 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포기한다’는 것의 기준이 여론의 지지라고 얼핏 들리는데요, 국민의 지지의 기준이 뭐죠?

 

정운찬:사실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국민의 지지를 정말 제대로 받도록 노력하겠다는 제 말씀은 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는 것이나 한나라당 일각에서 하셨다는 말씀은 제가 직접 듣지는 못했습니다.

 

최영범:여론조사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안이 마련되면 설득도 하시고 지방도 도시고 하신다는데 저는 판단근거를 여쭤보는 것입니다.

 

정운찬:글쎄요, 지금 이 자리에서 60대40이면 족하다든지, 55대45면 족하다든지, 70대30은 되어야 족하다든지 하는 말씀은 제가 드릴 수 없는 거고요, 그냥 지지율을 최대한 높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영범:관련질문인데요, 충청도에 계신 분들, 충청도민의 의견이 우선시되는 겁니까, 아니면 국민전체 여론이 우선시되는 겁니까?

 

정운찬:그 지역분들을 설득, 또 설득이라고 했네요. 그 지역분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역시 전국 다른 지역에 있는 분들도 다 좋아하시지 않으면 만들기 힘들지요. 그러니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 지역, 좁게는 연기군 또는 공주시 일부 분들의 여론도 우리한테 유리하게 해야 되고, 더 나아가 그 인근지역, 사실 연기나 공주 분들보다는 그렇게 관심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분들의 여론도 살펴야 되고, 더 나아가 다른 지역 분들도 살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 지역 여론부터 고쳐놓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영범:취임하시고 얼마 안 지나서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세종시 재원이 제 기억으로는 22조 정도 드는데 돈이 더 들더라도 명품도시로 만들겠다, 이렇게 말씀하셨고 또 최근에 말씀하신 것을 보면 원안+α, 언론에서는 박근혜안이라고 부르는데, 원안+α는 재원이 모자라서 안 된다, 그리고 돈이 있으면 α 아니라 β라도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알려지고 있거든요. 그러면 돈을 더 들여서라도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신 이전 표현과 또 최근에 재원이 모자라서 원안+α는 안 된다고 하는 것과는 논리적으로 좀 모순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됩니다.

 

정운찬:네, 그건 좀 상징적으로 이해해주십시오. 제가 경제학을 공부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항상 득이 있으면 실이 따른다’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원안에다 α를 보탠다면 뭔가 다른 잃는 게 있어야 되지 어떻게 세상에 좋은 건 다 가지느냐. 만약 그런 식이라면 나 같으면 β까지 집어넣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린 말씀이고, 원래 제가 말씀드렸던, 예산을 좀 더 들이더라도 명품도시로 만들겠다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 회:사회자가 보충질문을 드리면요, 그 폴이 여러 여론조사기관마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정부가 위임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해서 ‘충청도 여론이 이렇다, 국민여론이 이렇다’는 프로세스를 가지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정운찬:네, 거기까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틀을 통해서, 어떤 프리즘을 통해서 찬성이 많은지 반대가 많은지 또는 국민 대다수가 지지해주는지 아닌지 하는 것을 결정하는 틀은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사 회:그런 틀을 만드실 의향이 있으신 거지요? 사회자가 한번 여쭤봤습니다. 그러면 세종시가 국정의 전체는 아니지만 중요하니까 한 라운드만 더 질문하고 다음 현안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오태규:총리께서 지금 답변하시는 것을 보니까 상당히 많이 공부하시고 두 달 동안 질문을 빠져나가는 기술도 상당히 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게 또 저희의 의무이기 때문에 묻겠습니다. 총리에 지명된 이후 세종시 문제가 급작스럽게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토론회에서도 세종시 문제가 가장 이슈가 되고 있듯이 정 총리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세종시 총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정 총리께서 취임하시고 세종시 문제가 급속도로 문제되고 여러 가지 논쟁도 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서 정 총리의 어떤 언급 이후 정치적 갈등, 지역적 갈등, 이로 인한 국정의 여러 가지 혼란, 이런 것들이 나타나면서 막대한 국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총리께서는 책임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정운찬: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요, 제가 마치 세종시 총리처럼 사회에 부각되고 있는 데 대해서 저는 반론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지난 2개월 동안 무지무지하게 일을 많이 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세종시만 부각시키니까 세종시 일만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다음에 제가 지난 2개월 동안 이런저런 갈등을 불러일으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단기적 갈등이라고 하는 것, 또 단기적 혼란이라고 하는 것은 장기적 화합이나 또는 발전이 온다면 감수해야 될 하나의 비용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저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아주 디테일한 공부는 안 해봤지만 생각은 많이 해봤습니다. 여러분이 한번 참고하시면 알 겁니다. 2004년인가 어떤 월간지에서 저한테 사실은 세종시라는 의미였지만 그 질문의 워딩은 아마도 행정수도 이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저한테 그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저는 ‘대한민국도 이성을 잃은 것 같고 충청도 사람도 이성을 잃은 것 같다’ 이런 말씀과 함께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것은 박정희 대통령 때 북한의 군사위협이 걱정되어서 임시로 이전할 아이디어는 있었던 것 같지만 결국은 실천하지 못했다’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그건 그렇다 치고 지난 4~5년 동안 세종시 판을 벌여놓고 진척이 별로 없었습니다. 우선 땅을 사고 보상해주고 여러 가지 인프라를 깔고 하는 것은 있습니다만 별로 진척이 없었습니다. 진척이 많지 않았던 것은 작년, 올해 국제 경제위기를 맞아서 그것에 시간과 예산을 많이 쓸 겨를이 없었다는 이유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들 간에 무언중에 이것 정말 해도 괜찮은가 하는 걱정이 들어서 활발하게 진척을 안 시켰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런 마당에 제가 사실은 그때 미리 계산했다든지 계획했다든지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만 9월 3일에 세종시 문제를 누군가 질문하기에 즉각적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하는 것으로 해서 이 세종시 문제를 본격적으로 사회에서 논의의 감으로 삼았다는 면에서 저는 제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 잘함과 잘못함을 떠나서 비록 단기적으로 갈등과 혼란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화합 또는 발전의 방향으로 간다면 저는 지금 제 상황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태규:네. 하여간 잘하셨다는 쪽에 상당히 무게를 두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하여튼 정 총리께서 지금 세종시 수정을 주도하고 계신데 이것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치권과 국민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산될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봅니다. 그랬을 경우 정 총리는 이에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퇴할 용의가 있습니까? 이것은 분명하게 답변해주십시오.

