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

손학규 민주당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

초청자 :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개최일 :
2010-10-26
조회수 :
6,262
첨부파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

 

일시:2010년 10월 26일(화) 오전 11시

장소: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

 

사회:김진국 관훈클럽 총무(중앙일보 논설위원)

토론:신연수 동아일보 산업부장

          이도운 서울신문 정치부장

          최영범 문화일보 부국장 겸 정치부장

          황 헌 MBC 논설위원실장

 

김진국(관훈클럽 총무, 사회):지금부터 관훈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초청손님은 지난 10월 3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신 손학규 민주당 대표님입니다. 오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그런데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시작하게 되어 조금은 다행입니다. 관훈토론회는 원래 오전 10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국회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연설이 있어서 손학규 대표가 그 대표연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1시간 늦춰달라고 요청해서 11시로 늦췄습니다. 덕분에 오늘같이 칼바람이 부는 날 조금 늦게 토론회를 시작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초청에 응해주신 손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참 많이 오셨는데 참석하신 취재진과 선후배 회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손학규 대표가 지난 10월 3일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신 데는 차기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전략적인 투표가 상당히 영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전당대회 이후 국민적 지지도도 상당히 뛰어올라 야권에서 거의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잠재적 대선후보로서 손 대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손 대표는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 대표의 생각이 정말 뭐냐, 어떤 색깔을 갖고 있느냐, 비전은 무엇이냐 등 여러 가지를 궁금해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또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이러한 부분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는 많은 숙제가 쌓여 있습니다. 4대강 문제, 개헌문제, 남북관계 등등 여야가 대립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문제도 많습니다. 또 국회가 대화와 타협보다 몸싸움을 하는 바람에 상당히 신뢰를 잃은 부분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들에 대해 야당 대표로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지도 궁금합니다. 손 대표께서 오늘 토론회를 통해 여러 가지 궁금한 점들을 많이 풀어주실 것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손학규 대표님을 너무 잘 알고 계시겠지만 간단히 소개해 드리면 1947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셨고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시고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서강대와 인하대 교수로 계셨습니다. 대학시절부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1년간 수감생활을 하고 2년간 수배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 탄광, 목재공장, 전자회사, 농장 막노동, 철공소 용접, 청계천 빈민운동 등등 다양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그러다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 권유로 민자당에 입당해서 14대, 15대, 16대 의원을 지내시고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까지 지내셨습니다. 또 2007년 3월에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오셔서 대표를 지내셨고 이번에 다시 대표를 맡으셨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력을 갖고 계신 손 대표님으로부터 오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럼 손학규 민주당 대표님을 연단으로 모셔서 오늘의 기조연설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손학규(민주당 대표):우선 저를 이 명예로운 자리인 관훈클럽 토론회에 초청해주신 김진국 총무님을 비롯한 역대 총무님, 관훈클럽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치인들 모두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을 아주 참석하기 떨리는 자리이긴 하지만 초청받는 그 자체가 커다란 영광이고 커다란 영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저를 초청해주신 데 대해 회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말씀을 잠깐 낭독해 드리겠습니다.

민심이 흉흉합니다. 참으로 흉한 표현이지만 흉흉하다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생계가 달려 있는 작은 슈퍼에서 벌어들이는 수입마저 대기업 SSM에게 빼앗긴 상인들은 웃음을 잃었습니다. 제가 만난 분 중에서 어떤 분은 “한 달에 한두 번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사치로 알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성실하게만 살았던 내가 이제는 어디 가서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하였습니다.

한가로워 보이는 농가의 풍경 뒤에는 수확은 줄고 작년, 재작년치가 남아 있는 재고량에 가격마저 떨어져 고통받는 쌀농가 농민들의 한숨이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진 밭에 농사를 지을 수조차 없는 농민들의 눈물이 있었습니다.

늘어나는 비정규직과 일용직은 내일이 불안한 현실 속에서 더 이상 졸라맬 허리띠조차 없다고 합니다. 청년실업자가 외국인으로 위장취업하는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민주당 대표에 당선되고 제일 먼저 약속드렸던 것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눈으로 바라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생현장에서 만난 것은 국민들의 눈물과 한숨뿐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소통이 없습니다. 정의가 없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리더십의 위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참석자 여러분, 지금은 공감(empathy)의 시대입니다. 공감은 동정(sympathy)과 분명히 다릅니다. 동정은 다른 사람의 곤경을 보고 측은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감은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동정이 수동적인 시혜나 적선이라면, 공감은 적극적 참여이자 공생입니다.

제가 민생대장정을 통해 숱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것도 바로 공감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수시로 민생현장으로 달려가는 것도 역시 공감 때문입니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이 낳은 위대한 사례는 참으로 많습니다. 의사 허준의 성공도 공감 때문입니다. 혜민원이라는, 평민들을 돌보는 병원에서 치료하면서 백성들의 아픔에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쓴 책이 동의보감입니다. 풍운아 정도전이 고려왕조를 종식시키고 조선왕조를 창업한 것도 백성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것이나 측우기 등을 개발하게 한 것도 모두 공감의 발로였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이 바로 소통과 공감입니다. 넘쳐나는 것은 오직 독선과 그에 대한 반감입니다. 국민이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부자감세를 하면서 무상급식은 못 한다고 합니다. 친서민을 외치면서 내놓은 정책은 시혜성에 머물고 있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민주주의마저 후퇴한다는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수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고 정부기관이 민간인은 물론 여당의원까지 사찰합니다. 경찰은 시위를 막겠다며 음향대포를 구입한다고 합니다. 네티즌은 탄압받고 언론의 자유를 보여주는 지표는 하락하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신뢰를 잃고, 원칙 없는 특권층에 대한 사면으로 법치는 조롱거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신은 무소불위지만 다음 대통령은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저 손학규는 묻습니다. 개헌하면 서민이 행복해집니까?

지금 대한민국은 리더십의 위기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 합리성이 무너진 사회가 되어갑니다. 저는 새로운 지도자의 키워드가 소통과 공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집을 앞세워 ‘나를 따르라’고 강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풀어가는 것입니다. 소통과 공감은 공존과 공생을 위한 기본전제입니다.

명박산성을 쌓고 공감 자체를 거부한 이명박정부는 결국 시대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후퇴시켰습니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 경제를 외치더니 구호뿐인 친서민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는 공정사회를 외치고 있습니다.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입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늘상 하는 ‘해봤다, 안다’는 말이 진정 이 땅 서민들의 설움을 알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감 없는 정책은 아무리 요란하게 떠들어도 결국 반감만 낳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입니다. 문제 속에 답이 있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3대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마음 편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 민주당 앞에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자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격차와 분열, 차별과 반칙은 바로 우리 사회, 대한민국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원칙 없는 리더십, 양극화와 승자독식, 복지결핍이 국민의 희망을 꺾고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것들이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한국병’의 실체라 생각합니다. 불안과 좌절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진을, 성장을 갉아먹는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한국병입니다. 저는 한국병 치유를 위해 3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민주주의 가치의 회복입니다. 일류국가, 선진국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입니다. 바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위대한 대한민국입니다.

우리에게는 민주주의 정신이 있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데모크라시’는 바로 대중이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아래로부터 권리를 찾는 나라가 민주주의입니다. ‘위부터 잘 살아야 아래도 잘 산다’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나라가 잘 살기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독재입니다. 저는 숨기고, 속이고, 거짓말하는 정부를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저희 민주당은 빼앗긴 주권, 빼앗긴 광장을 되찾아오겠습니다.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서민이 행복한 대한민국, 위대한 대한민국의 내일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다음은 바로 민생입니다.

민주화와 민주정부 수립으로 정치주권을 국민 손으로 되찾아온 것처럼 이제 시대는 경제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그 장엄한 요구를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소수가 훼방하고, 한때 이를 누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대중의 끈질긴 삶에 대한, 생명에 대한 스스로의 존중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양적 성장이 국민을 놀라게 하고 흥분시키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올해 대한민국의 GDP가 얼마이고 순위가 몇 등인가 하는 것이 줄곧 홍보되곤 하지만 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 헌법은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성장 및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 전체의 부가 커진다면 그 혜택은 국민 개개인에게도 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합니다. 회사가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면 더 많은 사람이 취업할 수 있어야 하고 협력업체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하며, 소상공인들도 함께 잘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민주당은 서민을 위한 경제를 펼쳐 나가겠습니다. 민주당은 아래로부터의 행복이 국가의 행복임을 믿습니다. 민주당은 국부를 국민과 함께 나누는 경제를 만들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민생에 공감하고 국회에서는 정책을 만들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경제민주주의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임을 선언합니다.

셋째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한반도에 사는 7,000만의 삶을 결정합니다. 이 땅에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도, 민주주의를 할 수도 없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안보는 전쟁이 아닙니다. 초전박살이 아니라 바로 이 땅의 평화입니다.

