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언론상

2014년도 관훈언론상 심사평

작성일 :
2014-12-02
조회수 :
4,532

■ 관훈언론상 2차 심사평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2014년도 관훈언론상 심사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출품작 74개 모두 우열을 쉽게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기사들이었고, 그 가운데 4개만 수상작으로 골라야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1차 심사를 거쳐 선정된 4개 분야별 3개씩, 모두 12개의 후보작은 더욱 수작(秀作)들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언론계가 올 한해도 훌륭한 기사들을 많이 보도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사평을 빌어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심사 과정]

 수상작을 단수로 확정하기 위한 심사는 11월 27일, 2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심사위원장(공동)은 조용중 전 연합통신 사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맡았고, 위원으로는 전현직 언론인 및 언론학자 등 열 분이 참여했습니다.

 최종심사 첫 날에는 예비 심사에서 4개 부문 별로 3개씩 추천한 12개의 수상 후보작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보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부문별 예심 심사평을 참고하며, 후보기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방송보도는 보도영상을 함께 보며, 윤리적 고려사항, 영상의 출처, 취재의 진실성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신문·통신 기사들은 기사의 파급력이나 취재 기법의 혁신성, 전체 언론보도 맥락에서 후보기사가 차지하는 의미 등을 역시 세밀하게 토론했습니다. 이러한 검토과정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은 후보기사별로 각 언론사 책임자에게 연락해 보충자료를 제출받았습니다. 

 관훈 언론상 수상작들은 최종심사 둘째 날 모두 결정됐습니다. 충분한 토의를 거친 뒤 심사규정에 따라 각 부문별로 출석위원 과반수의 표를 얻은 후보가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는 부문은, 3위 후보를 제외하고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관훈언론상의 권위에 걸맞게 이 과정은 매우 치열했습니다. 회사나 매체별 안배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기사의 우수성만 고려하는 심사원칙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토론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각 부문별 토론를 거쳐 종합토론을 다시 한 뒤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종합토론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이 윤일병 사망과 관련된 가혹행위 보도(KBS 윤진 황현택 기자)는 ‘사회변화’부문에 출품됐으나, 군대라는 폐쇄적 집단의 부조리를 파헤졌다는 점에서 ‘권력감시’ 부문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언론상 규정 검토와 토론 절차를 거쳐 심사위원회가 이를 수용했습니다.

 

[사회 변화 부문]

 이렇게 치열한 논의를 거쳐, 부문별 수상작이 결정됐습니다. 사회 변화 부문은 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외 2명이 제출한 “송파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 보도”를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자칫 묻힐 뻔한 사건을 조명해 한국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드러낸 공적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 보도는 일보 이후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만들어 냈고 “송파 세 모녀 법”이라 불리는 법률개정안까지 만들어내, 그야말로 “사회변화”의 촉매기능을 확실히 수행했습니다. 

 경향신문 강진구 부장 등 5명의 기자가 함께 보도한 수능 출제 오류 건도 용기 있는 문제제기와 끈질긴 후속보도자세가 높이 평가됐습니다. 

 

[권력 감시 부문]

 권력 감시 부문에서는 KBS 윤진, 황현택 기자가 출품한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이 기사는 접근이 쉽지 않은 군 부대 수사 기록과 병원 자료 등을 집요하게 확보하고 치밀하게 분석해 이 시대 병영문화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 점이 높이 평가됐습니다. ‘시스템·관행·제도상의 은폐된 부패구조 파헤치기’라는 관훈언론상 규정에도 잘 부합됩니다. 이 사건의 보도는 그 후 전군에 걸쳐 병영문화 개선의 논의가 확산 되는 데도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국제 보도 부문]

 국제 보도 부문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시리아 내전을 현지 취재한 KBS보도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현장에서 깊이 있는 시각으로 파고든 조선일보 보도가 최종심에 올라왔지만 수상작은 중앙일보-JTBC 김현기 도쿄특파원의 “아베 내각 접수한 극우 대본영 일본회의” 기사로 결정됐습니다. 특파원이 직접 일본회의 집회에 참가해 현장을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해 아베내각 각료 19명 가운데 15명이 이 조직 소속임을 밝혀냈습니다. 일본의 유력지인 아사히, 도쿄 신문 등은 이 기사를 토대로 후속 특집기사를 쓰기도 했고, 미국 뉴욕타임스도 중앙일보 기사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저널리즘 혁신 부문]