 

정운찬:무산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오태규:아니, 그러니까 무산될 경우를 물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각오를 분명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정운찬:제가 무산될 경우까지 생각하면서 이 일을 못합니다. 이 일에 몰두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오태규:정 총리께서는 최근 세종시수정안과 관련해서 처음에는 명예를 걸겠다고 하셨고 최근에는 총리직을 걸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러면 그런 부분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십시오.

 

정운찬:제가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를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습니다만 어떤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것을 확실히 기억해두십시오. 그러나 어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 ‘세종시 발전안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신 사퇴하겠냐’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어떤 방향으로 대답하더라도 일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답변을 안 드려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사 회:세종시관련 질문이 더 없으면 최영범 부장 다른 현안 좀 물어보실까요?

 

최영범:저는 4대강에 대해서 간단하게 몇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교수로 재직하실 때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내셨던 것으로 저희가 기억하고 있는데 총리가 되신 이후에는 입장이 좀 바뀌신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정운찬:입장이 바뀌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운하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를 방문한 영재고등학생이 ‘대운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해서 ‘대운하 안 했으면 좋겠다. 대운하 할 돈 있으면 그 돈 가지고, 저는 속이 좁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대학중심으로 얘기해서, 대학교수들한테 연구비 더 많이 주고 또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 많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4대강에 대해서는 다릅니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저희가 지난 50년 또는 60년 동안 산림녹화에 성공했습니다. 세계 역사상 잘살지 못하는 나라가 50, 60년 동안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 지리학자들의 의견입니다. 저도 작년에 개성을 갔다 오고 그 생각을 확실히 굳혔습니다. 참 굉장한 대조를 보고서 우리가 50~60년 동안 산림녹화 참 잘했구나 생각했는데 이제 우리 경제규모면 산림녹화에 더해서 강을 좀 아름답게 하는 것도, 또 강을 깨끗하고 아름답고 안전하게 할 정도의 실력은 있으니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번 보십시오. 지금 홍수문제 있고 가뭄문제 있고 수질오염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강을 좀 고쳐야 되지만 거기에 보태서 4대강 유역에 여러 가지 경제시설도 만들고 문화시설도 만든다면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습니까? 단지 ‘4대강 사업이 잘못하다가는 시멘트로 된 어항을 만들까봐 걱정된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4대강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데 단지 그것을 만들면서 시멘트를 너무 많이 발라서 아름답지도 않고 또한 생태계가 훼손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좋은 방향으로 가도록 유의하겠습니다.

 

최영범:지금 야당 쪽에서는 4대강관련 예산을 짧은 시간 내 많이 투자하는 바람에 복지나 교육예산이 많이 줄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동의하시나요?

 

정운찬:아까 제가 말씀드렸지만 내년도 복지예산이 81조원입니다. 전체예산 292조원 중 복지예산이 81조지요. 전체예산의 27%가 넘는 겁니다. 복지예산이 사상최대이고, 27%가 넘고 81조면 상당히 큰 거라는 생각이 들고, 교육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사람들이 2가지 잣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9년 올해 예산을 놓고, 본예산이 있고 추경예산이 있는데 자기들 편하게 뭐가 줄었다 하면 추경예산에 비해서는 이거는 빼고 줄었다고 하는데 추경예산에 비해서는 교육비가 줄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대학에 가는 돈은 굉장히 늘었습니다. 그래서 4대강 때문에 교육비와 복지비가 줄었다는 것은 크게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4대강에 들어갈 돈을 교육이나 복지에 집어넣어라.’ 그러면 좋겠지요. 아까 저도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항상 득이 있으면 실이 있는 것입니다. 제가 믿기는 우리 정부에서 상당히 합리적으로 만든 예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영범:다시 한 번 여쭤볼게요. 4대강 사업과 대운하와는 관계없다는 걸 공언하실 수 있습니까?

 

정운찬:제가 여쭤봤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대운하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제가 정부에 들어오기 전입니다만, 그 당시 제 욕심 같아서는 ‘국민이 원한다면’ 그거 빼버리고 아예 ‘안 하겠다’고 말씀하시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국민이 원한다면 안 하겠다’고 그러셨는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믿어주십시오. 저는 안 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 회:그러면 다음 질문 하실까요?