대화를 거부하고 교류도 막고 지원도 모두 끊어버리는 ‘단절과 대결 정책’으로 일관해서는 국민의 안전도, 민족의 공동번영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한민족끼리 무릎을 맞대고 무조건 대화해야 합니다. 금강산관광도 재개하고, 개성공단도 다시 힘차게 돌아가야 합니다. 남아도는 쌀부터 인도적 대북지원에 투입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6ㆍ15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을 인정해야 합니다. 튼튼한 안보의 바탕 위에서 남북간 교류ㆍ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력의 시대를 다시 열어야 합니다.

민주당은 한반도에 다시 평화의 햇볕이 내리쬐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의 행복은 정치적 구호나 정책 문구 몇 자 안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먼 곳을 쳐다보며 역사를 읊조려서는 안 됩니다. 오직 삶의 환경 속에서, 삶의 현장 속에서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 속에서만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공감입니다.

지금 국민은 굳건한 민주주의 위에서, 한반도 평화의 발판을 딛고, 바로 국민이 대한민국 풍요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공감하는 지도자라면 그 누구도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자로서 지난 반세기 동안 서민들의 곁을 지켜왔습니다. 민주당의 새로운 대표, 저 손학규는 국민 속에서 소통하고 공감하겠습니다.

나아가 민주당은 대안정당으로서의 능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통합의 힘으로 2012년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건설하겠습니다. 함께 지켜봐 주시고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 회:손 대표님 기조연설 감사합니다. 어제 저녁에 사실 패널들에게 사전홍보가 조금 됐었는데 그 내용에 비해 밤새 갈고 다듬으셔서 훨씬 많은 내용을 담아 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토론회 진행방법에 대해 잠깐 설명드리겠습니다. 답변은 3분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만 오늘 패널들이 많은 질문을 하고 싶어 하니까 가능하면 답변을 1~2분 이내로 줄여주시면 좋겠고요, 패널들도 질문을 짧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패널과 손 대표의 질의­응답이 계속되는 동안 플로어에 계신 회원이나 기자 여러분도 묻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테이블 위에 있는 질문지에 적어서 관훈클럽 사무국 직원에게 전달해 주시면 모아서 제가 대신 질문하고 답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패널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손학규 대표님 오른쪽으로 황헌 MBC 논설위원실장, 그 옆으로 신연수 동아일보 산업부장입니다. 그리고 제 옆으로 최영범 문화일보 부국장 겸 정치부장입니다. 그 옆은 이도운 서울신문 정치부장입니다. 이 네 분이 질문을 이어 가겠습니다. 오늘 패널들이 질문하는 것은 패널들 개인의 의견이기보다는 패널들끼리 협의해서 역할분담을 해서 질문하는 거니까 혹시 난상질문이 있더라도 개인적인 감정으로 묻는 것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전 손 대표님이 기조연설하실 때는 박수를 쳤습니다만 질의­응답하는 동안에는 박수나 플로어에서 소리를 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토론회 때 늘 당부드려도 잘 안 지켜지는 부분이 휴대폰 문제인데 휴대폰 전원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급한 전화를 받아야 할 게 있으면 진동모드로 바꿔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패널들의 질문에 앞서 제가 간단하게 손 대표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이재오 특임장관이 구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될 거라는 뉘앙스의 인터뷰 발언을 해서 최근 재계 수사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기획수사,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받아야 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만약 과거정권, 구정권 사람이라도 비리에 연루되었다면 그것은 수사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떤가요?

 

손학규(민주당 대표):이재오 장관이 평소 진중하신 분인데 잠깐 말실수를 하시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검찰의 대기업 비리와 부정에 대한 수사는 철저히 규명되고 엄정하게 처리되는 방향으로 나가야 되는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의 인상을 풍기는 수사가 되면 수사 그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되겠지요. 그래서 우리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이런 데 대해서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야 된다고 봅니다.

 

사 회:먼저 정치현안들에 대해 손 대표님께 여쭤보려고 합니다. 황헌 논설위원실장께서 아까 손 대표께서도 언급하신 개헌과 관련해서 질문하시겠습니다.

 

황헌(MBC 논설위원실장):손 대표님 반갑습니다. 제가 민자당 출입기자로 있고 손 대표님이 대변인으로 오셨을 때가 1993년입니다. 그때 만났다가 참 오랜만에 가까이서 뵙니다. 그 사이 건강관리 잘하셔서 그런지 하나도 안 늙으셨어요. 개헌에 관한 질문을 위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8분 정도입니다. 제가 한 10개 문항을 준비했는데 짧게 질문드리고 단답형으로 해주시면 10개의 질문을 다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의 개헌과 관련된 발언과 관계없이 솔직담백하게 답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입니다. 이 헌법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손 대표 개인으로 정치학자 입장에서 볼 때 완벽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고칠 구석이 있다고 보십니까?

 

손학규:헌법이 완벽한 것은 없겠지요. 사회적인 환경에 따라서, 역사변화에 따라서 새롭게 적응해야 될 일이 있겠죠.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1987년체제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 민주화체제입니다. 우리 국민이 절실하게 국민주권을 직접 행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헌법입니다. 그러면서 권력의 횡포를 막고자 하는 취지가 함께 포함되어 있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저는 1987년체제의 기본골격은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당시 민주화과정에서 있었던 권력구도의 산물이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황 헌:지금 말씀은 5년 단임제는 당시로서는 최상이었지만 지금 보니까 4년 중임제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인가요?

 

손학규:예.

 

황 헌:지금까지 언론에 말한 답변보다 상당히 진전된 답변이네요.

 

손학규:이것은 오래된 제 지론입니다.

 

황 헌:아, 그렇습니까? 2005년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보면 우리 국민 다수가 개헌의 필요성이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거든요. 그런 국민들의 의견을 봤을 때 개헌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손 대표께서 무조건 정권연장의 술책이다, 또는 실책을 호도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렇게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개헌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손학규:맞습니다. 문제는 이 정권이 개헌을 말하면서 개헌의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변죽만 울리고 있습니다. 분권형 권력구도라든지 대통령, 국회의원 임기를 맞춰야 된다, 또는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이 있다 등의 말만 하고 일관된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구체적으로 이런 안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정식으로 제안했다면 이런 오해가 없었을 수 있습니다.

 

황 헌:어떤 인터뷰에 보니까 불순한 의도의 개헌논의에는 응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전 말씀하신 대로 구체적인 개헌의 대안이 나왔을 때는 얼마든지 응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손학규:그렇게 형식 논리적으로 답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정부가 개헌논의를 재개하는 그 정치적인 환경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저한테 뭐냐고 묻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 정부가 이 상태 그대로 정권을 내주기가 싫다는 얘기입니다. 헌법이라는 것은 국가정치의 기본질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그때그때 편의적으로 개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황 헌:정치적인 목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과거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도 청와대에서 개헌문제를 거론해서 국회와 언론에서 상당한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그랬고, 그 전 정권 때도 개헌 얘기가 나올 때마다 마찬가지였지만 현직 대통령은 그것이 4년 중임제가 됐든, 분권형이 됐든 해당사항이 없는 것 아닙니까? 따라서 개헌 관리만 하는 건데 그것을 정치적 목적과 술책이 있다고 규정하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손학규:현직 대통령이 개인이 아니지요. 정권이지요. 정치집단이지요. 그 집단의 미래와 현직 대통령과의 이해관계가 있죠.

 

황 헌:17대 국회 후반에 6개 정당이 개헌과 관련해서 28대 국회 초반부에 논의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요?

 

손학규:제가 지금 정확하게 기억은 못 합니다만, 있었겠죠.

 

황 헌:네, 그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안으로 6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서명한 것은 아니고요, 그때 협상의 결과 합의해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국회가 그 약속을 스스로 지키지 않았다는 자기반성 겸 상대 당과의 개헌논의장을 만들기 위해 이 얘기를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학규:제가 그 과정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이 정부가 개헌문제에 대해 떳떳하지 못한 것은 사실 아닙니까? 언론보도에 ‘대통령이 분권형 권력체제를 말했다. 대통령을 해보니까 모든 권력이 너무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더라. 대통령이 결재해야 될 사안이 너무 많더라’ 이런 얘기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왔어요. 그러고 나서 이게 문제가 되니까 대변인 시켜서 부인하고 있어요. 우리 정치관행으로 봤을 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누가 믿겠습니까? 그러면 떳떳했어야 된다, 이런 얘기입니다. 그런데 떳떳하게 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에게 개헌논의를 꺼내는 것 자체가 떳떳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실정을 호도하고, 더욱이 어떻게든 현재의 집권세력이 그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황 헌:지금 개헌과 관련된 시간이 2분 남았는데 이 질문을 피할 수 없겠군요. 국민이 지금 좀 헷갈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뭐냐 하면 민주당의 두 지도자가 한 분은 당 대표이고 한 분은 원내대표인데 당 대표께서는 ‘개헌은 불순한 의도가 있고, 지금 제도만 잘 활용해도 민주주의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정치철학을 여러 차례 발표하셨지만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두 지도자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습니까?