 저널리즘 혁신부문은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JTBC의 세월호 보도, YTN의 유독물질에 관한 GIS보도, 그리고 한겨레신문이 출품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소설적 기법의 내러티브 보도는 각각 특별한 장점과 함께 부분적인 고민거리들도 안겨줬습니다. 특히 YTN 보도와 관련, 그 발상과 노력을 높이 평가했지만 다른 언론사에서 많이 시도됐다는 점에서 아쉽게 최종 수상작에는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부산지역 석면 문제를 다룬 부산일보 기사 역시 YTN 보도 못지 않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신문에서 시도한 오픈 저널리즘적 혁신성을 높이 평가한 심사위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심 판단을 존중해 수상대상에 추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난상토론 끝에 표결에 들어갔습니다. 네 차례에 걸친 표결 끝에 수상작은 한겨레신문 박유리 기자가 출품한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으로 결정됐습니다. 너무 정통 저널리즘과 멀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열독율이 떨어지고 있는 신문이 독자와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 그리고 상당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 관훈언론상 사회 변화 부문 1차 심사평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사회변화’ 부문의 지원 건수는 37건으로 4개 부문 가운데 가장 많았다. 지원 매체도 가장 다양했다. 중앙일간지 7개사(8건), 지역일간지 3개사(3건), 경제전문지 3개사(9건), 스포츠전문지 1개사(1건), 시사잡지 1개사(1건), 방송 6개사(11건), 종편채널 1개사(1건), 통신 1개사(2건), 온라인미디어 1개사(1건)가 지원했다. 출품 기사의 대다수는 지난 1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대형 사건을 다루었다. 국내 유수의 언론사들은 자기의 대표상품을 내걸고 치열하게 경쟁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변화 부문은 ‘세상을 바꾼 기사’를 시상한다는 점에서 타 부문과 구분된다. 정책, 제도, 법규, 관행 그리고 일상의 의식에서 문제점과 오류를 찾아내어 실질적인 변화를 유발하는 보도가 이 부문의 이상적인 모델이다.   

 예심 심사위원 15명은 고심 끝에 3건을 무순으로 본심에 올렸다. 먼저 심사위원 각자가 6건을 추천하여 추천 수별로 순위를 매겨보니 심사위원 과반수(8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기사는 6개였다. 7위 기사의 추천 수는 4명에 불과했다. 그래서 6위까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KBS의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보도는 유일하게 심사위원 전원의 추천을 받았다. KBS는 2014년 4월 7일 윤 일병 사망 리포트 후 7월 30일 선임병들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처음으로 알리면서 이 대형 사건의 보도를 주도했다. 사건공소장, 수사기록, 현장검증기록, 부검감정서 등 핵심 문건을 입수함으로써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사건의 전모를 그려나갔다. 관련자 징계와 가해자 처벌은 물론이고, 군인 인권보장을 위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으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의 병영개혁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이런 실질적인 변화를 높이 평가하여 이 건을 본심에 올리는 데 모두 동의했다.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 출제 오류’ 보도는 작년 11월 19일 인터넷에 올라온 수험생의 하소연을 경향신문이 포착하여 면밀한 분석으로 해당 문항의 출제 오류를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경향신문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 오류를 부인하자 이를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기사를 게재했으며 평가원이 수험생들의 정답 이의신청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수험생들의 집단소송에 대한 1심 법원의 패소 판결도 강하게 비판했다. 작년 12월까지 고군분투하다시피 했던 경향신문의 집요한 노력은 올해 10월 17일 서울고등법원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정답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결국 결실을 맺었다. 해당 문항은 전원 정답처리됐으며 피해학생 구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경향신문의 문제제기는 1년 전이었지만, 심사위원들은 당시의 연속보도가 워낙 독보적인데다가 올해 판결까지의 인과성을 인정하여 이 건을 본심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의 ‘생활고에 시달린 세 모녀 집세 공과금 남기고 동반자살’ 기사는 자칫 단순 자살로 묻힐 뻔했던 사건을 대형 사회의제로 이끌어냈다. 이슬기 기자는 경찰의 제보를 바탕으로 현장을 추가 취재하여 세 모녀가 근검절약하는 선량한 시민이었음에도 한계적 상황에 내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른 바 ‘세 모녀법’ 제정 논의는 이 기사의 폭발적인 효과를 웅변한다. 우리 사회는 이 기사 덕에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주목하게 됐지만 법 제정까지 이어진 데에는 타 매체들의 동반 보도가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 이 기사와 사회변화 간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슬기 기자가 아니었다면 연합뉴스와 같은 기사가 나오기 어려웠다고 판단하여 이 기사를 본심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국민일보의 ‘통영함 비리 의혹 보도’, SBS의 ‘군함에 짝퉁 부품’ 보도, 연합뉴스의 ‘허재호 회장 해외 호화생활과 황제노역’ 기사도 호평을 받았다. 이 기사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그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하다. 하지만 해당 매체들이 사안을 독보적으로 보도하거나 온전히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본심 대상으로 선택되지 않았다. 