 

정필모:지금 4대강 말씀하셨는데, 경제문제 질문이기 때문에 재정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아시다시피 재정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지 않습니까? 재정적자가 왜 중요한지는 경제학자로서 잘 아실 테고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3년 안에 끝내려고 하다 보니까 재정에서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거든요. 이것을 좀 더 늘려서 순차적으로 더 긴 기간을 잡으면 재정에 대한 압박도 좀 덜한 것 아닙니까?

 

정운찬:이른바 물 사업의 성격상 시간을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공사 중에도 홍수가 나면 복구해야 되고 그래야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안 하면 몰라도 할 거면 2년 이내에 또는 3년 이내에 완수해야지, 그렇지 않고는 도중에 공사하다가 다 쓸려 내려가는 일까지 벌어질 것 같아서 그 공사기간을 단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필모:그렇게 설명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 하여튼 재정문제에 대한 정부의 최근대책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정운찬:재정에 대해서는 물론 말이 많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재정에 압박이 오기 때문에 수공한테 일부를 떠맡기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보면 정부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들이 있는 수공이 하는 것이 바람직한 면도 있는데, 재정적자, 더 나아가 국가채무에 관해서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최근 한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속도,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는 있겠으나 한국의 국가채무는 한국 경제규모에 비해 크지 않습니다. 지금 일본이라든지 미국이라든지 다른 많은 나라들은 GDP에 비해서 굉장하지 않습니까? 일본은 200%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우리는 현재 30~40% 정도이기 때문에, 그것을 내버려두자는 말씀은 아니지만 너무 심각하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정필모:또 하나는 지금 핫한 현안인데요, 아시다시피 지금 철도노조파업으로 물류에도 상당히 차질을 빚고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고, 국가기관 중 하나인 한국노동연구원도 직장폐쇄까지 들어갔는데 정부가 최근 노동정책을 취하는 것을 보면 협상의 여지를 상당히 차단하는 게 아니냐, 그리고 지나치게 억압적으로 나가는 게 아니냐, 이런 지적들을 많이 하거든요. 정부라는 것이 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나름대로 어떤 조정자 역할을 해줘야 되는데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노동계의 운동을 불온시하는 정도까지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갈등조정 차원에서 방향을 바꿔야 되는 것 아닙니까?

 

정운찬:저는 경제학자 중에서 효율도 중요하지만 형평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아주 많지 않은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87~88년 이전의 노동시장을 볼 때는 이렇게 장시간 저임노동을 유지해도 좋으냐 해서 노동운동에 대해서 상당히 적극적인 지지를 보였던 사람입니다만 그 후 지난 20년 동안 노동시장에서 노조들의 활동은 과거에 비해 너무 전투적이라고 할까요,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정부가 노조문제 또는 노사갈등 문제를 보면서 어떤 시간 내 빨리 해결하라고 하는 거의 오더에 가까운 식으로 해 와서 사실 노조가 더 적극적이고 전투적으로 된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노조활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필모:법과 원칙, 좋은 얘기입니다만 최근에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까지도 제한하려는 듯하거든요. 예를 들어 공무원노조라든지 철도파업도 사실 불법파업은 아니거든요.

 

정운찬:우선 공무원노조 같은 것은 공무원의 단체권을 위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좋지만 나가서 띠를 맨다든지 또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임으로써 복무기강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번 철도노조도 사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해직자를, 이미 그만둔 사람을 복직시키라든지, 이런 어려운 요구를 해오니까 철도청에서 아마 강한 입장을 보인 것 같습니다만 지금 말씀하셨듯이 국민의 기본권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무리한 언행은 자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필모:‘한국경제 죽어야 산다’는 책을 쓰신 적이 있죠?

 

정운찬:네, 그렇습니다.

 

정필모:거기에 보면 재벌개혁과 관련해서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해서 비자본주의적 방법도 불사해야 된다’는 문구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현 정부 들어 금산분리법이라든지 금융지주회사법이라든지 자본시장법 등 오히려 재벌개혁보다는 재벌의 경쟁력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법안들이 대거 통과됐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게 평소 소신하고는 좀 배치되는 것 아닙니까?

 

정운찬:첫 번째 말씀하신 것은 케인스 얘기입니다. 경제체제는 다 장단점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자본주의체제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으나 지켜야 한다, 그런데 그 자본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끔은 비자본주의적 방법을 쓸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이런 의미입니다. 저는 지난 20년 또는 그 이상 동안 재벌정책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었습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고, 특히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정부 들어와서, 사실은 그전 정부부터 시작된 것입니다만, 금산분리 완화가 아주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좀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좀 이해하는 마음으로 보자면 아마도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까 규제를 많이 풀어서 경제활동을 조장하려고, 더 촉진하려고 만드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좀 걱정이 있습니다. 금산분리를 너무 많이 완화시켰을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은 우리보다 앞서간 나라들의 경험을 따르는 것도 좋은데 미국의 경우는 금과 산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separation between banking and commerce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좀 걱정되는 면은 있으나 아마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까 지난 정권부터 추진됐던 것을 이번에 확실히 밀어준 것 같습니다.