 

손학규:제가 알기로 박지원 원내대표가 개헌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한 것은 아닐 겁니다. ‘개헌논의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정도죠. 저는 분명하게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재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만 우리가 제대로 견고하게 가져도 권력집중의 폐해는 막을 수 있다. 지금 이 정부가 현행 제도하에서 대통령의 권력과 권력기관의 권력을 전횡적으로 행사하는 것만 피해도 우리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권력분산이 개헌논의의 필요성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 헌:알겠습니다.

 

사 회:이도운 정치부장 보충질문하시죠.

 

이도운(서울신문 정치부장):이것 하나만 명확하게 하고 넘어가고 싶은데, 만약 한나라당에서 한나라당의 안을 만들어 오면 개헌에 대한 협상을 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손학규:저는 한나라당이 이제 와서 안을 만들어 온다는 것 자체가 개헌논의를 만들어가기 위한 억지라고 봅니다. 이명박정부가 앞으로 2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내년에 가면 벌써 대선정국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후년이면 본격적으로 총선에 들어섭니다. 다음 대통령선거에 나올 후보 내지는 잠재적 후보들이 지금부터 아니면 앞으로 필요한 때 헌법개정과 관련한 입장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표명하고 그것을 기초로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바로 개헌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리라고 봅니다.

 

황 헌:네,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정치체제는 의원내각제, 대통령중심제, 분권형 체제가 있을 수 있고 대통령중심제에도 우리같이 5년 단임이 있고 4년 중임이 있고 또 3선 할 수도 있는 제도 등이 있는데 순수 정치학자 입장 또는 정치인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제도가 우리 현실에 적합하다고 보십니까?

 

손학규:저는 대통령 4년 중임제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같이 정치적 분파가 심하고 특히 지역적 정치분파가 상당히 고질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만약 내각제를 하면 내각제 정쟁으로 날이 샐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경제가 저렇게 강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아무런 역할을 못 하고 정치가 계속 불안한 것은 내각제로 한 정권이 들어서서 수상을 채 1년도 하지 못하는 제도적인 문제에 있다고 봅니다. 권력집중을 말했지만 미국의 대통령중심제 때문에 미국에 민주주의가 안 되고 있다는 얘기는 누구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이 국회에 권한을 제대로 주고 또 국무총리를 비롯해서 행정 각 부나 정부 각 기관에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권한을 주면 권력의 효율적인 분산과 운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사 회:다음에는 북한문제와 관련해서 최영범 부국장께서 질문하시겠습니다.

 

최영범(문화일보 부국장 겸 정치부장):예,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간단간단하게 여쭙겠습니다.

 

손학규:조금 천천히 물어주세요. 처음부터 긴장을 했더니… 지금 심장박동 수를 재보면 조금 빨라진 것 같은데요.

 

최영범:정부 합동조사단 발표 이후 계속적으로 진단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손 대표께서는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정부 조사결과 발표를 믿으십니까?

 

손학규:정부가 그렇게 조사했고 발표했으면 국민으로서 믿어야죠. 그런데 문제는 국민이 정부발표를 아주 흔쾌하게,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고 봅니다.

 

최영범:그러면 100% 믿지 못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손학규:제가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 또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남아 있다고 봅니다.

 

최영범:천안함 침몰사건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그동안 다소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도 사실상 북한의 소행이라는 걸 인정했습니다.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중국의 그런 입장을 말씀하신 게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었는데, 중국조차 이런 입장인데 국내 정치인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인들이 이걸 못 믿겠다고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손학규:그런데요, 제가 다시 여쭙겠습니다. 우리 야당이 언제 천안함 문제를 공개적으로 큰 소리로 떠들고 있습니까? 그런 문제를 자꾸 제기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봅니다.

 

최영범:최근 박영선 의원은 천안함 침몰사건의 원인이 수중에 묻혀 있는 기뢰를 건드려서 그게 폭발해서 일어났다고 얘기했고, 김효섭 의원의 경우도 정부발표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 여러 차례 보도되었습니다.

 

손학규:의원 개개인이 그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그렇게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 대단히 큰 변고라도 일어납니까? 저는 ‘천안함 사태는 북한에서 했다. 그런데 너희는 왜 안 믿느냐. 왜 문제제기를 하느냐?’ 이렇게 윽박지르는 게 오히려 더 문제라고 봅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정부에서 그런 발표를 하고, 유엔에서 그런 결의를 거치고 했으면 되는 겁니다.

 

최영범:그런데 이게 단순히 의원 개개인의 의견표명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에 대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질문은 충분히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민이 헷갈려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으세요. 처음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여론조사하고 최근 여론조사에 많은 변화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당 대표로서의 입장을 좀 밝혀 주십시오.

 

손학규:천안함 사태가 일어났을 최초에 이것은 영구미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정부에서는 정부대로 성실하게 조사하고 또 그것에 대해 발표하고 했으면 정부역할은 끝났다고 봅니다. 또 그것에 대해서 일부 국민 사이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문제제기를 하면 또 그것을 받아주는 것도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것이 아주 현저한 걸림돌이 되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것 때문에 국가안보나 사회생활이나 경제생활에서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최영범:잘 알겠습니다.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희생당한 45명의 장병들에 대해 손 대표께서는 추모행사라든지 이런 곳에 가신 적이 있으세요?

 

손학규:아, 물론이지요. 저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합니다.

 

최영범:잘, 알겠습니다. 다른 문제를 여쭤보겠습니다.

 

손학규:제가 한 가지만 덧붙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데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고 해서 민주당이 국가안보에 대해 소홀하다든지 우리가 지켜야 될 국군에 대한 존경심에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있다든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최영범:북한이 최근 김정은체제로의 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 손 대표께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손학규:비정상적이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우리가 왕조체제에 사는 것도 아니고 또 북한이 왕조체제도 아닌데 3대 세습, 이것은 분명히 정상적인 정치체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 차례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최영범:만일 집권하시면 김정은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실 겁니까?

 

손학규:바로 그 문제입니다. 문제는 3대 세습이라는 비정상적인 체제가 있다 하더라도 저 북한이 우리가 상대하지 않을 수 없는 실체인데 그것을 상대 안 할 것이냐? 상대해야 돼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북한에 대해 어떤 경우에는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최영범:질문이 조금 길어질 수 있겠는데요, 손 대표께서는 2001년도에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2006년에도 10월 9일 민심대장정 기자회견을 하실 때 ‘북한은 책임을 지고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북핵 실험과 관련해서 아주 강한 톤으로 말씀하셨고 ‘북한이 핵실험과 개발을 철회하기 전까지 어떤 경제적 지원도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또 같은 날 백령도를 방문하셔서는 ‘우리가 한미공조를 확실히 하면 북한이 도발하지 못한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참여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국지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북한핵과 대북지원 문제에 대해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셨습니다. 그런데 탈당 이후, 2007년 5월이라고 기억하는데 ‘햇볕정책은 폐기해야 될 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다’ 이렇게 말씀하셨고, 그 이후에 가진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설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우리가 보내준 쌀을 정권유지에 쓰더라도 그래도 부스러기라도 일반주민한테 돌아가면 좋지요. 그래서 쌀지원해야 됩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기조연설문에서도 그러셨지만 대북정책이랄까 대북입장이 과거와는 상당히 많이 바뀐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손학규:제가 2001년 발언에 대해서는 확실한 기억이 없습니다. 뭐 그런 자료가 있으면 그렇게 말했겠지요. 2006년의 상황은 제가 아주 분명하게 기억합니다. 민심대장정 마치고 돌아오는 날 기차 안에서 북한 핵실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민심대장정 기간에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하는 뉴스도 접했습니다. 분명하고 단호하게 반대하고 비난하는 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북한이 핵무기를 북한생존이나 북한의 국제정치적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는 2007년 5월이 아니라 이미 경기도지사 취임 전에 제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히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것은 2002년 이전이 될 겁니다. 그리고 지금도 북한핵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입장을 갖고 있고, 2007년 5월 제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당국과 핵문제를 갖고 상당히 씨름했던 일이 있습니다.