 

 

■ 관훈언론상 권력 감시 부문 1차 심사평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관훈언론상 규정』에 기술된 바와 같이 ‘권력감시’부문에서는 정치뿐 아니라 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의 ‘권력자나 권력 집단의 부조리를 용기 있게 폭로한 공적’을 평가대상으로 했다. 2014년도 관훈언론상 권력감시 부문에서는 개별 언론사에서 추천한 총 9건의 기사가 경쟁했다. 

 ‘권력감시’가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 보니 다른 부문의 경쟁기사 중 상당수가 ‘권력감시’부문에서 경쟁하기에도 적합한 기사들이었다. 특히 개별 언론사들에서 ‘사회변동’부문으로 추천한 기사가 ‘권력감시’부문의 4배 이상 (37건)이었고 이 중 상당수는 오히려 ‘권력감시’부문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각 언론사의 판단을 존중하여 금년에는 ‘권력감시’부문에 추천된 기사들만을 심사대상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총 9건의 보도를 평가함에 있어 우선 해당 보도가 얼마나 새로운 문제를 발굴한 것인지 여부를 고려했다. 또, 해당 보도의 사회적 파급력도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다. 마지막으로 취재방법과 노력의 정도도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특히 일회성 폭로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후속 보도를 했는지 여부를 고려했다.

 대부분의 추천기사에 대해 모든 심사위원들이 대체로 유사한 평가를 내려 긴 논의는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일부 보도는 특정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다른 기준에서는 미흡하여 논의가 필요했다. 우선 연합뉴스에서 추천한 ‘제주지검장 음란행위’보도는 사회적 관심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사안의 성격이 검찰 고위층의 권력감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또 선정적인 후속보도들이 이어진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여 추천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KBS에서 추천한 ‘문창극 총리지명자 인사검증 보도’도 후보사퇴로까지 이어진 사회적 파급력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보도의 초점과 취재·편집방식이 적절했는가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다수의 심사위원들이 해당보도가 관훈언론상 후보로는 적합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본심 추천기사로 선정되지 못했다. 

 JTBC의 ‘세월호 참사 입체·심층적으로 보도’는 기존의 사건중심적 보도에서 벗어나 오랜기간동안 기자를 상주시키면서 심층적 보도를 시도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그러나 JTBC에서 해당보도를 ‘저널리즘혁신’ 부문에도 추천한 상태여서 논의 끝에 ‘저널리즘 혁신’ 부문에서 본심에 추천하기로 결정하였다.   

 결론적으로 앞서 기술한 모든 평가기준을 고르게 충족시키는 3건의 기사를 본심 추천기사로 선정하였다. 우선 광주 MBC가 추천한 ‘황제노역 파문, 우리는 법 앞에 평등한가’가 본심추천기사로 선정되었다. 지역 이슈이면서도 국가전체의 법률체계 전체에 대한 시사점이 있는 주제를 발굴하여 심층적인 취재를 시도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YTN이 추천한 ‘국산 항공안전장비의 총체적 부실 보도’는 국토교통부 전면적 개선책 발표로까지 이어져 사회파급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본심추천기사로 선정되었다. 마지막으로 동아일보의 ‘교육 수장 인사검증 보도’도 심도 있는 취재로 교육부 장관 후보자 사퇴 및 청와대 시스템 개혁로 이어진 사회파급력이 인정받아 본심 추천기사로 선정되었다.    

 

 

■ 관훈언론상 국제 보도 부문 1차 심사평

 

김균미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 

 

 최병우기자기념국제보도상을 겸하는 관훈언론상 국제보도 부문에는 모두 8건(신문 4건, 방송 4건)이 응모했다. 다른 부문에 비해 응모 건수 자체만 놓고 보면 적은 편이었지만 수준 면에서는 전혀 손색이 없었다.