 

정필모:하나 더 질문드리면, 최근 두바이사태 등 버블 붕괴과정이 상당히 문제되고 있고 또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사실상 미국의 버블문제 때문에 시작된 거고, 중국도 투자버블이 심하다는데 우리도 보면 영종도라든지 송도, 해운대, 새만금, 용산, 거기다 세종시 곳곳에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사실 과잉투자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고,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경제학자이시니까 과잉투자로 인한 버블문제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 좀 바뀌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운찬:그것도 정 위원님하고 적어도 부분적으로 동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두바이에 대해서 여기 아는 기자분도 계시지만 벌써 2년 전부터 ‘두바이 자꾸 칭송만 할 것이 아니라 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될 거다. 여기 문제점이 굉장히 많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그런데도 매스컴도 그렇고 학계에 계신 분들이 무슨 ‘인천을 두바이처럼’ ‘어디를 두바이처럼’ 하는 말씀들 하는 것을 보면서 ‘아,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정 위원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두바이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지금 여러 가지 거품들이 있습니다. 한 예를 들면 국제회의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그 자체 하나하나는 의미 있는 것이겠습니다만 너무 많습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있었던 국제회의에 갔었습니다. 한국을 잘 아는 어떤 일본 경제학자가 ‘일본은 지금 모든 국제회의가 취소됐는데 한국은 과거보다 국제회의를 더 많이 하는데 어떻게 된 거냐? 한국 사람들 참 역동적이다’ 그래서 ‘역동적이 영어로 뭐냐’ 하니까 ‘다이내믹 아니냐?’는 말을 했습니다만 국제회의도 그렇고 여러 가지 도시 또는 산업 이런 분야에서 과잉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 투자 전체로 봐서는 굉장히 부진하지 않습니까? 지난 10년 동안 투자가 너무 안 이뤄져서 이러다가는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걱정도 있는데 결국은 투자가 많고 적음보다는 일부에는 투자가 너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부분에는 투자가 덜 이루어져서 걱정되는 면이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만 지금 정 위원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제 총리가 됐으니 전국적으로 봤을 때 과잉투자가 일어나는 것을 앞으로 고치면 어떻겠느냐’ 하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정필모:그렇습니다. 제동을 걸어야 될 필요가 있는 부분은 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정운찬:제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노력하겠습니다.

 

사 회:정말 감사드리고요, 지금 시간을 보니까 많이 지났습니다. 플로어 질문도 받아야 되니까 앞으로 정책질문은 조금씩 줄여서 해주시고, 저희 순서에 보면 정책질문을 하고 신상질문은 나중에 하기로 했는데 조금 앞당겨서 몇 가지 신상질문을 해서 분위기를 바꿔보죠. 우선 외교안보 질문 한 개 정도만 해주시고 정 위원님이 신상관련 질문 두세 개 하시고 다시 정책질문 들어가겠습니다.

 

박두식:제가 맡은 분야가 외교안보 질문인데요, 외교안보 질문을 대폭 줄이고 4대강 관련해서 궁금한 것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4대강에 대한 반대여론이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60%를 넘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그 4대강 관련해서 우려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의 가장 논리적인 게 ‘왜 지금 대통령 임기 중에 4대강을 동시에 착공하느냐’에 대한 걱정들이 많이 깔려 있습니다. 순차적으로도 할 수 있고 또 대통령 임기와는 좀 더 롱텀으로 예산을 배치하고 4대강 사업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얘기들인데요, 총리께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또 속도조절이라든지 방식의 변경을 건의하실 용의가 있으십니까?

 

정운찬:예, 저도 정부에 들어가기 전에 비슷한 생각을 좀 했어요. ‘4대강 반대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규모와 속도는 조절해야 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했는데 물 공사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제가 들었고요, 그다음에 사실 다른 비판도 많지 않습니까? 본류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상류, 지류가 더 중요하다는 비판도 많이 있습니다만 물 공사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강을 할 때는 빨리 해야 되는 것 같고요, ‘그러면 4대강 중에 첫 번째 먼저 하고 두 번째 강은 나중에 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영산강은 호남에 있고 낙동강은 영남에 있고 해서 쉽지 않다고 정부동료들에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두식:제가 보기에는 총리께서 평생 재직하셨던 서울대보다 정부가 더 훌륭한 교육기관인 것 같습니다. 정부 안에만 들어가시면 많은 부분들을 새롭게 깨닫게 되시고….

 

정운찬:그렇지 않습니다. 박 위원님, 이것은 확실하게 해주십시오. 어떤 사고를 할 때 고칠 수 있는 것이 있고 고칠 수 없는 것은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정 위원님이 말씀하셨듯이 앞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제가 충분히 고치겠습니다. 금산분리를 완화해서 나올 수 있는 부작용은 없애도록 노력한다든지 또 4대강 관련해서도 제가 아직 그 업무파악이 안 됐습니다만 여기서 제가 고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고쳐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제가 어떤 신문을 봤더니 정 교수가 정부에 가서 너무 학습효과가 빠르다는 언급을 봤는데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는 그 목표밖에 없지, 정부가 하는 것을 그냥 따른다든지 또는 과거처럼 굉장히 비판적이라든지 그렇게 안 하고 중간에서 일할 겁니다. 고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파악해서 그것은 확실히 고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두식:제가 외교안보 질문을 간단하게 드리겠으니 답변도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비밀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죽 보도되고 있습니다. 총리께서는 이런 남북문제 현안들에 관해서 보고를 받고 계신지, 또 그런 정책결정과정에 관여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운찬:예, 보고는 받습니다만 남북문제에 관한 인사결정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 두 달 동안 그렇습니다.