지금 쌀지원 문제는 그것과는 전혀 별개 문제입니다. 햇볕정책을 제가 경기도지사 취임 전부터 지지했고, 경기도지사 때는 북한에 대한 벼농사 지원사업 같은 적극적인 대북 협력지원정책을 펼친 바도 있어서 당시 한나라당 어떤 의원으로부터는 ‘아주 평양에 가서 살아라’ 이런 얘기까지 들은 바도 있습니다만 그 입장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단순히 적대적인, 대결적인 관계로 궁지에 몰아넣어서 우리 대한민국과 영영 남남이 되고 중국의 영향력하에 들어가게 하기보다는 우리가 동포애로서 함께 가야 하는, 언젠가는 통일이 될 우리 민족이고 우리 땅이라는 생각에서 북한주민들이 최소한의 인권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그러한 것을 통해서 북한이 개혁ㆍ개방의 길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최영범:하나만 추가로 여쭤보겠습니다. 좀 전에 ‘동포애’라는 말씀을 하시고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분리하는 듯한 말씀을 하셨는데 ‘햇볕정책의 결과가 결국은 핵무기 개발이라든지 장거리미사일 개발, 천안함 폭침사건 이런 걸로 되돌아왔다’고 지적하는 분도 계시고, 쌀지원의 경우도 투명성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는 군용미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고 정부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손학규:햇볕정책이 과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무력강화에 이용됐느냐 하는 것을 우리가 증명할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햇볕정책을 쓰지 않고 대결과 봉쇄 정책을 썼으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안 했겠느냐 하는 질문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쌀과 관련해서 제가 조금 극단적인 표현을 쓴 것이 사실입니다만 설사 우리가 지원하는 쌀을 군용미로 쓴다 하더라도 만약 그 쌀이 없으면 군인들이 일반주민들이 먹는 쌀을 뺏어 먹을 수 있어 결국 굶주리는 것은 북한동포들이 아니겠습니까? 쌀이라는 것을 어떻게 군용미와 민간용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 우리가 과연 북한 군대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결국 북한을 대화하고 상대하는 관계로 만들어서 북한이 앞으로 스스로 변화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이고, 같은 동포인 대한민국이라는 철학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사 회:다음은 신연수 부장 차례인데요, 손 대표님이 질문을 좀 천천히 하라고 해서 그런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습니다. 지금보다는 속도를 내시든지 질문을 약간 요약해서 줄여주시기 바랍니다. 신연수 부장 질문해 주십시오.

 

신연수(동아일보 산업부장):4대강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최근 4대강 사업은 누가 봐도 ‘이건 대운하사업’이라며 ‘중단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일전에 대운하사업은 안 하겠다고 말씀하셨고 정부ㆍ여당은 계속해서 ‘이것은 대운하가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게 대운하사업이라는 어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난 건지, 그런 것을 입수하신 건지 여쭙고 싶습니다.

 

손학규:우선 이명박 대통령께서 ‘대운하가 아니다’ 이렇게 말했지만 연두기자회견인가 연두교서에서 ‘내 때는 운하를 안 한다. 다음 대통령이 와서 하면 모를까’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만약 대운하가 아니라면 그런 불필요한 얘기는 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강의 수량을 유지하기 위한 보를 만들기에는 준설의 도가 너무 깊습니다. 또 전문가들에 의하면 언제든지 관문을 만들면 수로를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거거든요. 4대강 살리기의 기본목적이 진정 맑은 물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왜 과대하게 높은 보를 만들고 과대한 준설을 하느냐 그런 얘기지요.

 

신연수:그동안 나온 보와 준설에 관한 말씀을 하시는 거군요. 그러면 영산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산강에 대해서 대표님도 얼마 전 ‘영산강은 4대강 사업하고 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가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니까 ‘오해할 소지가 좀 있어 미안하다’고 사과하셨습니다. 그리고 같은 민주당인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영산강 개발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영산강 개발에 대해서는 대표님과 민주당의 입장이 정리되신 건지 여쭙고 싶습니다.

 

손학규:4대강 사업의 과도한 보와 준설을 반대한다는 기본입장에는 변함없습니다.

 

신연수:지금 예산을 깎겠다고도 하시고 국민투표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4대강 사업 자체가 50% 정도 진척됐습니다. 그러면 민주당은 진척이 굉장히 많이 된 보와 준설을 원상복구하자는 말씀인가요?

 

손학규:그게 이명박정부가 노리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해놨는데 어떡할래?’ 그러면서 계속해 나가는 거 아니에요. 진작 중단했으면 헐어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우리 국민을 정말 난처하게 만드는 겁니다. 강토와 산하는 파헤쳐서 못쓰게 만들면서 ‘어떡할래’ 이런 건데 정말 이명박정부에게 간절히 호소합니다.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꼭 필요한 게 있으면 연차적으로 해야 합니다. 지방에 내려가 보면 예산을 4대강에 전부 써서 4대강이 완전히 예산의 블랙홀이 되어서 지방사업 할 돈이 없다는 겁니다.

 

신연수:야당으로서 그렇게 비판할 수는 있는데 그것은 그냥 비판의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많이 진척됐다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거든요. 민주당으로서도 ‘빨리 중단해라’ 이것만 강조할 게 아니라 강별로 여기는 이렇게 하고 저기는 저렇게 하자는 단계별 대안을 내놓으셔야 된다고 보는데요.

 

손학규:대안을 냈지요. 정말로 4대강 사업이 정부에서 말하는 대로 치산치수 차원이라면, 깨끗한 물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상류 지천부터 물을 깨끗이 하고 상류 지천에서부터 오염원을 제거하고 거기서부터 하수처리장 같은 것을 자꾸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경기도지사 때 팔당 물을 1급수로 만들기 위해 용역을 주어서 2년 동안 연구조사하고 무려 30억을 써서 준설할 생각도 해봤었습니다. 준설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도 해봤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는 물이 맑아지지 않기 때문에 안 했던 거거든요.

 

신연수:영산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여쭌다면 대형 보와 준설을 하지 않는다면 영산강 개발은 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신가요?

 

손학규:원래 4대강 사업과 상관없이 영산강 개발이 있었죠.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그거였습니다.

 

신연수:또 한 가지 추가질문을 하겠습니다. 지난번 배춧값이 폭등했을 때 대표님과 민주당은 폭등원인이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채소 재배면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부에 따르면 4대강 사업으로 줄어든 면적은 전체 재배면적의 1.4%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배춧값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표께서는 배춧값 급락이 4대강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손학규:다른 조사결과에 따르면 하천 부지에서 나오는 채소량이 16%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채소 값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50%가 감산되어야지 값이 100% 올라가고 이러는 게 아니라 10%만 감산돼도 채소 값이 100% 이상 올라가고 그러거든요. 그리고 배추뿐만 아니라 얼갈이도 있고 무도 있고 파도 있고, 이런 대체 채소의 역할이 상당히 큽니다. 그런데 여주 근처의 경우 이번 4대강 사업으로 없어지는 하천변 채소밭이 100만평이 넘는다고 해요. 그런 것들은 수도권에 공급하는 채소량을 줄이는 데 상당히 큰 역할을 하거든요. 낙동강 주변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4대강 사업을 하면 채소밭이 없어지기 때문에 옆에 놀고 있는 논 등에 대체 채소농지를 만들어주고 했어야 된다는 얘기를 현지 농업전문가들이 하고 있어요. 그런 데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거죠. 그때 제가 얘기한 건 이렇게 채소량이 줄어들고, 더군다나 기후변화로 채소가 흉작이기 때문에 앞으로 채소 값이 급등할 텐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조금만 생각했어도 달리 수급대책을 마련했을 거라는 거죠. 그 뒤 중국에서 무관세로 배추를 들여온다고 했을 때는 이미 고랭지 채소가 나오기 시작할 때란 말이에요.

 

황 헌:지난번 배춧값 파동은 채소의 중간 유통구조 문제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중간에 많은 마진을 남기는 중간 유통상인들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특히 계절적 요인인 폭우가 왔고요. 그러한 요인들 때문에 배추파동이 왔었던 건데 민주당이 배춧값 폭등을 4대강 때문이라고 한 것은 견강부회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고, 저도 이성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손학규:혹시라도 민주당이 4대강 때문에만 배춧값이 올랐다고 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었다면 그건 저희 잘못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았고요, 다만 4대강이 중요한 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과장한 측면은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정부ㆍ여당 쪽에는 과장이 없었느냐 하는 거죠.

 

사 회:4대강 질문은 그것으로 끝내고요, 역시 대통령선거 문제가 가장 큰 관심일 텐데 먼저 이도운 부장께서 질문해 주시겠습니다.

 

이도운: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너무 일찍 선거국면을 조성한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때문에 거두절미하고 질문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은 2012년 대선에 출마하실 생각이십니까?

 

손학규:제가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이도운:그러면 난이도를 조금 낮춰서 다시 한 번 질문드리겠습니다. 손 대표님은 201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하실 생각이십니까?