 국제보도 부문은 ① 국제 이슈나 국제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거나 탁월하게 분석한 보도 ② 외국 현지를 직접 취재해 뛰어난 기사로 국내에 보도 ③ 한국 발 뉴스를 세계에 알려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 증진에 기여했는 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특히 현장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김현기 중앙일보 도쿄특파원의 1년여에 걸친 끊질긴 노력과 집요한 추적보도, 심층분석이 돋보인 ‘아베 내각 접수한 극우 대본영 일본회의’는 아베 정권 보수 행보의 뿌리인 ‘일본회의’의 실체를 해부한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일본 언론에 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일본회의’ 지도부가 포함된 조직도, 기본요강 등을 한국은 물론 일본 언론 중 최초로 심도있게 분석해 보도했으며, 9월 3일 개각에 맞춰 내각 각료 19명 가운데 아베 총리를 포함한 15명이 일본회의 소속임을 특종 보도했다.

 일본회의 기획보도는 더욱이 김현기 특파원이 일본회의의 존재를 파헤치기 위해 직접 가명으로 정회원으로 등록한 뒤 내부행사를 취재하고 내부자료를 취합, 분석해 나온 수준 높은 국제 탐사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이후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에서 특집기사를 내보냈고, 아사히신문의 경우 아베 정권과의 커넥션을 집중 해부하는 편집국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취재에 들어가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황동진 KBS 국제부 기자 등 3명이 취재한 ‘이슬람 부장단체 IS 공습 현장과 터키-시리아 국경 시리아 난민 실상 보도’는 공습과 테러, 납치 위협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IS 전투 현장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시리아-터키 국경지역의 시리아 난민들의 참담한 실상을 취재해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보도한 수작이다. 더욱이 외국 언론인에 대한 살해와 납치 위협이 계속 되고 있는 위험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시리아 현지 취재는 그 자체 만으로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세번째 본심 진출작 박국희 조선일보 이스라엘 특파원의 ‘폐허와 눈물만 남긴 허망한 전쟁’ 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르포 및 인터뷰 등 10편은 이-팔 전쟁의 참상을 외신이 아닌 국내 언론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전해 한국 언론의 외신 보도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기자가 전쟁터라는 현장성 뿐 아니라 이-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점과 짧은 기간 머물며 분쟁의 단면만 취재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오가며 지금까지 다섯 달 넘게 전쟁 상황과 휴전 이후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아쉽게 본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일본 정부가 앙굴렘 국제만화제 위안부 특별기획전을 방해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단독 보도한 TV조선 이진동 부장 등 6명의 응모작은 국제 보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프랑스 앙굴렘이나 도쿄 등 현지에 특파원이나 기자를 파견해 현장 취재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서울에서 접한 작은 단서를 허투루 흘려 버리지 않고 앙굴렘 국제만화제 조직위원회와 일본 외무성, 프랑스주재 일본대사관 등을 대상으로 서울에서 마치 국내 취재하듯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고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성과를 냈다.

 

 

■ 관훈언론상 저널리즘 혁신 부문 1차 심사평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저널리즘 혁신 부문에는 모두 20건의 후보작이 응모했습니다. 분야별로는 신문 11건, 방송 5건, 통신 1건, 인터넷신문 1건, 잡지 1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언론인 1명 등이었습니다. 관훈언론상 규정에서는 저널리즘 혁신 부문에 대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4. 저널리즘 혁신(Innovations in Journalism) :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시도를 통해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언론의 영역을 확장한 경우에 대해 그 공적을 평가해 시상한다.

① 창의적 기사 작법과 뛰어난 문장력(best writing)으로 독자, 시청자와의 소통 확대

② 새로운 취재·보도 기법의 활용

③ 언론 환경에 대응해 변화에 따른 새로운 취재 편제 및 시스템 도입

④ 디지털 시대를 반영하는 도전적 실험

 이렇게 ‘이질적인’ 여러 요건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있다 보니, 실제로 응모작들의 성격이나 특질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응모작들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가장 많은 범주는 취재나 보도방식에서 테크놀로지를 덧입혀 새로운 양식의 기사를 만들어낸 경우였다. 이는 또 개별기사 단위와 언론사(부서) 단위로 나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테크놀로지와 무관하게 (또는 테크놀로지보다는) 관점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저널리즘의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고 하는 경우이다. 마지막 유형은 글쓰기 방식이나 기사작성 방식과 관련된 것이었다. 물론 어느 범주 하나에만 속하지 않고 경계를 걸치고 있는 응모작도 있었다. 그렇기에 심사위원회에서는 저널리즘 혁신 부문의 추천작 선정 기준을 "혁신적인 방법과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적절히 연계되어 있는지, 저널리즘의 관행에서 의미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는지" 등으로 합의했다.