 

박두식:보고받으신 바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비밀접촉이 있었던가요?

 

정운찬:그것은 아닙니다. 저는 국회에서 다섯 번 질문 받고 다섯 번 다 모르겠다고 그랬는데 정말 모릅니다.

 

사 회:한번 알아보세요. 그러면 신상관련해서 두세 개만 질문해주시지요.

 

정필모:금산분리나 부동산버블 문제에 대해서 현재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고 말씀하셨고,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정부에 별로 우호적이지도 않으셨고 또 이른바 코드가 같지도 않았는데 현 정부에 참여한 어떤 속사정이 있으면 좀 밝혀주십시오.

 

정운찬:저는 대학교수 30여년 하면서 항상 지식인은 건설적 비판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정부정책에 대해서 비판을 많이 했습니다. 정부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니까 어떤 정부는 저보고 ‘지나친 진보주의자’라고 하고 또 어떤 정부는 ‘지나친 보수주의자’라고 그랬습니다. 저는 항상 가운데 있었는데 아무래도 좀 우파적 정부는 좌파로 보고 좌파적 정부는 우파로 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이명박정부건 노무현정부건 김대중정부건,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정부에 대해서 항상 정부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해서 비판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명박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한 비판을 했는데 그것은 정말로 건설적 비판이지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한번 보자고 하셔서, 아주 오랜만의 만남입니다. 3년만이었습니다. 제가 총장 하고 대통령께서 시장 하실 때는 여러 번 만났지만 그 후로는 첫 만남인데 저보고 ‘정 교수도 서민출신이고 나도 서민출신이니 서민을 위해서 같이 일합시다’ 그래서 우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짐을 받았습니다. ‘대통령님, 저는 바깥에서 떠들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안에서는 대통령님께 할 말은 다 합니다’ 그랬더니 ‘뭐, 그러시지요’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정필모:요즘도 할 말 다 하십니까?

 

정운찬: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4대강 문제에 대해서도 비록 추상적일지 모르지만 대통령께 그랬습니다. ‘제 말씀이 추상적일지도 모르지만 규모와 속도에 대해서 여론은 좀 비판적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린 적도 있고요. 여기서 다 말씀드릴 건 없지만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예를 들면 그 안을 언제 낼 것이냐, 언제까지 만들 것이냐, 그런 데 대해서 의견이 상당히 다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저는 ‘조금 늦췄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당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을 포함해서 형식의 문제도 그렇고 내용의 문제도 그렇고 저는 제가 드릴 말씀 다 드린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 대통령과 제가 경제철학이 다르지 않느냐, 질문하는 분도 있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중도실용, 친서민’ 이게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균등해야 되고 또 결과에는 승복해야 되고, 승자는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지키고 경쟁을 촉진해야 하지만 경쟁에서 처진 사람이나 기업에 대해서 따뜻한 배려를 해준다는 의미에서 ‘따뜻한 시장주의’라고 그럴까, 이런 데 대해서 저는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필모: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스승이신 조순 전 서울시장이 정치에 입문하는 걸 말리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정작 자신은 정치에 입문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계속 말씀을 회피하고 계신데 진짜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정운찬:정 위원님, 지금 총리 된 지 2개월 됐는데 총리일 하기도 굉장히 바쁜데 다른 생각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역사에 남는 훌륭한 총리라고 그럴까요, 또는 훌륭한 총리로서 역사에 남고 싶고, 또 저를 아는 많은 사람이 훌륭한 총리가 되라고 기대하고 있지, 어떤 정치하라고 기대는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필모: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사 회:사회자가 질문을 하나 드리자면 세종시 최종안이 이달 중순 나오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총리님 말씀을 보면 좀 더 숙성시키기 위해서 조금 늦출 가능성이 있나요?

 

정운찬:예, 이것도 역시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입니다만 자꾸 신문과 방송에서 앞서가서 심지어 12월 7일에 나온다는 보도도 있었고 12월 14일 보도도 있었고, 여러 가지 보도가 있었는데 언제로 확정될지는 모르지만 이달 말까지 좀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사 회:네, 감사합니다. 교육분야 좀 물어보실까요? 오태규 위원님 질문하실까요?

 

오태규:교육분야를 여쭤보겠습니다. 총리께서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93년 7월입니다.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평준화된 학급에서는 창의적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연목구어나 다름없다. 평준화는 수재를 바보로 만들 뿐이다. 또 하나는 중고교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만 과외를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문제점을 지적하시면서 ‘중고교의 입시부활을 제안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도 이런 생각에 변함이 없으십니까?

 

운찬:그때는 정말로 학자 입장에서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아마 93년, 94년 아니겠습니까? 16년 됐는데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야말로 이슈를 제기한다고 그럴까, 그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고교평준화를 완전히 깨고 우리 학교 다닐 때와 같은 입시제도를 부활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만 지금 고교다양화를 위해서 정부가 굉장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반고,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자율형사립고…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 생각 같아서는 그런 고교다양화를 통해서 아주 오랫동안 해왔던 고교평준화의 폐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율고등학교나 자립고등학교 이런 것도 어느 정도 시험을 통해서 들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것이 필요하고, 아까 말씀드렸듯이 수준이 굉장히 차이가 나는데 같은 교실에서 교육하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태규:그러면 같은 학교에서 수준별 수업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정운찬:예, 저는 찬성합니다.