 

손학규:저는 2012년에 정권교체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성격의 정권이 2012년 이후에도 최소한 5년 연장된다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될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후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고, 서민을 외면하는 경제구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민들의 생활이 정말 도탄에 빠질 거고, 남북관계도 이대로 놔뒀다가는 북한이 영영 남남이 될 겁니다. 이런 것을 막기 위해서도 우리가 2012년에 정권교체를 이룩해야겠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집권해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서민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남북평화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이도운:그러면 2012년 대선에서는 어떤 이슈들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다시 말하면 민주당은 어떤 어젠다를 내세워서 유권자들한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생각이십니까?

 

손학규:결국 제가 말씀드린 이 3가지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조짐들은 단지 정치권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닐 겁니다. 아마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우리 사회에 지금 권력기관이 부활해서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을 다 잘 아실 겁니다. 권력기관이 와서 일일이 간섭하고 권력기관 눈치를 보고 어떠어떠한 일에 권력기관이 나서서 중재했다는 이런 얘기 다 듣고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가 말을 못 하고 그것을 쓰지 못해서 그렇지만요, 그걸 쓰지 못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후퇴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2012년 대통령선거가 본격적인 다가오면 드러날 겁니다. 전직 대통령이 수사압력을 못 이겨서 결국 목숨을 끊은 이런 불행한 비극적인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가가 다시 드러나게 될 겁니다. 어제도 SSM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합의됐다가 결국 안 됐습니다만 정부의 소상공인에 대한 태도가 너무 분명한 것입니다. 한국과 EU의 협상 때문에 안 된다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대통령 시정연설에서도 소위 유통법에 대해서는 언급이 있었지만 상생법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정부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주는 겁니다.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이 계속 차곡차곡 누적되면 내년, 후년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그 문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겁니다. 남북문제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도운:손 대표님도 유력한 대통령후보 가운데 한 분인데 스스로 보시기에 정치인 손학규가 다른 정치인들과 구별되는,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손학규:그런 질문을 가끔 하시는데, 그런데 저는 답을 못 하겠데요. 남들이 봐주는 거지, 제가 제 얘기를 어떻게 하겠어요?

 

이도운:알겠습니다. 겸손해서 그러신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대표로 취임하신 이후 여론지지도가 15%까지 육박했습니다. 전국적인 조사에서 민주당 정치인이 그 정도 받은 것은 굉장히 오래간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결과를 보면 국민참여당 유시민 원장이 대표님보다 다시 조금 앞섰습니다. 그래서 이게 일부에서 얘기하는 대로 대표님의 지지율 상승을 컨벤션 효과로 반짝 상승한 것으로 보시는지, 지지율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손학규:뭐 그럴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올라간 것은 재미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것도 많이 있지요. 또 그러다가 보면 다시 내려갈 수도 있는 거고요. 거기에 대해서 크게 일희일비할 것도 없고, 큰 의미를 부여할 게 뭐 있겠습니까? 다만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해서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아주 커졌다고 봅니다. 그 변화에 대한 요구가 민주당 당원들의 당심을 움직였고, 일반당원들의 당심이 대의원 표심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반국민들 입장에서도 ‘아, 민주당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났네. 이변이 일어났네’라며 관심을 갖고 보면서 ‘아, 그러면 민주당이 희망이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이 앞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이 뭐를 좀 바꿔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 스스로 바뀔 것이 아닌가’ 이러한 기대, 희망 같은 것들이 지지율 상승에 작용하고 또 그렇게 하다 보니까 ‘좀 더 두고 보자’ 이런 마음도 들 거고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과 저에게는 더 큰 책임과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도운:지금 잠재적인 대선후보 가운데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지율 조사 때마다 줄곧 30% 안팎으로 수위를 달리고 있는데 대표님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철옹성으로 보십니까, 아니면 민주당에서 넘어설 수 있다고 보십니까?

 

손학규:제가 가끔 인터뷰 같은 데서 박근혜 대표에 대해 질문을 받는데 지금 제가 답변하는 게 그렇게 적절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도운:지난 6ㆍ2지방선거에서 김두관 후보가 경남에서 당선되고 김정길 후보는 부산에서 무려 45% 득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강원도에서는 이광재 지사가 당선됐고, 충남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당선됐는데 대표님은 지금 유권자의 지역감정, 아니면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지역구도가 조금 수그러드는 걸로 보십니까?

 

손학규:예, 그런 면이 많이 있지요. 지역을 넘어선 변화에 대한 요구라고 봅니다. 이광재 지사가 강원도에서 탄생하고 또 송영길 시장,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의 당선은 전체적으로 변화에 대한 요구가 지역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변화에 대한 요구가 손학규를 대표로 만든 것이고요, 그러한 변화에 대한 요구는 한편으로는 이명박정부에 대해 민심이 이반한 결과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상당히 뿌리 깊은 변화의 요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경제가 발전하고 2만 달러 시대를 넘어가면서 특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인식이 일반 국민투표에서 나타났다는 것이죠. 다시 말씀드리면 사회적인 양극화나 또는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그리고 나 스스로가 약자가 되고 나 스스로가 양극화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 표로 나타난 것이 지난 지방선거라고 봅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투표에서 그것이 많이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상남도에서도, 부산에서도 그런 변화에 대한 요구가 지역적 정치색을 뛰어넘을 정도까지 강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도운: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질문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영남 출신도 아니고 호남 출신도 아니고 충청 출신도 아니라는 사실을 가끔 강조하시는 것 같은데 그게 한편으로는 지역기반이 없다는 말로도 해석됩니다. 그래서 수도권 출신이라는 게 선거에서는 강점이 되겠습니까, 약점이 되겠습니까?

 

손학규:저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지역적 요소를 뛰어넘었다고 봅니다. 제가 이번에 당 대표가 된 것도 그 결과라고 봅니다. 사실 우리가 다 아는 것이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민주당의 뿌리가 또 근거지가 호남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 손학규에 대한 지지는 사실 광주ㆍ전남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거기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보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호남하고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호남에서부터 또 호남을 근거로 하는 민주당이 손학규를 대표로 뽑았는가? 그것은 우리가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는 거죠. 그것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정치문화의 한 단초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 전개되는 대선국면이나 또는 총선국면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국민의 염원을 담아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사 회:다음은 황헌 논설위원실장께서 민주당 당내 문제를 가지고 질문해 주시겠습니다.

 

황 헌:이번에 어렵게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셨습니다만 내년 연말까지 당을 관리하고 그 이후에는 본격적인 대선 경선에 뛰어드셔야 하는데 앞으로 1년 동안 당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많은 국민, 야당 지지자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손 대표께서 취임하신 지 20여일 지났습니다만 민주당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면 한두 가지만 얘기해 주시죠.

 

손학규:제일 어려운 문제를 말씀해 주시네요. 우리 민주당이 특히 지난 대선 이후 패배감, 좌절에 젖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고 또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변화의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밑바닥 깊은 곳에는 확고한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자신감 회복이 가장 중요한 문제고,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낮게 보면 결코 우리 스스로 자신을 가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이 그것을 다 보거든요. 우리가 확고한 자신을 갖고 있을 때 국민은 ‘아, 민주당이 뭘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믿고 더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를 할 텐데 아직까지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요, 2가지를 말씀하라고 해서 말씀인데 우리 민주당이 지난 10년 동안 집권도 하고 또 패배도 했습니다만 좀 더 활력 있고 생기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정부분 타성에 젖어 있는 측면이 있고 또 나도 모르게 기득권화되어 있는 점도 있다고 봅니다.

 

황 헌:제 질문에 대해서 자신감이 회복되어야 하고 패배의식이 없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우선 당내 7인 최고위원들부터 일치단결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따르는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낼 겁니다. 그런데 이번 당직 인사과정에서 어떤 최고위원들은 ‘신문발표를 보고 알았다. 매우 섭섭하다’ 이런 이야기도 했고요, 또 한미FTA 재협상과 관련해서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이것은 분명히 굴욕협상이기 때문에 다시 협상해야 된다’ 이런 주장을 펴는가 하면 정세균 최고위원은 ‘하면 우리가 더 손해다. 미국이 압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양성과 민주적인 절차는 필요하지요. 그러나 사사건건 불협화음으로 비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학규: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다양성을 에너지로 삼아야 될 때라고 봅니다. 우리가 가진 힘도 없으면서 또 실제로 내부적으로 충분히 일치되지 않았으면서 외부적으로만 단합된 모습을 보인다면 결국 무너질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은 우리가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고,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하고 그 이후 패배와 좌절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는 이런 시점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겁니다. 우리는 그동안 분열의 시대를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하루아침에 단합이 됩니까? 어떻게 하루아침에 일치가 됩니까? 그것을 억지로 숨기고 누르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속으로 곪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이쪽에서 하는 얘기하고 저쪽에서 하는 얘기가 달랐을 때 역설적이지만 마음속으로 ‘맞다, 이것이 우리 민주당의 에너지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각기 다른 의견을 무한정 그대로 놔둘 수는 없겠지요. 의견의 합일과정을 거쳐 나가야겠지요. 그렇지만 지금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세세한 얘기지만 오해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한 당직인선에서 최고위원 어떤 분도 사전에 알려드리고 양해받지 않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어떤 언론에 그게 났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잘못입니다. 한 분 한 분께 전부 전화드리고 또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받아서 했습니다.