 개별 추천 결과, 오마이뉴스의 ‘4월16일 세월호, 죽은 자의 기록, 산 자의 증언’, YTN의 ‘우리 동네 유독물 공장 지도 GIS 활용 보도’ 등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 보도, 한겨레의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 KBS의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1, 2, 3편’, 부산일보의 ‘석면 쇼크, 부산이 아프다’, 조선일보의 ‘프리미엄 크로스미디어 기획, 와글와글합창단’, SBS의 ‘뉴미디어 콘텐츠 혁신’, 한겨레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연속 보도’, jtbc의 ‘세월호 참사 입체적, 심층적 보도’ 등 10건이 논의의 대상으로 압축되었다(무순). 

 둘째날 심사에서는 이 10건을 중심으로 각각의 추천 이유와 비추천 이유 등이 허심탄회하게 논의되었고, 그 외의 응모작에 대해서도 행여 심사위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본심에 올라간 3건의 추천작은 YTN의 ‘우리 동네 유독물 공장 지도 GIS 활용 보도’, 한겨레의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 jtbc의 ‘세월호 참사 입체적, 심층적 보도’ 등이다(무순).

 이들 10건을 살펴보면, 오마이뉴스와 한겨레, jtbc 등 3건은 각기 새로운 기법이나 관점으로 세월호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 보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경우는 ‘공간의 재구성’이 시각적 구성으로 독자들에게 구체적이며 입체적인 정보를 전달한 것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기사가 전혀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종 추천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아무리 기법이 새로워도 저널리즘적 메시지가 핵심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 역시 가족의 양해를 얻어 희생자의 캐리커처와 편지를 지속적으로 싣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면서도 새롭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그러나 jtbc가 사건 발생 이후 이백일 이상 현장을 지키며, 긴 호흡으로 다양한 보도를 해나갔다는 점에서 한겨레의 시도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 본심 추천작으로 선정되었다. 신문보다 방송에서 그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더욱 어렵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모두가 그래야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미처 또는 감히 시도하지 못하는 일을 jTBC가 실천함으로써 한국 저널리즘의 냄비 근성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동의했다. 

 다음으로, YTN과 부산일보의 경우도 상당히 경합이 치열했다. 이들은 모두 일상 공간 내에 존재하는 유해물질을 뉴스아이템으로 잡은 것도 같을 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GIS 기법으로 지도를 만들어 시각적 이해를 도왔다는 점, 독자나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을 구현했다는 점에서도 매우 유사한 성격의 기사들이었다. 팽팽한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보도 시점이 앞섰다는 사실에 좀 더 무게를 두어 YTN이 최종 추천작으로 선정되었다. 아쉽게 탈락되었지만, 부산 시민 절반이 해당되는 중요 사안에 최신 저널리즘 기법들을 적용해 연속보도를 한 부산일보의 노력은 지역언론이 추구해야 할 퀄리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로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한겨레의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었다. 흔히 탐사저널리즘에서 사용되는 내러티브(narrative) 저널리즘을 넘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기법을 활용하여 소설 방식으로 구성한 것에 대한 찬반이 논란의 중심이었다. 저널리즘이 지향해야 할 바는 여전히 팩트(fact)를 기반으로 한 팩션(faction)이어야 하기에 지나친 소설적 터치가 거슬린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더구나 형제복지원이라는 사안이 시의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적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복잡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독자들에게 가장 잘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적극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좋은 혁신 사례가 될 수 있기에, 본심 추천작으로 선정하는 것에 큰 이견이 없었다. 

 KBS의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1, 2, 3편’과 조선일보의 ‘프리미엄 크로스미디어 기획, 와글와글합창단’, SBS의 ‘뉴미디어 콘텐츠 혁신’ 등도 각기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시도로 일정한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도 본심 추천작에 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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