 

오태규:지금 다른 특수한 고등학교 말씀하셨는데 최근 문제되고 있는 외국어고등학교 있지 않습니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외국어고등학교 문제가 사교육문제의 어떤 커다란 근원지라고 지적하면서 외국어고등학교를 폐지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교육부도 며칠 전 시안을 냈는데 결국 크게 보면 외국어고등학교를 줄여서 존치하는 방안으로 결론이 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특목고 쪽에서는 영어듣기 시험을 줄이고 입학사정관제 등을 하는 입시제도 개선을 통해서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데 총리께서는 특목고 문제, 특히 외국어고등학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가장 올바른 해법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정운찬:외국어고등학교에서 입학시험을 통해 사람을 뽑을 거면 영어 잘하는 사람을 뽑지 어떻게 영어 못해도 된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해서는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유수대학교에 잘 들어가기 위한 교육을 시킬 거라면 입학시험을 외고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도 형평 차원에서 보도록 해야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외국어 입시문제는 사교육하고 연결되는데 참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 가계가 안고 있는 빚이 700조원 가까이 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것은 통계 작성방법에서 좀 다르나 적어도 600조, 700조 하는데 여기서 상당부분은 주택비 때문에 나오는 거지만 다른 상당부분은 교육비 때문이고, 교육비라는 것이 사교육비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닐지 모르지만 고등학생들이 쓰는 사교육비가 5조, 중학교 5조, 그다음에 초등학교 10조 된다는데 제가 보기에 실제는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렇게 돼서는 지금 현재 가계가 빚을 너무 많이 지고 있어서 그 자체로도 굉장히 심각하지만 혹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서 이런저런 정책을 쓴다 할지라도 가계는 거기에 대응하기가 힘들 정도로 어렵게 됐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사교육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정말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비록 시장적인 방법은 아닐지 모르지만 단기에서는 현재 규정으로 되어 있는 10시에 학원문 닫으라고 한다든지 또 불법학원, 불법과외를 없앤다든지 이런 것이 필요하지만 역시 장기적으로는 지금 여기서 다 말씀드릴 겨를은 없으나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외국어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고교를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이스터고등학교 등 여러 가지 고등학교의 모습이 있지 않겠습니까?

 

오태규:학교에서 오래 총장을 하시면서 입시문제에 대해 연구도 많이 하시고 예를 들어 지역균형선발제 등등도 총리님께서 직접 도입하시고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시고 대통령께서도 첫 만남에서 교육문제는 총리께서 알아서 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중에서도 정 총리께서 오셔서 교육문제에 대해 뭔가 상당히 좋은 안이 나올 것이다, 이런 기대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외국어고 문제는 외국어고를 없애는 것이 답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외국어고가 사실상 옛날 같은 명문고가 됐다는 거 그리고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뽑아 가려는 그 체제가 유지되는 한 외국어고 없애면 자사고로 가고, 자사고 없애면 또 다른 특수목적고로 간다고 생각되는데 총리께서 보시기에 여러 가지 행정과 교육과 대학 경험을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습니까? 묘안이 있습니까?

 

정운찬:그 문제는 언제 따로 토론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태규:간단하게 응축해서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정운찬:대한민국은 위원회공화국이라고들 비판하지만 한 2주일 전인가 공교육 강화 및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정말 진지하게 2시간을 논의했는데 앞으로 의논할 어젠다 만드는 데도 2시간으로는 안 되데요. 그런데 조금 기다려주시면 거기에 대해서 제 아이디어가 녹아 있는 위원회의 안을 하나 좀 만들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태규:기대하겠습니다.

 

사 회:감사합니다. 패널들의 질문을 조금 쉬고 플로어 질문 몇 가지만 제가 대신 드리겠습니다. ‘비판자라는 인식이 예스맨으로 바뀌고 있는 거’, 이 질문은 아까 나와서 그 답변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또 하나 질문은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서 4대강 개발로 수질이 나빠질 염려가 없다고 했는데 같은 논리라면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옮겨도 화상회의 등을 통해서 충분히 회의하고 협의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것을 자꾸 왜 분할된다고 그러십니까?’ 간단히 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운찬:아, 지난 10여 년 동안 화상회의가 10번도 안 열렸습니다. 그리고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사항을 어떻게 화상회의로 하겠습니까? 근거리에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이것은 외신기자께서 여쭤보신 건데요, 한중일,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현실성과 가능성에 대한 총리님의 견해는 어떠신가요?

 

정운찬:글쎄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하고 중국하고 일본은 정말 가까운 나라들이어서 또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발전한 나라들이어서 이들이 서로 협력해서 이제는 세계에서 아시아에 상당한 무게가 있는 경제질서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것이 FTA문제라고 한다면 FTA는 한중 또는 한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중일 3국이 같이 하면 몰라도 한일만 따로 한다든지, 한중만 따로 한다든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단지 아까 말씀드렸듯이 한중일 경제협력 그리고 그것을 위한 경제협력기구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 회:또 하나 질문드리면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여러 입법들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데 정부부처가 덜 적극적인 것 같다. 이 기부문화 활성화에 대한 소신이 어떠신지요?’