 

황 헌:민주당을 출입하는 MBC 후배기자들의 취재결과를 제가 공유하고 있는데 그 친구들의 취재내용을 보면 대표님은 전화를 다 드렸다고 말씀하시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활동 중이어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올 때는 받을 수 없는데 그래놓고 이것이 통보냐, 상의냐며 불만을 표하는 최고위원이 계셨답니다. 같은 내용을 놓고 대표께서는 모든 분들과 격의 없이 상의했다고 말씀하시고 받는 쪽에서는 일방통보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손학규:예, 제가 부족한 게 많아서 그런 것으로 이해해 주시고요, 저는 앞으로도 다른 의견, 다양한 의견들이 더 표출되고 그 의견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을 억지로 누르고 감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이라는 것이 일사불란하게 가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지금 지도체제가 과거 DJ 지도체제도 아니지 않습니까. DJ도 아닌 사람이 DJ 행세하려고 하면 되겠어요? 그러니까 저는 지금은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시대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야당이라는 것은 소리가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고받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결론을 내고 그리고 함께 가는 것이고, 그 에너지가 결국 야당을 새롭게 하고 힘입게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황 헌:조금 전 얼핏 보니까 대표님께서 기조연설을 마치고 답변할 자세로 ‘너그럽고 편안하고 진지하게’ 이렇게 써놓았더라고요. 지금 ‘너그럽고 편안하고 진지하게’를 실천하고 계십니다. 제가 질문드린 게 인간적으로 약간 화가 날 수도 있는 일인데 잘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드리겠습니다. 민주당 내에서 한나라당 출신으로 손학규 대표 캠프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핵심 브레인이 김부겸 의원입니다. 김부겸 의원도 중견정치인으로서 당적변경이라는 똑같은 숙제를 안고 있는데 이번에 당직인선에서 배제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도 손학규 대표 계보로 있었던 김성식 의원 등이 따라오지 않았고요, 대선이 끝난 뒤 핵심참모 가운데 몇몇이 한나라당으로 되돌아간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핵심 포인트는 물론 자기사람만 챙기는 것은 소인배에 해당되겠지만 자기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또 큰 정치인으로서 한번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학규:황 논설위원실장께서 아주 적절히 말씀해 주셨는데 제가 자기사람만 챙기는 정치를 했다면 그나마 이 자리에까지 오지도 못했겠지요. 대표라는 자리가 높고 귀해서가 아니라 대표라는 자리를 맡기는 국민의 마음과 당원들의 염원은 ‘이 사람 챙겨라’ 그건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바뀌어라’ 하는 이번 전당대회 메시지는 뭐니 뭐니 해도 변화입니다. 계파정치 같은 지금까지의 정치관행에서 바뀌라는 것이죠. 제가 조직이나 돈 갖고 했으면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될 수 없었죠. 그러나 저는 저 혼자만 잘되고 저 혼자 영광을 누리겠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굳이 황 위원께서 김부겸 의원이라는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셨으니까 말씀인데 김부겸 의원이 사무총장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김부겸 의원에게는 다른 일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의견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떤 인사를 할 때 제 편의에 의해서 제가 앞으로 정치적인 세를 확장해 나가는 데 유리한 인사를 하는 대표라면,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렇게 대표를 할 거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당원들이 특히 호남 국민들이 호남하고 아무 상관도 없고 또 한나라당에 있다가 넘어온 사람을 어찌 보면 그분들이 자존심을 상해 가면서까지 손학규를 대표로 만들었는데 자기사람이나 챙기는 그런 대표를 하라고 저에게 맡기셨겠어요? 만일 제가 김부겸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고 해보세요. 그런 손학규를 보고, 민주당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변명 같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경기도지사 할 때 경기도지사 선거에 관여했던 사람들을 끝까지 챙겼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을 우격다짐으로 집어넣지는 않았습니다. 저기 송태우 전 문화부 장관이 와 계십니다만 문화부 장관 하신 분을 경기도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모실 때 저는 참으로 송구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경기도를 위해서 모셨고, 그것이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의 하나의 새로운 문화라고 할까, 전통으로 자리 잡아서 중앙에 있는 많은 분들, 신문사 사장 하는 분들도 지방에 내려가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말로만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황헌 논설위원실장께서 이런 자리에서는 저를 격려해 주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황 헌:제 질문이 지금 손 대표님 이미지에 오히려 플러스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아셔야 됩니다. 마지막으로 리더십 문제에 대해서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지금 민주당의 힘만으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래서 야권통합이 필요한데 손 대표의 리더십이 과연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사람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어떤 각오로 임할 생각이십니까?

 

손학규:제가 경선 때 민주당을 신뢰받는 정당, 능력 있는 정당,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들로부터 정말로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구호라도 실천해서 이루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우리가 이기지 않고는 안 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민주당만 가지고는 안 되고 민주당을 더 키워야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민주당을 더 키우는 데 1차적인 과제는 진보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범진보세력, 진보정당 또는 진보적인 시민사회세력과 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또는 연합을 하든, 하여튼 기지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머무르면 우리는 야당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집권은 못 합니다. 중도세력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말씀드리는 진보, 개혁, 중도의 3합 필승론입니다. 저희는 진보 제 정당과의 또는 진보 제 세력과의 연합과 연대를 지금 크게 북 치고 장구 치면서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이것은 민주당만의 요구가 아니고 진보세력, 범개혁세력의 공통된 요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당의 모든 당원과 지도부가 같이 마음을 열고 다른 정당, 다른 세력과 연대하고 힘을 합치는 노력을 적극 전개해나갈 것입니다.

 

사 회:다음은 옛날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하는데요….

 

손학규:굳이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이인영 최고위원도 나와 있습니다만 이번에 김영춘 최고위원을 우리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영입한 것도 우리의 구체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사 회:이제 옛날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혹시 까다롭거나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더라도 국민들 앞에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전반적으로 시간이 늦어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질문자들은 가능하면 한 사람당 5분 이내에서 질문을 마무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먼저 최영범 부국장 질문해 주십시오.

 

최영범:예, 제가 질문드리겠습니다. 독한 질문을 드려서 나중에 후환이 두렵습니다. 춘천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실 때 홈페이지에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셨고 ‘한나라당 탈당은 숙명이었다’고 밝히셨습니다. 2007년 3월 19일 탈당 기자회견을 하시면서는 한나라당을 아주 혹독하게 비판했습니다.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자신들만 과거의 향수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거꾸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변화를 위한 고통을 거부하고 통합과 상생의 길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씀하시고 ‘한나라당은 한국정치의 낡은 구조 그 자체’라는 표현까지 쓰셨어요. 그리고 ‘집권세력의 실정이 거듭되고 여권이 지리멸렬한 상태로 빠지자 한나라당도 대세론에 안주하고 구태정치 과거회귀의 방향으로 쏠려가고 있다’ 이렇게 탈당의 변을 밝히셨어요. 그런데 탈당하시기 두세 달 전쯤 탈당설이 정치권에 나돌았을 때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손 대표께서는 그때 ‘내가 벽돌이냐? 어떻게 한나라당에서 나를 빼서 여권으로 넣느냐?’ 이런 반론을 말씀하셨고 충청도당 신년 인사회뿐만 아니라 그 이후 한라산 등반 때도 ‘내가 한나라당의 기둥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버려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고, 2월 6일 KBS 인터뷰에서는 ‘내가 한나라당 그 자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과 2, 3개월 동안 너무나 많은 인식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을 설명할 수 있으신가요?

 

손학규:설명이 잘 되겠습니까? 제 정치생활이 17년 됩니다만 되돌아보면 자랑스러운 것도 있고 또 부끄러운 것도 있고 또 후회가 되는 것도 있고 다시 외치고 싶은 것도 있고… 여러 가지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립니다만 탈당에 대해서는 지금도 조금의, 일점일획의 후회도 없습니다. 지금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번 춘천을 떠나면서 썼던 글에 나와 있는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제가 원래 젊어서부터 추구했던 민주주의의 가치 또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저의 생활자세 그리고 남북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저의 마음, 이런 것들이 꽃피우고 또 그것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선 것을 아주 떳떳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을 떠나면서 썼던 거친 표현을 ‘아, 잘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은 그때 그 표현을 쓰면서도 많이 주저했는데 제가 충분히 수양이 되지 못해서 저의 탈당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제 생각보다 좀 더 강한 표현을 일부러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탈당 직전에는 ‘벽돌이다, 기둥이다’ 이런 표현까지 쓰지 않았느냐 하는데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입니다. 계속 탈당 얘기는 나오는데 저 자신을 변호하려다 보니까 그렇게 말했는데, 그 표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최영범:당적 변경과 관련된 질문을 서너 개 준비했습니다만 그 답변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손학규:아이 뭐 기왕 하시는 거 오늘 봉두완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많은 원로 언론인들이 나오시고 유재천 교수님도 나오셨는데 저를 탓하셔도 좋고 하니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시기 바랍니다.

 

최영범:다른 쪽으로 탓해 보겠습니다. 춘천관련된 질문을 2개 정도 짤막하게 드리겠습니다. 춘천에 2년 정도 계셨는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인의 집에 기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손 대표께서는 정치를 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언론에 알려지기로는 무상임대거든요. 아무 돈도 안 내고 거기에서 부인하고 같이 사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게 옳은 일입니까? 돈도 안 내고 남의 집에 가서 사는 게.

 

손학규:아, 그 생각은 제가 여태까지 못 해봤네요. 그게 무슨 문제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습니다. 제가 물론 대접을 받았지요. 고맙지요. 그런데 공짜로 산다는 생각조차 안 한 그런 관계입니다. 이런 얘기까지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아주 오래된 관계는 아닙니다만 저하고 같은 손가집 종씨이고 춘천에서 집을 2개 갖고 있는, 그저 조그만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인데 시내에 살고 있으면서 산기슭에 농가를 하나 갖고 있는데 왔다 갔다 하면서 사는데 별로 거기에 살지도 않고 평소에도 왔다 갔다 합니다만 주말에 와서 있고 그러는데 제가 어디 좀 조용히 있을 데가 없나 하는 얘기를 우연히 했더니 ‘아, 우리 집이 있는데 좀 누추하지만 와보시고 쓸 수 있으면 쓰세요’ 그래서 그냥 그 집만 공짜로 산 게 아니라 전기값, 땔감값, 수도값, 가스값, 이런 것도 하나도 안 냈거든요.

 

최영범:기왕 돈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지금 공식적으로는 월소득이 없으시지요?

 

손학규:그렇죠.

 

최영범:돈을 받는 게 전혀 없으시죠?

 

손학규:예.

 

최영범:부인께서는 과거 약국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안 하시나요?

 

손학규:예, 안 하고 있습니다.

 

최영범:그러면 아무리 당 대표이시고 당에서 일정 경비가 나오지만 개인적인 정치행사라든지 이럴 때 돈이 들어가는 일이 상당히 많으실 텐데 그 돈은 어떻게 조달하고 계십니까?

 

손학규:참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지적해 주셨습니다. 아마 제가 돈 받는 것을 하나하나 따지면 위법이 꽤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인들이 도와주고, 이를테면 춘천에도 있다가 보면 어떤 분들이 과일이나 고기도 사가지고 오지만 조그마한 봉투를 놔두고 가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한데, 제가 그것을 신고를 못 했네요. 그런데 저는 지금 이 말씀을 드리면서도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기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그러한 모든 것을 다 법대로 또 모든 것을 다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면 이것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숙제로 남겠지요. 다만 지금까지 제가 정치를 해오면서 합법적인 또는 비공식적인 지원을 받아도 정치인들 으레 하는 얘기니까 그러려니 하고 들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떳떳지 못한 지원은 받지 않았다는 점을 여러분 앞에서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영범:마지막으로 간단한 질문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이것을 꼭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으로 포장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아까 모두발언에서 그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혹시 개인적으로 불우이웃이나 저소득층을 위해서 기부나 도네이션이나 아니면 소액의 돈이라도 따로 내시는 게 있습니까?

 

손학규:지금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없습니다만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사 회:알겠습니다. 그다음 이도운 부장 질문해 주십시오.

 

이도운:네, 원래 이념과 역사관을 묻기로 했는데 시간관계상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질문 2개만 하겠습니다. 대표님 취임 직후 봉하마을에 내려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생전에 노 대통령하고 설전도 주고받고 하셨는데 아마도 노 전 대통령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 박지원 원내대표하고 인터뷰했는데 그때 ‘YS하고 DJ가 화해한 걸로 알지만 YS하고 DJ는 화해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신 걸 보고 정치인들 간에 진정한 화해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 대표님 생각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 그리고 그 지지자들하고 진정으로 화해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손학규:저는 화해라는 표현을 굳이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과 또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과의 관계는 다 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돌아가신 분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정치적인 유감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제가 그분 살아 계실 때 또 현직에 계실 때 비판도 하고 나중에 생각하면 적절하지 못한 표현도 쓴 것들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제 마음이 그렇게 그분에게 구부러져 있었다는 것은 전혀 아니고요, 또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제 행동이나 처신이 마땅치 않은 게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파주 LG필립스 준공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단상 위에서 당시 경기도지사로 있던 저에게 “손 지사님, 이제 이 정도면 만족하십니까?”라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시던 걸로 봐서 서로가 다 이해하고 화해했다는 뜻으로 생각됩니다.

 

이도운:토론회 준비하느라고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대표님 이름을 입력하니까 묻고 답하기 사이트에 이런 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손학규 씨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술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다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손학규 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행동하는 흑심’이라고 비방한 적이 있다는데 정말 그랬나요?” 답변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대표님이 오래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그런 이유 같은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만 현재 시점에서 손 대표님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리고 계십니까?

 

손학규:현재 시점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제 존경심은 변함없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분이 우리나라에도 없고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습니다.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정을 갖고 아무도 생각 못 했을 때 4대국 보장론을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 평화와 한반도 협력에 대해서 진작부터 앞을 내다보고 계셨던 분입니다. 그리고 굳센 의지를 갖고 실행해낸 분이시고요. 제가 정치적 입장에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저를 지키지 못한 이런 일이 많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송구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도운: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가운데 대표님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분이 있으십니까?

 

손학규:역시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그분이 갖고 있던 우리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평화에 대한 깊은 철학 그리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인동초 같은 정치적 의지, 그런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사 회:다음은 신연수 부장 질문해 주시죠.

 

신연수:경기도지사 시절에 외자를 많이 유치해서 좋은 평가를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 만드신 영어마을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파주, 양평, 안산 등 3곳에 돈을 많이 들여 만들었는데 지금 적자를 많이 보고 있죠. 적자를 많이 봐서 경기도의 애물단지처럼 알려져 있고, 무엇보다도 지자체가 할 일이 아니었지 않느냐 하는 비판도 있습니다. 당초 취지였던 해외유학을 줄인다든가 영어공교육을 활성화한다든가 하는 데도 기여를 못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원어민 교사를 각급 학교에 배치해서 하는 게 영어교육에도 좋지 않겠느냐 이런 비판이 나옵니다. 총체적으로 영어마을은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여기에 동의하십니까?

 

손학규:전혀 동의 못 합니다. 교육이라고 하는 데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는 데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돈 버는 게 아닙니다. 더더군다나 교육복지라는 개념은 적자냐 흑자냐, 수지타산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어마을은 제가 만들 때는 공교육의 일환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방학 때만 되면 있는 집 아이들은 외국으로 연수 간다, 또 어디 여행 간다 그러는데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충분한 영어교육이 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고 영어의 Yes, No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외국에 간 것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비용은 보통 비용의 3분의 1, 4분의 1 정도로 하고 저소득층 가정에는 무료로 하면서 교육은 교육청에 위탁해서 일주일 동안 학생들이 와서 학교교육을 정식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지금 학원으로 전락시키고는 딴소리들을 하는 겁니다. 저는 정말 분개합니다.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없는 사람들이 적자니 이런 소리를 하고 있어요. 영어마을 만들 때 그 당시 우리 사회적인 분위기를 생각해 보십시오. 세계화라는 분위기가 한창 열기를 불러일으켰을 때입니다. 영어마을 만든 그 자체가 우리 국민에게 우리 교육에, 영어교육에 새로운 열기를 불러일으킨 그런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들이 서로 다퉈 가면서 영어마을을 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 다 정신 나간 사람들입니까? 저는 이 자리를 빌려서 꼭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경제철학이, 사회적인 경향이 시장경제의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쟁위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효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교육과 복지는 시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경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한마디로 돈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 교육과 복지입니다. 영어마을은 돈을 쓰기 위한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신연수:그 문제에 대해서는 흑자, 적자를 떠나서 사실은 생산성, 효율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연 영어교육에 효율적이냐 아니냐, 더 좋은 방법은 없느냐, 이런 검토와 대안은 항상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은 접고요, 2007년에 손 대표님에 관한 책을 다른 분이 내셨는데 이 책을 제가 인상 깊게 봤습니다. 여기 보면 봉사활동도 많이 하시고 또 여러 가지 좋은 일들을 많이 하시는데 다른 정치인들하고 달리 보여주기 쇼를 안 하고 정말 가슴으로 하신다, 정말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하신다는 칭송이 아주 자자합니다. 그런데 책에 나온 사진들을 보면 굉장히 전문적으로 잘 찍은 사진들이 있어요. 민심대장정을 하실 때도 2006년도에 보면 거의 화보집인데, 제가 보기에는 사진들을 굉장히 잘 찍었어요. 그래서 대표님은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실 때나 민심대장정을 하실 때 항상 전문사진사를 대동하시는지, 이 사진들은 누가 찍은 건지, 혹시 민심대장정이 아니고 홍보대장정을 하신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요.