 

정운찬:이것은 제가 대학총장 하면서 모금운동을 해봐서 잘 압니다. 미국 대학들은 개인의 기부가 95%이고 단체의 기부가 5%인 데 비해 우리는 단체의 기부가 95%이고 개인의 기부가 5%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아직도 어디에 기부하고 세제상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고쳐야겠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마침 한국이 앞으로는 ODA라는 것 있지요, 공적원조를 늘리기로 하고 드디어 OECD국가 중 24번째라고 하나요, 개발원조위원회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해서 이런 것들이 결국 사회에 많이 알려지고 또 기부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이 더 많이 알려진다면 좀 고쳐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법과 제도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분위기를 고침으로써 기부문화를 좀 확충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사 회:감사합니다. 그러면 여러 가지 대통령 관계라든지 정치적인 분야에 대해서 질문을 좀 더 하시고 마무리하지요. 박두식 위원 하실까요?

 

박두식:앞서 신상질문에서 여러 가지가 나왔기 때문에 짧게 한두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일단 조금 전에도 대통령에게 하실 말씀은 하시고 또 필요한 경우 약간의 언쟁이라면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이렇게 하신다고 했는데 사실 처음 총리에 지명되셨을 때부터, 이게 고약한 취미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흥미롭게 봤던 게 어떻게 협력하느냐는 문제도 궁금했지만 혹시 두 분 사이에 싸움이 나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하신 분도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총리님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상당히 스무드하게 일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총리께서 취임 후 두 달 넘게 가까이서 대통령을 지켜보셨을 때 대통령의 어떤 면이 지금 총리와 이렇게 융합이 잘되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 그러니까 ‘중도실용, 친서민’ 이것 때문에 잘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잘 안되니까요,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사 회:둘 다 많이 참으시는 거 아니에요?

 

정운찬:아니요, 대통령하고 저하고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제가 수년 전 총장과 시장으로 만났을 때 확인했는데 우선 그분이 아주 소탈하십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소탈합니다. 바깥에서 보기에는 아주 고집이 센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최근 2, 3개월, 그다음에 수년 전에 몇 번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분이 아주 개방적이십니다. 무슨 얘기를 하면 안 듣는 척하면서 다 들으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소탈하고 한편으로는 상당히 개방적 마인드라고 할까 그런 것을 가지고 계셔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되는데,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전혀 예스맨이 아닙니다, 전혀. 그러나 큰 원칙 갖고서는 부딪칠 수 있지만 세세한 것 갖고서 뭐 그렇게 따질 필요가 있느냐 하는 생각은 듭니다.

 

박두식:신상에 관련된 것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원래 총리께서는 약주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총리취임 후에도 저녁자리에서 술자리를 가지시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제가 듣고 있는데요, 요즘 어떠십니까? 괜찮으십니까? 그렇게 약주 드시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고 하시는데….

 

정운찬:전혀 괜찮습니다. 우선 제가 술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자주 하지. (웃음) 자주는 하지만 많이는 하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 아파본 적이 없어요.

 

박두식:그 ‘많다’는 기준이 어느 정도 되십니까?

 

정운찬:글쎄요, 제가 실력이 뭐 소주 한 병 정도 되니까 소주 2병 마시면 많이 마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소주 한 병은 하루 저녁에 마실 수 있고, 그다음에 자주는 했습니다만 많이 안 했기 때문에 아침에는 지장이 없었는데, 총리 지명받은 다음에는 술을 거의 안 마셨는데 누가 저 술 마신다고…. (웃음) 제가 술을 마신 것은 총리공관에 손님들 오시라고 한 다음에 어떻게 합니까, 소주도 하고 막걸리도 하고 와인도 하고 그랬는데 사실은 좀 아쉽습니다. 방배동 가서 좀 놀았으면 좋겠는데…. (웃음)

 

사 회:예, 최영범 위원 질문하시지요.

 

최영범:조금 전 박두식 위원은 ‘총리취임하신 후에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반면에 부정적 평가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질문이 약간 길어질지도 모르겠는데 예를 들면 가장 큰 현안인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취임하신 이후 관계장관이라든지 또는 청와대와 협의를 거친 이후 수정안을 만들어놓고 그다음에 대국민 설득작업을 했어야 오히려 이런 혼란이 없는 게 아니냐. 그러니까 ‘일머리가 거꾸로 갔다’ 이렇게 지적하시는 분도 있고 또 대표적인 부분 중 하나가 용산참사와 관련된 유가족 방문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용산참사 유가족의 경우는 이 사태의 본질을 다 파악하고 계시리라고 믿습니다만 이게 원래 자치단체에서 중간에 중재하고 있는 상황인데 총리가 가시는 바람에 유가족 쪽에서 ‘더 이상 서울시하고는 대화를 안 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고, 이것 때문에 서울시에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고 그래서 ‘감성적으로 접근하신 게 아닌가’ 이런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 등등 여러 가지 현안에 비추어보면 총리님의 초기업무가 연착륙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운찬:글쎄요, 우리 최 기자께서 저보고 ‘감성적으로 일을 한다. 매사에 신중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러면 그렇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변명도 할 수 있습니다. 11월 중순경인가, 최 기자가 쓰신 글을 제가 읽어봤습니다. 루서여인가, 루서여라는 말 아시죠?