 

손학규:네, 결과적으로 홍보대장정이 됐지요. 기왕 여쭤 보시니까 구체적인 사실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경기도지사를 마치고 6월 30일 수원역에서 기차 타고 떠날 때는 저하고 수행원 한 사람이 조그마한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들고 탔습니다. 그런데 가서 며칠 찍어보더니 이 친구가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아직 졸업하지 않은 대학생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사진을 잘 찍고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전 여름에 학생들 평화대장정이라는 프로그램도 같이 했던 친구에게 수행원이 연락해서 ‘너 좀 와서 찍어줄 수 있느냐?’ 그래서 와서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이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도 저하고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신연수:고 씨라는 분이 찍은 사진도 있는데요.

 

손학규:고 씨는 나중에 자기 발로 와서 자기가 좀 찍어주겠다고 해서 몇 컷이 그분 것입니다. 대부분은 아마추어 학생의 작품입니다.

 

신연수:그것과 관련된 얘기인데 2006년 도지사를 마치시고 그다음에 김문수 지사가 취임해 보니까 도의 공보예산이 완전히 바닥나서 쓸 게 없었다는데, 통상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는 비교가 많이 됩니다. 서울시장은 언론에도 많이 나오고 홍보가 많이 되는 데 반해서 경기도지사는 조명을 못 받아서 굉장히 좀 안타까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그런 것 때문에 너무 무리하게 공보예산을 다 쓰신 것 아닌지요? 6월까지 이미 80~90%를 써서 김문수 지사 측에서 굉장히 고생하셨다는 얘기를 제가 들었습니다.

 

손학규:글쎄요,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자신 있게 양심껏 말씀드릴 것이 ‘6월 30일까지 내 임기인 만큼 모든 예산을 반 이상 쓰지 마라’고 엄격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지금 그 말씀이 어떻게 나온 얘기인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잘못했고요, 그러나 제 자세는 그 당시 경기도 공무원들이 다 잘 알고 있습니다. 6월 30일 넘겨서 후임지사가 쓸 돈을 우리가 미리 당겨 쓰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게 하도록 상당히 적극적으로 챙겼습니다.

 

신연수:경기도에서 확인한 사실인데 아무튼 다시 한 번 대조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 회:준비한 건 많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플로어 질문도 해야 되니까 네 분에게 한 번씩 질문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최영범 부국장 해주시죠.

 

최영범:네, 질문은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아끼겠습니다. 도지사 시절에 도자기엑스포를 만드셨잖아요. 최근 특채문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사무총장을 동생분으로 임명했다는 보도를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손학규:저는 동생이 없는데요, 사촌동생도 없습니다.

 

사 회:다음은 황헌 논설위원실장님.

 

황 헌:우리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려면 힘 있는 여러 파워그룹 가운데 가장 우선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대상이 어디라고 보십니까? 예를 들면 언론이 있을 수 있고요, 검찰, 군, 교육, 경제계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파워그룹이 있는데 그중 먼저 개혁되었으면 좋겠다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는지 밝혀 주시지요.

 

손학규:제가 정치에 있으면서 정치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그럼 뭘 개혁해야 되느냐? 많이 개혁해야지요. 정치가 정치를 위한 정치 내지는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국민의 눈으로 보는 정치가 되어야 된다는… 원론적이지만 말씀을 드립니다.

 

신연수:제가 여쭙겠습니다. 기조연설문에서 민생이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고 경제민주화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이명박정부도 친서민정책을 편다고 하고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SSM 얘기를 지적하셨지만 동네슈퍼들이 많이 망하기 시작한 게 사실은 97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된 이후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여 년 동안 많은 슈퍼들이 무너졌습니다. 대형마트들이 그때 대거 들어섰습니다. 이처럼 경제라는 건 그렇게 쉽지가 않거든요. 손 대표님과 민주당은 경제양극화를 줄이고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뾰족한 대안을 갖고 계신 건지, 그리고 만약 집권한다면 우선 어떤 정책을 펴실 건지 그걸 여쭙고 싶습니다.

 

손학규:서민들의 생활과 관련해서 아주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 몇 개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고요, 또 청년실업 문제입니다. 그리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문제입니다. 물론 지금 신 부장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그것이 어떤 한 정권의 잘못이다, 정책실패로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사회구조, 경제구조가 양극화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또 어려운 사람이 많아지고요. 또 국제경쟁이 심화되고 격화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소위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소위 시장에 그냥 맡겨두면 끝간 데 없이 갈 겁니다. 정부의 규제가 좀 필요하고 적극적인 정책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서 어느 정도 규제도 하고 규제하는 만큼 정부의 지원과 보조도 필요로 하고 말이죠.

청년실업 문제도 그냥 놔둘 것이 아니라 물론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지요. 그런데 그 안에서도 청년들의 고용을 할당하는 의무할당제를 시행한다든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문제에 있어서 이것을 그냥 놔두면 중소기업은 계속 찌들 것입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까 하도급 관계에 있어서도 필요한 법을 고칠 것은 좀 고치고 또 납품단가 연동제를 실시하는 것도 좀 법으로 할 것은 해야 된다고 봅니다. SSM법안 같은 것은 어제 오늘 언론에서도 많이 나왔으니까 더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겁니다. 물론 다른 요소가 있다고 하지만 말이죠.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지만 가지면 서민정책을 좀 더 진전시킬 일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을 저희 민주당이 하겠다는 것입니다.

 

사 회:플로어에서 나온 질문을 간단하게 몇 가지만 드리겠는데 거의 단문, 단답형으로 할 수 있는 것만 대답해 주시고 이미 나온 질문과 중복되거나 비슷한 질문은 제외하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플로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국민이 변화를 요구해서 손 대표가 당선되셨다고 했는데 그게 정국 전반뿐 아니라 민주당에 대해서도 요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최근 형태에 대해서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간단하게 답변해 주십시오.

 

손학규:질문을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사 회:‘국민이 민주당이 어떻게 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손학규:조금 아까 우리 황헌 논설위원실장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민주당이 조금이라도 기득권에 집착해 있다면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 속으로, 국민의 눈으로 우리 스스로를 봐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사 회:‘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계신데 북한이 햇볕정책을 하면 개혁ㆍ개방이 가능하다고 봅니까?’

 

손학규:쉽게는 안 될 겁니다만 꾸준히 인내를 갖고 해야 되고, 그 길이 그나마 유일한 길이다, 개혁ㆍ개방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강제적으로 압박해서 특히 군사적인 방법으로는 결코 북한을 개혁ㆍ개방의 길로 끌어들일 수 없고 남북한 통합의 길도 가져올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사 회:‘정치개혁 차원에서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에 찬성하십니까?’

 

손학규:지금 국회의원 수가 그렇게 문제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될 필요가 있을 때 비례대표를 늘리면서 299명의 국회의원으로 지역대표성을 같이 보장할 수 있는가, 그런 문제가 오히려 제기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 회:‘부자세 신설에 찬성하십니까?’

 

손학규:아, 부유세 신설이요? 지난번 경선 때 한참 논란이 됐던 건데 앞으로 우리가 두고 검토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 회:‘전직 국회의원 품위 유지로 100여만원 지급하는 데 대해 찬성하십니까?’

 

손학규:예, 지금 어려운 분들이 많고 하니까 국회의원이 연금제도도 없고 그런 제도가 기왕 만들어진 만큼 우리 국회의원들이 현직에 있을 때 국민이 우리를 이렇게 대접한다는 생각을 갖고 더 국정에 전념하고 스스로 품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그렇게 쓸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 회:고맙습니다. 시간을 넘겼지만 이것으로 토론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까다로운 질문 그리고 감정을 좀 상하게 하는 질문도 있었지만 잘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좀 가시가 돋친 질문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면 이것으로 관훈토론회를 마치겠습니다. 저희 관훈토론회에서는 토론에 초청되신 분에게 기념패를 드리고 있습니다. 손학규 대표님께 기념패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창순(관훈클럽 사무국장):제가 기념패 내용을 읽어드리겠습니다.

 

 

                                                                       기념패.

                                                              손학규 민주당 대표.

                관훈클럽은 귀하를 초청연사로 모신 가운데 유익한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하와 함께한 소중한 이 자리는 53년을 이어온 관훈클럽의 전통과 더불어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2010년 10월 26일

                                                             관훈클럽 총무 김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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