 

최영범:루저입니다.

 

정운찬:예, 루저. 제 발음이 나쁜가 봅니다. loser, 루저여, 그건 아시니까 설명드릴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최 기자까지 무슨 말씀을 하셨냐 하면 ‘세종시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왔다면 국무회의라든지 여러 기구를 통해서 충분히 논의한 다음 문제를 세상에 던지지 왜 지명받은 날 던졌느냐’ 이런 질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것은 9월 3일 지명받고 학교에 사표 쓰러 가서 짐을 싸고 있는데 기자들이 수십 명 와서 소감을 말하라고 해서 1시간만 기다리라고 해서 거기서 소감을 써서 발표했는데, 거기서 소감을 쓰고 그냥 나왔으면 좋았을 걸 질문을 두세 개 받았는데 그때 ‘세종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해서 당시 그냥 학자 입장에서 ‘이것은 원안대로 하면 참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길 것 같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리고 그것이 제가 발제한 계기였습니다. 다음날 또 기자들이 와서 ‘어제 말한 것 후회하지 않느냐’고 해서 후회하지 않는데 어떻게 후회한다고 하겠습니까? 그 후로 제가 여러 가지 일이 많이 전개됐는데 저는 지금 오히려 그날 제가 발언한 것이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제가 발언을 안 했다면 아마도 오늘까지 세종시 문제는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이슈를 제기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어정쩡한 상태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 저는 의도하지 않은 발제였지만 잘됐다는 생각이 들고, 용산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리 그게 당사자 문제라 할지라도 또 경찰이 잘못했건 또 거기에서 시위하던 사람들이 잘못했건 간에 큰 사고가 1월에 나고 그동안 장례식도 못 치렀다는 것은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거기에 가서 위로의 표시를 해야 되지, 중앙정부에서 그래도 대통령 빼고는 일반 행정의 책임자라는 사람이 용산상황을 그냥 놓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기회에 용산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정말로 위로차 방문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만족스러운 접점을 찾기 못해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또 사실 지금 거의 매일 관심을 갖고 시간 날 때마다 자료 챙기고 보고를 받습니다. 우리 여기 국정운영실장이, 증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앙정부건 지방정부건 정부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사항이 있어서 완전타결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법과 절차를 중시하는 우리 체제에서 국무총리가 매번 용산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제가 지금 희망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가까운 시일에 해결될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그동안 종교지도자도 많이 만나고 서울시장, 부시장도 만나고 여러 통로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아직도 해결 못하고 있어서 가끔 제가 무능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조금의 희망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정말 유가족의 쓰라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나 좀 더 추워지기 전에 장례를 모시고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양측이 이쪽 정부 측이나 지방정부 측이나 또는 조합 측이나 또 유족이나 모든 사람이 일보 양보해서 전향적으로 문제를 풀려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뭐 경착륙 중인 모양이죠? 연착륙이 아니고? 앞으로 좀 연착륙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영범:하나만 추가로 질문드리겠습니다.

 

사 회:짧게 해주세요. 마지막 질문 답변하겠습니다.

 

최영범:유가족 면담하실 때 주머니에서 말씀자료를 꺼내서 읽으시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신 건가요?

 

정운찬:아닙니다. 제가 1월에 미국에 있다가 나중에 봄에 왔었는데 그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써가지 않고 말했다가 혹시 실언이 있을까봐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그 전날 몇 문장 안 되지만 거의 1~2시간 써서 가서 읽었습니다. 일부 보도기관에서 제 말하는 태도를 놓고 ‘대학총장이나 한 사람이 아직도 써서 읽느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그것도 나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개인이 아닌데 어떻게 그냥 즉흥적으로 얘기하겠습니까? 오늘은 사실 대개 아는 질문들을 하셔서 그냥 안 읽었지만 이 용산사건도 다 써왔습니다. 지금 다 거의 읽어드린 겁니다.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 한국사회가 앞으로는 써서 읽는 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더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대학총장들도 그냥 얘기하는 사람 없습니다. 다 갖다가 읽고, 오바마가 그렇게 연설 잘하는 걸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전부 프롬프터 보고 읽는 겁니다.

 

최영범:대통령님한테 건의하실 생각 있으세요?

 

정운찬:네? 대통령님이요?

 

최영범:대통령님한테 써서 읽으시라고….

 

정운찬:대통령님도 프롬프터 사용하시는 것 아닙니까?

 

사 회:감사합니다. 오늘 마지막에 용산문제가 해결될 희망이 보인다니까 좋은 소식이네요. 정말 건설적인 토론회 자리가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오늘 토론내용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그래서 여러 가지 세종시를 비롯해서 실타래처럼 꼬인 현안들이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장시간 토론에 성실히 응해주신 정 총리님과 패널들 그리고 경청해주신 관훈클럽 회원님을 비롯한 플로어에 계신 분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것으로 토론회를 끝내겠습니다.

 

이창순(관훈클럽 사무국장):이어서 정운찬 총리님께 기념패를 드리겠습니다. 이목희 총무께서 기념패를 드리고 제가 내용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기념패.

                                               정운찬 국무총리.

관훈클럽은 귀하를 초청연사로 모신 가운데 유익한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하와 함께한 소중한 이 자리는 52년을 이어온 관훈클럽의 전통과 더불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2009년 12월 2일

                                            관훈클럽 총무 이목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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